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김화숙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꿀벌은 울림 회원이자 브런치 작가이고 글쓰기 모임 '수글수글'을 함께하는 친구이다. 제목은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 숙덕은 꿀벌 화숙과 남편 덕이를 합친 명칭이다.
내용을 잠깐 소개하자면
꿀벌은 인생의 하프라인에서, 그러니까 40이 되었을 때 그동안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던 의문의 실체를 발견한다. 그것은 교회 내 가부장적 권위에 눌려 꼭두각시처럼 살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20년의 세월이었다. 대학생 시절 시작된 선교 활동은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헌신한 삶이었다. 자비량(自費糧:스스로 벌어서 하는 선교)이라는 이름으로 버는 족족 선교사업에 쓰고 온 힘을 다해 활동을 했다. 세계선교를 위해 빈으로, 베를린으로, 폴란드로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왔다. 폴란드에서 힘들게 자리 잡고 살만해졌을 때 갑자기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6년간 들인 수많은 땀과 공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도 납득할 수 없었지만 순종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교회 조직 내 세력다툼에서 한 사람의 권력확장을 위해 결정되었다는 것을. 그녀와 남편 덕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회가 예수의 뜻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조직을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하프라인이다. 이제 60이 넘은 그녀가 그 하프라인을 어떻게 넘었는지 돌아보고 몸과 마음을 어떻게 해방시켜 나갔는지를 보여준다.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그녀의 결혼과정이었다. 꿀벌을 마음에 두고 있던 덕이가 어느 날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자 그녀는 고민하게 되고 친구에게 이 사실을 말하는데, 그 이후 그녀는 단체에서 음란마귀가 씐 년, 형제를 유혹해 실족시킬 년, 돌로 쳐 죽여 마땅한 아골 골짜기의 아간 취급을 당했다. 당시 군대에 가 있던 덕이의 친구가 화숙을 불러 내서 말하기를, 담임목자 C가 자신의 입지를 키우기 위해 조직 쇄신용으로 화숙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얘기였다. 웃기는 것은 얼마 후 C가 화숙을 불러 나간 자리에 덕이가 있었고 둘을 앉혀놓고 결혼하라는 거다. C의 절대권력에는 중매권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 정욕과 음란의 대명사처럼 욕하던 그들은 다 어디 가고, 꿀벌은 또 시키는 대로 덕과 결혼을 했다. 다행히 덕이는 좋은 사람이었고 화숙도 그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읽으면서 꿀벌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한때 고민도 상처도 많았던 시기가 내게도 있었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 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격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꿀벌은 목사의 아내이고 신실한 믿음을 가졌다.
보수적인 기독교계에서 조직을 떠난다는 것은 곧 원점보다 못한 상태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을 다 바쳤던 조직을 떠나는 길에 숙덕부부를 대하던 조직의 방식은 저열했다. 돈 몇 푼을 쥐어 준 것이 다였다. 환송회는커녕 잘 가라는 말도 수고했다는 인사도 없었다.
꿀벌은 '혜성처럼 나타난 목자'라고 불리었던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교회는 한 남자의 보조자로 그녀의 역할을 한정 지었다. 자기 목소리를 내면 믿음이 없다고 깔아뭉개었다. 그것이 가부장적 감옥이었다는 것을 꿀벌은 서서히 알게 되었는데 <여성신문>을 접하면서 부터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이 비주체적이고 언어가 없는 그림자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 확장되기 시작한 의식의 지평선은 폭발적으로 그녀를 성장시켰다.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예전에는 차마 할 수 없었던 수많은 말들이 그녀 안에서 끓어오르고 터져 나왔다. 자신의 언어를 되찾기 시작했고 그 언어로 글을 썼다. 글쓰기는 그녀에게 해방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 그렇게 나온 책이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이다.
현재 그녀는 자유로운 사모이자 페미니스트 지역활동가로 열심히 살고 있다. 목사를 그림자처럼 뒤에서 보필하는 사모 말고 자기 목소리를 가진, 평등함을 추구하는 사모이다. 보수적인 기독교 강국 한국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교회 내에서 페미니즘 책모임을 하고 평어를 쓰고 세월호를 말하는 그녀가 정말 대단하다. 덕이가 페미니스트 목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렵게 거쳐온 시간들이 그들을 그렇게 탄탄하게 세운 것이리라. 평등한 세상 만들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꿀벌 화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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