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성모' 12세기, 체팔루 대성당, 시칠리아, 이탈리아
기도하는 성모
성모님은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두 손을 들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렇게 두 팔을 들고
기도하는 모습은 로마의 카타콤바의 벽화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그리스도 안에서 영생을 기다리면서 기도
하고 있는, 죽은 그리스도인 또는 순교자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손을 위로 들고 기도하는 모습은 그리스도교
뿐 아니라 고대세계의 여러 종교에서도 행해왔던 가장 기본적인 기도 자세 중 하나다. 이러한 형태의 자세를
기도하다(orare)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Orans’ 또는 ‘Orant’라 부른다.
카타콤바 불가마 속의 세 청년이나 사자굴 속의 다니엘을 그린 벽화에서도 그들은 두 손을 들고 있어,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닌 평화로이 주님께 기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세는 현재 미사 등에서 사제들이 기도할
때 가장 많이 취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 기도하는 성모의 성화는 주로 성당 가장 깊숙한 안쪽 지성소 위의 반원형 천장(apec)에 많이 그려진다.
즉 지상에서 시작된 벽이 제단을 둘러싸고 둥글게 올라가 천장과 만나는 부분에 반원형의 둥근 지붕인 애프스
(apse)를 만드는데 여기에 이 형태의 이콘이 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지붕은 계속 이어져 신자석 중앙에
이르면 둥근 큰 지붕과 연결되는데, 여기에는 전능자 그리스도를 그려 넣어 마리아가 하늘에 계신 주님과
지상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게 해, 마리아는 하느님과 인류 사이의 중재자이심을 나타낸다.
이러한 형상은 비잔틴 시대의 화폐에도 많이 묘사됐다.
이스탄불(구 콘스탄티노플) 성 소피아 대성당의 제단 위 애프스에도 오늘 소개하는 것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님을 모자이크로 묘사한 작품이 있다. 많은 정교회 성당들과 비잔틴의 영향을 받은
서방 가톨릭의 많은 성당들에서, 지성소 위 반원형 천장에 바로 이와 같은 모습이나 아기예수가 함께 묘사된
표상의 성모가 주로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성모님은 지상과 천상의 중재자이심
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긍선 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