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는 한국 사회에서 ‘1등 대학’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서울대가 고교 교육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사실상 서울대 진학생 숫자가 고교의 수준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수시 전체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시전형으로 지역균형선발전형 720명, 일반전형 1,642명 등 총 2,362명을 정원내에서 모집하고, 정원외에서 기회균형특별전형으로 저소득 80명, 농어촌전형 80명을 모집한다.
그런데 서울대 일반전형의 경우 면접 및 구술고사가 사실상 말로 하는 논술시험으로 치러지고 있어, 소수의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만을 위한 전형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서울대 일반전형의 면접구술고사에서 출제되는 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워 일반고 최상위층 학생은 탈락할 수밖에 없고, 합격하기 위해 따로 학원 등 사교육의 힘을 빌어야 한다면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목으로 서울대에 제공되는 정부 지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자사고, 특목고, 과학고 학생들의 경우 정규 교과과정에 수학 심화과정이 개설돼 있어 3등급이라도 충분히 생각하면 풀 수 있지만, 정상적인 일반고 교과과정을 밟은 1등급 학생들이 풀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문제가 어렵게 출제된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대가 면접구술고사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지금은 폐기한 논술전형 및 특기자전형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대는 2012학년도까지 운영해온 특기자전형에서 “지원자의 학업능력, 지원한 모집단위에 관련 지식과 소양을 묻겠다”는 목적으로 수학, 과학 등 시험 교과를 공지한 후 구술고사를 실시해 왔다.특기자전형이 폐기된 현재는 사실상 일반전형에 이 방식을 도입해 운영중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서울대의 면접구술고사는 30분 동안 문제를 파악해서 입으로 답을 말하는 논술의 다른 얼굴”이라며 “서울대는 대학이 교육 양극화나 사회 불평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사실상의 특기자전형을 학종으로 세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교육 관계자들 가운데는 서울대의 면접구술고사가 학교의 토론 수업을 활성화시키는 등 순기능을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대의 면접구술고사가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면 소수의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만을 위한 전형이 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일반고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하려면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환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 현실상 서울대의 면접구술고사를 준비할 수 있는 일반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서울대의 면접구술고사가 분명히 고교의 토론발표수업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데에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교사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고에서 서울대의 면접구술고사를 대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서울권과 지방의 교사들 간에 인식의 차이가 상당했다.
서울 등촌고의 이호현 교사는 “서울대의 면접구술고사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서울대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이라면 그 정도는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천안 복자여고의 정명근 교사는 “현재 서울대 면접구술고사의 문제 수순이 너무 높다”며 “특히 이과 쪽 구술면접은 학교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현실이 이런데도 서울대는 현재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25억 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올해는 새롭게 20억을 지원받게 된다.
서울대가 2년 연속으로 대학 가운데 최고 지원액을 받는 이유는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운영하는 간명한 전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운영하지 않고 수능위주전형(정시) 인원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켰기 때문이라고 교육부는 밝히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이에 대해 “서울대는 실제로 학종 안에서 구술면접고사를 실시하는 소위 ‘가짜 학종’을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고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대학에 최고액을 지원하는 부실 평가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을 비롯한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서울대 일반전형이 면접구술고사에서 문제를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하는 것은 일반고 학생들을 제외하고 소수의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을 뽑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학교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최대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면접구술고사가 전공전문성, 논리성 등을 파악해 학생들의 우열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로 고려대와 연세대 등이 이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어, 서울대가 계속해서 지나치게 어려운 면접구술고사를 고집하는 것은 ‘1등 대학’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