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약산藥山 유엄惟儼 선사의 법손
담주潭州 도오산道吾山 원지圓智 선사
대사는 예장豫章 해혼海昏 사람으로서 성은 장張씨이다.
어릴 적에반槃 화상에게 계를 받고,
약산의 법회에 가서 심인心印을 깨달았다.
어느 날 약산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를 갔었는가?”
“산을 돌고 왔습니다.”
“이 방을 여의지 말고, 빨리 말해 보라.”
“산 위의 까마귀 새끼는 눈과 같이 희고,
시냇물 속의 노는 고기는 바빠서 멈추지 않습니다.”
대사가 운암과 함께 모시고 섰는데,
약산이 말했다.
“지혜가 이르지 못하는 곳은 절대로 말하지 말라.
말하면 곧 머리에서 뿔이 난다.
원지圓智 두타頭陀는 어찌하겠는가?”
대사가 나가 버리니,
운암이 약산에게 물었다.
“원지 사형은 어째서 화상의 말씀에 대답하지 않습니까?”
약산이 대답했다.
“나는 오늘 등이 아프다. 이 일은 그가 알 것이니,
그대가 가서 물어보아라.”
운암이 다시 와서 대사에게 물었다.
“아까 사형은 왜 화상의 말씀에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화상에게 가서 물어보아라.”
[어떤 스님이 운거雲居에게 묻기를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뜻이무엇입니까?”라고 하니, 운거가 말하기를
“이 말은 가장 독기가있다”라고 하였다. 스님이 다시 묻기를 “어떤 것이 독기 있는말입니까?”라고 하니,
운거가 말하기를 “용과 뱀을 한 몽둥이로때려죽인다”라고 하였다.]
운암이 임종할 때에 하직하는 편지를 써서 사람을 시켜
대사에게 보내 왔는데,
대사가 펴서 읽어보고 말했다.
“운암은 당시에 그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을 아직도 뉘우칠 줄 모르는구나.
그러나 비록 그렇더라도 약산의 제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현각玄覺이 말하기를 “옛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이 까닭이 있을까?”라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운암이 당시에 몰랐다 하니 어디가그가 알지 못한 곳인지 말해 보라”고 하였다.]
약산이 상당하여 말했다.
“나에게 한마디 말이 있는데 아직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대사가 나서면서 말했다.
“서로 따릅니다.”
어떤 스님이 약산에게 말했다.
“한마디를 어떻게 설명합니까?”
약산이 대답했다.
“언설이 아니니라.”
대사가 말했다.
“벌써 언설이 되었습니다.”
대사가 누웠는데 비수椑樹 화상이 와서 말했다.
“무엇을 하시오?”
“이불을 덮었소.”
“누웠소, 앉았소?”
“그 두 가지에 있지 않소.”
“그럼 어찌하여 덮었다고 했소?”
“어지럽게 말하지 마오.”
대사가 비수 화상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무엇을 하시오?”
비수가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和南]”
대사가 말했다.
“멀리 떨어진 지 얼마나 되었소?”
비수가 “비슷하군” 하고는 소매를 흔들면서 나갔다.
대사가 삿갓을 들고 나가는데 운암이 말했다.
“무엇을 하렵니까?”
“쓸 곳이 있소.”
“비바람이 닥치면 어찌하렵니까?”
“덮어쓰죠.”
“그도 덮어씌울 수 있습니까?”
“비록 그렇다 해도 새지는 않습니다.”
위산潙山이 운암雲巖에게 물었다.
“보리菩提는 무엇을 자리[坐]로 삼습니까?”
운암이 대답했다.
“무위無爲로써 자리를 삼습니다.”
그리고는 운암이 다시 위산에게 물으니,
위산이 말했다.
“모든 법의 공함을 자리로 삼습니다.”
그리고는 위산이 대사에게 물으니,
대사가 말했다.
“앉으려면 알아서 앉고, 누우라면 알아서 눕겠지만,
한 사람만은 앉지도 눕지도 않나니, 속히 말해 보시오.”
위산이 대사에게 물었다.
“어디를 갔다 오시오?”
“병자를 돌보고 옵니다.”
“몇 사람이나 병이 났습니까?”
“병든 이도 있고 병들지 않은 이도 있습니다.”
“병들지 않은 이라 함은 원지 두타가 아니겠소?”
“병들거나 병들지 않거나 그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속히 말해 보시오.”
어떤 스님이 물었다.
“만 리에 구름이 없어도 본래의 하늘은 아니리니,
어떤 것이 본래의 하늘입니까?”
“오늘은 햇볕이 좋으니 보리[麥]를 말려라.”
“신통도 없는 보살의 발자국을 어째서 찾기 어렵습니까?”
“도가 같아야 비로소 안다.”
“화상께서는 아십니까?”
“모른다.”
“어째서 모르십니까?”
“그대는 내 말뜻을 모르는구나.”
운암이 물었다.
“사형의 가풍은 무엇입니까?”
“그대로 하여금 가리키게 한 것을 감히 무엇이라 하겠는가?”
“그것 없던 지가 얼마나 되었습니까?”
“어금니 뿌리에서 여전히 떫은맛이 난다.”
“어떤 것이 지금 힘을 쓸 곳입니까?”
“천 사람이 불러도 고개도 돌리지 않아야
비로소 약간이나마 분수가 있다.”
“홀연히 불이 났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지를 능히 태운다.”
대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별과 불길을 제외하고는 어느 것이 불이던가?”
“불이 아닙니다.”
다른 스님이 곁에 있다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불을 보셨습니까?”
“보았다.”
“어디서 일어납니까?”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일을 떠나서 다시 한 번 물어라.”
남전南泉이 대중에게 보였다.
“법신法身에도 4대大가 갖추어져 있는가?
대답하는 이에게는 잠방이 한 벌을 주리라.”
이에 대사가 나서서 말했다.
“성품의 땅[性地]은 공空이 아니고 공은 성품의 땅이 아니니,
이것이 지대地大입니다.
나머지 3대大[어느 본에는 4대大로 되어 있다.]도 또한 그러합니다.”
남전이 앞의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잠방이 한 벌을 대사에게 주었다.
운암雲巖이 병이 들자, 대사가 문병을 가서 말했다.
“이 껍질을 여의고 어디서 다시 만날까?”
운암이 말했다.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곳에서 만납시다.”
“어찌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곳에서도
만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으시오?”
대사가 운암이 신을 깁는 것을 보고 물었다.
“무엇을 하는가?”
“부서진 것으로 부서진 것을 꿰매오.”
“어찌 부서진 것 그대로가 부서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어떤 스님이 유마경維摩經에 “8천 보살과 5백 성문이
모두 문수사리 대사를 따르고 싶어했다”는
부분을 읽는 것을 대사가 듣고서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그 스님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때렸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화산禾山에게 물으니,
화산이 대신 대답하였다.
“시중을 드는 자는 알고 있습니다.”
대사가 산을 내려와 오봉五峰에게 가니, 오봉이 물었다.
“약산藥山 노숙老宿을 알고 있습니까?”
“모르오.”
“왜 모르십니까?”
“모른다. 몰라.”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선상에서 내려와 여인의 절을 하면서 말했다.
“그대가 멀리서 와서 고맙긴 하나 도무지 대꾸할 것이 없구나.”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동토東土에서는 만난 적이 없느니라.”
“선사先師의 제사를 차렸는데, 과연 선사께서 오시겠습니까?”
“그대들, 이 재齋는 차려서 무엇 하겠는가?”
“머리 위에 보배 관[寶蓋]이 생겨도
내가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어떠합니까?”
“그의 뜻을 허락한다.”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내게는 그런 것이 없다.”
석상石霜이 대사에게 물었다.
“백 년 뒤에 어떤 사람이 극칙極則의 일을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대사가 사미를 부르자, 사미가 대답했다.
대사가 그에게 말했다.
“깨끗한 병에 물을 넣어 가지고 오너라.”
그리고는 잠자코 있다가 도리어 석상에게 물었다.
“아까 무엇을 물었던가?”
석상이 다시 이야기하니, 대사는 얼른 일어나서 가 버렸다.
다른 날, 석상이 또 물었다.
“화상의 한 조각 뼈를 두드려서
구리 같은 소리가 날 때에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대사가 시자를 부르자, 시자가 대답했다. 대사가 그에게 말했다.
“당나귀 해[驢年:영원히 오지 않는 해]에나 가겠구나.”
당나라 대화大和 9년 을묘乙卯 9월에 병을 얻어 괴로워하므로대중이 문안을 갔더니, 이렇게 말했다.
“받기만 하고 갚지 않는 것을 그대들은 알겠는가?”
그러자 대중이 모두 슬퍼하였다. 11일에 떠나려 하다가 대중에게말했다.
“나는 마땅히 서쪽으로 가겠다. 동쪽으로 옮길 까닭이 없다.”말을 마치자 입적하니, 수명은 67세였다.
화장한 뒤에 사리 몇 개를얻어 석상산石霜山의 남쪽에다 탑을 세워 안치하였다. 시호는수일修一 대사이고,
탑호는 보상寶相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