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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팀 계획에 따라 '좌석리-(접속: 트럭 4.7km)→ 고치령 → 미내치 → 마구령 → 갈곶산 → 늦은목이 -(접속: 3.5km)→ 생달마을'의 22.1km, 7시간 30분 코스를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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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령[馬駒嶺]
높이: 820m
위치: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임곡리
장사꾼들이 말을 타고 다녔던 고개라 하여 마구령이라 전해지며, 경사가 심하여 논을 매는 것처럼 힘들다 하여 매기재라고도 불린다.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의 의풍계곡에서 백성들이 부석장에 나가기 위해 마구령을 넘어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마구령은 소백산과 태백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고개로, 소백산의 최고봉인 비로봉(1,439.5m)에서 북동쪽으로 약 17㎞ 떨어진 곳에 있다. 마구령에서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 주 능선은 갈곶산(960m)으로 이어진다. 마구령의 해발고도는 약 820m로, 북쪽으로는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의 좁은 협곡이 나타나고 남쪽으로는 부석면 임곡리 일대의 넓은 침식분지가 나타난다. 이와 같은 지형의 분포는 기반암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마구령을 포함한 북쪽은 침식에 상대적으로 강한 시대 미상의 페그마타이트질 미그마타이트로 구성됐지만, 남쪽의 침식분지는 침식과 풍화에 상대적으로 약한 시대 미상의 흑운모 화강암과 제4기 충적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구령 옛길을 따라 국가지원지방도 제28호선과 지방도 제935호선이 지나가지만, 대형차량은 통행할 수 없다. 길이 험하므로 잘 이용되지 않았으나 최근 백두대간을 찾는 등산객들이 증가하면서 마구령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지난 5월 8일 가고자 했던 백두대간 연결인 늦은목이~고치령 산행이 산악회 버스의 표기 오류로 무산된 이후 다른 팀이 진행하는 계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8월 11일 목요일 백두대간 종주 53기가 그 구간 산행을 계획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평일이라 쉽게 할 수 있는 산행은 아니나, 오래전에 잡힌 8월 16일 문암산행이 화요일인 걸 고려하면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토·일 산행보다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평일 산행임에도 신청이 꽉 차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자라고 하지만, 대개 산행일 두 달 전 산행 계획이 공지되면, 당장 내일 일도 모르나, 미리 신청하는 등산객이 많아, 막상 산행 일이 가까워지면 생각보다 취소자도 많아진다. 해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원하는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대기자가 많으면, 28인승 버스에서 40인승 버스로 교체하기도 하고.
역시 예상대로 산행 일 2주 전부터 취소자가 나오기 시작, 쉽게 자리 하나를 차지해, 취소자가 많아 성원 미달이 되지 않는 이상, 벼르고 별렀던 고치령~늦은목이 산행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와중에 몇 번의 자리 이동을 통해 내가 원하는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도 하고. 해서 8월 7일 함양 창암산행을 다녀온 후 백두대간 연결 산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부지방에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폭우가 내렸다. 그리고 그 비구름은 폭우를 뿌리며 남하해 산행 당일에는 산행 지인 소백산 부근에 물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등산객으로서는 이 비를 뚫고 산행한다는 게 불안해 폭우가 내릴 거로 예상되는 지역의 산행은 취소자가 속출해 대부분 산행계획이 성원 미달로 취소됐다. 당연히 대기자까지 있던 고치령~늦은목이도 산행 하루 전 출발 마지노선인 14명까지 줄었다.
14명까지 줄었으나, 역으로 생각하면, 출발 정원을 채웠다는 거라, 폭우를 뚫고 산행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얘기다. 인제 와서 취소해봐야, 회비 환급이 되지 않아, 빈자리만 하나 늘어나는 거라 의미도 없고. 다만, 이번 산행의 대부분이 소백산 국립공원 내에 속하는데, 국립공원에서 통제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해서 공단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예상대로 전면 통제다. 그런데, 산악회에서는 계속 진행할 의지인지, 버스 기사 배정까지 끝냈다. 비가 내리면 가장 짜증 나는 게 신발 속이 젖는 거라, 우중 산행을 꺼렸는데, 아쿠아슈즈를 얻어 신은 후에 즐기는 중이라 비야 상관없는데, 공단의 통제를 뚫고 산행할 수 있을까?
산악회에서 강행하겠다면 따라가야 하는 게 당연해, 산행 준비를 한다.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설산에서만 사용하는 산악용 지팡이도 가져갈 예정이다. 점심은 간편하게 산행 중에도 먹을 수 있는 김밥으로. 다만, 평일에도 양재역 청과물 가게에서 김밥을 파는지 알 수 없어, 동네에서 준비한다. 그런데 원래 백두대간 종주라는 게 지킬 것 다 지키고는 할 수 없는 거긴 하지만, 호우주의보가 발령됐고, 이에 따라 국립공원공단에서 탐방로 폐쇄를 공지했음에도, 산행을 강행하는 산악회와 인솔 대장에게 진심 어린 경의를 보낸다. 다른 등산객은 어떤지 몰라도, 애초 법 없이도 사는 무법자야 말할 필요도 없고! 다만, 걱정은 막상 서울에서 출발 후 통제라 못 간다며 딴 곳에서 노닥거리지 않을까 하는 거! 하긴, 모든 책임은 승객에게 있고, 산악회는 단지 차비를 받고 입구까지 데려다 준 거 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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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기상해 누룽지를 끓이는 동안, 폭우 속에 걸으면서 먹을 수 있게, 약식으로 김밥 5개를 쌌다. 김밥이라고 하지만, 평소 반찬으로 먹던 김에 밥과 고추무침을 넣은 거.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는데 비가 내린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목요일 평일이다. 폭우로 강남이 워터파크가 되고, 사망자도 나오는 마당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산에 가겠다고 배낭을 둘러메고 나온 건 누가 봐도 미친놈이다. 해서 산악회에서 알아서 연기해 주기를 바랐는데. 그나마 다행은 아직 코로나가 끝난 게 아니어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는 거. 내가 코로나 덕을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위안은 이 산악회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두 대니, 나같이 정신 나간 사람이 최소 30명 이상이라는 거.
6시 39분경 양재역에 도착해 개표구로 올라가서 보니, 김밥을 파는 청과물 가게가 문을 열었다. 물론 떡과 김밥이 쌓여있는 것도 보이고, 평일에도 최소 5대 이상의 버스가 산으로 출발하고, 주변 빌딩 사무실 사람들도 아침이나, 점심으로 많이 찾는 거 같다. 괜히 김밥을 싸왔다고 후회하며, 김밥 한 줄을 사서 배낭에 넣었다. 어쨌든 평일에도 김밥을 살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게 큰 소득이다. 12번 출구로 나가 우산을 받고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에는 우산을 들고, 배낭을 멘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다. 해서 산악회 사이트로 들어가 양재에서 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확인해 보니, 백두대간행 나 하나고, 화야산행은 두 명이다. 모두 세 명이 여기서 버스를 탄다.
우중 산행을 하기로 결심했으나, 막상 내리는 비를 보자, 통보 없이 포기한 사람을 기다리느라 그랬는지, 버스는 평소보다 조금 늦은 7시 1분에 화야산행이 도착해 출발했고, 백두대간행은 7시 3분에 국립외교원 앞으로 들어왔다.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재빨리 올라타서 내 자리로 가 배낭을 벗고 보니, 레인커버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해서 차마, 비어 있는 옆자리에 두지 못하고, 옆자리 바닥에 두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피곤해 잠을 청했다가 일어나 보니, 휴게소다.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버스에서 내려 마스크를 벗고, 먼저 여기가 어딘지부터 확인했다. 중원고구려비가 있는 충주휴게소다. 일단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보고, 고구려 창기병을 만나기 위해 소공원으로 갔다.
비의 상태를 보니, 카메라를 들고 산행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로 하고, 음성으로 촬영할 수 있는지, 소공원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실험용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찍힌다. 핸드폰 카메라의 음성 촬영기능에 만족하며 버스로 돌아와 폰을 비닐 지퍼백에 넣어,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치했다. 물론 촬영된 사진의 상태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예술 사진이 아니라 기록용 사진인 걸 생각하면 크게 아쉬운 것도 없다. 그리고 들고 가봐야 짐만 되는 카메라는 앞좌석 주머니에 넣고. 버스가 휴게소를 떠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먼저 인솔 대장은 산행 연기나 취소에 관한 결정권이 없고, 전적으로 산악회 운영진이 결정한다고 했다. 즉 본인도, 이번 산행이 연기되기를 원했으나, 백두대간 종주나, 둘레길 등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진 산행을 목적 산행이라 부르고, 한 번에 끝나는 산행을 일반 산행이라 부르는데, 일반 산행이, 버스 좌석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면, 취소 또는 연기하나, 목적 산행은 최악의 상태가 아니면 연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긴, 일정에 맞춰 진행하다가 연기되면, 전체 일정이 꼬일 수 있으니, 쉽게 연기하지 못할 거다. 그리고 성원 채운 수의 참가자들이 날씨 상태를 알고 있으면서도 취소하지 않았는데, 산악회에서 취소하는 것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리고 끝까지 남은 신청자는 15명이나, 오늘 참석한 인원은 여성 3, 남성 9, 총 12명이라고 했다. 물론 인솔 대장 포함. 고로 3명은 회비를 내고 포기했다.
이어서 이번 백두대간 구간인 고치령에서 잦은목이까지는 대간 산행 중 쉬운 코스 중 하나고, 볼 것 또한 없다고 했다. 그리고 12시 이후 폭우가 예상되니, 가능하면 단독으로 다니지 말고, 12명이 뭉쳐서 다니자고 했다. 끝으로 원래 쉬운 코스라 6시간 30분 구간이나, 여름이라 7시간 30분을 책정했으니, 10시 30분경 도착할 예정이라 18시 즉 오후 6시 서울로 출발하는데, 일찍 도착하면 일찍 출발할 거라고 했다. 가게도 없는 동네에서 멍청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일찍 출발한다는 건 반가운 소리다. 인솔 대장의 얘기가 끝나고 다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버스 내가 산행 준비하느라 소란스럽다. 딱히 산행 준비라고 할 게 없는 나는 흐릿한 창밖으로 경치를 감상했는데, 고치령에서 시작한 개울의 물 흐름이 심상치 않다. 산행을 강행해야 하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어쨌든 들머리가 가까워지자, 인솔 대장이 트럭 차비 3,000원씩 걷었다. 한번 왕복에 3만 원이니 인솔 대장을 빼고 3,000원이 남는데, 그 3,000원으로 음료수를 사서 수고한 기사에게 주기로 하고.
또 하나, 과연 트럭이 고치령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10시 30분경 좌석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 트럭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쨌든 올라간다는 얘기다. 해서 조수석에 3명의 여성 대간꾼이 타고, 뒤 짐칸에 대장을 포함한 9명이 탔다. 마지막으로 대장이 타면서 트럭 비용이 3만 원에서 4만 원으로 올랐다며, 본인이 실수한 거니,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올해 2월 22일 고치령에서 어의곡 삼거리까지 달릴 때 분명 3만 원이었으니, 그 사이에 33% 이상 올랐다[산행기]. 고치령에서 시작된 개울, 계곡을 따라 버스는 고치령을 향해 급경사의 도로를 올라갔다. 와중에 위에서 내려오는 승용차와 교행도 하며, 포장도로라 가능한 운행이다. 그렇게 낑낑대며 폭우를 뚫고 달린 트럭은 생각보다 빠른 10시 48분에 고치령에 도착했다. 지난 2월 22일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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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치령, 늦은목이 구간에 까만 소가 인증하는 인증처는 고치령, 마구령, 갈곶산 정상 등 3곳이다. 그런데, 고치령은 트럭을 타고 올라오는 게 대부분이라 인증처로써 별 의미가 없어 조만간 까만 소에서 제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런 폭우 속에도 고치령에는 승용차 3대가 주차해 있었다. 그리고 트럭에서 내린 인증꾼들이 인증 사진을 찍은 후 까만 소 발도장을 찍기 위해 GPS가 잡히는 곳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이미 지난 방문 때 통신 불량에, GPS 수신불량을 경험했기에 새로울 건 없으나, 처음 방문한 인증꾼에게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통신 불량이야 통신 안테나가 가까운 곳에 없다면 당연한데, 통신 불량일 때 GPS 신호를 잡는 데 오래 걸리는 이유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GPS도 통신망을 이용하나?
와중에 태극기를 들고 인증을 남기는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을 감탄의 눈으로 바라본 후 고치령 바로 위에 있는 산령각으로 갔다. 먼저 출발할까도 생각해 봤으나, 안전을 위해 뭉쳐서 다니자는 인솔 대장의 부탁도 있어, 기다렸다. 발도장을 찍기 위해 출발이 미뤄지는 걸 보고, 대장이 다시 여기를 와야 하니, 그때 인증하라고 하며 재촉했음에도 인증꾼들이 기필코 발도장을 찍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방황하는 걸 보고, 안전이고 뭐고, 마구령을 향해 먼저 출발했다. 백두대간답게 등산로는 양호했고, 가끔 급경사도 나오기는 했으나, 짧은 구간이라,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고, 대부분은 완경사라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구간은 없었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한 코스 소개가 정확했다.
버스에서 대장이 볼 게 없는 구간이라 언급했지만, 비구름을 뚫고 하는 산행이라 10m 앞이 보이지 않아, 뭐 기록으로 남길만한 것도 보이지 않아,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가, 11시 53분에 마구령까지 4.5km가 남은 이정표를 통과하고, 12시 41분에 2.0km가 남은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정표 옆에 있는 표지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해발 고도가 1,048m다! 해발 936m의 갈곶산 정상이 가장 높은 봉우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결과적인 얘기나, 별 특징이 없어 이름을 얻지 못한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꽤 있었다. 어쨌든 그 표지목을 지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달마을에 가봐야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니, 어디선가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어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준비해온 김밥을 먹기로 했다. 다만, 다른 대간꾼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하려고 뒤에서 따라오던 모든 등산객을 앞세운 후 배낭에서 양재역에서 산 김밥을 꺼내, 먹으며 전진했다.
김밥을 먹으며 폭우를 뚫고 걸어가는 건 아무래도 평소 걸음보다 늦어, 앞서간 등산객과 꽤 사이가 벌어졌을 거로 생각했는데, 앞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해서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마구령에서 인증을 남기는 소리다. 그 시각이 1시 16분으로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아쿠아슈즈의 물을 빼기 위한 구멍으로 진흙이나, 작은 모래 등이 들어가 걷기에 불편했는데, 폭우가 만든 작은 계곡이 보여 발을 씻었다. 그리고 마구령으로 내려가 보니, 다른 대간꾼은 다 발도장을 찍고 떠났고, 그 태극기 부부만 남아서 수많은 인증을 남기고 있었다. 부부가 사진을 찍는 동안, 마구령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길이 넓었다. 그런데 마냥 기다렸다가는 언제 떠날지 알 수 없어, 그 부부가 서로 위치를 바꾸는 찰나에 마구령 표지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 목표인 갈곶산으로 향했다.
막 계단을 오르면 생각해보니, 내가 그 부부보다 앞서가 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산행 후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버스 안이라,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코스 소개할 때, 산행 후 먼저 여성 3명이 갈아입은 후 남성이 갈아입는 거로 공지했다. 고로 일찍 내려가 봐야 여성이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버스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세 명의 여성 대간꾼은 나보아 앞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태극기 부부가 제일 뒤다. 고로 내가 앞에 가면 안 된다. 해서 다시 걸음을 돌려 마구령으로 내려가 한쪽에 서 있는 안내판을 사진으로 남기고, 앞으로 가야 할 구간의 고도를 나타낸 지도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 지도를 보니 내가 생각했던 해발 1,000m가 넘는 능선과 봉우리가 명확히 보였다. 그 지도로 남은 구간의 어려운 정도를 평가한 결과,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까지 오르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뭐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 부부가 떠났다.
부부의 뒤를 따라 봉우리로 올라가는데, 비가 더 강해져 사진이고 뭐고, 찍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그저 앞만 보고 갔다. 와중에 부부가 서서 김밥을 먹는 동안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추월했다가, 뒤에서 다시 따라오는 걸 보고, 물을 마시기 위해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는 동안 나를 추월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결국 내가 꼴찌에서 가며, 날머리 도착 목표 시간을 마감보다 1시간 30분이 이른 4시 30분으로 잡았다. 물론 여성 대간꾼이 앞에 있다는 전제하에. 그렇게 뒤에서 따라가는데, 또 위의 봉우리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 오늘 산행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장소는 하나밖에 없다. 까만 소 인증처! 남은 인증 장소는 갈곶산 정상이다. 마침 그때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반경 50m 내에 갈곶산 정상이 있다.
3시 4분에 갈곶산 정상에 도착해 보니, 그 부부와 다른 세 명의 등산객이 인증을 찍고 있었는데,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에 명패가 붙어 있었다. 물론 나도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이번 산행 유일의 인증이라, 비닐봉지에 넣어 보호하고 있던 핸드폰을 꺼내 정상에 있던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인증을 남긴 후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부부와 잘 아는 한 팀으로 보이는 대간꾼이 자기들은 많은 인증을 남겨야 하니, 먼저 내려가기로 해서, 먼저 가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정상에서 떠났다. 1km 아래에 있는 늦은목이를 향해 내려가는데, 배가 고프다, 마구령 직전에서 먹었던 김밥이 소화됐다는 얘기다. 해서 아침에 급조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는데, 예상보다 맛이 괜찮았다. 하긴, 평소 내가 먹던 대로 싼 김밥이니! 그 김밥도 다 먹고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저 아래로 흰색의 안내판 비슷한 게 보인다.
늦은목이로, 다 왔다. 백두대간이 남으로는 백화산 사다리재에서 북으로는 청옥산 연칠성령까지 이어지는 순간이다. 고갯마루에 도착해 보니, 그 흰 안내판 같은 건 '소백산 자락길' 소개다. 소백산 자락길 9구간으로 방물길이란다. 방물장수가 넘었던 고개란 얘기?! 궁금해서 구글링해보니, 다음 구간이 보부상길이다. 늦은목이가 그 연결 고리다. 방물과 보부상, 보부상이 방물을 지고 가는 거 아닌가? 또, '외씨버선길'과는 어떻게 다르지? 어쨌든 늦은목이가 소백산 자락길과 외씨버선길의 주요 지점이다. 특히 내게는 외씨버선길 중 상운사에서 김삿갓문학관까지의 13구간인 '마루금길'은 대단히 중요하다. 모든 산행에서 최우선인 천고지 중 하나인 어래산이 그 길목에 있다. 사실 천고지 어래산에 오르기 위해 온갖 잔머리를 굴려봤으나, 이거다 하는 게 없어, 안내 산악회에 산행 계획 요청까지 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과거 백두대간 산행을 복기하다가, 늦은목이 사진 중 외씨버선길 안내문에서 어래산을 발견하고 놀랐던 일이 있었다.
안내 산악회에서 ‘외씨버선길’로 검색해봤고, 그 결과 ‘외씨버선길’ 중 ‘마루금길’ 산행이 있을 거라는 걸 계획 발표 전에 예측해 캘린더에 기록했다. 역시 예상대로 7월 12일, 9월 3일 토요일에 마루금길 산행을 한다는 공지가 발표되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어쨌든 이것저것 기록용 사진을 남기는 동안 태극기 부부와 그 동료가 내려왔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태극기를 가지고 온갖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날머리인 생달마을로 바로 출발했다. 그런데 이 길은 초행이 아니라, 돌고래 조, 흥수와 2021년 2월 20일 지기재에서 출발해 늦은목이까지 달린 산행 때 하산했던 길이다[산행기]. 흥수는 대간, 나는 천고지 산행이 목표로 둘의 목적이 다른 산행이었지만. 그런데, 늦은목이 바로 아래에 있는 샘인 '늦은목이 옹달샘'이 폭우로 급조된 계곡과 만나며, 샘이 먼저인지 계곡이 먼저인지 모르는 지경에 다다른 모습이다. 과거 옹달샘을 보지 않았다면, 샘이 있다는 걸 모를 정도다!
폭우 속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등산로로 계곡과 나란히 가니, 2021년에는 알지 못한 계곡의 우람함을 알 수 있었다. 길이란 게 마냥 직선으로 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계곡을 건너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그렇게 1차로 계곡을 건너며, 찍은 동영상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건, 뒤에서 따라오는 태극기 부부와 그 동료가 빗물이 등산화에 들어가지 않게 온갖 노력을 다했음에도, 하산길에 어쩔 수 없이 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애초 아쿠아슈즈를 신고, 산행을 시작했을 때 인솔 대장을 비롯 다들 미친놈 아닌가 하고 쳐다본 것에 대한 소심하게 보복했다는 즐거움의 표시다. 산행 중 인솔 대장이 내 신발을 보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고. 어쨌든 조금만 늦었으면, 계곡을 건너다 불상사가 생겼거나, 건널 엄두를 못 내 구조를 요청했을 상황이다.
아주 당연히 얘기지만, 하류로 갈수록 수량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조금만 늦었으면, 감히 건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행히,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징검다리가 아니라, 재료가 뭐든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고, 아직 계곡이 그 다리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어서 걱정 없이 계곡을 건넜다. 그 다리를 건너자, 갑자기 머리 위로 보이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국립공원 CCTV와 스피커에서 울리는 여성의 아름다운 목소리! 사실상 산행이 끝났다. 여기서부터는 차로 가도 문제가 없으나, 길이 좁아 버스가 올라오지 못해 버스가 대기 중인 저수지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게 아쉬움이다. 싫든 좋든 오전댐이 막은 저수지 상류까지 대략 2.5km를 걸어가야 한다.
뒤에서 따라오는 태극기 부부와 그 동료를 보며 이미 한번 걸었던 길을 따라 저수지 방향으로 내려갔는데, 목표 시각인 4시 30분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태극기 부부를 앞장세워야 한다. 해서 일부러, '사천왕 참배'라는 이정표를 보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갔다. 물론, 사천왕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한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사천왕은 어디에도 없고, 돈을 구걸하는 작은 문명의 이기만 보였다. 그 뒤에 있는 바위가 사천왕인가? 어쨌든 사천왕에 실망해 다시 도로로 나오자 예상대로 그들은 저 앞에 있는데, 문제는 펜션 앞 석축 주변에 꾸며 놓은 탑과 꽃에 빠져 인증을 찍고 있다는 거. 어쩔 수 없이 다시 내가 그들을 추월해 가다가, 아큐아슈즈의 결정적인 단점인 작은 모래 등을 씻어내기 위해 침수된 도로의 급조된 폭포에서 지체하는 사이에 다시 나를 추월해 갔다. 그리고 이후 그들을 추월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들은 앞만 보고 갔고, 난 급조된 온갖 폭포에서 발을 씻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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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일부러 침수된 도로로 들어가 물살을 헤치며 내려가다 보니, 저 앞으로 몇몇 사람과 빨간 버스의 전면이 보인다. 그때 시각이 4시 22분으로 목표 시각보다 8분 일찍 날머리에 도착했다. 다 3명의 여성 동지가 빠른 덕분이다.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비를 막아주는 시내버스 정류장에 짐을 풀어놓고 정리하는 일행 서너 명과 지난 산행 때 씻었던 수돗가에서 씻고 있는 일 인, 그리고 비가 잦아들자, 버스정류장 옆에 상을 차리는 인솔 대장과 그 일행이 있었다. 당장 씻고 싶으나, 옷을 갈아입지 않은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어, 여성 동지들이 빨리 갈아입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당시와 달라진 게 있는지 주변을 관찰했다. 슬쩍 보기에 달라진 건 없다.
조금 기다리자 여성 동무들의 옷 갈아입기가 끝나, 인솔 대장을 비롯한 모든 남성이 버스에 타서 옷을 갈아입었다. 물론, 나도. 알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먼저 윗옷을 다 벗고 깨끗이 빤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속옷부터 입고, 아래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나자, 날아갈 거 같은 기분이었다. 젖은 옷은 비닐봉지에 넣어 냄새가 밖으로 새지 않게 철저히 단속한 후 버스에서 내려 수돗가로 가 씻었다. 그런데 씻으러 가는 동안 상을 펼친 인솔 대장이 계속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하산주가 아쉬운 마당에 거절할 이유가 없어 씻고 나서 펼쳐놓은 상으로 갔다가 놀랐다. 생각 이상의 상차림으로 계속해서 술과 안주가 나왔다. 원래 일행은 네 명 정도로 보이고, 나를 포함 다섯 명은 이번에 처음 같이 산행했을 뿐인데, 그 모두가 먹고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욱 마음에 드는 건 술은 권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주량껏 자작하는 시스템이라는 거!
아홉 명이 바닥에 펼친 상을 둘러싸고 하산주를 마시기는 했으나, 총 12명 중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내려왔으니, 모두가 다 내려온 상태로, 3명은 하산주 모임에 합류하지 않고 버스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해서 5시가 됐을 때 내가 인솔 대장에게 아무래도 버스에서 기다리는 등산객의 눈치를 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물론 공지된 서울 출발 시각이 6시니 아직 1시간이나 남았으나, 일찍 오면 일찍 간다고 공표를 한 마당이라 당연한 얘기였다. 이에 대해 대장이 말로는 12명 중 9명이 모여 있으니, 여기가 대세라고는 했으나, 그때부터 상을 정리하고 쓰레기는 따로 모은 후 5시 10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처음 계획 대비 50분이 이른 출발이다. 가장 편한 복장에,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책 보기, 자기를 반복하다가, 금왕 휴게소에서 볼일 보고 들어와 발이 가려워 신발을 벗고 발을 보니, 곳곳이 벌겋다. 마음껏 뮬울 헤집고 다닌 결과 생긴 물집이다.
막상 발 상태를 모르고 돌아다닐 때는 못 느꼈는데, 신발을 벗고 상태를 확인한 후에는 발이 아파 다시 신발을 신지도 못했다. 해서 비상용으로 가져 다니는 양말을 꺼내 신은 후에야 신발을 신을 수 있었다. 당장 다음 산행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아픈 발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서울 근방이다. 애초 정차 장소는 아니나, 요청하는 대간꾼이 있어 먼저 신갈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죽전에서 내려준 후 8시 19분에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이른 도착이라 대단히 기분이 좋았다. 수고한 기사와 대장에게 인수 후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과 버스의 갈아타기 신공을 발휘해 9시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백두대간 산행을 마감했다.
백두대간 종주 팀 계획대로 '좌석리-(접속: 트럭 4.7km)→ 고치령 → 미내치 → 마구령 → 갈곶산 → 늦은목이 -(접속: 3.5km)→ 생달마을'의 19.96km(트랭글, 트럭 구간 제외), 5시간 31분 동안 달렸다. 이동 5시간 31분, 폭우 속이라 휴식 없음!
하산주를 마실 만한 식당이 없는 구간에는 ‘대간53’기를 따라다니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나도 술과 안주를 준비하겠지만. 그런데, 대간53기와 나의 남은 구간의 교집합을 계산해 보니, 댓재에서 백복령이 유일했다.
애초 조망이 좋은 구간이 아니어서 볼 것도 없지만, 비구름을 뚫고 가는 산행이라, 보이는 게 전혀 없었다.
하산이 조금만 늦었으면, 불어난 계곡으로 위험할 뻔한 산행이었다.
이번 산행으로 백두대간 사다리재에서 연칠성령까지 연결했다. 북으로는 연칠성령에서 백복령까지, 남으로는 사다리재에서 성터까지 연결하면 늘재에서 미시령까지 연결된다. 그리고 죽령에서 잦은목이까지 소백산을 남북으로 3구간으로 나눠 진행한 소백산 종주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