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가시
시 /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저 보았네.
그거 가시투성이었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시(詩) 해설, 나태주 시인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편리한 방법은 이
분법, 폐단이 없지 않지만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지 싶다,
좋은 것과 나쁜 것, 너와 나, 밤과 낯, 행복과 불행, 그리고 삶과 죽
음, 그 이분법적 사고 안에서 이 세상 모든 것, 인간의 모든 것들은
무릎을 끓는다.
장미를 꽃으로 보면 꽃이고 가시나무로 보면 또 가시나무다. 이보
다 더 좋은 발견, 명쾌한 결론은 없다. 우리네 인생살이 부터 하루
하루가 가시나무가 아니고 장미꽃이기를 빌어본다.
*나태주 시인약력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1(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50년간 끊임없는 창작 활동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 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국민 시인
시집, 산문집, 동화집, 시화집 등 100여권
공주 문화원장, 소월시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박용래 문학상.
유심 작품상 등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