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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천주교 마산교구 대방동성당 신부
하느님 말씀·사랑 실천에 충실함으로써
천주교 마산교구를 성장하게 하셨던 분
박정일 미카엘. 1926년 12월 28일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출생하시다. 1958년 신부가, 1977년 주교님이 되시다. 1988년 천주교 마산교구 제3대 교구장에 임명되시다. 1989년 교구장 착좌(자리에 앉다. 어떤 직위에 취임하다)하시다. 2024년 8월 28일 주님의 충실한 종으로 직무에 충실히 임하시다 주님 곁으로 선종('착한 죽음', '거룩한 죽음'. 한국 천주교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교회에서 애용되는 용어로서 원래는 '선생복종'(善生福終), 즉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끝마치는 것에서 유래한다고 여김)하시다.
제가 사목하는 천주교 마산교구는 1966년에 부산교구에서 독립해 설립되었습니다. 초대 교구장으로 김수환(스테파노) 주교님(훗날 추기경이 되신 분이십니다)께서 '착좌'하셨고, 제2대 교구장 장병화(요셉) 주교님을 거쳐, 1989년부터 2002년까지 박정일(미카엘) 주교님께서 3대 교구장으로 직무를 수행하셨습니다.
처음 마산교구가 시작될 때는 20여 개의 성당뿐인 작은 교구였습니다. 이후 3대 교구장이신 박정일 미카엘 주교님께서 앞장서시고, 신자들과 신부들이 열심히 선교해 74개 성당으로 규모를 키웠습니다.
성당이 많아진 것이 무슨 큰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하나하나의 성당마다 신자들의 기도와 땀이 배어있으니, 저희에게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게다가 박정일 주교님께서 재직하실 때 많은 성당을 신설했기에, 주교님께서 떠난 지금 돌아보는 마음이 조금 뿌듯하면서도 애틋합니다. 이것은 박 주교님께서 그만큼 선교에 열정을 가지고 실천했다는 뜻입니다. 천주교 신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하느님 말씀과 사랑을 많이 전하고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가장 큰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고인이 되신 박정일 미카엘 주교님께서는 교구장이나 주교라는 직함 이전에 천주교 신자로서 충실한 분이셨습니다.
1995년 한국통신 사태로 촉발된 시위로 서울 명동성당과 조계사에서 노조 간부들이 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조 간부들을 검거하고자 경찰이 3개 중대 병력으로 조계사와 명동성당을 침탈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민주화의 성지인 명동성당에 경찰이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에 명동성당 측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지켜왔던 성지가 침탈당했다"라며 경악했고, 학생·시민단체들의 규탄 집회도 이어졌습니다.
천주교 성직자, 수도자들도 지역 성당에서 항의하는 의미의 미사를 봉헌하고, 명동성당에 모여서 '현 정부의 회개를 촉구하는 단식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이때 마산교구 주교좌 양덕성당에서 봉헌되었던 미사에 박정일 주교님께서 교구청 총대리 김용백 요한 신부님과 여러 국장 신부님까지 대동하시어 참석하셨습니다. 게다가 이어진 항의 행진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사실 많은 분이 주교님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평소 과묵하시고 정치적인 발언을 극히 자제하시던 분께서 직접 나서셨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를 포함한 많은 젊은 신부님들은 주교님의 동행에 기뻐했습니다.
이 기쁨은 천주교회 안에서 주교님과 신부의 관계를 흔히 자부적(子父的) 아들과 아버지 관계라고 하는데 이것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교님의 안식을 위해 기도하고, 부활의 그날 주님 안에서 다시 뵈옵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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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천주교 마산교구 대방동성당 신부webmaster@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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