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출마 요구와 羊頭狗肉은 같은 뜻이다.
국민의힘과 혁신위가 영남권 중진의원들에게 지역구를 버리고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총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요구는 국민의힘 출마자 모두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고는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를 지켜보자는 무책임하고 바보와 같은 짓이다.
무책임하고 바보와 같은 짓이라고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영남권의 3선 이상의 중진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수도권에 출마하게 되면 당선될까. 당선 가능성은 0%다. 개망신을 당할 것이 뻔한 데 험지라는 수도권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당이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탈당하여 무소속 출마를 선택할 수 있다. 지역 기반을 튼튼히 한 의원이라면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도 있다. 이러한 판단을 한다면 탈당을 할 것이다.
셋째, 중진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국민의힘 후보와 표 나눠 갖기를 한다면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도 있다. 이 경우가 국민의힘으로서는 최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중진의원이 어쩔 수 없이 불출마 선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지역구 후보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무소속 후보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차기 총선에 출마를 생각한다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영남권 재선 이상 의원 중에서 험지 출마를 요구받거나 공천받지 못하는 의원과 공천을 준비하였으나 공천받지 못한 사람 중에 1/2은 무소속 출마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일부는 유승민 이준석의 신당에 입당하여 출마하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에서도 다선 의원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이 감지된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같이 호남권 다선 의원 험지 출마로 방향을 정하면 국민의힘 꼴이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민의힘이 영남권 다선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 요구하여 사실상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극히 잘못된 것이다. 국회는 오랜 경륜이 있는 의원과 초선 의원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다. 경험 없는 초선들끼리 모여서는 좋은 정치를 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은 선당후사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영남권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희생을 앞에 내걸고 공천으로 학살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양두구육이다.
정육점에 양고기 사러 갔다가 개고기만 파는 것을 보면 누가 가만히 있을까. 그 정육점이 다시는 장사하지 못하게 하듯 국민의힘의 장난질을 국민이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