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 . . . ./==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폭풍의 틈새로 흡사 덫으로 유인하
는 죽음의 미끼처럼 그의 머리 위에서 별 몇개가 반짝였다.
그는 그것이 함정이라는 걸 알았다. 어떤 구멍 속에서 보이
는 별 세 개를 향해 일단 올라가고 나면 그 별들에 걸려들
어 다시는 내려오지 못하고 거기서 영원히 머물게 되는 함정......
하지만 빛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커서 그는 그만 올라가고 말았다.
16.
파비앵은 별들이 주는 지표 덕분에 용케 회오리바람을 피하
면서 올라갔다. 그 희미한 별빛이 자석처럼 그를 끌어당기
고 있었다. 불빛을 찾으려고 오랫동안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제 그는 아무리 희미한 빛이라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
다. 여인숙의 어렴풋한 불빛에도 뿌듯한 마음이 되는 그로
서는 그토록 갈망하던 그 빛 주위를죽을 때까지라도 돌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빛의 광장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파비앵은 나선을 그리며 열려 있는 우물 속으로 서서히 올
라갔는데, 비행기가 오르고 나면 우물이 다시 닫히고 있었
다. 그리고 그가 올라감에따라 그 진창 같은 그림자는 사라
지고 구름이 점점 더 맑고 흰 파도처럼 스쳐지나갔다. 파비
앵은 구름 사이로 떠올랐다.
그는 깜짝 놀랐다. 어지나 밝은지 눈이 부실 지경이었기 대
문이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아야 했다. 밤하늘의 구름이 그
토록 눈부시리라고는 일찍이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보
름달과 모든 별자리들이 구름을 찬란하게 빛나는 파도로 만
들어 놓았던 것이다.
구름 사이로 떠오르던 바로 그 순간에 비행기는 단번에 믿
을 수 없는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비행기를 기울게 하는
파도 하나 없었다. 방파제를 뛰어넘는 배처럼 그는 예정되
어 있던 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만(灣)의 행복한 섬들
처럼 숨어 있는 하늘의 한 부분, 미지의 하늘에 들어서 있
는 것이었다. 비행기 아래에서는 돌풍과 폭우와 번개를 동
반한 폭풍이 3천 미터의 두께의 딴 세상을 형성하고 있지
만, 수정과 눈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폭풍의 얼굴은 천체
를 향하고 있었다.
파비앵은 이상한 세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손과 옷, 비행기 날개 등 모든 것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
이었다. 게다가 그 빛은 천체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의 아래쪽과 주위에 있는 하얀 구름에서 발산되기 때문이었다.
아래쪽에 있는 구름은 달에서 받은 눈처럼 흰빛을 반사하
고 있었다. 좌우에 탑처럼 우뚝우뚝 솟은구름도 마찬가지였
다. 비행기는 우윳빛에 싸여 있었다. 파비앵이 돌아보니 무
선기사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젠 됐어요!" 하고 그가 외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굉음을 내는 엔진 소리 속에 묻혔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미소만 교환할 뿐이었다. 파비앵은 속
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미소를 짓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우린 이제 끝장났는데 말야.'
이제까지 붙잡아주고 있던 수천 개의 암흑의 팔이 그를 놓
아버린 것이었다. 한동안 꽃밭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죄
수처럼 그를 결박했던 죽이 풀려져 있었다.
'정말 아름답군' 하고 파비앵은 생각했다. 그는 그 자신과
무선기사외에 살아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그 외의
다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보물처럼 밀집되어
있는 별들 사이를 떠돌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보물의 방에 갇혀버린 전설 속의 도둑과 같은 신세였
다. 그들은 차디찬 보석들 속에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
만, 사형선고를 받은 몸으로 떠돌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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