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2)
스완댁 쪽으로2
마르셀 푸르스트 1871~1922
[2부] 스완의 어떤 사랑
베르뒤랭 내외가 구심점을 이루는 작은 핵의, 작은 덩어리의, 작은 동아리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 하나만 충족시키면 충분했다.~~~자기네 집에 오지 않는 사람들의 야회는 굿은 비처럼 지루하다는, 베르뒤랭 내외의 말에 설복당하지 않는 모든 신참들은, 즉시 축출되는 처지를 맞았다.~~~
그해에는 여성 신도들이, 의사의 젊은 아내를 제외하면, 베르뒤랭 부인이 격의 없이 오데뜨라고 그 이름을 부르며 사랑의 신이라고 추켜세우던, 화류계 출신에 가까운 크레씨 부인이라는 사람과, 피아니스트의 숙모뿐이었는데, 그녀는 출입문의 빗장 끈이나 당기던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
베르뒤랭 내외는 누구를 구태여 만찬에 초대하지 않았다. 신도들을 위하여 항상 상이 차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피아니스트가 발쿼리 중의 가마행렬이나 트리스탄의 서곡을 연주하려 할 때마다, 베르뒤랭 부인이 항의를 하곤 하였다. 그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자기에게 남기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제가 또 그 편두통에 시달리기를 원해요? 그가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저에게 같은 일이 닥친다는 사실을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요. 저는 무엇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아요! 내일 제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려 해도, 그것이 불가능할 거예요!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지 않을 때에는 한담을 나누었는데, 그들의 친구들 중 하나가, 즉 당시 그들의 총애를 받던 화가가 유난히 자주, 베르뒤랭 씨 말 처럼, 모든 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리도록 걸쭉한 농담의 방아쇠를 당기곤 하였고, 특히 베르뒤랭 부인의 경우가 심하여 의사 꼬따르가 언젠가는, 그녀가 지나치게 웃다가 뒤틀어지게 한 그녀의 턱뼈를 제자리에 다시 놓아주어야 했다.~~~
그해에 화류계 출신 여자가 베르뒤랭 씨에게, 스완이라고 하는 매력적인 사람과 사귀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가 그들 집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큰 행운으로 여길 것이라는 그의 뜻을 넌지시 암시하자, 배르뒤랭 씨가 그 소청을 즉시 자기의 처에게 전하였다. 크레씨 부인이 당신에게 요청할 것이 있는 모양이오. 그녀가 자기의 친구들 중 하나인 스완 씨를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다 하오. 당신의 생각은 어떻소? ~~~좋아요! 그가 멋있는 사람이라면, 친구를 데려와요.~~~
스완의 경우, 그는 자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인들을 구태여 아름답다고 생각하려 하지 않고, 자기가 우선 아름답다고 여긴 여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였다. 또한 그러한 여인들이란, 대개의 경우, 그 아름다움이 저속하였는데~~~
그는 자기가 이전에 맺은 관계들의 화려한 건조물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어떤 여인이 자기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어디에서든 새로운 경비를 지출하여 즉석에서 그것을 재축조하기 위하여, 탐험가들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은 분해할 수 있는 텐트로 변형시켰다.~~~
스완이 자기를 위하여 뚜쟁이 역할을 해달라고 그토록 냉소적으로 압박하던 이들은, 자기와 각별한 사이였던 명문가의 덕성 높고 부유한 미망인들, 장군들, 학술원 회원들로 이루어진 화려한 집단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모든 친구들이 그로부터 가끔 편지를 받곤 하였는데, 그 편지들에서 그가 친구들에게 외교적 능란함을 발휘하여,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말 한마디를 요구하였으며, 그 외교적 능란함이, 실수가 그랬을 것보다도 더, 하나의 변함없는 성격과 항상 유사한 목적들을 드러내곤 하였다.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낼 때마다, 할아버지가 겉봉에 있는 친구의 필체를 알아보고 다음과 같이 외치시곤 하였다는 이야기를 해주십사 자주 간청하곤 하였다. 스완이 또 무엇을 요청하겠군, 조심해야지! ~~~
때로는, 내 조부모님의 친구이며, 아직 스완을 만나지 못하여 불평하던 어느 내외가, 만족스러워진 기색으로, 그리고 아마 조금은 부러워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려는 생각으로, 그가 자기들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존재로 변하였으며, 그들 곁을 더 이상 떠나지 않는다고 나의 조부모님께 알리기도 하였다. ~~~
몇 달 후, 할아버지가 스완의 그 새로운 친구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그래, 스완 그 사람을 여전히 자주 만나시오? 그러자 그 사람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다시는 제 앞에서 그의 이름을 입에 담지 마십시오! ~~식모가 그의 정부였고, 따라서 결별의 순간, 자기가 그 집에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녀에게만 알리면 족하다 여긴 것이다. 반대로, 사귀고 있던 정부가 사교계 여인이거나, 적어도 지나치게 미미한 출신 혹은 비정상적인 신분이 아니라, 그가 그녀를 사교계에 입문시켰을 경우, 그는 그녀 때문에 그곳에 다시 나타나곤 하였다. ~~~
오데뜨 드 크레씨가 다시 스완을 보러 왔고, 그 이후 그녀의 방문이 잦아졌다. 그리고 의심할 나위 없이, 매일 방문할 때마다, 그가 그 얼굴 앞에서 느끼곤 하던 실망을 더욱 새롭게 하였는데, 그러한 방문과 다음 방문 사이의 기간에는 그가 그 얼굴의 특징을 조금은 잊었으며, 그 얼굴에 활기가 넘치는지 혹은, 그녀의 젊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심하게 시들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
오데뜨가 돌아간 후 스완은, 그가 자기에게 그의 집에 다시 오는 것을 허락할 때까지 시간이 몹시 지루하게 흐를 것이라고, 그녀가 그에게 하던 말을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말을 계속하였다. 저 따위가 아레오빠주 앞에 서면 한 마리 개구리에 불과할 거예요. 하지만 저도 교양을 쌓고, 배우고, 깨우침 받았으면 좋겠어요. 고서들을 뒤적거리면서 그 낡아빠진 종이에 코를 처박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우아한 여인이, 손수 반죽을 주물럭거리면서 요리를 하는 등, 자신의 몸이 더렵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허드렛일 하는 것이 자기의 기쁨이라고 천명하기 위하여 드러내는, 자신에 대하여 만족하는 듯한 기색을 나타내며 이렇게 덧붙였다. 당신이 저를 비웃겠지만, 저를 보려 하시는 당신을 방해하는 그 화가(베르메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저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가 아직도 살아 있나요? 그의 작품들을 빠리에서 볼 수 있나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제 머릿속에 그려보고, 그토록 열심히 연구하는 당신의 그 넓은 이마 밑에 있는 것을, 항상 생각에 잠겨 있는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보고, 그거야,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거야 라고 저 자신에게 말할 수 있으면 해서 여쭙는 거예요. 스완은 새로운 우정 맺기가 두렵다면서 자신을 변론하였고, 그러한 두려움을, 불행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라고 한껏 우아하게 칭하였다. 애정을 두려워하시나요? 정말 이상하시군요. 제가 찾는 것은 그것뿐이고, 그것을 하나 얻을 수 있다면 저의 목숨이라도 바치겠어요. ~~~스완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의 할아버지께서는 전에는 그 베르뒤랭 내외의 가문과 일찍이 교분을 맺으신 바 있었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이미 끊으셨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자기를 베르뒤랭 내외에게 소개해 주실 수 없겠느냐고 여쭙는 스완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조심해! 조심해야지!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로부터 부정적인 답장이 오자, 오테뜨가 직접 스완을 베르뒤랭 내외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스완이 그곳에 처음 등장하던 날, 베르뒤랭 내외가 차린 만찬에는 의사와 꼬따르 부인, 젊은 피아니스트와 그의 숙모, 그 무렵 그들의 총애를 받던 화가 등이 참석하였고, 저물녘에 다른 몇몇 신도들이 그들과 합류하였다.
의사 꼬따르는 누구와 대화를 하든, 상대방이 농담을 하는지 진지하게 말하는지 분간하지 못하여, 자기가 어떤 어조로 대답해야 할지를 전혀 확신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어찌 되든 간에, 자신의 모든 표정에, 조건적이고 잠정적인 미소 한 가닥을 마치 제안하듯 추가하여, 만약 상대방이 그에게 한 말이 혹시 농담일 경우, 그 기회주의적인 술책이 그의 우둔함을 변론해 주도록 하였다. 그러나 정반대의 가정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가 감히 그 미소를 자기의 얼굴에 선명히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에, 하나의 애매모호함이 끊임없이 그의 표정에서 부유하였고, 그가 감히 던지지 못하는 다음 질문을 그것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것 진지하게 하시는 말씁입니까?” 그는 거리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일반 생활 속에서도, 자기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사교계에서 못지않게 확신을 갖지 못하였고, 그리하여 그의 태도에서 일체의 잘못을 미리 제거해 주는 간사한 미소 한 가닥을, 행인들에게, 마차들에게, 사건들에게, 일종의 방어선처럼 내미는 그를 사람들이 자주 목격할 수 있었던 바, 그의 태도가 부적절할 경우, 그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가 그러한 태도를 취한 것이 그저 장난이었을 뿐이었음을, 그 미소가 입증해 주었기 때문이다. ~~
스완 씨가 야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베르뒤랭 부인이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놀라움 때문에 거칠어진 음성으로 의사가 소리쳤다. 스완이라고? 자신이 항상 매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믿던 그 사람이, 실은 가장 하찮은 소식에도 그 누구보다도 더 갈팡질팡하였기 때문이다. 스완? 그게 누구입니까? 스완이라니! 아무도 그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자, 불안의 절정에 달하여 그렇게 울부짖었다. ~~
두 사람이 아직 한마디 말도 나누기 전에 그가 자기에게 눈짓을 하며 모호한 기색으로 미소를 짓는 것을 보자 스완은 자기가 방탕한 사교계에는 전혀 드나들지 않은지라 환락의 장소에는 비록 거의 가지 않았지만, 의사가 우연히 그러한 곳에서 마주 친 일이 있어 틀림없이 자기를 알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 가까이에 있던 여인이 꼬따르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그토록 젊은 남편이 자기 아내 앞에서 그런 종류의 유흥을 암시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그리하여 의사가 보인 잘 아는 듯 한 기색에 자기가 두려워하던 의미를 더 이상 부여하지 않았다. 화가는 즉시 스완을 초대하면서, 오데뜨와 함께 자기의 화실에 오라 하였고, 스완이 그에게 친절하다고 답례하였다. ~~~
※오데뜨는 처음 등장할 때 상류 귀족이 아닌 반(半)사교계 여성으로 외모는 별로인 인공적인 여인. 스완이 그녀를 사랑한 것은 외모 때문이 아니라 어느날 그녀의 얼굴에서 보티첼리의 그림 속 여인을 연상하면서 마음이 끌렸다. 프루스트는 사랑의 출발점이 미적, 예술적 투사임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오데뜨의 모호한 태도에 스완은 불안 해 한다. 오데뜨는 사랑의 대상이자 고통이며 자기기만의 얼굴이다. 프루스트는 사랑할 때 상대보다는 자기 이미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스완은 자존심이 상하였지만 결국에 두 사람은 결혼하기에 이른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결혼하는 두 사람의 묘한 관계는 결혼은 열정 보다는 오히려 습관과 피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편집자-
베르뒤랭 내외의 집에 가까이 가기만 하여도, 걷 창들을 결코 닫는 일 없는 커다란 창문들이 램프들에 의해 환하게 밝혀진 것을 볼 때마다, 그는 자기가 곧 보게 될, 램프들의 황금색 불빛 속에서 활짝 피어 있을 매력적인 존재를 생각하며 감동에 젖곤 하였다. ~~~그는 오데뜨의 윤곽을 구별해 내려 하곤 하였다.
베르뒤랭 내외의 집에 가는 순간을 한껏 뒤로 미루기 위하여, 그는 자기가 만나던 어린 여직공을 숲 까지 데려갔고, 그들의 집에 늦게 도착해 보니, 오데뜨는 그가 오지 않을 것이라 믿고 이미 그 집을 떠났다. ~~~
※어린 여직공은 스완이 오데뜨를 사랑하며 질투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의 상상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오데뜨가 은밀히 관계를 맺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되는 하층 계급의 젊은 여자로 오데뜨에 대한 스완의 질투가 만들어 낸 인물. 여직공은 소설 속에서 심리적 장치.-편집자-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 막 잠이 들어, 자신과 선명히 분별하지 못한 채 응시하고 있던 꿈들의 어처구니없음을 의식하는 열병환자처럼, 스완이 문득 자신의 내면에서, 오데뜨가 이미 떠났다고 베르뒤랭 내외의 집에서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던 순간 이후 자기가 뇌리에서 되새기던 생각들의 기이함과, 자기를 괴롭히고 있던 심적 고통의 새로움을 발견하였다. ~~~
매일 저녁 그랬던 것처럼, 오데뜨와 함께 있기가 무섭게, 그녀의 변하기 쉬운 얼굴에 은밀히 시선을 던졌다가, 혹시 그녀가 그 시선에서 치솟는 욕망을 알아채고 더 이상 그의 무관심을 믿지 않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 즉시 그것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서, 그녀 곁을 즉시 떠나지 않아도 좋게 해줄, 그리고 다음날 그녀를 베르뒤랭 내외의 집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그것에 애착하지 않는 듯한 기색으로, 얻게 해줄 구실 찾는데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다시 말해, 가까이 다가가기는 하되 감히 포옹하지 못하는 그 여인의 부질없는 헌신이 그에게 가져다주는 환멸과 괴로움을 우선 연장하고 하루 더 갱신할 구실 찾는데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그가 그녀 자체에 대하여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찻집 프레보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인근 대로들에 있는 모든 까페들을 뒤져 그녀를 찾기로 하였다. ~~~그는 메종 도레 까지 갔고, 또르또니에 두 번이나 들어갔으며, 그곳에서도 그녀를 만나지 못하자, 다시 잉글렌드 까페에 들어갔다가 나와, 이딸리앵 대로 모퉁이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자기의 마차로 가기 위하여, 살기등등한 기색으로 성큼성큼 걷고 있는데, 반대 방향에서 오던 사람 하나가 그와 맞닥뜨렸다. 오데뜨였다. ~~~한편 그는, 빠리 시내를 그렇게 쏘다닌 것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짓을 포기하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 가혹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그는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녀의 과거 생활이 어떠했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
모든 것은 당신이 지성이라 칭하는 그것에 달렸소. 자기도 이목을 끌고 싶어 포르슈빌이 끼어들었다. 여보시오, 스완, 당산이 생각하는 지성이란 것은 무엇이오? 바로 그거예요! 오데뜨가 소리쳤다. 설명해 달라고 제가 그에게 항상 요청하는 중대한 것이 바로 그것인데, 그는 도무지 그러고 싶지 않은 모양이에요. 물론 그러고 싶어요. 스완이 항변하였다. 그 허풍! 오데뜨가 말하였다. 담배쌈지? 의사가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지성이란 것이, 사교계의 뻔뻔스러운 수다, 혹은 슬그머니 환심을 살 줄 아는 사람들을 가리키나요? 포르슈빌이 다시 물었다.
접시를 치울 수 있도록, 어서 당신의 중간후식을 마저 잡수세요. 베르뒤랭 부인이 짜증 섞인 음성으로 싸니에뜨에게 말하였다. 그가 어떤 생각에 골몰하여, 먹기를 멈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자기의 어조가 조금 무색했던지, 다시 고쳐 말하였다. 괜찮아요, 천천히 잡수세요. 제가 그렇게 말한 것은 다른 분들을 위해서였어요. ~~~
훼늘로의 글 중에, 지성에 대하여 내린 매우 신기한 정의가 있습니다.... 브리쇼가 음절 하나하나를 망치로 두드리듯 끊어서 힘주어 말하였다. 잘 들어보세요! 베르뒤랭 부인이 포르슈빌과 의사에게 말하였다. 저 양반이 우리들에게 지성이라는 것에 대하여 훼늘롱이 내린 정의를 이야기해 주시려 해요. ~~~~ 그러나 브리쇼는 스완이 내린 정의를 내놓기를 기다렸다. 스완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슬쩍 피하여, 베르뒤랭 부인이 즐거워하며 포르슈빌에게 마련해 주려 하던 화려한 싸움핀을 무산시켰다. 당연해요. 항상 저에게 하던 버릇이에요. 오데뜨가 토라진 어조로 말하였다. 그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유독 저뿐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리 유감스럽지는 않네요. ~~
그러자 배르뒤랭 씨가 그녀의 말에 이렇게 대꾸하였다. 그는 속내를 시원스럽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오. 항상 종잡을 수 없는, 빈틈없고 영악스러운 신사요. 그는 항상 염소와 양배추의 비위를 동시에 맞추려 하오. 포르슈빌은 그에 비해 얼마나 판이한가! 적어도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오. 좋다든지 혹은 싫다든지를. 무화과나무도 아니고 포도도 아닌 스완과는 다르오. 게다가 오데뜨도 그보다는 포르슈빌을 훨씬 더 좋아하는 기색이고, 나 또한 그녀가 옳다고 생각하오. ~~~
스완은 베르뒤랭 내외의 집에서 자기를 위협하고 있던 불운을 여전히 까맣게 모른 채,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짓들을, 자기의 사랑을 통해 보는지라, 아름다움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는 대개의 경우 오데뜨를 저녁에 만났다. ~~~
그녀가 자주 금전적으로 곤경에 빠졌고, 그리하여 빚에 쪼들릴 때는 도와달라고 그에게 간청하였다. 그는 그녀에게로 향한 자기의 사랑, 혹은 다만 그의 영향력, 그녀에게 필요할 수 있을 자기의 효용성에 대하여, 그녀의 간청에 행복감을 느꼈다. ~~~
스완이 베르뒤랭 내외의 무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된 어느 날 저녁, 식사 도중에, 그가 다음날에는 옛날의 동료들과 함께 어느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하자, 오데뜨가 식탁 앞에서, 이제 신도들 중 일원이 된 포르슈빌 앞에서, 화가 앞에서, 꼬따르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래요, 당신이 그 연회에 참석하신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니 당신을 저의 집에서나 뵙겠군요. 하지만 너무 늦지 않도록 하세요. 스완이 비록 아직까지는 단 한 번도 혹시 오데뜨가 신도들 중 어느 특정인에게 친밀감을 느끼지 않을까 정말로 불안해하지는 않았지만, 날마다 이어지는 자기들의 저녁 밀회, 자기가 그녀의 집에서 누리는 특전 받은 위치, 그 속에 내포된 그에게로 향한 편애 등을, 그토록 부끄럼 없이 태연하게 모든 사람들 앞에서 털어 넣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깊은 안온함을 느꼈다. ~~~
그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하여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창문까지 다가갔다. ~~~누구요? 그것이 누구의 음성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더 두드렸다. ~~~~그대로 있어요. 마침 지나가다 불빛을 보았어요. 그리하여 몸이 좀 나아졌는지 묻고 싶었을 뿐이오. ~~~그의 앞에, 늙은 남자 둘이 창틀에 모습을 드러냈고, 한 남자가 램프를 들고 있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낯선 방이었다. 그가 매우 늦은 시각에 오데뜨의 집에 올 때마다, 형태가 모두 같은 창문들 중에서 유일하게 불이 밝혀진 것을 보고 그녀의 방 창문임을 알아보던 것에 습관이 되어 있어서, 옆집의 창문을 그녀의 방 창문으로 잘못 알고 두드린 것이다. ~~~
베르뒤랭 씨 내외는 포르슈빌로 하여금 자기들과 함께 마차에 오르게 하였고, 스완의 마차는 그들의 마차 뒤에서 그것이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오데뜨를 태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데뜨, 우리가 당신을 데려다주겠어요. 베르뒤랭 부인이 말하였다. 포르슈빌 씨 옆에 당신을 위해 마련한 작은 자리 하나가 있어요. 예, 부인 오데뜨가 대답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요, 당신을 데려다드릴 사람은 나인 줄 알았는데. 필요한 말을 숨기지 않고 스완이 언성을 높였다. 마차의 문이 이미 열려 있어 촌각을 다투어야 할 형편이었고, 그가 그러한 심적 상태로 그녀 없이는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뒤랭 부인께서 저에게 요청하시니..... 이것 보세요. 당신은 혼자서도 돌아가실 수 있어요. 당신에게는 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그녀를 독차지하게 하였어요. 베르뒤랭 부인이 나섰다.
하지만 제가 저 부인께 말씀드려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좋아요! 그러면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세요.... 안녕히 가세요. 오데뜨가 그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말하였다. 그가 미소를 지으려고 애를 썼지만, 얼굴은 낙담한 기색이었다.
스완이 이제 감히 우리들을 대하는 그 태도 보셨어요? 집에 도착하자 배르뒤랭 부인이 남편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오데뜨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였을 때 그가 저를 잡아먹을 기세였어요.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화를 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아니에요. 정말이지, 그 더러운 짐승! ~~~
그는 다음 날 샤뚜에서 열릴 야회를 상상하며 일종의 혐오감을 느꼈다. 샤뚜게 갈 생각들을 하다니! 이제 막 점포 문을 닫은 잡화상 주인들처럼! 정말이지 그 사람들은 고상한 도시 서민들이야. 그 따위들이 실제로 존재할 수는 없어. 라비슈의 희극에서 나왔음에 틀림없어!
그곳에 꼬따르 내외와 아마 브리쇼도 갈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서로 기대어 살며, 내일 샤뚜에서 만나지 못하면 틀림없이 죽기라도 할 것으로 믿는 그 천민들의 삶이라니, 정말 기괴하기 짝이 없어! 애석한 일이었다! 그곳에는 혼인 성사시켜주기 좋아한다는, 그리하여 오데뜨와 함께 포르슈빌을 자기의 화실로 초대할, 그 화가도 갈 것이다. 그는 야외 파티에 참석하기 위하여 지나치게 차려입고 치장한 오데뜨의 모습을 뇌리에 떠올렸다. 그녀가 하도 상스럽고, 게다가 특히, 그 가엾은 어린 것이 어찌나 어리석은지! ~~~
신의 모습을 본 따 얼굴이 빚어진 피조물이 도대체 어떻게 그 구역질나는 농담들 속에서 웃음거리를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 조금이나마 섬세한 콧구멍이라면, 그러한 악취에 자신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몸서리치며 고개를 돌릴 거야. ~~~~나는 그토록 더러운 수다들이 찰싹거리고 자주 짖어대는 밑바닥으로부터 너무 높은 수천 미터 고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베르뒤랭과 같은 부류의 여자가 하는 농담의 흙탕이 나에게까지 튀길 수는 없어. ~~~백치 거짓말쟁이 계집! 그것이 예_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다니! 그가 소리쳤다. ~~~~그가 불론뉴 숲의 산책로들을 떠난 지 상당히 오래 되었고, 그의 집에 거의 도착하였건만, 그는 아직도 자기의 괴로움과 위선적인 웅변으로부터 깨어나지 못하였으며, 그 웅변의 거짓 가득한 억양과 그 자신의 목소리에 어려 있던 인위적인 음향이 매순간 그에게 더욱 푸짐하게 취기를 불어넣는지라, 그는 여전히 밤의 고요 속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
중환자가 생겨 지방에 갔는지라 여러 날 동안 베르뒤랭 내외를 보지 못하였고 샤뚜에도 갈 수 없었던 꼬따르 의사가, 샤뚜에서의 만찬 다음 날, 베르뒤랭 내외의 집에서 식탁 앞에 앉으며 말하였다. 오늘 저녁에는 스완 씨가 오지 않습니까? 그가 정말 사적인 친분을 맺고 있는.... 제발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베르뒤랭 부인이 그의 말을 끊으며 언성을 높였다. 신께서 우리를 그로부터 보호해 주시기 빌어요. 지긋지긋하고 미련하고 버릇없는 사람이에요. ~~~
그토록 평온한 저녁을 보낸 후에는 스완의 의혹이 잠잠해졌다. 그는 오데뜨에게 진실로 감사하였고, 다음 날 아침이 밝기 무섭게, 사람을 시켜 그녀의 집으로 가장 아름다운 보석들을 보내게 하였다. 전날 저녁에 그녀가 보여 준 호의가, 그의 감사하는 마음을, 혹은 그 호의가 되풀이되는 것을 보고 싶은 갈망을, 혹은 배출 필요를 느끼던 사랑의 절정 상태를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괴로움이 그를 다시 사로잡아, 오데뜨가 포르슈빌의 정부일 것이라 상상하는가 하면,불론뉴 숲에서, 그가 초대받지 못하였던 샤뚜에서의 연회 전날, 마부까지도 눈치 챈 그 절망적인 기색으로 함께 돌아가자고 그녀에게 헛되이 간청하다가, 홀로 패배자의 모습으로 발길을 돌리던 그를 두 사람이 베르뒤랭 내외의 란다우식 마차 깊숙한 구석에 앉아서 발견하였을 때, 그를 포르슈빌에게 가리키면서 흥! 미친개처럼 날뛰는 꼴이란! 이라고 속삭이기 위하여, 포르슈빌이 베르뒤랭의 집에서 싸니에뜨를 내쫓던 날 그녀가 보였던 것과 같은, 반짝거리고 간사하며 앙큼하게 아래를 향한 바로 그 시선을 드러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면 스완이 그녀를 몹시 증오하였다. ~~~
그렇게 자기가 겪은 고통 자체의 화학작용을 통해, 그는 자기의 사랑으로 질투를 만든 다음, 오데뜨에게로 향한 다정함과 연민을 다시 제조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매력적이고 착한 오데뜨로 다시 변하였다.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가혹했던 것을 깊이 뉘우쳤다. 그는 그녀가 자기의 곁으로 오기를 원하였고, 그리하여 먼저 그녀에게 어떤 기쁨을 안겨 주고 싶어 하였는데, 그녀의 감사하는 정이 그녀의 얼굴을 빚어내고 미소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을 볼 수 있기 위해서였다. 오데뜨 역시,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전과 못지않게 다정하고 고분고분한 그가 자기에게로 와서 화해를 요청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던지라, 자기가 그의 마음에 거슬리거나 심지어 화나게 하는 것조차 더 이상 개의치 않게 되었으며, 그러한 습관 때문에, 자기의 편의를 위해서는, 그가 가장 중요시하던 호의마저 거절하곤 하였다.~~~ 해가 지는 순간 별안간 구름이 걷혀 모습이 변하는 회색 들판처럼, 그녀의 얼굴 전체가 밝아지곤 하였다. ~~~
스완의 외알박이 안경 뒤에서는, 눈 둥근 잉어 대가리를 닮은 커다란 머리통을 이고, 마치 방향을 찾으려는 듯, 아래턱을 이따금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늦추면서 연회장 가운데를 천천히 이동하는 빨랑씨 씨가, 전체를 형상화하는데 쓰일, 우발적으로 생겼으며 아마 순전히 상징적일지도 모르는, 자기 수족관의 전면 유리창 한 조각을 손수 운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러한 모습이, 빠또바에 있는 죠또의 악덕들과 미덕들을 열렬히 좋아하는 스완에게, 곁의 잎 무성한 잔가지 하나가 그 소굴이 감추어져 있는 숲들을 환기시키는 그 불의를 회상시켜 주었다. ~~~
다른 이들과의 교분이 거의 없는 시골 가문에서 살며 무도회에 가는 일도 드물었던지라, 그녀는 퇴락한 작은 성의 고적함 속에서, 상상 속의 그 많은 남녀 짝들이 추는 춤의 속도를 늦추다가는 재촉하기도 하고, 그들을 꽃잎들처럼 하나 하나 떼어다가는 잠시 무도회장을 떠나, 호수 주변의 전나무들 사리로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러 가고, 음상이 노래 부르는 듯하고 기이하며 부자연스러운, 그리고 하얀 장갑을 낀 날씬한, 일찍이 이 지상의 연인들 모습으로 몽상 속에 사람들이 떠올렸던 그 어떤 인물과도 다른, 젊은이 하나가 문득 그곳에 나타나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상상하며 도취경에 빠지곤 하였다. ~~~
스완이 떠나기를 원했으나, 그가 드디어 빠져나가려는 순간, 프로베르빌 장군이 그에게, 자신을 깡브르메르 부인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요청하는지라, 어쩔 수 없이 장군과 함께 그녀를 찾으러 응접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말씀해 보시오. 스완, 나는 야만인들 손에 학살당하기보다는 기꺼이 저 여인의 남편 되는 쪽을 택하겠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떻소? 야만인들 손에 학살당한다는 말이 스완의 심장을 고통스럽게 꿰뚫었다. 그리고 이내, 장군과의 대화를 계속하고픈 욕구가 그를 사로잡았다. ~~~~
이윽고 스완이 프로베르빌 씨를 젊은 깡브르메르 부인에게 소개하였을 때, 그녀가 장군의 이름을 들은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그녀는 마치 사람들이 자기 앞에서 일찍이 그 이름 이외에는 다른 어떤 이름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는 듯이, 기쁨과 놀라움 가득한 미소를 살짝 지었다. ~~~부인, 음악가의 영혼을 가지셨음을 알겠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첫대 사건을 암시하면서, 장군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연주가 다시 시작되었고, 스완은 새로 시작한 곡이 끝날 때까지는 자신이 그곳을 떠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 한가운데에 갇혀 괴로워하였고, 그의 사랑을 모르는지라, 아니 알았다 해도, 그것에 관심을 가질 능력이 없고, 그것을 마치 유치한 장난인 양 비웃거나 하나의 광기인 양 개탄하는 것 이외의 다른 일은 할 능력이 없어, 그들이 사랑이라는 것을, 오직 그에게만 존재하며 외부 세계의 그 무엇도 그것의 실체를 확인해 주지 못하는, 하나의 주관적 상태의 모습으로만 그의 앞에 나타나게 하는지라, 그들의 멍청함과 우스꽝스러움이 그만큼 더 그에게 고통스러운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그 무엇보다도, 오데뜨가 결코 오지 않을 곳에서 아무도, 그 무엇도, 그녀를 모르는지라 그녀가 완전히 배제된 그곳에서, 자기의 유배 상태가 연장되는 것을, 심지어 악기의 소리마저도 그에게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줄 정도로, 괴로워하였다.
그런데 문득 그녀가 그곳으로 들어선 듯했고, 그 뜻밖의 출현이 그에게는 어찌나 찢는 듯한 괴로움이었던지, 그가 자신의 심장 위로 손을 가져다대지 않을 수 없었다. 즉, 바이올린이 높은 음들 위로 올라가 어떤 기다림을 위해서인 듯 그곳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 기다림은, 다가오는 기다림의 대상을 벌써 알아보고 열광하면서, 그리고 그것이 도착할 때까지 존속하고, 숨을 거두기 전에 그것을 영접하며, 그러지 않으면 다시 떨어질 문을 지탱하듯, 그것이 지나갈 수 있도록 마지막 힘을 다 쏟아, 그것을 위하여 아직 한 순간 더, 길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여 절망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바이올린이 그 음들 지속시키기를 중단하지 않는 상태에서 연장되던 기다림이었다.
그리고 스완에게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을 경계하기 위하여 이렇게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저것은 뱅뙤이유의 쏘나따에 있는 작은악절이야. 그것에 귀 기울이지 말자! 하지만 그러기 전에, 오데뜨가 그에게 반해 있던 시절의 모든 추억들이, 그날까지 그가 자신의 심층부에 보이지 않게 성공적으로 억눌러 두었던 추억들이, 되돌아온 줄로 믿은 그 사랑의 시절이 불쑥 발산하는 햇살에 속아, 다시 깨어나 힘차게 날개짓을 하며 심층부로부터 다시 올라와, 그가 겪고 있던 불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행복의 망각된 후렴들을 미친 듯이 노래하였다.
내가 행복했던 시절, 내가 사랑받던 시절 등, 그때까지 그가 자주 입에 담곤 하던 추상적인 표현들, 그러면서도, 그의 지성이 그의 과거 중 그 과거의 아무것도 간직하지 못하는 소위 과거의 추출물들만 담아놓았던지라 그가 별로 괴로워하지 않으면서 입에 담곤 하던 그 표현들 대신, 그가 이제 그 잃어버린 행복 특유의 기화하기 쉬운 진수를 영영 고정시킨 모든 것들을 문득 다시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그녀가 그의 마차 속에서 그에게 던져주었고 그가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대고 있었던 국화의 눈처럼 희고 곱슬곱슬한 꽃잎들 -그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은 편지에 부각되어 보이던 매종 도레의 주소,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면서 저의 손이 하도 심하게 떨려”-그녀가 애원하는 기색으로 “너무 오래 후에 소식 주실 것은 아니죠? 라고 말하던 순간에 서로 가까워지던 그녀의 두 눈썹 등, 그 모든 것들이 다시 그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해설: 이 문단은 프루스트 특유의 기억 이론, 특히 추상화된 과거와 살아 있는 과거의 귀환이 대비되는 핵심 장면. “내가 행복했던 시절, 내가 사랑받던 시절”같은 표현들은, 실제의 과거가 아니라 과거의 껍질에 가깝다. 그는 오랫동안 과거를 개념·말·지적 요약으로만 간직해 왔다. 그래서 그 기억들은 감정이 증발한 “과거의 추출물”일 뿐이고, 그 덕분에 오히려 별로 괴롭지도 않게 말할 수 있었다. 즉,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고통도 사라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행복의 진짜 본질이 되살아난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이“잃어버린 행복 특유의 기화하기 쉬운 진수” 행복은 원래 말로 정하기 어렵고, 쉽게 사라지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것이 감각적 이미지로 완전히 고정되어 되돌아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프루스트가 말하는 비자발적 기억이다.
기억은 ‘사건’이 아니라 ‘감각’으로 돌아온다. 되살아난 것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다. 국화의 눈처럼 희고 곱슬곱슬한 꽃잎,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면서 저의 손이 하도 심하게 떨려” 그녀가 애원하듯 말하던 목소리, 가까워지던 두 눈썹의 거리. 사랑과 행복은 사건의 의미가 아니라 감각의 파편들 속에 저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프루스트가 말하는 핵심은, 우리는 과거를 이해한다고 생각할수록 실제로는 잃어버리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감각 하나가 과거 전체를 통째로 되살린다. 그래서 이 기억의 귀환은 위로이자 동시에 고통이다. 요약하면 말로 정리된 과거는 죽은 과거이고, 감각으로 되살아난 과거만이 진짜 과거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스완은 이미 오데뜨와 멀어졌고 사랑을 “지나간 일”처럼 말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이 대목에서 스완은 그녀를 다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닳았다. 그래서 이 책『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체는 행복의 회상이 아니라, 너무 늦게 도착한 인식의 서사이다. -편집자-
그는 또한, 로레다노가 어린 직공 아가씨를 찾으러 간 동안 자기의 솔 머리를 세우는데 사용하던 이발 기구의 쇠 냄새와, 그해 봄에 그토록 자주 쏟아지던 폭우, 달빛을 받으며 자기의 빅토리아를 타고 돌아올 때의 차가운 등, 그의 상상적 습관들과 계절적 인상들과 피부의 반응들로 구성되었던, 그리고 이제 다시 그의 몸뚱이를 사로잡은 단조로운 그물을 여러 주간의 연속선 위로 펼치던, 그 그물코들을 느꼈다. 그 시절에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쾌락을 경험하면서, 그가 하나의 관능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곤 하였다. 그는 자기가 그 단계에서 멈출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구태여 배우지 않아도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 그 시절 오데뜨가 발산하던 매력이, 그것으로부터 불순한 후광처럼 뻑쳐 나오는 엄청난 공포감에 비하면, 다시 말해, 그녀가 매순간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어서. 그리고 그녀를 언제 어디서나 소유할 수 없어서 느끼던 그 거대한 번민에 비하면, 그에게 얼마나 하찮은 것으로 여겨졌던가! 애석한 일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외치던 그녀의 억양을 다시 뇌리에 떠올렸다. “하지만 제가 당신을 항상 뵐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언제나 자유로워요!” 이제는 더 이상 결코 자유롭지 못한 그녀가 그렇게 외쳤다.
그는 또한 그 억양과 아울러, 그의 사생활에 대하여 그녀가 품고 있던 관심과 호기심, 그 사생활 속으로 침투하기를 바라던, 그래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는 호의를 베풀었을 -그 시절에는 오히려 귀찮은 혼란의 원인처럼 그가 두려워하던 호의지만- 그녀의 열렬했던 희망 등도 뇌리에 떠올렸다. 뿐만 아니라, 그가 자신의 뜻을 굽혀 베르뒤랭의 집으로 그녀에 의해 이끌려가도록 하기 위하여, 그녀가 얼마나 그에게 간청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한 달에 한 번씩 그의 집에 오도록 허락하였을 때, 그가 그녀의 뜻에 따르기 전에는, 날마다 서로를 보는 습관의 감미로움에 대하여 그녀가 얼마나 무수히 그에게 반복하여 말하였는지 등도 뇌리에 떠올렸다. 날마다 서로를 보는 습관이 그 시절에는 그녀의 꿈이었던 반면 그에게는 지긋지긋한 성가심처럼 보였는데, 어느덧 그녀가 그 습관에 싫증을 느끼게 되어 그것을 영영 버린 반면, 그에게는 이제 그것이 억제할 수 없고 괴로운 욕구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왜 제가 더 자주 오도록 허락하지 않으시나요?” 그녀를 세 번째 보았을 때 그녀가 반복하여 그렇게 묻자, 그가 웃으면서 한껏 정중하게 ‘고통 받는 것이 두려워서’라고 대답할 때에는, 자신이 그토록 진실한 말을 하는지 미처 몰랐다. ~~~
배회하는 망령들 사이에서 전혀 뜻밖에 그녀를 만났을 때, 이딸리앵 대로에서 사람들이 끄고 있던 가스등들을 상기하였다. 그 순간 스완은, 부활한 그 행복과 마주 서서 꼼짝도 하지 않는 불행한 남자 하나를 발견하였고, 그를 즉시 알아보지 못하여 그에게 연민을 품었으며, 그 연민이 하도 깊어, 눈물 가득한 자기의 눈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 남자는 곧 자신이었다. ~~~
바이올린에는 -악기가 보이지 않아, 그 음색을 변모시키는 악기에 대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상과 우리의 귀에 들리는 것을 연관시킬 수 없을 경우- 꼰뜨랄또의 특정 음성들과 하도 유사한 소리들이 있어, 우리는 여가수 하나가 협주에 보충 첨가하였다고 착각하게 한다. 눈을 쳐들어 바라보지만 보이는 것은 중국식 상자들처럼 진귀한 악기의 몸통들뿐, 그러나 이따금씩 우리는 또다시 싸이렌의 기만적인 부름에 속는다. 또한 때로는 마법에 걸려 전율하는 그 도저한 상자 깊숙한 속에서, 어느 정령 하나가 포로가 되어, 성수반 속에 빠진 마귀처럼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또 어떤 때에는, 초자연적이고 순결한 어떤 존재 하나가, 자기의 보이지 않는 계시를 허공중에 연속적으로 두루마리처럼 펼치면서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
어느 날 그는 자기가 한 예 해 예정으로 여행길에 오르는 꿈을 꾸었다. 승강장에서 그에게 울면서 작별인사를 하는 어느 젊은이를 향하여 객차 출입문 밖으로 상체를 숙인 체, 스완이 자기와 함께 떠나자고 젊은이를 설득하고 있었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바람에 초조함이 그를 깨웠고, 그는 자기가 여행길에 오르지 않을 것이며, 그날 저녁에, 다음 날에, 그리고 거의 매일 오데뜨를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였다. ~~~때로는 그가, 외출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내의 거리나 각 지방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있던 그녀가 사고를 당해, 고통 없이 죽기를 바라기도 하였다. 그렇건만 그녀가 번번이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자, 그는 인간의 몸뚱이가 그토록 유연하고 동시에 강하며,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위험들을(그의 은밀한 열망이 그것들을 산정한 이후 스완은 그것들의 무수함을 발견하였다)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의도를 좌절시켜, 사람들이 날마다 그리고 거의 벌 받지 않고, 자기들의 사기 행각과 쾌락의 추구에 매진하도록 허락하는 사실에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럴 때마다 스완은, 자신이 좋아하던 벨리니의 초상화 작품 속의 주인공이며, 베네치아의 전기 작가가 꾸밈없이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자기의 여인들 중 하나하나에게로 미칠 듯한 연정이 꿈틀거림을 느끼자, 자신의 정신적 자유를 되찾기 위하여 그녀를 단검으로 찔러 살해하였다는 마호멧 2세-가, 자기의 심장 아주 가까이에 와 있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 ~~~
기왕 그녀와는 영원히는 헤어질 수 없었으니, 적어도 헤어지는 일 없이 그가 그녀를 볼 수 있었다면, 그의 고통이 결국에는 가라앉고 말았을 것이고, 아마 사랑 역시 꺼지고 말았을 것이다. ~~~
그런데 오데뜨의 말 한마디가 스완의 내면에까지 파고들어, 그 내면의 미래, 그 빛깔 없고 자유로운 강을 적중하여, 마치 한 덩이 얼음처럼, 그것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고, 그것의 유동성을 응고시켰으며, 그것 전체가 얼어붙게 하였다. 그 순간 스완은, 자신이 별안간, 자기 전존재의 내벽을 파열시킬 만큼 그것을 짓누르는 거대하고 견고한 덩어리 하나에 의해 가득 채워짐을 느꼈다.
오데뜨가 앙큼하고 미소 띤 시선으로 그를 살피면서 이러한 말을 한 것이다. “포르슈빌이 성신 강림절에 멋진 여행길에 오를 거예요. 그가 이집트에 갈거예요.” 그러자 스완은 즉시 그 말이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는 성신 강림절에 포르슈빌과 함께 이집트에 갈 거예요.” 그런데 정말, 며칠 후 스완이 그녀에게 ‘포르슈빌과 함께 떠나겠노라고 당신이 나에게 말씀하시던 그 여행에 관한 이야기인데‘라고 운을 떼자,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대꾸하였다. “그래요,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 우리는 19일에 떠나요. 우리가 당신에게 피라미드 풍경 한 장 보내드릴 거예요.” 그 말에 스완은 그녀가 포르슈빌의 정부인지를 알고 싶어졌고, 그것을 그녀에게 직접 묻고 싶었다. ~~~
어느 날 그가 익명의 편지 한 통을 받았는데, 그 편지 내용에 의하면, 오데뜨가 무수한 남자들(그들 중 몇 명을 거명하였는데, 포르슈빌과 브레오떼 씨 그리고 화가 등의 이름도 있었다)과 무수한 여인들의 정부였던 적이 있으며, 그녀가 아직도 사창가를 자주 출입한다는 것이었다. ~~~~
사람들을 판단함에 있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사실 그와 교분을 맺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차마 그토록 비열한 짓은 저지를 수 없었을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들 모두를 만나지 말아야 할까? 그의 오성에 너울이 드리워졌다. ~~~
그가 발작적인 질투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아직 통과할 수 있었을 가장 긴 평정기에 있던 어느 날, 그는 롬므 대공 부인이 그날 저녁 극장에 가자고 한 제안을 수락하였다. 무엇을 공연하는지 보려고 신문을 펴는데, 떼오도르 바리에르의 <대리석 여인들>이라는 제목이 그의 눈에 어찌나 가혹한 충격을 주었던지, 그가 움찔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오데뜨가 전에 그에게 들려준, 베르뒤랭 부인과 함께 ‘산업관’ 전람회에 갔던 이야기가 즉시 기억 속에 되살아났다. 그때 베르뒤랭 부인이 오데뜨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고 했다. “조심하게, 내가 자네를 능히 녹일 수 있네, 자네가 대리석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오데뜨는 그 말이 그저 농담에 불과하다고 그에게 확언하였으며, 그 또한 그 말에 하등의 중요성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익명의 편지 내용이 바로 그러한 부류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는 신문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한 채 그것을 펴서, <대리석 여인들>이라는 말을 보지 않기 위하여 한 장을 넘긴 다음, 지방 소식들을 기계적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망슈 해역에 폭풍이 일어, 디에쁘와 까부르 및 뵈즈발 등지에 피해가 컸다고 하였다. 그 순간 그가 다시 움찔하였다.
뵈즈발이라는 명칭이 그로 하여금 그 지방의 다른 한 지점 명칭인 뵈즈빌을 생각하게 하였는데, 그 명칭이 다른 하나의 지명 브레오떼와 연결부호(하이폰)로 결합되어 있고, 그가 지도에서 그것을 자주 보았지만, 그것이 자기의 친구인 브레오떼 씨와 같은 명칭임을 처음으로 알아챘으며, 익명의 편지가 오데뜨의 지난날 정인이라고 지목한 그 사람의 이름이었다. 사실 브레오떼 씨의 경우, 그에게로 향한 비난이 터무니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베르뒤랭 부인과 관련된 비난에는 불가능한 점이 있었다. 오데뜨가 가끔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그녀가 진실한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었으며, 그녀가 베르뒤랭 부인과 주고받았다는 그리고 스스로 스완에게 들려준 그 말에서, 그는 경험 부족과 악습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여인들이 함부로 입에 담는 부적절하고 위험한 농담들을 발견하였는데 여인들의 그러한 말이, 그 어떤 여자보다도 다른 여인에게로 향한 열렬한 애정과는 거리가 먼-예를 들면 오데뜨처럼-여인들의 순진무구함을 드러낸다. ~~~
이미 두 해 전에 오데뜨가 한 말 한마디를 스완이 처음으로 뇌리에 떠올렸다. 오! 요즈음 베르뒤랭 부인께서는 오직 제 생각뿐이에요. 제가 그분의 총아예요. 그분이 저의 볼에 입을 맞추시고, 함께 쇼핑도 하자고 하시며, 제가 자기를 스스럼없는 호칭으로 부르기를 바라세요.~~
오데뜨, 내 사랑. 나는 내가 가증스럽고 추악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당신에게 몇 가지를 묻지 않을 수 없소. 내가 당신과 베르뒤랭 부인간의 관계에 대하여 품었던 생각을 기억하시오? 그녀와의 관계건 혹은 그녀 이외의 다른 여자와의 관계건, 그러한 관계가 사실이었는지 말해 주시오.
그녀가 입을 잔뜩 오므리면서 머리를 가로저었는데, 그것은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이 물었을 때, 자기들은 가지 않겠으며, 그러한 일이 자기들에게는 귀찮다는 뜻으로 대답하는 이들에게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몸짓이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녀가 성을 내며 언성을 높였다. 아마 아주 오래전에,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닫지도 못한 채, 아마 두세 번 그랬을 거예요. ~~~두세 번이라는 단어들이 그의 가슴 속 생살에 일종의 십자가를 그어놓았으니 말이다. ~~ 스완은 자신도 모르게 쌩-으베르뜨 부인 댁에서 들은 다음 말을 뇌리에 떠올렸다. “교령 원탁들 이후 제가 본 가장 강력한 것이에요.” 그가 느끼던 고통은 그가 일찍이 그러리라고 생각하였던 그 무엇과도 유사하지 않았다. ~~~그렇건만, 그 모든 고통의 발원지인 그 오데뜨가 그의 눈에 덜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고통이 점점 더 심해짐에 따라 동시에 오직 그 여인만이 소유하고 있던 진정제 즉 해독제의 가격도 상승하듯, 그녀가 오히려 더 귀중해 보였다. ~~~
내 사랑,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인데, 그것이 내가 아는 사람과였소? 그가 말하였다. “천만에요, 맹세해요, 게다가 제가 과장한 것 같고 그런 짓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가 미소를 지은 다음 말을 계속하였다. “어찌하겠소? 별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당신이 나에게 이름을 말해 주실 수 없다면 딱한 일이오. 당사자를 나의 뇌리에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 나로 하여금 더 이상 그 일을 생각하지 못하게 할 것이오.
“모르겠다니까요 저는, 제 생각으로는, 당신이 우리들과 합류하려고 섬으로 오셨던 날, 불론뉴 숲에서였을 거예요. 당신은 그날 롬므 대공부인 댁 만찬에 참석하셨지요.“ 자기의 진실성을 보증해 주는 구체적 사실 하나를 제시하는 것이 다행스러운 듯한 그녀의 말이었다. ”곁 식탁에 제가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여자 하나가 있었어요. 그녀가 저에게 말하였어요. ‘어서 저 작은 바위 뒤로 가서 수면에 비친 달빛을 구경합시다.’ 제가 우선 하품을 하고 나서 대꾸하였지요. ‘싫어요, 피곤해요, 나는 여기가 편해요.’ 일찍이 그러한 달빛은 없었노라고 그녀가 단언하였어요. 제가 그녀에게 말하였지요. ‘허튼 소리!’ 제가 그녀의 속셈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오데뜨의 이 말이 스완에게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현재 스완의 오데뜨에 대한 사랑의 불안감 때문이다. 그는 오데뜨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과거 행적에 집착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블론뉴 숲에서 있었던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 하자 그녀에 대한 신뢰감으로 받아들여진다. 블론뉴 숲은 은밀한 장소이며, 달빛을 구경하자는 말은 유혹을 표현하는 것으로 오드뜨는 그 유혹을 ‘허튼 소리’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이 상황은 스완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그녀가 불론뉴 숲에서 누구와 만났는지에 대한 의심을 말끔히 씻어주는 말이다. (편집자)
※프루스트의 글의 특징 중 사소한 대화를 길게 쓰는 것은 소설의 내용보다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하나의 의식이 서로의 관계에서 어떻게 연쇄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이제 되었소, 더 이상 그 생각 하지 않겠소.~~~가엾은 오데뜨! 그는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 몫의 잘못은 절반뿐이었다. 그녀가 아직 아이에 불과했던 시절에, 니쓰에서, 어느 부유한 영국인에게 넘겨진 것이, 그녀의 친모에 의해서였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가 지난 세월에 무심히 읽은 적 있는 알프레드 드 비니의 <어느 시인의 일기>중 다음 몇 구절이, 이제 그의 눈에는 얼마나 고통스러운 진실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가! “자기가 어떤 여인에 대하여 연정을 품기 시작하였다고 느끼면, 자신에게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야 할 것이다. 그녀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가? 그녀가 어떤 삶을 영위해 왔는가? 인생의 모든 행복은 그런 것들에 의존한다.” 스완은, 자기의 상념이 더듬거리며 읽어준 그 허튼 소리!, ‘저는 그녀의 속셈을 잘 알고 있었어요’ 등, 그토록 단순한 구절들이 자기에게 그토록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
어느날 그가, 오데뜨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혹시 단 한 번이라도 뚜쟁이 여인들 집에 간 적이 있느냐고 물으려 하였다. 사실 그는 그러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익명의 편지가 그러한 추측을 그의 귀에 이끌어 들이긴 하였지만, 그것은 단지 기계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어제도 대문 앞에서 저를 두 식나 이상이나 기다린 뚜쟁이 하나가 있어요. 값은 부르는 대로 지불하겠다고 하였어요. 어느 대사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던 모양이에요. ‘만약 당신이 그녀를 나에게 데려오지 않으면 내가 자살하겠소.’ ~~~‘분명히 말하지만 싫어요! 그따위 생각은 저의 마음에 들지 않아요. ~~~
그가 가끔, 차마 그녀의 이름을 발설하지 못하였으되, 그녀에 관해 무엇인가를 알아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사창가에 들르곤 하였다. “댁의 마음에 들 어린 여자 하나가 있어요.” 포주가 그에게 말하곤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처음 보는 가엾은 소녀와 한 시간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그가 더 이상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에 소녀가 몹시 놀라곤 하였다. 아주 어리고 매혹적인 소녀 하나가 어느 날 그에게 말하였다. “제가 바라는 것은 남자 친구 하나 만나는 것이에요. 그러면 제가 다시는 다른 어느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 거예요.”~~~
오데뜨를, 몇 주 후, 다시 한 번 더 보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잠든 동안, 꿈의 어스름한 빛 속에서였다. 그가 배르뒤랭 부인, 의사 꼬따르, 누구인지 모를 터키 모자 쓴 젊은이, 화가, 오데뜨, 나뽈레옹 3세, 그리고 나의 할아버지 등과 함께, 바다 위로 불쑥 나와, 때로는 아주 높게, 때로는 불과 몇 미터 높이로 절벽을 이루는, 그리하여 끊임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차례로 이어지는, 어느 해변의 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가끔 물결이 길섶까지 뛰어 올랐고, 스완은 자기의 볼에 차가운 물방울이 튀는 것을 느꼈다. 오데뜨가 그에게 물방울들을 닦으라 하였으나 그것이 불가능했고, 그녀 앞이었던지라 그리고 자기가 잠옷 차림이었던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사람들이 어둠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베르뒤랭 부인은 놀란 시선으로 그를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그가 보자니,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그녀의 코가 길어졌고 커다란 콧수염이 나 있었다. 그가 오데뜨를 바라보기 위하여 고개를 돌렸다. 작고 붉은 반점들이 있는 그녀의 두 볼은 창백했고, 눈가에 거무스레한 무리가 져 있는 초췌하건만, 그녀가 다정함 가득하고 눈물처럼 얼굴에서 분리되어 금방이라도 그에게로 떨어질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지라, 그녀를 사랑하는 그의 정이 어찌나 강했던지, 그는 즉시 그녀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고 싶을 지경이 되었다. 오데뜨가 문득 자기의 손목을 돌려 작은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가야 해요.”
그녀가 모든 사람들에게, 또 스완에게 따로, 그날 저녁이나 다른 날, 어디에서 다시 만날 것인지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와 마찬가지로 작별을 고하였다. 그는 그녀에게 감히 그것을 묻지 못하였고,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녀를 향해 돌아서지도 못한 채, 베르뒤랭 부인의 어떤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심장이 무시무시하게 두근거렸고, 오데뜨에게로 향한 증오심에 휩싸여, 조금 전까지도 그토록 좋아하던 그녀의 두 눈을 뽑고, 생기 없는 그녀의 두 볼을 짓이기고 싶은 지경이 되었다. 그는 베르뒤랭 부인과 함께 계속하여 올라갔다. ~~~~화가가 스완에게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틀림없이 두 사람 사이에 합의 되었던 일인 듯합니다. 해변 아래쪽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예의상 함께 작별 인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녀가 그의 정부입니다.” ~~~
※ 오데뜨와 베르뒤앵 부인의 관계는 동성애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동성애적 뉘앙스를 지닌 권력적· 사교적 결탁이며 그 모호함 자체가 스완의 질투와 불안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편집자-
잠에서 깨어난 지 한 시간 후, 기차 객실에서 자기의 솔머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라고 이발사에게 설명하는 동안, 그가 자기의 꿈을 다시 생각하였고, 오데뜨의 창백한 안색, 지나치게 야윈 볼, 초췌한 용모, 푸르스름한 눈자위-오데뜨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으로 말미암아, 그가 그녀로부터 받은 영상을 오랫동안 망각하게 한, 연속적인 애정 표현이 진행되던 동안 - 그들의 관계 초기 이후에는 그의 시선을 끌지 못하던 그 모든 것들을 곁에서 느끼듯 다시 보았는데, 그가 잠든 동안 그의 기억이 그것들의 정확한 느낌을 그 초기 시절로 찾으러 갔었음에 틀림없었다. 또한 그 순간, 그가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 무섭게, 그리고 동시에 그의 윤리적 수준이 낮아지기 무섭게, 그에게 나타나곤 하던 그 간헐적 상스러움을 드러내면서, 그가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나의 마음에 썩 들지 않고 나의 취향에 맞지도 않는 여자를 위하여, 나의 생애 중 여러 해를 낭비하였고, 내가 심지어 죽으려고 하였으며, 나의 가장 심각한 사랑을 쏟았다니!”
[3부] 고장들의 명칭-명칭
불면의 밤이면 내가 그 영상을 곧장 자주 뇌리에 떠올리던 방들 중 어느 것도, 오통도톨하고 꽃가루에 덮여 있고 식용할 수 있고 신앙심 돈독한 공기 흩뿌려 놓은 꽁브레 방들과의 이질성에 있어, 발백 해변의 그랜드 호텔 방만큼 심하지 않았는데, 그 호텔 방의 리프 에나멜 칠한 벽들은, 물로 하여금 푸른색을 띠게 하는 수영장의 매끄러운 내벽들처럼, 맑고 바다처럼 푸르며 소금기 머금은 공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 호텔의 설비 책임자였던 바이에른 출신의 실내장식업자가 방들의 치장에 변화를 주어, 내가 우연히 투숙하였던 그 방의 세 벽면을 따라 유리창 달린 낮은 책장들을 죽 늘어놓았는데 ~~~
폭풍우가 심한 날이면, 바람이 하도 강하여, 나를 상젤리제로 데리고 가던 프랑수아즈가, 머리에 기와상이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걸으면서 담장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나에게 당부하는 한편, 신문들이 보도한 대재난과 난파 사고들에 대하여 탄식하며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자주 동경하던 그 발백만큼, 실재의 백발과 닮지 않은 것은 없었다. ~~~
자연이 인간의 흔적을 적게 간직할수록, 그만큼 나의 가슴이 확장될 수 있는 공간을 나에게 제공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일찍이, 르그랑댕이 언급한 발백이라는 명칭을, 무수한 해난 사고로 유명하고 염포 같은 안개와 물결의 포말이 연중 여섯 달 동안 감싸고 있는 그 죽음의 해안 아주 가까이에 있는 해변의 명칭으로 기억해 두고 있었다. ~~
어느 날 내가 꽁브랑에서, 가장 사나운 폭풍우를 구경하기에 그곳이 가장 좋은 지점인지 그로부터 직접 듣기 위하여, 스완 씨 앞에서 그 발백 해변 이야기를 꺼냈고, 그가 내 말에 이렇게 대답하였다. “내가 발백에 대해서는 제법 안다고 생각해요. 12세기로부터 13세기에 지어 지어졌고, 반쯤은 여전히 로마네스크 양식인 발백의 교회당이 아마 노르망디 고딕 양식의 가장 신기한 표본일 것이며, 그것이 어찌나 기이한지, 그것이 페르시아 예술의 산물이라고 할 만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때까지 나에게는 거대한 지질학적 현상들이 발생하던 시기의 상태로 남아 있는,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것처럼 여겨지던 지역들이, 문득 로마네스크 시대를 경험하고 세기들의 열에 들어서는 것을 보는 것과, 봄이 되면 극지방의 설원 여기저기에 별들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연약하되 생기 넘치는 그 특이한 식물들처럼, 고딕풍의 클로버가 적시에 와서 그 험한 암석들 표면에 잎맥처럼 새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매력이었다. ~~~
어른들이 나를 데리고 발백에 있다는 유명한 석상들, 가령 양떼처럼 굼실거리고 코가 납작한 사도들이나 그곳 교회당 정문에 있다는 성처녀상 등의 복제품을 구경하러 갔었는데, 내가 직접, 그것들이 영원하고 소금기 머금은 안개 위로 형상을 이루며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의 호흡이 기쁨에 겨워 나의 흉곽 속에서 문득 멈추었다. 그 이후, 비바람 몰아치고 포근한 2월의 밤마다, 바람이-나의 침실 벽난로 못지않게 뒤흔들던 나의 가슴속에 발백으로의 여행계획을 불어넣으면서-나의 내면에, 고딕식 건물에 대한 열망과 바다 위에 일어나는 폭풍우에 대한 열망을 뒤섞어 놓곤 하였다. 나는 당장 다음 날부터라도 그 멋지고 너그러운 한 시 이십이분 기차에 오르고 싶었고, 철도회사의 안내판이나 주유 여행 광고문에서 그 출발시각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
나의 부모님이 허락만 하신다면, 나는 그 시각의 기차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옷을 차려입은 후 당장 저녁에라도 출발하여, 광란하는 바다 위로 동이 틀 무렵 발백에 도착한 다음, 바다로부터 날아오르는 포말에 대비하여 그 페르시아 양식의 교회당 안으로 피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부활절 휴가철이 다가와, 나의 부모님께서 내가 모처럼 휴가를 이딸리아 북부에서 보내도록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을 때, 물결들이 사방으로부터 질주하듯 몰려와, 외부의 벽들이 절벽처럼 깎아지른 듯하고 거칠며 그 종탑 속에서는 바닷새들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러대는 교회당들 곁으로, 가장 야성적인 그 해안으로, 언제까지라도 끊임없이 더 높이 도약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던 나를 가득 채우고 있던, 폭풍우에 대한 몽상들 대신, 문득 그것들을 지워버리면서, 그것들로부터 일체의 매력을 빼앗아버리면서, 그 몽상들이 자기와 상충되어 자기를 약화시킬 수 있을 뿐인지라 그것들을 배제하면서, 그 정반대의 몽상이, 가장 알록달록한 봄날에 대한 몽상이 내 속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봄날은, 계절이 바뀌어도 여전히 바늘 같은 서릿발로 콕콕 찔러대는 꽁브레의 봄날이 아니라, 벌써 휘에솔레의 전원지역을 백합과 아네모네로 뒤덮어, 안젤리꼬의 작품 배경과 유사한 황금빛 배경으로 휘렌체를 현혹시키는 봄날이었다. ~~~
우리가 현재의 계절 속에서, 다른 계절의 길 잃은 날 하나를 우연히 만나면, 그날이 우리를 그 계절 속에서 살게 하고, 그 계절을 즉시 일깨워 불러다 주며, 다른 장(章)에서 떨어져 나온 페이지를 멋대로 가필해 행복의 일정표 속에, 자기의 차례보다 더 이른 혹은 더 늦은 지점에 놓음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그 계절 특유의 즐거움들을 갈망하게 하며, 우리를 사로잡고 있던 몽상들을 중단시키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
그러한 몽상들이 부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백, 베네치아, 휘렌체 등과 같은 명칭들을 입에 올리면 그만이었고,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었던 바, 그 명칭들이 가리키던 고장들이 나에게 고취하던 열망들이 결국 그 명칭들 속에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봄철이라 해도, 어떤 책에서 발백이라는 명칭을 발견하기만 해도, 그것이 나의 내면에 폭풍우와 노르망디 지방의 고딕식 건축물에 대한 열망을 일깨워 놓기에 충분했고, 폭풍우 심한 날이라 해도, 휘렌체나 베네치아라는 명칭이, 나에게 태양과 백합들과 베네치아 총독궁과 싼타-마리아-델-휘오레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곤 하였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그 도시들의 영상을 그 명칭들이 영영 자기들의 것으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그 영상을 불가피하게 변형시켰고, 그것의 재출현(나의 내면에서의)을 자기들 고유의 법칙에 예속시켰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명칭들은, 그 영상을 더 아름답게, 그러나 노르망디나 또스까나의 도시들이 실제로 지니고 있을 모습과는 훨씬 다르게 만들어버리는, 그리고 내 상상 속의 인위적 기쁨을 증대시킴으로써, 훗날 내가 여행하면서 느낄 실망감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
내가<빠르마의 수도원>을 읽은 이후부터는 가장 가보고 싶던 도시들 중 하나였던 빠르마라는 도시의 명칭이, 혹시 누가 내게 장차 내가 머물게 될 빠르마에 있는 어느 집 이야기를 해줄 경우, 아담하고 윤기 있고 연보라색이고 포근하게 보였던지라 , 그는 나에게 내가 윤기 있고 아담하고 연보라색이고 포근한 거처에, 머물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주곤 하였던 바, 내가 그 거처를, 오직 빠름모라는 무거운 음절,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그 음절 및 스땅달적 포근함과 보라색의 반사광 중 내가 그 음절에 흡수시킨 모든 것만의 도움을 받아 상상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휘렌체를 생각할 때에는, 그곳이 마치 기적적으로 향기에 덮인, 그리하여 꽃부리와 유사한 도시인 듯 생각하였던 바, 그 도시가 백합의 도시라고 불렸고, 그곳의 주교좌 대교 회당이 싼따-마리아-델-휘오레였기 때문이다. ~~~
만약 나의 건강이 호전되어, 부모님께서 나에게, 발백에 가서 체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노르망디나 브르따뉴의 건축물과 풍광을 보러 가기 위하여, 내가 그토록 자주 상상으로나마 오르곤 하였던 그 한 시 이십이 분 기차를 한 번쯤 타도록 허락하셨다면, 나는 가장 아름다운 도시들을 선별하여 그곳에서 하차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
우리의 삶 속에서 모든 날들이 균일하지는 않다. 그 날들을 주파하기 위하여, 나의 것처럼 조금 신경질적인 기질들은, 자동차들처럼 서로 상이한 속도들을 구비한다. 기어오르는 데 무한정의 시간을 바치는 가파르고 불편한 날들이 있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면서 전속력으로 내려가도록 내버려 두는 내리막 날들이 있다. ~~~
어느 날 내가, 회전목마들 곁에 있는 우리들의 친숙한 자리에서 지루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프랑수와즈가 나를 데리고-보리사탕 파는 여자 상인들의 작은 보루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키고 있던 경계선을 넘어- 이웃해 있으나 낯설고, 모르는 사람들 얼굴만 보이며, 염소들이 끄는 수레가 왔다 갔다 하는 구역으로 산보 삼아 넘어갔다. 그런 다음 그녀가, 월계수 덤불을 등지고 있는 자기 위자 위에 놓아두었던 소지품을 가지러 그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녀를 기다리면서, 연약하고 짧게 깎았으며 햇볕으로 인해 노랗게 변한 널찍한 잔디밭을 무심히 짓밟고 있었고, 잔디밭 건너편 언저리에는 중앙에 조각상 하나를 높직하게 세운 분수대 연못 하나가 보였는데, 근처 오솔길에서 외투를 몸에 걸치는 한편 자기의 라켓을 챙기던 소녀 하나가,분수대 근처에서 베드민턴 놀이를 하고 있던 붉은색 도는 금발 소녀에게 간결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안녕, 질베르뜨, 나 먼저 돌아갈게. 오늘 저녁식사 후, 우리들이 너의 집에 간다는 것 잊지 마.” 부재하는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처럼 이름이 단지 그 사람을 지칭만 하였던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큰 소리로 그녀를 직접 불렀던지라, 그 이름이 가리키는 소녀의 존재를 그만큼 더 생생하게 상기시키면서, 질베르뜨라는 이름이 내 가까이로 지나갔다. 그 이름이 그리던 궤적의 곡선에 따라, 그리고 목표물에 접근함에 따라, 점점 더 증대되던 힘을 띠고, 말하자면 활동하는 상태로, 내 곁을 그렇게 지나갔으면, 또한 -내가 그 서실을 느꼈거니와, 그 이름이 향하던 소녀에 대하여 내가 아니라 소녀를 부르던 친구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개념들, 그 이름을 부르던 순간 그 친구가, 자기들의 일상적 친교와 상호 방문 그리고 나에게는, 접근 할 수 없어 더욱 괴롭건만, 반대로, 내가 접근할 수 없던 바로 그것으로 나를 살짝 건드리면서 그것을 한마디 고함에 담아 허공에 던지던 그 행복한 친구에게는 그토록 친숙하고 다루기 쉬운, 모든 미지의 것들 중 그녀가 이름을 부르던 순간 다시 자기의 눈앞에 떠올릴 수 있었거나, 적어도 자기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었을 모든 것들을, 그 이름에 실어 운반하면서, - 우선 그날 저녁식사 후 그녀의 집에서 일어날 일들과 같은, 스완 아가씨의 생활 중 보이지 않는 몇몇 사항들을 정확히 건드려, 스스로 빠져나온 그 감미로운 발산물들이 벌써부터 허공에 둥둥 떠다니게 하면서, -아이들과 하녀들 사이로 지나간 그 천상의 나그네가, 말들과 마차들로 가득한 오페라의 구름덩이처럼, 언뜻 보이는 신들의 생활을 섬세하게 반사하는 뿌쌩의 아름다운 정원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덩이와 흡사한 진귀한 색깔을 띤 작은 구름덩이 하나를 만들어놓으면서, -그리고 마침내, 뽑힌 풀 위로, 그 풀이 시든 잔디 뭉치임과 동시에 배드민턴 놀이를 하던 금발 소녀의(푸른색 깃털 꽃은 모자를 쓴 여자 가정교사가 부를 때까지 셔틀콕 치고 받기를 멈추지 않던)오후 중 한순간으로 보이던 그 지점 위로, 반사광처럼 촉지 할 수 없고 융단처럼 겹쳐진, 그리고 연보랏빛 띤 경이로운 작은 빛의 띠를 던지면서- 그 이름이 지나갔는데, 나는 멈칫거리고 그리움 가득한 불경스러운 발로 그 빛의 띠를 아무리 밟아도 싫증이 나지 않건만, 프랑수와즈가 나를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서둘러요, 어서 외투 단추 잠그고 사라집시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언사가 상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역정이 났고, 애석하게도 그녀의 모자에 푸른색 깃털이 없음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샹젤리제에 다시 오기나 할까? 다음 말 그녀는 그곳에 없었다. 그러나 그다음 이어지던 날들에는 그녀가 계속 보였다. 나는 항상 그녀가 친구들과 놀던 곳 주위를 감돌았고, 그러다 보니 언젠가 한 번, 그녀들이 하던 포로 잡기 놀이에 짝이 a자지 않자, 그녀가 친구들을 시켜, 혹시 내가 모자라는 편을 채워주지 않겠느냐고 묻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 이후로는 그녀가 올 때마다 나도 그녀와 함께 놀게 되었다. ~~~
※(내 기억속의 소녀 질베르뜨가, 타자에게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순간, 그 소녀는 나의 소유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난다. 이럴 때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스완이 이 일로 사랑의 대상인 ‘오데뜨’에 대한 애증으로 혼란스러워했다. 이 부분은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
단 하루라도 질베르뜨를 아니 보고는 지내지 않을 생각에만 골몰하던 나에게(언젠가 할머니께서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돌아오시지 않았을 때, 내가 즉시, 할머니가 혹시 마차에 치여 돌아가셨다면, 한동안 샹젤리에 갈 수 없겠다고 생각하였을 만큼-누구든 사랑에 빠지기 무섭게 다른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법인지라), 하지만 내가 그녀 곁에 머물던 그 순간들, 전날부터 내가 그토록 초조하게 기다렸던 순간들, 그것들 때문에 내가 그토록 두려움에 몸을 떨었고, 그것들을 위해서라면 내가 나머지 모든 것들을 희생시켰을 그 순간들이, 전혀 행복한 순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내가 질베르뜨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항상 그녀를 보고 싶은 욕구를 느꼈는데, 그것은, 그녀의 영상을 나의 내면에 떠올려 보려 끊임없이 시도하였건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나의 사랑이 무엇에 상응하고 있었는지 그 대상을 정확히 알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나를 좋아한다고 그녀가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자기가 나보다 더 좋아하는 남자 친구 아이들이 있다고 자랑하듯 자주 떠들어댔으며, 나는 비록 너무 방심한 채 놀이에 열중하지는 않으나, 자기가 기꺼이 함께 놀 수 잇는, 하나의 좋은 동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 자신 또한, 그녀에게로 향하던 내가 품고 있던 감정을 아직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밝히지 않았다. 물론 내 공책의 모든 페이지에 내가 그녀의 이름과 주소를 무한히 반복하여 쓰곤 하였지만, 내가 아무리 그린다고 해도 그로 인해 그녀가 나를 생각하지 않았을, 그녀로 하여금 내 주위에 아무리 큰 가시적인 자리를 잡게 하여도 그로 인해 그녀가 나의 생활에 더 깊이 참여하게 해주지 못하였을 그 선들을 볼 때마다, 내가 의기소침해짐을 느꼈으니, 그 선들이 그것들을 보지 못할 질베르뜨에 대하여 나에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나에게 순전히 개인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지겹고 무기력한 무엇처럼 보여 주는 듯하던 내 자신의 욕망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절박했던 것은, 질베르뜨와 내가 서로를 보는 것,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때까지 채 시작되지도 않았을 사랑을 서로에게 고백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
내가 질베르뜨를 사랑하던 그 시기에는, 사랑의 신이라는 것이 정말 우리 외부에 존재한다고 여전히 믿고 있었으며, 따라서 그가 우리에게 한껏 허용하는 것은 고작 우리가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일뿐이고, 우리가 아무것도 임의로 변경시킬 수 없는 질서 속에서 그 신이 우리에게 행복을 제공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샹젤리에 도착하였을 때 나의 지친 기억력이 더 이상 상기하지 못하던 영상들에게 생기를 주기 위하여 그 모습 보기를 내가 기대하던 그 질베르뜨 스완, 걸을 때 우리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의 발을 차례로 하나씩 앞으로 내딛게 하는 본능과 유사한 어떤 본능이 나로 하여금 즉시 인사를 하고 알아보게 한, 그리고 어제 나와 함께 놀던, 그 질베르뜨 스완 앞에 내가 서기가 무섭게, 그녀와, 내 몽상의 대상이었던 어린 소녀가, 마치 별개의 두 존재인 듯 모든 일이 돌아갔다. 예를 들어, 전날부터 내가 기억 속에 통통하고 빛나는 두 볼 사이에 있던 불꽃같던 두 눈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도착하자, 질베르뜨의 얼굴이 이제 나에게 바로 내가 상기하지 못하였던 것, 가령 코의 날카로운 깎임 같은 것을 고집스럽게 제공하였고, 그것이 거의 동시에 다른 윤곽들과 결합하면서, 박물학에서 하나의 종을 규정짓는 특징들의 중요성을 획득하여, 그 소녀를 주둥이 뾰족한 소녀들 부류에 속하는 소녀로 변환시키곤 하였다. ~~~
나는 당일 저녁으로, 내가 그토록 무수히 나의 공책에다 반복하여 쓰던 그 질베르뜨 스완이라는 이름을 봉투에 써서, 짤막한 속달편지 한 통을 그녀에게 보냈다. 다음 날, 그녀가 사람을 시켜 찾아낸 그 소책자를, 봉투에 담은 후 연보라색 리본으로 묶고 밀랍으로 봉인하여 나에게 가져왔다. “저에게 부탁하신 것이 이것이지요?” 내가 자기에게 보낸 속달편지를 소매에서 꺼내며 그녀가 내게 말하였다. 하지만 그 속달 편지의 주소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지극히 하찮은 것, 내가 쓴 짧은 속달편지에 불과했으나, 어느 우편배달부가 질베뜨르의 집 수위에게 그것을 배달하여, 하인 하나가 그것을 그녀의 방까지 가져간 이후부터는 그 값어치를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된, 즉 그녀가 그날 받은 속달편지들 중 하나로 변한 그것의 주소에서- 나는, 우체국에서 그 위에 찍은 인쇄된 원들과 우체부 들 중 어느 한 사람이 연필로 추가한 기재사항들 밑에 있던, 내 글씨의 보잘 것 없고 외로운 선들을 겨우 알아보았는데, 그 원들과 기재사항들은, 최초로 나에게 다가와, 나의 몽상을 받아들이고 지탱하게 해주고 고양시켜 주고 즐겁게 해준, 실재적 이행의 징표들이었고 외부 세계의 인장이었으며 삶을 상징하는 보라색 띠였다.
그리고 또 어떤 날엔가는 그녀가 나에게 이런 말도 하였다. “아시겠지만, 저를 질베르뜨라고 부르셔도 좋아요. 여하튼 저는 당신의 세례명을 부르겠어요. 그러지 않으면 너무 거북해요.” ~~
그녀가 나에게 가끔 그러한 우정의 징표를 베풀었던 반면, 나를 만나는 것이 전혀 기쁘지 않은 듯한 기색을 보여 나에게 괴로움을 주었는데, 그러한 일이 대개, 나의 소망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내가 가장 기대하던 바로 그런 날에 발생하곤 하였다.~~~나는 질베르뜨가, 샹젤리제에 한동안 오지 않을 것이라고 기쁨을 한껏 드러내면서 하던 말들을, 흐느낌을 억제하면서 나 자신에게 되풀이하였다.~~~
나는 항상 빠리 지도를 내 손이 닿을 수 있도록 곁에 두고 있었고, 그 속에서 스완씨 내외가 살고 있던 길을 식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지도가 나에게는 어떤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의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던 아버지가 나에게 묻곤 하셨다. “도대체 너는 왜 항상 그 길 이야기만 하느냐? 그곳에 특별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 ..” ~~~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그 스완이라는 이름이, 가장 일상적인 단어들을 대할 때 특정 실어증 환자들에게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처럼, 이제 나에게는 전혀 새로운 단어였다. 그 이름이 항상 나의 사념 속에 있었으나, 나의 사념이 그 이름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나는 부모님께 질베르뜨가 자기의 여자 가정교사를 매우 좋아한다고 거듭 말씀드렸으며, 백 번째 반복한 그러한 말이 문득 질베르뜨로 하여금 영원히 우리 곁으로 와서 함께 살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데바>를 읽는 늙은 부인에 대한 칭찬도 다시 시작하여(나는 그녀가 아마 어느 대사 붕니이나 왕족일 것이라고 부모님께 넌지시 암시하였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너그러움과 고아함을 한껏 찬양하던 중 어느 날, 질베르뜨의 입에서 나온 이름으로 미루어 그녀가 블라땡 부인임에 틀림없다고 하였다. “오! 그것이 누구인지 알겠구나.” 어머니가 놀란듯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나는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조심해! 조심해! 너의 가엾은 할아버님이시라면 그렇게 말씀하셨을 게다. 그런데 너는 그녀가 아름답다고 하다니! 하지만 그녀는 몹시 추하고 또 항상 그랬어. 어느 집달리의 미망인이란다. 네가 어렸을 때, 체조 교실에서, 그녀가, 나와 아는 사이가 아니건만, 네가 남자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예쁘다고 하면서 나에게 말을 걸려고 하였을 때, 내가 그녀를 피하기 위하여 부리던 술책들을 기억하지 못하겠니? 그녀는 항상 미친 듯이 사람들과 사귀려 하였는데, 그녀가 정말 스완 부인과 아는 사이라면, 내가 항상 생각한 것처럼 그녀가 일종의 미친 여자임에 틀림없구나. 왜냐하면, 그녀가 비록 지극히 평범한 계층 출신이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녀가 구설수에 오르도록 할 만한 일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항상 사람들을 사귀지 않고는 못 배겼지. 그녀는 몹시 추하고 끔찍하게 상스러우며, 게다가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이 대목은 이런 상스러운 여자와 알고 지내는 스완의 처 곧 질베르뜨 의 어머니에 대한 간접적인 비난. 질베르뜨의 어머니는 지난날 천한 매춘부였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편집자-
언젠가는, 나의 어머니께서, 매일 저녁에 그러시듯, 저녁식사 중, 그날 오후에 쇼핑하던 이야기를 하시다가, 나에게는 몹시 따분하게만 보이던 당신의 이야기 속에, 다른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다음과 같은 말씀 한마디로, 신비한 꽃 한 송이가 피어나도록 하셨다. “참, 내가 트릉하 까르띠에의 우산 매장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맞춰 봐요. 스완이예요.” ~~~~두 분이 서로 인사를 나누셨어요? 내가 물었다. 물론이지, 그가 나에게로 와서 인사를 하였어. ~~~두 분의 사이가 나빠진 것이 아니란 말씀이에요? 사이가 나빠지다니? 도대체 너는 왜, 우리들의 사이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니? 마치 내가 스완과의 좋은 관계라는 그 허구에 위해라도 가한 듯, 그리고 화해 공작이라도 꾸민 듯, 격한 어조 대답하셨다.
어머니가 그를 더 이상 초대하시지 않아, 그가 어머니에게 원한을 품을 수도 있을 거예요. 모든 사람을 초대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가 나를 초대하더냐? 나는 그의 아내와 일면식도 없다. ~~~그가 네 안부를 묻더니, 자기의 딸이 너와 함께 논다고 나에게 말하더구나. ~~~
나는 스완 부인이 폴란드풍 부인복을 입고 머리에는 무지개 꿩 깃으로 장식한 작은 빵모자를 얹은 채, 드레스 몸통 부위에 제비꽃 한 줌을 꽃은 차림으로, 그것이 마치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가까운 길인 양, 걸어서 바삐 아카시아 산책로를 건네며 자기들끼리 그녀보다 더 멋진 사람은 없다고 하던, 마차 탄 신사들에게 한 번의 눈짓으로 답례하는 것을 볼 때마다, 미학적 장점과 사회적 위대함의 서열에서 검소함에게 첫째 자리를 부여하곤 하였다. ~~~
카자흐스탄 사람처럼 모피로 몸을 감싸고 마부석에 앉아 있는 거구의 마부와 고(故)보드노르의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자그마한 시종을 태운 채, 꽁스땅땡 기의 스케치에서 볼 수 있는 날씬하고 균형 잡힌 격렬한 말 두 필이 날듯이 질주하여 이끌어 온 비길 데 없는 빅토리아 한 대가 보이면-아니 그보다는 선명하고 기운 고갈시키는 상처가 그 형체를 내 가슴에 새기는 것이 느껴지면- 고의로 조금 높게 설계하였고, 최신 유행의 사치 속에 옛 형태가 은은히 드러나게 한, 그리고 그 뒷좌석에, 회색 머리가 한 줌 섞인 금발은 주로 제비꽃으로 엮은 띠로 왕관을 쓰듯 둘렀고, 그 띠로부터 긴 베일들을 늘어뜨렸으며, 손에는 연보라색 양산을 들고 있었고, 나의 눈에는 오직 지존의 온정만이 보였으되 특히 갈보의 도발이 돋보이던, 입술에 어려 있던 그 모호한 미소를, 자기에게 인사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고개를 부드럽게 까딱하며 보내던 스완 부인이, 나른한 듯 몸뚱이를 널부러뜨린 채 쉬고 있던 그 빅토리아가 보이면, 나는 검소함 대신 호사스러움을 가장 높은 반열에 놓곤 하였다. 그 미소가 TFL제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뜻을 전하고 있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감미로웠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제가 얼마나 그러고 싶었는데요! 운이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렇게도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물론! 아직은 잠시 열을 따라가다가, 기회를 보아 즉시 이탈하겠어요.”~~~
다른 산책자들은 걸음을 반쯤 멈춘 채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저것이 누구인지 아시겠소? 스완 부인이라오! 생각나는 것 없소? 오데뜨 드 크레씨 생각나지 않소? 오데뜨 드, 크레씨라고? 나도 마침 그 생각을 하던 참이었소. 저 구슬픈 눈이며.....하지만 아시다시피 그녀가 더 이상은 한창 때 같지 않을 거요! 마끄-마옹이 하야하던 날 내가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한 것이 생각나는군."
내 생각으로는, 그녀에게 공께서 그 일을 상기시키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듯하오. 그녀가 이제는 스완 부인, 즉 죠키 클럽의 일원이시며 웨일스 대공의 친구 분이신 분의 아내이니 말이오. ~~
더 멀리, 푸른 잎들이 아직도 나무들을 온통 뒤덮고 있는 곳에, 작고 땅딸막하고 머리가 잘리고 고집스러운 나무 한 그루만이 홀로, 못생긴 붉은 머리채를 바람에 내맡겨 뒤흔들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아직도 잎들의 오월이 처음으로 깨어나고 있는 듯하고, 겨울철 분홍색 산사나무 꽃처럼 경이롭고 미소 띤 개머루 잎들은, 그날 아침부터 온통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아카시아 산책로 쪽으로 가고 있었다.
이제, 내가 좋아하던 것을 다시 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나는 다시, 크기는 조막만하고 게오르기오스 성자처럼 앳된 시종의 감시를 받으며, 스완 부인의 체구 우람한 마부가 그 말들의 놀라서 전율하며 몸부림치는 강철 날개들을 제압하려 애쓰던 순간의 모습을 다시 목격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애석한 일이었다! 체구 큰 시종들이 수행하는 콧수염 난 기계 기사들이 모는 자동차들밖에 없었다. ~~~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나를 사로잡은 감회였다. 저 자동차들이 옛날의 마차들처럼 우아하다고들 여길 수 있을까? 내가 의심할 나위 없이 너무 늙었다. 하지만 나는, 옷감 축에도 들지 못하는 천으로 지은 드레스로 여인들이 자신들을 속박하는 세상에 살게끔 만들어지지 않았다. 붉게 물들던 그 섬세한 나뭇잎들 아래에 모이던 것들 중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 나뭇잎들이 그림틀 모양으로 감싸던 그 세련된 것들의 자리를 상스러움과 멍청한 짓들이 차지하였는데, 그 나무들 밑으로 온들 무슨 소용이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더 이상 세련됨이 없는 오늘날, 나의 위안이란, 나와 교분 맺었던 여인들을 생각하는 것뿐이다. 하나의 새 사육장이나 한 뙈기 채마밭으로 뒤덮인 모자(여러 무늬로 채색된 모자-편집자)를 쓰고 있는 그 끔찍한 여자들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사람들이, 소박하게 누비질한 연보라색 부인모나 꼿꼿한 붓꽃 한 송이만을 꽃은 외출용 모자를 쓴 스완 부인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수로 그것 속에 있는 매력을 느낄 수 있겠는가? 수달피 외투를 입고, 두 자루 칼날 같은 자고새 깃털 둘을 수직으로 꽂은 소박한 베레모를 쓴 채 걷고 있으되, 주위에는 오직 그녀의 가슴팍이 으스러지듯 붙어 잇는 제비꽃 한 줌만이 상기시키는 그녀 아파트 내의 인위적인 따스함이 어려 있고... ~~~
※(이 대목은 주인공이 장소 보다는 시간의 단절을 의식하는 장면으로 과거 기억 속의 의식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차→자동차, 고전풍의 우아함 → 과장되고 요란함, 섬세한 사교 → 상스러움과 멍청한 짓으로 달라지는 것처럼 사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말한다. -편집자-
그러나 애석한 일이다! 아카시아 산책로에서 그녀들 중 몇몇을 내가 다시 보았으되, 이제는 늙어, 옛 모습의 무시무시한 망령에 불과했던 그녀들은, 그 비르길리우스의 숲 속에서 무엇인가를 절망적으로 찾으면서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인적 끊긴 오솔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그녀들은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었다. 태양도 이미 모습을 감추었다. 그곳이 엘뤼시오스에 있는 여인들의 정원이라는 사념도 이미 날아가 버린 불론뉴 숲에, 자연이 다시 군림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람이, 일반적인 호수에 그러듯이, 그곳 큰 호수의 수면을 잔물결들로 주름지게 하고 있었다. 커다란 새들이 일반적 숲에서 그러듯 불론뉴 숲 여기저기를 빠르게 돌아다니다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면서 커다란 떡갈나무들 위로 하나씩 차례로 내려앉는데, 떡갈나무들은 드루이다의 왕관을 쓰고 도도네의 장엄함을 한껏 떨치면서, 폐용된 숲에 더 이상 인간이 없음을 선포하는 것 같았고, 우리의 기억 속 화폭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기억 자체에서 비롯되며 감각기관에 의해 인지되지 않는지라, 기억 속에 간직된 화폭들을 현실 속에서 찾으려 하는 것이 모순임을 나로 하여금 더 분명히 깨닫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내가 일찍이 알고 있던 현실은 더 이상 없었다. 스완 부인이 옛날과 똑같은 차림으로 같은 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로수 심은 길이 전혀 다른 길로 바뀌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일찍이 간적이 있어 알게 된 장소들은, 우리가 편의상 그것들을 위치시키는 공간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다. 장소들이란, 그 시절 우리의 삶을 형성하고 있던 연이어진 인상들 속에 끼워진 얇은 조각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특정 영상에 대한 추억이란 어느 특정 순간에 대한 회한 가득한 그리움에 불과하다. 또한, 집들도, 도로들도, 가로수길 들도, 애석한 일이다! 세월처럼 순식간에 도망쳐 사라진다. ■
[Review]
우리는 지나온 장소에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이다. 이것은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을 때의 느낌과 같다. 또한 오래전 내가 살았던 시골집을 다시 찾았을 때와 같이 어린 시절의 의식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은 끊임없이 현실에서 반주되며 삶에 영향을 준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러한 의식을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스완이라는 인물의 사랑 이야기로 표현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프루스트의 자전적 소설 같기도 하지만, 연대기적인 회상이아니라,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롭게 추상화된, 과거의 귀환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화자가 이야기하는 형식의 1인칭 소설로 1부에는 어릴 적 기억에 남아 있는 그의 가족들과 이웃과 자연에 대한 회상이며, 비슷한 또래의 소녀, ‘질베르뜨’에 대한 사랑의 추억이 담겨 있다. 오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에게 가졌던 짧은 사랑의 느낌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항상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보고 싶은 얼굴로 남았다.
"질베르뜨라는 이름이 그렇게 내 곁을 스쳐 지나갔고, 그 순간 직전까지도 하나의 막연한 영상에 불과하였으되, 그 이름이 이제 막 하나의 인격체로 규정해 준 그 사람을 나로 하여금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해줄지도 모를 하나의 호신부처럼, 나에게 주어졌다." (본문)
2부에서는 ‘스완’이라는 이름의 가문에 숨겨져 있는 사랑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귀족들의 모임에서 만난 ‘오데뜨’라는 화류계 여인과의 사랑에서 그녀의 과거 행적으로 인해 끊임없이 일어나는 오해와 질투 그러면서도 연민의 정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된다. 스완은 자존심이 상하였지만 결국에 두 사람은 결혼하기에 이른다. ‘질베르뜨’는 훗날 ‘스완’ 가문의 후손으로, 소설에서 그가 사랑에 빠진 질베르뜨와의 관계, 그리고 ‘스완’씨가 사랑에 빠진 ‘오데뜨’와의 관계를 서로 다른 시간에 겹쳐지는 사랑의 관계로 묘하게 오버랩 시켰다.
3부에서는 그 시절 ‘질베르뜨’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현재 의식의 관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가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고 기대하며 살아온 의식은 남아 있지만 그것은 감정이 증발한 과거의 추출 물 뿐임을 말하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과거를 개념·말·지적 요약으로만 간직해 왔다. 그래서 그 기억들은 감정이 증발한 “과거의 추출물”일 뿐이고, 그 덕분에 오히려 별로 괴롭지도 않게 말할 수 있었다. 즉,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고통도 사라진 상태였던 것이다.“(본문)
푸르스트는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지난날들의 기억이 현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비자발적 의식이 된다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른 기억에 행복감을 느끼는가 하면 후회와 번민의 밤을 보내게 되며, 따뜻한 봄 날 베란다에 들어온 맑은 햇살을 보고 어린 시절 집 마당에 비치던 그 햇살을 떠올리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날에는 어린 시절 방문 고리를 잡으면 쩍쩍 달라붙던 시골집 충경이 떠오르는 것처럼, 과거의 기억은 그 기억 자체로서 오늘의 삶에 끊임없이 작용한다.
이 책은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수록된 총 일곱 편의 소설 중 첫 번째 소설이다. 두 권의 책으로 분량이 많고, 흥미롭기 보다는 조금은 어려운 책이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의식이 서로의 관계에서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또 그런 이야기를 중첩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대화의 내용이 길고, 쉴 세 없이 몰아치는 스토리의 전개로 독자가 숨 가쁘게 따라가지 않으면 방향을 잃기 십상이다. 의미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읽지 않으면 완독하기 어려운 책이다.■
(본문)
“내가 여행을 하다가 역시 들판에서 수레국화와 산사나무꽃과 사과나무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 그것들이 내 과거와 같은 심층부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은 나의 가슴과 즉각 소통을 이룬다.”
“찔레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어 있는 울타리를 따라 꿀벌들처럼 윙윙거리는 산사나무 꽃향기, 어느 오솔길의 조약돌들 위를 지나는 반향 없는 발자국 소리, 냇물로 인해 수초에 기대어 형성되었다가 이내 터져버리는 수포 하나 등, 나의 열광이 그것들을 간직하여 서로 이어지던 그 여러 해를 건너도록 하는데 성공한 반면, 그 주위에 있던 길들은 지워졌고, 그 길을 밟고 지나던 이들과 그들의 추억 모두 죽었다.”
“우리는 냇가의 붓꽃들 사이에 앉곤 하였다. 휴일을 맞은 하늘에는 한 가닥 구름 한 덩이가 오랫동안 천천히 배회하곤 하였다. 이따금씩, 권태를 감당하지 못한 잉어 한 마리가, 불안하게 숨을 들이키면서 물 밖으로 불쑥 솟곤 하였다.”
“근처 오솔길에서 외투를 몸에 걸치는 한편 자기의 라켓을 챙기던 소녀 하나가, 분수대 근처에서 베드민턴 놀이를 하고 있던 붉은색 도는 금발 소녀에게 간결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안녕, 질베르뜨, 나 먼저 돌아갈게. 오늘 저녁식사 후, 우리들이 너의 집에 간다는 것 잊지 마.”
“내가 질베르뜨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항상 그녀를 보고 싶은 욕구를 느꼈는데, 그것은, 그녀의 영상을 나의 내면에 떠올려 보려 끊임없이 시도하였건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나의 사랑이 무엇에 상응하고 있었는지 그 대상을 정확히 알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의 계절 속에서, 다른 계절의 길 잃은 날 하나를 우연히 만나면, 그날이 우리를 그 계절 속에서 살게 하고, 그 계절을 즉시 일깨워 불러다 주며, 다른 장(章)에서 떨어져 나온 페이지를 멋대로 가필해 행복의 일정표 속에, 자기의 차례보다 더 이른 혹은 더 늦은 지점에 놓음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그 계절 특유의 즐거움들을 갈망하게 하며, 우리를 사로잡고 있던 몽상들을 중단시키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몽상들이 부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백, 베네치아, 휘렌체 등과 같은 명칭들을 입에 올리면 그만이었고,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었던 바, 그 명칭들이 가리키던 고장들이 나에게 고취하던 열망들이 결국 그 명칭들 속에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봄철이라 해도, 어떤 책에서 발백이라는 명칭을 발견하기만 해도, 그것이 나의 내면에 폭풍우와 노르망디 지방의 고딕식 건축물에 대한 열망을 일깨워 놓기에 충분했고, 폭풍우 심한 날이라 해도, 휘렌체나 베네치아라는 명칭이, 나에게 태양과 백합들과 베네치아 총독궁과 싼타-마리아-델-휘오레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곤 하였다.”
“그렇게, 꽁브레 시절을, 잠 이루지 못하던 슬픈 저녁들을, 또한 최근에 그 영상이 한 잔 차의 맛에 -꽁브레에서는 향기라고들 불렀을-의해 나에게 반환된 숱한 날들을, 그리고 추억들의 연상 작용에 따라, 그 작은 도시를 떠난 지 여러 해가 흐른 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스완이 겪었던 어떤 사랑에 대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삶에 관한 세부적 사실들보다 때로는 더 얻기 쉬운, 여러 세기 전에 죽은 이들의 삶과 관련된 세부사항들처럼 내가 정확히 알게 된 것 등을 회상하며 자주 아침까지 누워 있곤 하였다. ”
“스완은 베르뒤랭 내외의 집에서 자기를 위협하고 있던 불운을 여전히 까맣게 모른 채,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짓들을, 자기의 사랑을 통해 보는지라, 아름다움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렇게 자기가 겪은 고통 자체의 화학작용을 통해, 그는 자기의 사랑으로 질투를 만든 다음, 오데뜨에게로 향한 다정함과 연민을 다시 제조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매력적이고 착한 오데뜨로 다시 변하였다.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가혹했던 것을 깊이 뉘우쳤다. ”
“이미 두 해 전에 오데뜨가 한 말 한마디를 스완이 처음으로 뇌리에 떠올렸다. 오! 요즈음 베르뒤랭 부인께서는 오직 제 생각뿐이에요. 제가 그분의 총아예요. 그분이 저의 볼에 입을 맞추시고, 함께 쇼핑도 하자고 하시며, 제가 자기를 스스럼없는 호칭으로 부르기를 바라세요.”
“오데뜨, 내 사랑. 나는 내가 가증스럽고 추악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당신에게 몇 가지를 묻지 않을 수 없소. 내가 당신과 베르뒤랭 부인간의 관계에 대하여 품었던 생각을 기억하시오? 그녀와의 관계건 혹은 그녀 이외의 다른 여자와의 관계건, 그러한 관계가 사실이었는지 말해 주시오. ”
“잔디밭 건너편 언저리에는 중앙에 조각상 하나를 높직하게 세운 분수대 연못 하나가 보였는데, 근처 오솔길에서 외투를 몸에 걸치는 한편 자기의 라켓을 챙기던 소녀 하나가, 분수대 근처에서 베드민턴 놀이를 하고 있던 붉은색 도는 금발 소녀에게 간결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안녕, 질베르뜨, 나 먼저 돌아갈게. 오늘 저녁식사 후, 우리들이 너의 집에 간다는 것 잊지 마.” 부재하는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처럼 이름이 단지 그 사람을 지칭만 하였던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큰 소리로 그녀를 직접 불렀던지라, 그 이름이 가리키는 소녀의 존재를 그만큼 더 생생하게 상기시키면서, 질베르뜨라는 이름이 내 가까이로 지나갔다.“
“내가 질베르뜨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항상 그녀를 보고 싶은 욕구를 느꼈는데, 그것은, 그녀의 영상을 나의 내면에 떠올려 보려 끊임없이 시도하였건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나의 사랑이 무엇에 상응하고 있었는지 그 대상을 정확히 알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어떤 날엔가는 그녀가 나에게 이런 말도 하였다. “아시겠지만, 저를 질베르뜨라고 부르셔도 좋아요. 여하튼 저는 당신의 세례명을 부르겠어요. 그러지 않으면 너무 거북해요.”
“붉게 물들던 그 섬세한 나뭇잎들 아래에 모이던 것들 중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 나뭇잎들이 그림틀 모양으로 감싸던 그 세련된 것들의 자리를 상스러움과 멍청한 짓들이 차지하였는데, 그 나무들 밑으로 온들 무슨 소용이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러나 애석한 일이다! 아카시아 산책로에서 그녀들 중 몇몇을 내가 다시 보았으되, 이제는 늙어, 옛 모습의 무시무시한 망령에 불과했던 그녀들은, 그 비르길리우스의 숲 속에서 무엇인가를 절망적으로 찾으면서 배회하고 있었다.”
“우리의 기억 속 화폭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기억 자체에서 비롯되며 감각기관에 의해 인지되지 않는지라, 기억 속에 간직된 화폭들을 현실 속에서 찾으려 하는 것이 모순임을 나로 하여금 더 분명히 깨닫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내가 일찍이 알고 있던 현실은 더 이상 없었다. 스완 부인이 옛날과 똑같은 차림으로 같은 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로수 심은 길이 전혀 다른 길로 바뀌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일찍이 간적이 있어 알게 된 장소들은, 우리가 편의상 그것들을 위치시키는 공간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다. 장소들이란, 그 시절 우리의 삶을 형성하고 있던 연이어진 인상들 속에 끼워진 얇은 조각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특정 영상에 대한 추억이란 어느 특정 순간에 대한 회한 가득한 그리움에 불과하다. 또한, 집들도, 도로들도, 가로수길 들도, 애석한 일이다! 세월처럼 순식간에 도망쳐 사라진다. ”(이 책의 마지막 단락)
Go My Book Revi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