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의 끝자락이 보이던 12월의 하루,
큰애를 낳은지 두해의 흐른 후였고, 기존의 전세 살던 주택에서 벗어나 16평의 소형 자가아파트에서 생활하게된지
불과 두달도 안된 싯점이었다. 그 시간 나는 아내와 TV를 보고 있었다. 술에 젖어살기가 일쑤였던 내가 그날에는
어떻게 집에서 아내와 티비를 보고 있었는지 나도 의아스럽다만, 어떻든 체질상 싫어하는 드라마를 같이
본 것은 그때만해도 티비가 한대밖에 없어 임신 중인 아내를 위한 배려였는데 그때 드라마에서는 여친의 엄마에게
결혼승락을 받지 못한 남자가 혼자서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테이블에 놓인 안주가 조명을 받아
너무 맛있게 아름답게(?)보이는지라 귀찮아하는 아내를 끌고 한참을 발품을 팔아 드라마의 장면처럼 가까운
포차를 찾아 앉았다.
(나에겐 티비에서 연기자가 담배를 피면 같이 피고, 또 술을 마시면 냉장고에서 꺼내어 술을 마시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본 안주를 시켰다(그러나 그 당시 나는 사실 안주를 그리 잘먹지 않았었다)
그 당시의 우리는 신혼이었기에 어딜 가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덕담을 많이 듣곤했는데 그날 역시 옆에 앉으신
40,50대 아줌마들의 고마운 덕담을 들어면서 나는 술잔을 입에 털어 넣곤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아내가 배를 감싸 앉았다(그 당시만해도 아내는 술을 못했다). 배가 아프다는거다.
아니, 아내는 폼(?)으로 소주잔을 옆에 두었지만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왜 배가 아플까?
임신 중이라지만 아직 날짜가 남았는데 말이다. 아내는 뭔가 생각하더니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며
나보곤 집에서 자고있는 큰애를 살피고 있어라하며 병원으로 떠났다.
물론 나는 계속 포차에 앉아 소주 2병을 헤치우고(?)집으로 왔고 조금 후 잠이 들었다.
그런 잠시 후라고 생각이 든다.
전화 벨소리가 들렸고, 받은 나의 귀에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여기 병원인데요. 아줌마가 방금 분만실에 들어갔으니 준비한 물건 좀 갖고 빨리 오세요"라는 간호사의 당부였다.
그런데 그날 왜 그랬을까? 자타가 공인하는 '부지런 맨'인 내가 그만 잠이 들줄이야!
그리고 난 뒤 또 전화벨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새벽4시였다.
"뭘하시는 거예요? 분만을 했는데...빨리 준비해 놓으신 옷하고 수건하고 가져오세요"
그러자 나는 알았다면서 전화기를 놓다가 잠결에 생각없이 물었다. "뭘 낳았나요?"
"공주예요,. 너무 이쁜 딸이예요. 호호호" 아니 장모님과 엄마 두분 모두 아내의 배를 보곤 "쌍둥이..아들 쌍둥이 같아"
하셨는데 그냥 아들도 아닌 딸이라니... 실망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 후 다시 또 전화벨이 울렸다. 어! 6시네. 이때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생 중 몇번의 불면증에 시달리곤 했던 내가
그날따라 잠을 그렇게도 잤다니 의아하긴 했지만 사실 고의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바빠진 나는 아들을 들쳐업고 옷가지 등을 챙겨 병원에 달려갔다. 내 아들이 태어난 병원이다.
아내는 가쁜 숨을 물아쉬며 나를 책망했고 간호사들도 "이런 이쁜 딸을 낳았는데 너무 하시는 거 아녜요?"한다.
아~ 그러나 어쩌나? 당시만해도 아들 선호사상이 있었던(지금은 꼭은 아니다라도 변명한다) 나에겐 별루 와닫지않는
소리인 것을... 그래서 수간호사(首看護士)에게 주는 '고마운 표시'도 아들을 낳았을 때보다 적게 건네었고...
(이 글을 읽으시는 여성분들 아마 나를 죽이려 할거야. ㅋ)
그런데 하나 덧붙히면 큰애(아들)를 낳았을 때도, 하필 그 시간 직장의 여직원들이 우리 회사의 싱글들끼리 미팅을 하는데
자기 친구 하나도 참여한다고 총각에 가까운(?) 나도 좀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저버릴 수 없어 따라갔는데
간단한 식사만 하고 온다는 게 그만 나이트클럽까지 가게 되었고, 아내가 그토록 부탁했던 준비물도 춤추러
왔다 갔다 하느라 탁자 밑에 넣어둔 미역도 발길에 엉망이 되었고 아내가 몸 풀러 가있던 처갓집에서는
원하던 아들을 얻었는데도 사위가 않오는터라 장인어른이 경찰서에 실종 신고도 하는 등 말썽을 일으킨 전과도 있었는터라
더 할말이 없게 된것이다 쩝쩝
어쨋든 그러면서 애가 벌써 감기가 들었다고 한다. 내가 옷을 늦게 가져오는통에 그렇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아내에게 또 한번 약점을 잡혔고 요즘은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ㅎ~
그 후 간호사의 우려대로 애는 갓 돌을 지낸 후 폐렴증세로 1주일을 병원 신세를 졌고 좀은 위험한 시기도 있었다.
그리고 감기를 자주 했다. (그리고 그후로도 병원 출입을 자주 하는 편이다0
물론 원인은 나에게 있었는데 그 어린애는 혈관을 찾지못해 머리까지 링거를 맞아야했고
바라보는 나는 그제서야 회한의 눈시울을 붉혀야했고, 그때마다 아내는 나를 원망했고...
그렇게 위기를 넘긴 후 애는 잘 자랐고 어느 아파트에 살 때는 반장을 포함한 동네사람들이 몇명 몰려와서 그당시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리틀미스코리아대회에 내보내라며(내가 극력 반대했기에)진을 치기도했을 정도로 별일 없이
자랐다.
나 역시 대개의 사람들처럼 애들은 애답게 커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잖아도 애가 방에서 혼자 있을 땐
거울을 보고연기를 하는 등, 허영(?)으로 표현하는 건 너무 지나치지만 나는 그당시 그런 사고(思考)에 젖어있었기에
그 부분은 수포로 돌아갔고 아줌마들은 딸애에게 "너는 아빠를 잘못만났다"라고 말하곤했다
그애는 내 나름의 가정교육도 잘 받아들인체 결혼도 했고 지금은 8살짜리 아들을 둔 주부가 되어있다.
(또 따른 부분의 내용은 몇 달 전에 결혼 2년에 50번여 차례나 집에 온 내 딸'이란 제목으로 삶방에 올려져있다)
그런데 아내의 이 말이 사실 요즘은 딸애에게서 부담을 가진다
"애가 모르는 것 같아도 지 오빠와 같이 커면서 알게 모르게 차별한 거 다 알고 있다는 거"
여행지에서 아들이 뭘 사달라하면 잘 사주면서 딸이 사달라면 그냥 가... 이런거
평소 아들 선호 사상도 있지만 아들이 나를 닯은것도 하나의 원인인지도...ㅋㅋ
그러고보니 좀 내밀한 일은 나한테는 일언반구도 없이 모녀간에만 이야기 내지는 통화를 하더라 ㅠㅠ
에구 에구 큰일이네 요즘은 딸이 아들보다 더 친정에 잘한다는데 이거 더 늙어서 경제력 없어진 후에
밥이나 한그릇 제대로 얻어 먹겠나?
ㅎㅎㅎ
★사진은 아내와 딸(남매) 그리고 100여일 전에 태어난 외손녀인데 3대가 닮았는지 봐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이 모녀를 두고 붕어빵이라곤 하긴합니다만. ㅎ
첫댓글 아..정말...!!!
그래도 추천 누릅니다.ㅎ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ㅎ
^^
윗글이 저하고 어쩌면 그리 비슷한지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첫째 때 함께 수사반장인가~? 드라마를 보다가 범인이 밝혀지는
바로 그때 와이프가 배가 아프다고 난리 치는 바람에
*쪼금만 기둘려봐라~ 이제 범인을 잡는데,, 쪼금만..쪼금만 기둘리~*
라고 했다가 맞아 뒤지는 줄 알았고... 평생 발목을 잡히고 살았죠.. ㅠㅠ
두째때는 분만실에 들어가서 와이프는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데
나는 분만실 바닥에서 담날 회사에 보고할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가
간호사에게 뒤지게 욕얻어 먹은 경험이 있었죠.
간호사) 지금 뭐하는 거에요~? 어서 아내 손잡고 응원을 해줘요..~
분만실에서 회사 일하는 사람 첨 봤네.... !!!!!
쩝~~!!! 그때 그시절이 글을 읽어보고 생각이 나네요.... 켕
저만큼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병실에 아예
들어가지를 않았습니다
낳고난뒤 병원에도 안간
못난 애비입니다 ㅋ
아직까지 용케도 살아 계십니다 ㅎ
사실 글에서는 이야기 많았지만 술에 취해 아들을
깔고앉아 밤새 장모님과
아내가 뜬눈으로 밤을 세웠습니다 쩝쩝 ㅎ
아빠가
많이 잘 못 하셨네요~
그때 못하신거
지금 손주들한테
사랑 많이 쏟으세요 ㅎㅎ^^
그럼요 근데 제가 애들을
참 좋아해요 물고 뜯고 등
너무 스킨쉽이 강한게 단점입니다만 ㅋ
제가 다 화가 나네요
딸인 입장에서.,. 여자인 입장에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자유게시판 미팅 땐 못갈것
같습니다 하하
나는 일찍 도착해 무려 8시간이나 같이 출산했는데...흑 흑.
대단하셨군요 그런 기회가
없었어요 ㅎ
간이 배밖으로 나오신 듯~~ ㅋㅋㅋ
하기사 옛날 낚시터에서 방송으로
" 아무개님, 계시면 병원가보세요. 사모님이 출산했답니다"
배터지게 웃었네요.
사모님 미인이십니다.
제가 철이 없었죠 지금같으면 절대 그러지 않죠 ㅎ 맛저하세요
예전에 어른들이 남편이 첫애 낳는거
못보면 둘째 낳을때도 못보게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아무튼 그때는 아들선호 사상이 강했죠.
저도 두번째 아들 낳는데 좋았으니까요.
저희 친정엄마는 딸이 아들둘씩 낳으니까 사위보고 보약 지어 오라고
큰소리 빵빵ㅋ
아들이든 딸이든 새생명은 귀하죠.ㅎ
그러셨군요 축하드립니다 ㅋ 제가 아들이었고 또
집안이 장손집안이라 자연
아들을 선호했죠 어쨋든
첫애는 분명코 아들을 낳아야 안심이 됩니다 하하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잘해야하는데,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늘 아내에게
실망만 주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ㅎ 감사합니다
좋은시간되세요
성격나름이겠지만
좀 서운하게 했네요..
그래도 잘 지내시는 거라면 더 잘 하시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석촌 고문님 다녀가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인하지 못합니다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죠
저녁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두분 지금 저렇게 글도 쓸 수
있다는게 참 궁금하네요
에고~ 죄송합니다 지난일이라 그럴수 있나봅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나쁜 남편이셨네요
ㅎㅎ
저 원망 잘 달래시려면
평생 잘 하셔야 겠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미안하죠 바빠서 글에 다 표현을 못했지만 술에 취해
아들이 태어난 첫날 깔고 앉아 아내와 장모님 밤새
고생하셨고 등... ㅎ 물론 잘할땐 누구 못지않게 잘했죠 그런데 신중년(?)으로 들어서며
또 에러를 범하고 있습니다
저번 삷방 정모에 살짝
다녀오면서 술에 취해
택시를 대절하여 이곳 마산으로 오지않나 하여튼
사고뭉치임다 ㅠㅠ
ㅁ멋있네요, 上男子 십니다,요즘 사내들이 귀감으로 새겨 들어야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러셨겠지요,10남매를 나혼자 낳았다, 그때는 병원에두 안갔단다,
쫄지말아라, 아들아 애들엄마 도망가면 새장가 보내 줄께~
하하 격려의 말씀 맞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런데 유해준님의 모친
정말 여장부십니다
가정교육은 잘받으셨군요
좋은시간되세요
다큐 사진만 올리시는줄 알았더니
글도 엄청 재미나게 잘쓰시네요.
3대모녀는 이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할머니가 젤 이쁘십니다.^^
하하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낙서의
대가(?)입니다 ㅋ 늦은시간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