"파킨슨병 · 진전 · 뇌신경질환" - 월간, 전라도닷컴 47

[김진수]

<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47>

파킨슨병·진전·뇌신경질환 - 시호(柴胡)

파킨슨병은 뇌에서 근육과 운동에 관여하는 도파민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해서 일어나는 퇴행성 신경변성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도파민의 농도가 감소하여 정상적인 신경신호 전달체계가 무너지게 되는데 지속적 떨림, 근육 경직, 자세 불안, 느린 동작이 나타나고 배뇨배변장애, 불안, 우울, 어눌, 지력감퇴 등을 겸하기도 한다. 서양의학적 대응의 중심은 뇌에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기 위한 요법들이다. 레보도파는 화학적 대체약물 가운데 으뜸이지만 3~5년을 투여하면 효과가 감소하고 운동조절기능의 변동, 이상운동증, 충동조절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흑질 신경세포의 파괴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도 파킨슨병에서 보이는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파킨슨증후군이라 한다.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 파킨슨증, 시각적 환각을 일으키는 루이소체 치매, 도파민수용체를 차단하는 다른 약물에 의해 유발한 파킨슨증 등은 도파민계 약물을 적용하여도 상태변화가 거의 없으며, 헌팅턴병(무도병)의 경우는 도파민 과다가 원인이기 때문에 항파킨슨제를 복용하면 증세가 심해진다.

한의학에서는 파킨슨병을 ‘진전성(振顫性) 마비’라 한다. 진전(떨림증)의 병인은 간신(肝腎)의 정혈이 모자라 근맥을 자양하지 못하거나 간화(肝火)가 담(痰)이 되어 경락을 막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즉 신의 음이 부족하면 간의 양을 제약하지 못하므로 간기(肝氣)가 화(火)로 변하여 담을 형성하고 그 움직임이 위로 강하게 항진되는데 이렇게 되면 위(심, 뇌)는 성하여 막히고 아래(간, 신)는 허하여 조달하지 못하는 불균형상태가 심해진다. 병의 변화과정에서 머리나 사지에서 떨림이 일어나고 어지러우며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파악되는 간양상항(肝陽上項), 간화상염(肝火上炎) 또는 간풍내동(肝風內動)의 관련증이다.

진전은 과로로 인한 내상·정지실조(情志失調)·음식부절·노화·선천부족 등에 의해 간, 비, 신이 손상됨으로써 나타나는 퇴행성변화이며 두부의 외상, 합성약물의 장기복용에 의한 직접적인 뇌손상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대개 초기엔 담열(痰熱)에 의한 실증이었다가 차차 기혈이 쇠해지며, 말기로 접어들면 간 비 신의 부족증이 깊어진다. 따라서 초기엔 발열·진전·운동이상증 치료를 목표로 간화를 다스리고 간 신에 기혈을 충족시켜 음양의 균형을 맞춰주는 억간산(抑肝散: 백출 복령 각 4, 당귀 작약 천궁 각 3, 시호 2, 감초 1.5)을 다용한다. 또 풍을 끄고 양기를 재워 항간질·진경·진정·진통효과를 구하는 천마구등음(天麻鉤藤飮: 석결명 18g, 조구등 우슬 각 12g, 천마 치자 황금 각 9g, 두충 익모초 상기생 야교등 복신 각 9g)이나, 뇌 순환을 촉진하여 뇌신경을 보호하는 조등산(釣藤散: 석고 30g, 조구등 맥문동 방풍 당삼 복신 반하 진피 국화 각 15g, 감초 8g, 생강 조금)의 적용이 주가 된다. 조구등의 주성분인 10여종의 알칼로이드는 동물실험에서 반사성혈관운동중추를 억제하거나 교감신경과 신경절을 차단시킴으로써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압강하·진정·항경련작용을 함께 나타낸다. 조구등의 유효물질은 열에 약해서 오래 달이면 분해되어버리므로 후하(後下, 탕제 맨 나중에 잠깐 끓이는 것)하여야 하며, 석고는 선전(先煎)하여 다른 약재 앞에 미리 넣어서 오래 전탕하도록 한다.

시호가용골모려탕(柴胡加龍骨牡蠣湯: 시호 5, 반하 4, 백복령 계지 각 3, 황금 인삼 대조 용골 모려 각 2.5, 건강 대황 각 1)은 기본적으로 항우울작용, 항경련작용, 면역력개선, 심혈관질환에 유효하여 파킨슨, 루게릭, 알츠하이머, 무도병 같은 퇴행성신경질환과 뇌전증, 틱장애, 정신분열증, 강박증, 우울증, 불안신경증 등에도 적응하는바 치료범위가 넓은 방제이다. 여기에 간 신을 자보(滋補)하는 숙지황 하수오 산수유 구판 산약 현삼 등을 추가하여 중기치료에 대응한다. 기허와 신허 현상이 뚜렷해지는 말기에는 보기·보음하는 팔물탕(八物湯: 당귀 천궁 숙지황 작약 백출 인삼 복령 감초)에 천마 단삼 조구등 우슬 산수유 택사 맥문동 원지 초석잠 진피 등을 각등분하여 긴 병정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호(柴胡)』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 시호와 그 변종(개시호, 등대시호)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봄에 줄기나 잎이 돋아나기 전 또는 가을에 잎이 마른 뒤 뿌리를 채취하여 볕에 말린다. 약성은 쓰고 조금 차며 간·담경으로 들어가 화해퇴열(和解退熱, 열을 내려 안과 밖의 병인을 풂), 소간해울(疏肝解鬱, 간기가 울결된 것을 흩고 막힌 것을 뚫어 기를 잘 통하게 함), 승양거함(升陽擧陷, 비장의 기운을 북돋워 아래로 처진 맑은 양기를 끌어올림)한다. 시호는 간 기능을 보호하고 혈중콜레스테롤, 중성지질, 인지질의 증가를 억제하며 이담작용과 항염작용이 있어 간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병증에 두루 사용된다. 특히 ‘반표반리(半表半裏)의 소산(疏散)’으로 묘사되는 시호의 독특한 약성은 몸의 위와 아래, 안과 밖의 중간 위치에서 매우 풍부한 약리학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예컨대 감기가 표(겉)와 리(속) 중간쯤에 있을 때 갈근 강활을 배합하여 표로 끌어내서 발산시키고, 지실을 배합하여 승청강탁(昇淸降濁, 맑은 기는 올리고 탁한 기는 내림)할 수 있다. 만일 위하수·자궁하수·탈항처럼 맑은 양의 기운이 아래로 빠지는 병은 인삼 승마를 배합하여 제자리에 되돌림으로써 중기(中氣)가 스스로 진작되도록 하는 것 등이다. 파킨슨병, 진전, 뇌신경질환의 각 단계에 나타나는 상하 안팎의 편성편쇠(偏盛偏衰)를 시호가 원만히 조절할 수 있다.*

시호

개시호

등대시호

시호 뿌리(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