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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쩍새(접동새)와 두견이(두견새) ♠
우리 시가(詩歌)에 많이 등장하는 새가 두견이와 소쩍새이다. 흔히 같은 새로 알고 있었는데,
이는 서로 다른 새라는 것이 조류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곧 소쩍새를 두견이로 잘못 알았다는 것이다.
두견이와 소쩍새는 예로부터 상당히 혼동되어 사용되었다. 이 새들이 모두 구슬픈 소리로 운다는 점에서
그렇게 혼동되기도 하였고, 중국 문화의 영향으로 그렇게 혼동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두견이는 중국인들에게 슬픔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새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밤새워 슬피 우는 새는
소쩍새이지 두견이가 아니다. 두견이는 주로 낮에 활동하는 데 반해 소쩍새는 주로 밤에 나와 활동한다.
우리 문학 작품에 두견이를 밤새워 우는 것으로 묘사한 것들은 소쩍새를 잘못 표현한 것이다.
▲소쩍새(접동새) ▲두견이(두견새)
소쩍새는 올빼미과(科)의 여름철새로 일부는 텃새로 살기도 한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夜行性)이므로, 밤에 '소쩍당 소쩍당', '소쩍 소쩍 솟솟쩍' 운다. 진한 잿빛에 누런 갈색 무늬가 있고, 머리에는 갈색 세로무늬가 있는, 그야말로 올빼미와 비슷하게 생긴 새이다.
두견이는 두견이과(科). 5월경 동남아 쪽에서 날아와 9월경에 다시 남하하는 여름철새이다.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晝行性)이며
대체로 낮에 '꼭꼭 꼭꼭', '꾜꾜 꾜꾜' 운다. 몸빛이 푸르스름한 잿빛과 갈색을 띠며, 가슴은 흰 바탕에 검은 가로무늬가 있고, 꽁지는 검은 빛에 흰 무늬가 있다. 생김새는 뻐꾸기와 비슷하나 몸집이 뻐꾸기보다 조금 작다.
▲어미새를 기다리는 아기 소쩍새
소쩍새는 숲이나 농촌과 도시 일원의 나뭇구멍(또는 인공새집)에 둥지를 틀고,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24~25일간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기간은 21일이다. 밤에는 수컷이 새끼와 암컷에게 먹이를 먹이며, 매우 흔하게 번식한다.
두견이는 둥지를 틀지 않고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는다. 주로 휘파람새, 굴뚝새, 산솔새 등의 둥우리에 산란한다.
위탁하는 새(가짜 어미새)는 대개 알이 두견이 알보다 작은 새들이다. 이는 위탁하는 새들이 작은 알을 버리고 큰 알을 키우는
습성이 있는데 바로 이런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얌체 새다. 부화된 두견이 새끼는 가짜 어미새의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잔인한 행동까지 서슴치 않는다. 놀라운 것은 두견이과 새가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다.
♠ 소쩍새(접동새) ♠
[참고] 소쩍새는 '소쩍당 소쩍당', '소쩍 소쩍', '접동 접동'하고 우는데, 주로 밤을 새워 울기에 '밤새'라고도 한다.
우리 나라 중부 이남에서는 '소쩍새'라 하고, 평안도를 중심으로 한 중부 이북에서는 '접동새'로 불린다.
기록으로는 15, 16세기의 『악학궤범』이나 『훈몽자회』, 「관동별곡」에서는 '접동새'로,
18세기의 『청구영언』, 『해동가요』에서는 '소쩍새', '솟적다새'로 표기되어 있다.
1) 소쩍새 설화- 아주 오랜 옛날에 며느리를 몹시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며느리에게 밥을 주지 않으려고 아주 작은 솥을 내주어 밥을 짓게 했다. 결국 며느리는 굶어 죽었다. 그 불쌍한 영혼은 새가 되어 '솥이 적다, 솥이 적다, 소쩍 소쩍'하고 서럽게 운다는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솟적 솟적' 울면 흉년을 의미하며, '솟적다 솟적다' 울면 '솥이 적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풍년을 예고한다고 한다.
2) 접동새 설화- 옛날에 어떤 부인이 아들 아홉과 딸 하나를 낳고 죽자 남편은 재혼을 했다. 계모는 남편과 아들들이 일을 나가면 딸을 몹시 학대했다. 딸이 성장하여 시집갈 때가 되자 오랍동생들은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누이의 혼수를 남부럽지않게 장만해 주었다. 그런데 잠시나마 행복에 젖어 있던 누이는 결혼을 앞두고 그만 죽어버렸다. 오랍동생들이 누이가 저승에서라도 풍족하게 살라고 혼수를 모두 불사르자, 계모는 값비싼 혼수가 불에 타는 것이 아까워 달려들어 꺼내기 시작했다. 화가 난 아들들은 혼수와 함께 계모도 불에 던졌다. 잠시 후, 계모는 까맣게 탄 새(까마귀)가 되어 거칠게 울며 뒷동산으로 날아갔다.
한편, 딸은 죽어 접동새가 되어 밤이면 밤마다 아홉 오랍동생들을 못잊어 이 산 저 산을 옮아가며 '구읍접동'이라 구슬피 울었다. '구읍접동'이란 다름아닌 '아홉 오라버니 접동'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접동새가 밤에만 돌아다니며 구슬피 우는 까닭은, 까마귀가 된 계모가 접동새만 보면 죽이려고 달려 들어 낮에는 숨어 지내야만 했기 때문이라 한다.
♣ 접동새 - 김소월 -
접동 /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 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 蜀帝의 죽은 혼이 - 김묵수: 靑丘永言 -
촉제(蜀帝)의 죽은 혼이 접동새 되야
밤마다 슬피 울어 피눈물로 그치느니
우리 님 그린 눈물은 어느 때에 그칠고
♣ 소쩍새 - 장만영 -
소쩍새들이 운다 / 소쩍 소쩍 솥이 작다고
뒷산에서도 / 앞산에서도 / 소쩍새들이 울고 있다.
소쩍새가 / 저렇게많이 나오는 해는 / 풍년이 든다고
어머니가 나에게 일러주시는 그 사이에도
소쩍 소쩍 솥이 작다고
소쩍새들은 목이 닳도록 울어댄다.
밤이 깊도록 울어댄다.
아아 마을은
소쩍새 투성이다.
♣ 국화 옆에서 -서정주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두견이(두견새) ♠
두견이 설화 - 중국 촉(蜀:지금의 사천성) 나라에 이름이 두우(杜宇)요, 제호(帝號)가 망제(望帝)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자기가 도와 준 사람에게 오히려 왕위를 빼앗기고 다른 나라로 쫓겨나고 말았다. 그 원통함 때문에 죽어서 두견(杜鵑)이라는 새가 되어,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밤마다 불여귀(不如歸)를 부르짖으며 울었다고 한다. 두견이를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로 부르는 것은 이 설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고] 두견이는 중국에서 죽은 망제의 한이 서려있는 새로 세상의 어떤 새보다도 별명이 많다. 이를테면 두견(杜鵑), 두우(杜宇), 두백(杜魄), 두혼(杜魂), 시조(時鳥), 자규(子規), 촉혼(蜀魂), 촉조(蜀鳥), 촉백(蜀魄), 망제(望帝), 망제혼(望帝魂),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 따위만 해도 열셋이나 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중국인들이 만들어 낸 말로서 그들은 전통적으로 슬픔을 나타내는 새로 '두견이'를 사용해 왔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밤에 우는 소쩍새를 슬픔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우리 조상이 두견이와 소쩍새를 혼동하는 바람에, 지금껏 우리 나라 시인들이 '두견이'니 '두견새'니 하면서 노래해온 새는 소쩍새이며, 정작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소쩍새는 제 이름으로 시어(詩語)가 되어 등장한 예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한 시인이 착각을 하는 통에 열 시인이 덩달아 착각을 하게 되었고, 열 시인이 착각을 하는 바람에 백 시인이 묻어서 착각을 했던 것이다.
♣ 梨花에 月白하고 -이조년 :「靑丘永言」 -
梨花에 月白하고 / 銀漢이 三更인제
一枝春心을 자규야 알랴마는
多情도 병인 양 하야
잠못 들어 하노라
♣ 無題 -김시습 -
예맥지방인 우리나라는, 꽃들이 마치 바다와 같이 널리 피었는데
봄에 부는 동풍은 나그네의 옷을 흩날린다.
밤마다 우는 저 두견새의 애원은 그저 돌아가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 不如歸不如歸'하고 간절히 울어대는데, 그 소리 차마 들을 수가 없구나
♣ 聞子規(자규소리 들으며) -김시습 -
천 개의 봉우리 겹겹이 싸이고 만 그루의 나무 깊이 우거졌는데
산 아지랑이 푸르스름한 곳에 저문 해는 넘어가네.
초가집 추녀 아래 홀로 앉았으니 온갖 생각 일어나는데
자규 한 마리 깊은 숲 속에서 울고 있구나.
듣자니 너는 촉나라 왕의 넋이라는데
어찌하여 저 험한 촉나라 길로 돌아가지 않느냐.
사람들은 말하기를 날개가 있으면 그 험한 길도 넘어 간다는데
누구를 향하여 저 빈 산속에서 괴롭게 거문고 줄만 퉁기느냐?
♣ 子規樓 -단종 -
두견이 슬피 우는 달 밝은 밤에
시름에 겨워 자규루(子規樓)에 오르니
네 울음 슬퍼서 내 듣기 괴로워라.
네 울음소리 없으면 내 시름도 없을 것을
세상에 원통하고 괴로운 이들에게 말하노니
부디 춘삼월에 자규루에 오르지 마오.
♣ 子規詩 - 단종 -
한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온 뒤로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멘다.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두견새 소리 끊어진 새벽, 멧부리엔 달빛만 희고
피를 뿌린 듯한 봄 골짜기에 지는 꽃만 붉구나.
하늘은 귀머거린가 애달픈 이 하소연 어이 듣지 못하는지
어쩌다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고!
♣ 두견새 -한용운 -
두견새는 실컷 운다
울다가 못다 울면 / 피를 흘려 운다.
이별한 한(恨)이야 너 뿐이랴 마는
울래야 울지도 못하는 나는
두견새 못된 한을 또 다시 어찌하리.
야속한 두견새는
돌아갈 곳도 없는 나를 보고도
' 불여귀 불여귀(不如歸不如歸)'
첫댓글 성미급한 소쩍새가 저녁식사를 하기 전부터 울어댑니다. 멧돼지의 음험한 울음이 끼어듭니다.
오래전에 올렸던 작품인, 밤에 우는 소쩍새와 낮에 우는 두견새 이야기를 찾아내어 사진을 몇 장 교체했습니다.
접동새와 두견새를 확실하게 분간하게 되었습니다.
소쩍새가 솥이 적으니 큰 솥으로 준비하라고 ‘솟적다 솟적다’ 우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선생님 글 덕분에 저는 날로 상식이 늘어 갑니다. 고맙습니다.
우수한 독자님, 감사합니다.
'올해의 작품상'에 가셔서 '마지막 컷'도 읽어주십시요.
네, 제가 우수한 독자임은 맞습니다. 늘 우수한 글을 못 써 걱정입니다.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요즘 새벽에 숲에선 소쩍새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울음이 구슬퍼서 잠이 확 깨고 맙니다.
선생님 덕분에 앞으로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동시에 녀석의 동그란 눈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이곳은 산이 높아 어둠이 일찍 찾아옵니다. 소쩍새 울음소리도 일찌감치 들려오지요.
작년보다 훨씬 구슬프게 들리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산골이라 그런지 해가 지면 많이 추워요. 소쩍새 울음이 한층 더 춥게만들구요.
곧 뻐꾸기와 홀딱벗고새의 정겨운 노래가 들리겠지요?
천만 개, 만만 개에 눈이 서치 라이트처럼 휘번득거리는 요즘 세상에도
서럽고 억울한일이 많은데 그 옛날이야, 가슴에만 묻어둘 일이 얼마나 많았을런지요~
소쩍게 소리도 접동세 소리도 모두가, 한 품은 울음으로만 들려왔을겁니다.
늦게 들어섯지만 감사함과 함께 부지런히 일깨웁니다.
적요한 밤중에 들려오는 소리가, 서리서리 가슴에 품은 한을 풀어주는 양 들려왔나 봅니다.
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즐겁게 읽었읍니다. 고맙습니다.
두견새와 뻐꾸기가 다른 새였군요. 울음소리는 어찌 다른지 궁금합니다.
뻐꾸기는 맑은 음색으로 '뻐꾹~ 뻐꾹~' 노래합니다.
올해 첫 뻐꾸기 소리를 낮에 들었읍니다. 반가왔읍니다.
두견새 소리는 모릅니다. 궁금합니다.
저도 새소리는 몇 개 밖에 모른답니다.
설혹, 두견새가 지척에 있는 앞산에서 운다해도 알아듣지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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