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동령길 57 (장미동 32-5번지)
영업시간 매일 10:30-21:00
063-445-2429, 7276
해망로 군산 근대화거리에서 먼저 만난 빈해원의 벽면은 군산시간여행마을 "그날 이곳"으로 채워져 있었다.
군산 근대화 역사풍경이 길거리에서 거부감 없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는
좋게 얘기하면 잘 보존되었기 때문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개발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전에 비해 인구도 엄청나게 줄었다.
어쩌면 근대화 시대의 군산을 관광도시로 컨셉을 잡고 가는 것이 유일한 길 일지도 모른다.
근대화거리를 조성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을 살펴보면 대구, 인천, 논산 강경, 군산, 목포 등인데...
19세기말 청라언덕위 선교사들이 지은 건물들로 근대화거리가 조성된 대구를 제외하면 모두 일제의 식민지 근대화에 근거한다.
아픈 역사지만 그래도 우리의 역사다.
익산에서 군산으로 열차를 이용해 이동된 쌀은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옮겨졌다. 그래서 철도도 놓여지고 군산항도 커졌다.
빈해원은 중국요리집이지만 역사가 함께하는 곳이란 의미에서 군산시간여행마을과 그렇게 서로 맞닿아 있다.
모퉁이를 돌면 군산짬뽕특화거리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첫번째 집이 바로 빈해원(濱海圓)이다.
물가 빈(濱) 바다 해(海) 말 그대로 바다물가에 자리했다는 의미로 군산내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군산세관, 조선은행 등 당시 최고의 상권에 위치해 있던 셈이다.
그냥 보통 중국요리집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라게 된다.
길모퉁이 나성관광여행사만 빼고 전체가 다 빈해원이다.
서울도 아니고 전북 군산에 그것도 그 옛날에 정말 이렇게 큰 중국요리집을 열었다는 것이 말이 돼?
군산 빈해원은 1965년 콘크리트와 벽돌을 사용하여 지은 2층 건물로 2018년에 등록문화재 제723호로 지정되었다.
이 건물은 1~2층이 개방된 내부공간과 각층에 여러 개의 방이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군산 빈해원은 한국전쟁 이후 군산에 정착한 화교 왕조석씨가 창업한 중국음식점으로 1950년대 초 개업한 이후
1965년 현재 건물로 이전하여 운영하고 있다.
음식점에 걸려 있는 장식(옛 중국식 등(燈)과 화려한 채색의 천장),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에서 화교 문화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군산 빈해원은 근대기 군산에 정착한 화교 문화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입구 왼편으로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가게 크기에 비하여 주차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길너편에 군산근대건축관도 있고 근처에 진포해양테마공원과 군산근대미술관, 그리고 군산근대역사박물관도 있어서
주변 관광지 주차공간은 많은 편이고, 앞 사진관 뒷편으로 군산시 짬뽕거리 대형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입구 쪽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다.
우두커니 서서 먹을 것에만 관심있던 막둥이는 오직 메뉴판에만 집중한다.
핸드폰도 검색하면서 결국 민수가 선택한 메뉴는 군산삼선짬뽕과 물짜장 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하여 먼저 역사적인 건물 안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카운터가 있고 그 앞을 지나면 진짜 무협지 객잔같은 중국풍의 홀이 등장한다.
낯선 모습이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각종 TV와 영화에서 촬영장소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쏼라 쏼라~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말이 난무한다. 중국이라는 느낌이 확 와닿는 순간이다.
그냥 영화세트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중국스러운 인테리어에 방점이 찍혀있다.
보통 화교들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중화사상으로 차이나타운을 형성하며 집단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 군산의 빈해원도 대가족이 생활하기 위한 터전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지금이야 중국과 대만이 구분되어 있지만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에 넘어와 정착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런 정체성이 없다.
원래 남한 북한을 편가르지 않고 일본에 존재했던 재일교포들이 조선인이었던 것처럼
화교들도 그렇게 이땅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굳이 얘기하자면 청나라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중국요리집은 청요리집으로 통했다.
이제 이층으로 올라가 본다.
이국적인 건축양식이 느껴지는 엄청난 높이의 층고가 느껴진다.
마치 창문틀의 모양에서 십자가가 연상되어 중세 카톨릭 성당의 계단에 서있는 느낌마저 들게한다.
2층으로 올라와 바로 오른쪽으로는 커다란 규모의 방이 있는데 아마 단체석으로 사용하는 공간인듯 보였다.
2층은 홀이 없고 모두 개별적인 룸으로 되어있어 주로 단체 예약손님을 받는 곳으로 보인다.
온통 빨간 것들만 보여서 눈이 아플 지경이다.
옛날에 미국에서 중국인 친구가 중국이 생산하는 획기적인 미니 케익이라며 오리온 초코파이를 내게 건넨 적이 있었다.
이놈들은 빨갛고 별있으면 몽땅 지네 건 줄 안다.
대만은 좋은 친구 중국은 나쁜 놈들이란 이분법적인 접근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단호히 반대하지만...
하나의 중국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안쓰럽기까지 한다.
그냥 이대로 이곳에서 중국영화를 찍어도 될 정도로 정말 중국스럽다. 아마 중국인들이 방문하면 정말 좋아할 듯...
이층에도 서빙을 준비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긴하나
주로 음식은 아래층 주방에서 조리해서 위로 옮겨지는 형태로 보인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는지 종이와 볼펜을 나눠준다. 주문하는 방법은 음식을 종이에 써서 제출하면 된다.
너무 구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빈해원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쪽은 다 테이블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밖에 입구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지근한 차와 함께 단무지와 깍두기를 밑반찬으로 내어준다.
이런 오래된 식당의 비결은 한결같은 맛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맛... 보통 그런 맛에 옛날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서울에서 차이니스 레스토랑을 가면 맛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짜장면은 달고 짬뽕은 맵다.
그런데 맛을 고급화하려고 엄청난 양의 감미료 MSG를 때려 붓는다. 음식의 풍미가 살고 감칠 맛이 극대화된다.
재료 본연의 맛은 온데간데 없다.
배달 음식들도 그렇다.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데 먹고 나면 다시 먹고싶다는 생각이 별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사실 재료 본연의 맛이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 그런데 요즘 재료 각각의 맛을 있는그대로 느끼고 싶을 때가 많다.
먼저 물짜장이 나왔다. 춘장은 들어가지 않았다. 두반장과 굴소스로 맛을 냈다.
내가 느끼기에 물짜장은 딱 계란이 빠진 걸쭉한 울면이다.
그런데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요즘 SNS 인스타, 페이스북, 유튜브 등 눈으로도 음식을 먹는다고... 비쥬얼에 신경을 엄청 쓰는데...
빈해원 물짜장은 보기좋은 구색 맞추는 화려한 색깔의 피망이나 실고추 하나 넣지 않았다.
마케팅에 조금 신경쓰는 식당이었다면 분명 다채로운 고명으로라도 위에 얹었을 것이다.
보통 셰프들도 마지막 플레이팅에 많은 고민을 하고 시간을 투자한다.
무심한듯 그냥 내어주는 음식... 이런게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의 필살기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군산삼선짬뽕도 나왔다.
사실 짬뽕도 짜장면과 같이 한국식 중화요리다.
군산 화교들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화교가 일본에 가서 만든 돼지고기 육수 베이스의 짬뽕이 나가사키 짬뽕이다.
요즘 짬뽕은 맵다. 매워도 너무 맵다. 맵기에 등급을 매겨 더 매운거 더더더 매운거를 찾기도 한다.
매운 거는 통증이다. 중독성의 통증인 맵기를 "맛있게 맵다"는 말도 안되는 말로 포장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나같은 맵찔이에게 맵부심이 강한 사람들의 식도락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긴하다.
어쨋든 이제는 빨간 짬뽕이 대세다.
거기에 불맛까지 더해져 짬뽕 맛을 구별하기 참으로 어려워졌다. 전국적으로 짬뽕 맛의 통일이 이루어진 셈이다.
삼선은 육(땅), 해(바다), 공(하늘)의 진미를 말하며, 원래는 송이버섯, 해삼, 꿩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일반 짬뽕보다 좋은 재료를 넣어 만들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군산삼선짬뽕은 바다를 접하고 있으니 신선한 해산물을 듬뿍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그대로였지만...
기대했던 옛날식 하얀짬뽕의 모습은 아니었다.
다양한 해산물을 사용해도 매운 국물로 대동단결할 것 같고 거기에 불맛까지 덮어버리면 역시 어디서나 맛보는 짬뽕이 아닐지...
사실 빈해원을 방문하기로 한 이유는 군산시간여행과 더불어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일거양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입장료까지 겸해서 선택한 방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다.
하얀 군산의 물짜장은 고추가루와 조개가 들어가는 빨간 전주의 물짜장과는 또 다르다.
군산의 하얀 물짜장은 해물이 많이 들어가 햐얀 삼선짜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난다.
그런데 춘장이 없으니 짜장보다는 걸쭉한 울면에 가깝다.
해물을 종류별로 집어서 면과 함께 씹으면 맛의 재미가 느껴진다. 춘장이 빠지니 재료 본연의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그리고 놀라운 것 바로 군산삼선짬뽕이었다.
살짝 국물을 맛 보았는데... 빨간 국물이긴 한데... 옛날식 하얀짬뽕의 맛이 그대로 남아있다.
처음에 매운 짬뽕에 굳이 꽃게를 사용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 그냥 데코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옛날 짬뽕국물의 맛이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꽃게가 들어간 국물은 사실 반칙이다. 그 맛을 어느 것이 이길 수 있나?
빈해원의 삼선짬뽕은 일반 짬뽕에 커다란 새우와 꽃게가 들어가는 것 같다.
일반 짬뽕은 마른 새우로 육수를 만드는 것 같고... 삼선짬뽕은 여기에 커다란 새우와 꽃게를 넣어 국물맛을 풍성하게 바꾸었다.
물짜장에서 후추 맛이 나는데... 후추가 보이지 않아서 신기했는데... 아마도 백후추를 사용하는 모양이다.
물짜장과 군산삼선짬뽕 두 음식 모두 매우 만족스러웠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막내 민수도 흡족해했다.
쫄깃쫄깃한 요즘 찹쌀탕수육 말고 고소하고 바삭한 옛날 밀가루탕수육도 먹어보고 싶고...
진한 춘장 맛이 느껴지는 옛날 짜장면도 먹고 싶고...
다음에는 가족 전체를 데리고 와서 다양하게 맛보고 싶다.
다만 매운 맛과 자극적인 맛에 친숙한 요즘 입맛하고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제주도 사람들이 가족 외식으로 진짜 별로인 춘천닭갈비를 먹고 만족하듯이...
정작 군산 사람들이 빈해원에 올 것 같지는 않다.
SNS 맛집 리뷰에 자주 등장하는 현지인들은 단골멘트는 "여기 사람들은 사실 거기 잘 안가요"다.
제주도 현지인들의 숨은 맛집이라고 찾아가면 보통 서울식의 강한 양념이나 소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입맛에도 긴 세월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낸 빈해원이 고맙다.
누가 뭐래도 난 다음에도 빈해원이다.
밖으로 나오닌 길 건너편에 군산근대건축관이 있다.
이제 배를 든든하게 채웠으니 본격적인 군산 여행을 시작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