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금속과 전자레인지가 상극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금속은 전자레인지에서 불꽃을 튀기는 것일까?
전자레인지는 전자기 복사를 이용해 음식을 익히는 도구다. 전자기 복사는 휴대전화가 신호를 송출할 때나 번개가 칠 때 생성되는 것과 동일하다.
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전자기 복사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파장이 매우 짧다.
전자레인지의 기원은 전파를 탐지하는 레이더 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레이더는 어떤 물체에 전파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전파, 즉 반사파를 잡아낸다. 이것은 박쥐와 고래가 물체를 탐지하기 위해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리는 파동의 형태로 퍼져 나간다. 예를 들어 목소리는 후두가 열리면서 공기에 잔물결을 일으키고 이 잔물결이 주변에 있는 공기를 연이어 압축, 팽창하는 형태로 퍼져 나간다. 파장이 길면 소리가 낮고 파장이 짧으면 소리가 높다. 박쥐와 고래는 파장이 매우 짧은 소리를 내는데, 소리가 높을수록 파장이 짧아 물체가 반사하는 반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은 물고기를 잡으려면 구멍이 더 촘촘한 그물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원리를 그대로 응용한 것이 레이더다. 하지만 레이더는 음파가 아니라 전자기파를 사용한다. 전자기파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빛(가시광선)이나 피부로 느끼는 열(적외선)과 같은 파동이다. 물론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파장의 범위는 매우 좁아서 보라색의 400나노미터에서 붉은색의 700나노미터 사이다. 보라색보다 파장이 짧은 것이 자외선이고, 이보다 더 짧은 것이 X선이다. 붉은색보다 파장이 긴 것이 적외선인데, 이것은 TV 리모컨에 사용하는 것과 파장이 같다. 약 15센티미터 이상 되는 긴 파장을 전자파라고 부르는데, 라디오 방송국이 송출하는 전자파는 파장이 약 3미터 정도로 길다.
모든 전자기파는 파장의 길이에 상관없이 작동 방식이 똑같다. 다만 파장의 길이에 따라 특정 물체를 통과하는 정도만 다를 뿐이다. 즉 특정 물체를 통과할 때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반사되며, 나머지는 통과하기 때문이다. 레이더는 이런 물체의 반사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전기와 자기를 잘 전달하는 금속이나 전도성이 있는 물질들은 전자기파를 잘 반사하기 때문에 레이더는 많은 부분이 금속으로 이루어진 항공기, 잠수함, 선박 등을 감시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방송파보다 파장이 짧은 마이크로파, 즉 극초단파를 발생하기 위해 마그네트론이라 불리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했다. 마그네트론을 최초로 개발한 것은 영국이지만 2차 세계대전이 한창 무렵 관련 기술을 미국에 넘겨주었다. 당시 레이더 개발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 다음으로 중요한 비밀 군사 프로젝트였다.
1947년 전자레인지를 최초로 개발한 스펜서는 어느 날 마그네트론 옆에서 작업을 하던 중 호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 바가 평소와 달리 완전히 녹아내린 것을 발견했다. 이에 호기심을 가진 그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팝콘을 가져다가 마그네트론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 빔 앞에 놓아보았다. 신기하게도 팝콘이 튀겨졌다. 그 후 기술 개발을 통해 1967년에 주방 조리대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는 작고 저렴한 전자레인지가 발명됐으며, 그로부터 8년 뒤 전자레인지는 종래 미국인들이 애용하던 가스레인지의 판매량을 추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세기 과학 기술의 발전은 두 가지 중요한 발견에 기반하고 있다. 모두 원자 차원에서 발생하는 X선과 방사선이다. 그 가운데 의료와 기초 과학 분야의 연구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X선은 1895년 독일의 뢴트겐이 발견했다. X선이 발견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논문이 1,000종, 단행본이 50권 출판될 정도로 과학적 연구에 바로 응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업적으로 뢴트겐은 1901년 제1회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그 후 X선을 이용한 연구로 20여 명이나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과학과 의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