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육백마흔다섯 번째
밥 먹고 가
“밥 먹고 가” 섬연구소장 강제윤이 섬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라고 합니다. 함께 밥을 먹으면 식구食口가 됩니다. 한국 사람에게 식구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 때 ‘한솥밥 먹는 사람’이라고 하듯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그런 생각의 바탕에는 섬사람들의 독특한 생활환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강 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섬사람들은 모두가 달의 자손이랍니다. 달이 인력으로 바닷물을 밀었다 당겼다 하면 섬사람들은 달의 길을 따라 살아간답니다. 달이 바닷물을 잡아당기면 갯벌에 나가 게와 소라와 해초를 뜯어 오고, 바닷물을 풀어주면 배 타고 나가 물고기를 잡아다 먹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섬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섬살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섬에서 이웃은 생활공동체이고 운명공동체로서 서로 보살피며 살아가기에 그렇습니다. 대개의 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나 팽나무와 함께 당제堂祭를 지내는 마을 신앙공동체도 유지되어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 섬에 육지 사람들이 들어가면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공동체까지 오염되고 만답니다. 한 예로 여수에서 가장 많은 어류 양식업을 하는 화태도에 다리가 생기고 나서 화태도에 없던 세 가지가 생겼다고 합니다. 도둑, 쓰레기, 이웃 간의 분열이라고 합니다. 옛날 제주도는 삼무도三無島라 했습니다. 대문, 거지, 도둑이 없었는데 산업화 이전 섬들은 대개 거지와 도둑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이들은 서로 손님을 유치하느라 반목이 생겼습니다. 교통의 편리와 경제적 이익을 얻는 대신 섬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것이지요. 3,390개의 섬나라, 섬이 오염되면 밥 먹고 가라는 곳이 없어지고, 더 이상 살 만한 곳이 없다는 뜻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