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효숙의 평론집 『시인의 거울:시의성들』(푸른사상 평론선 46번).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과 혼란한 정국을 거치면서 시문학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시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사회의 변화가 클수록 시인은 현재의 의제를 고민하고 책임의식을 가지기에 불행한 시대에도 시인의 역할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2025년 10월 25일 간행.
■ 저자 소개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다.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론집으로 『소음과 소리의 형식들』 『눈물 없는 얼굴』 『오늘 빛 미래』 『시인의 거울 : 시의성들』이 있다.
■ 목차
제1부 계몽의 반복 또는 전복
시대가 불행하면 문학이 행복하다는 가설
시민-시인이 할 수 있는 것
현기증 나는 말
아스팔트에서 무등까지의 현실회로
제2부 괜찮지 않은 세계의 지형도
미적 현대성과 난해성
어머니-시인에게 어떤 위안이 있나 ―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가족 시
비릿한 생활이 있는 집이거나, 금산(錦山/金山)이거나 ― 봉주연·이대흠·성욱현
시인의 거울은 어디를 향하는가 ― 이승하·송찬호·정우신
그러니까 그 모두를 인간처럼 ― 김바다·이영은·신용목·남현지
생각을 낳는 다족류 ― 유계영
슬픔을 맡아놓은 사람 ― 신용목
일인칭의 슬픔 ― 김경미
소진을 모르는 트릭스터들 ― 김근,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괜찮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가야 할 때 ― 권혁웅, 『세계문학전집』, 박세미, 『오늘 사회 발코니』
‘밝음’의 생명정치 ― 나정욱, 『얼룩진 유전자』
제3부 외상 공동체에서 우리-되기
형상과 소리 ― 송승환·오정국·김이섬
사람 냄새의 안과 밖 ― 장석원·김성규·최현우
우리(cage) 속에 있을지라도 우리는 ― 이혜미
차가운 시대의 금욕 ―조동범, 『금욕적인 사창가』
인간 상징과 표현 ― 이현호·박춘석·임유영
외상 공동체에서의 하루 ― 조혜은·신정민·남현지
아디아포라의 시:사랑과 이별의 윤리 ― 여성민
어떤 변항에 대한 질문 ― 송승언·손택수·양선주
열림과 트임 ― 이소연·김행숙·김종미
■ 책머리에 중에서
현재는 누군가 말해야만 현재가 된다. 폴 리쾨르가 적은 것처럼, 사건과 담론이 동시에 발생할 때만 우리는 현재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 어떤 사건과 담론을 모두 흘려보내 버린다면 그 현재성은 기약 없이 유보되거나 소실되고 만다. 그가 담론과 관련한 언어적 시간의 필요불가결성을 말한 이유도 ‘발언’한 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사건을 체험한 시간과 발언한 날짜가 만나 현재가 될 때 비로소 과거나 미래를 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그만큼 현재성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것이 사건과 담론이어서, 체험한 사건에 대하여 말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는 사후적일지언정 현재성이라는 것을 가질 수가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사유에 공감하면서, 시인들의 ‘현재’에 대한 감각을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본다. 이 시대 시인들의 현재 말하기가 어떠한 이슈들과 연계되고, 그 언어가 상상적 조합에 의한 것만은 아니기에, 이토록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비켜갈 수 없는 앎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책 제목에 ‘시의성’이라는 말이 달린 것은 그런 이유다. 일정한 타임라인을 벗어난 사건을 ‘현재’ 안으로 그러모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현재성을 지닌 갖가지 의제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시대의 시인들이 기울인 관심거리이자 이 글을 쓰는 나의 그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공통감각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