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권위 있는 기업전문 잡지에서는 매년 가장 창조적인 비즈니스맨을 뽑는다. 기업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그해 전
세계의 비즈니스에서 가장 창조적인 업적을 가진 사람을 선정하는데, 작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를 연구하는 찰스 아른첸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름 아닌 예술가가 1위로 뽑혀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현재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엄청나게 인기몰이중인
뮤지컬 '해밀턴'을 직접 작곡하고 연출했으며 주연까지 겸한 린 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역사적인
인물(미국 건국의 주역인 알렉산더 해밀턴 초대 재무장관)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을 종래의 서정적인 방식이 아니라 랩과 힙합 음악으로 모든 대사를
소화한 작품으로 만들어 엄청난 호응과 매출을 이끌어내고 올해 그래미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과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뮤지컬과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후보에도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무려 11개 부문을 석권하고 최다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다.
올해의 최고 비즈니스맨을 뽑는 예의 기업전문 잡지 패스트컴퍼니가 꼽은 10위 안의 인물 중에는 정통 비즈니스맨이 아닌 사람들이 꽤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두 사람이나 있고 드라마 제작 콘텐츠 담당자도 있다. 오히려 정통 비즈니스맨인 세계적인
기업가들이 10위 권 밖에 있었고, 아쉽게도 우리나라 사람은 100위 권 내에는 없다. 10위 권 안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은 대체로 학문과
활동의 파이가 넓고 예술과 관련한 콘텐츠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어서 앞으로의 혁신과 발전의 중심에 감성이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2013년 장동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당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의 성공을 이끌어 선정된 적이 있는데 그는 지금
삼성디자인학교(SADI: 국내 디자인 산업 발전을 이끌겠다는 목표로 삼성이 운영하는 교육기관) 학장이다. 참고로 현재 SADI의 반짝이는 디자인
아이디어 소스는 과학 기술을 업고 국내 산업계에 예술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흔히 예술은 감성의 산물이고, 수학·과학 및 기술·공학은 이성의 결과라고 한다. 이 두 영역은 일반적으로 서로 가치관과 체계가 다른
분야로 이원화되어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은빛이나 금빛의 슬림한 애플 노트북 컴퓨터와 그 노트북 커버에서 빛나던 하얀 사과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적 있는 사람들의 수많은 에피소드는 잡스의 절대적인 독선과 기술에 가려진 창의적인 심미의 열정이 우리 모두에게도 잠재함을 증명한다. 그래서
잡스도 과학에 예술을 입혀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했던 것이었고, 이제 와서 예술적 감성과 디자인의 활용이 세상의 모든 경쟁을 결정하는
콘텐츠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 유 초중고 대학, 공통의 교육 목표가 되고, 도구과목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더 이상 명분이 없어지던
시점에서 필자는 융합인재교육 연수차 창의성 교육의 본산인 미국에 머문 적이 있다. 그 곳에 있는 동안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의문은 일단
미국의 교사나 부모는 어떤 교육을 하기에 헤드폰을 머리에 끼고 헐렁한 바지를 엉덩이에 겨우 걸친 채 건들거리는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는 질서를
그렇게도 잘 지키는 것인지, 미미한 접촉에도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그들은 어째서 저렇게 예의가 바른 것인지(우리의 청소년들은 부모와 교사의
눈앞에서 멀어지면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침을 뱉고 욕설로 대화를 하는 무법자가 되어 십수년의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무색하게 만들기가
다반사였으므로)였다.
그리고 더 큰 의문 하나가 나의 학생들은 최대한 자유를 보장하는 상황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과제를 하고 비슷한 의견을 주장하며
그나마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학생은 극소수이고 나머지 8할은 입을 다무는 것이 미덕이라는 태도를 보이는데, 도대체 그들은 어떤 교육을 받기에
교사의 질문에 한 명도 똑같은 답을 하지 않고 각자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피력하는 것인지...하는 것이었다. 전대미문의 디자인으로 엄청난
경쟁력을 가지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창의적인 노하우가 궁금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선구적인 길을 개척하는 구글, 애플 등의 ‘창조 경영’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실현되는 것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나의 학생들이 앞으로 그들과 어깨를 겨루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데 힘이 되는 가르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짐작컨대 감성으로 승부해야하는 비즈니스 시대가 진작 도래 해 있다.
기사입력: 2016/09/21 [14:47]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184655§ion=sc30§ion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