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피곤하다 싶으면 입에서부터 병이 나는 사람들이 많다. 구내염, 혓바늘 등으로 불리는 구강 궤양은 입술에 구멍이 난 듯 염증이 생기거나 볼, 혀 부분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염증으로 생각하고 연고제 하나에 모든 치료를 맡기기에는 위험하다. 최근에는 구강 궤양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환자 중 일부가 베체트병이라는 자가 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궤양성 구내염(구강궤양)이란
궤양성 구내염(구강 궤양)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치거나 허약한 사람들과 월경 전의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종종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부주의한 칫솔질이 구강 궤양을 유발하기도 한다. 때때로 재발하는 구강 궤양은 빈혈, 비타민 B2 혹은 엽산의 결핍, 크론병, 소아 지방변증, 자가 면역 질환인 베체트 증후군, 단순포진 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치료해도 낫지 않고 궤양이 점점 확대되면 구강암일 가능성도 있다.
구강 궤양이 생긴 환자는 식사할 때 구강 내 통증, 열이 나는 느낌, 구취, 침의 증가, 미각 감퇴를 느낀다.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는 구강의 점막 부분이 발갛게 부어오르면서 궤양이 생기거나 혀가 백태(하얀 막)로 덮이며 입술 가장자리의 피부가 벗겨진다.
구강 궤양은 보통 치료하지 않아도 낫는다. 가능한 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소금물로 입 안을 헹궈내는 것이 좋다. 하지만 3주 안에 낫지 않을 때는 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강 궤양이 생겼을 때는 원인이 되는 모든 자극을 제거하고 구강을 깨끗이 해야 한다. 구강 청정제나 식염수로 입 안을 헹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증이 심할 때는 마취액을 구강에 뿌리기도 하고 진통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자외선을 조사하기도 하고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항생제를 쓰기도 한다. 그 외에 결핵, 매독 등이 원인인 경우에는 이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한다.
일반적인 구강 궤양은 스트레스나 비타민 부족 등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비타민을 포함한 영양소를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등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구강궤양 설마 했다가는 베체트병
올해 처음 교단에 선 새내기 교사 신 모 씨는 1학기 내내 구내염과 혓바늘에 시달렸다. 비타민C도 열심히 먹어보고 잠도 충분히 자고 했지만 낫는 듯 다시 심해지는 구내염에 결국 병원을 찾은 신 교사. 그녀의 낫지 않는 구내염은 단순 구강궤양이 아닌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베체트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치료법도 명확히 없다는 말에 신 교사는 근심이 크다.
베체트병은 1937년 터키 의사 베체트씨가 발견하면서 알려진 병으로, 주로 구강과 외음부에 반복되는 궤양과 염증소견을 나타내는 전신성 염증질환이다. 구강궤양은 베체트병 환자에서 거의 대부분 나타나는 흔한 증상인데, 문제는 이러한 단순 구강 염증질환과 베체트병의 차이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혀에 노랗게 궤양이 생기고 동시에 생식기에도 궤양이 나타나거나, 피부, 포도막 등에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 베체트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단순 입병으로 치부했다가 실명까지
구강 궤양은 베체트병에 걸린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한 개 혹은 여러 개가 생길 수 있는데 처음에는 약간 솟아오른 발적으로 시작해서 점차 궤양으로 발전하게 된다. 구강 점막, 혀, 잇몸 및 입술 등 어느 부위에나 반복적으로 생기고 통증이 심한 편이며 대부분 흉터를 남기지 않고 치유된다. 통증으로 음식 섭취에 지장을 초래해 심한 경우 전신의 쇠약감이 동반될 수 있다.
음부 궤양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그 빈도는 구강 궤양보다 훨씬 적다. 환자의 70% 정도에서 발생하고 주로 구강 궤양이 발생한 후에 생긴다. 구강 궤양보다 크고 깊으며 오래 지속되고 종종 흉터를 남기면서 치유된다. 여자는 외음부에, 남자는 음낭에 흔히 발생한다. 특히 피부 증상으로 여자는 결절성 홍반, 남자는 가성모낭염(모발에 대한 일종의 이물 반응)과 구진농포성(고름을 가지고 있는 발진) 혹은 여드름 모양의 결절이 흔히 나타난다. 피부 증상은 주로 하지 앞쪽에 나타나지만 얼굴, 목, 상지와 둔부에도 생길 수 있다. 수주에 걸쳐 증상이 경과되는데 처음에는 병적인 변화가 나타난 부위에 거무스름한 색소가 침착되었다가 흉터를 남기지 않고 없어진다.
우리나라 베체트병 환자의 경우 외국에 비해 안구가 침범되는 빈도가 낮아 20~30%에서 안구 증상이 나타난다. 병적인 증상은 포도막과 망막에 발생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시력에 장애를 주는 합병증이 생기거나 실명할 수 있다.
현재까지 베체트병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개개인의 증상을 조절해 삶의 질을 높이고, 눈이나 중추신경계, 혈관 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최선이다. 치료 과정에서 약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밖에 특이한 구내염으로는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소아의 수족구병이 대표적이다. 선홍색 반점이나 둥근 수포가 손 발 입속에 생겨서 붙여진 이름, 생후 6개월~5세 아이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전염성이 강하다. 입안이 헐어 아이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할 때는 부분 마취제를 뿌려줘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유동식이나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음식을 차게 해서 먹이는 것이 좋다. 보통 7~10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좋아진다.
입병에는 어떤 음식이 좋을까
꿀은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살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입 안에 물집이 생기거나 헐었을 때 꿀을 바르면 구내염을 치료하는 데 좋다. 또 토마토의 비타민 B2 성분은 피를 맑게 하고 루틴 성분은 혈관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입 안에 염증이 생기거나 헐었을 때 먹으면 좋다. 토마토를 꾸준히 먹으면 구내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타민 B2가 풍부한 음식의 대표 선수급으로는 돼지고기, 고등어, 꽁치 등이 있다.
또한 입 안에 혓바늘이 돋았을 때 가지를 바르면 염증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연근에 함유된 탄닌 성분은 입 안의 세포를 튼튼하게 하고 소염 작용을 해 구내염 치료에 좋다. 우유에 함유된 풍부한 비타민 성분은 입 안의 점막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구내염 치료에 좋다.
이준규 의학칼럼니스트·보건학박사
Q. 구강 궤양이 많을 경우 입 냄새에도 영향을 끼치나? A. 구강 궤양이 발생했을 때 구취가 증가한다. 구강 궤양은 말 그대로 구강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구취를 유발하게 되고 또 구강 궤양을 일으키는 각종 바이러스나 곰팡이 등 역시 구취를 유발한다.
Q. 조금만 피곤하다 싶으면 늘 볼 부분이나 입술 안쪽에 구멍이 뻥뻥 뚫리며 입 안이 헌다. 그때마다 연고제를 바르며 버티는데 구강 궤양은 완치가 어려운가? A.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구강 궤양이 아닌 베체트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베체트병이란 특별한 이유 없이 몸 안의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개는 통증을 동반하는 궤양이 입 안에 반복적으로 생기는데 이것을 우리는 단순한 구강 궤양으로 착각한다. 입 안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성기 부위에 궤양이 생기기도 하며, 피부에 농포, 결절홍반, 여드름과 비슷한 피부염이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베체트병이 아닌 단순히 구강 궤양이 자주 발생하는 사람의 경우 신체가 약해져 궤양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완치의 의미가 없으며 잘 먹고 푹 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이 최선이다.
Q. 키스를 할 경우 구강 궤양도 전염이 되나? A. 구강 궤양은 말 그대로 구강에 생기는 궤양이므로 그 원인이 매우 많다. 비타민 부족이나 빈혈,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구강 궤양(단순히 허는 것)이라면 전염되지 않겠지만 단순포진 감염 등으로 인한 궤양이라면 키스로 감염될 수 있다.
Q. 구내염이 구강암이 될 수도 있나? A. 구내염 자체가 구강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강암 초기 증상을 구내염으로 오인해 구강암이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구강암은 위암이나 폐암 등과 달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부위에 발생하는데도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발견이 늦어 말기에나 병원을 찾게 되고 이로 인해 치료가 더욱 어렵다. 구내염이 2주 이상 지속될 시에는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