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봄, 남편이 마라톤에 발을 들여놓았다.
“왠 마라톤?” 이라고 생각한 게 당시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남편이 마라톤 사내동호회에 가입한 게 시작이었다. 남편은 그동안 사내 바둑 동호회니, 사내 등산
동호회 같은 모임에 열심히 가입했지만 정작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마라톤 동호회에도 그럴 거
라고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꽤 열심히 모임에 참석하는 듯 했다.
사내 동호회로는 미진했나보다.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매일 아침마다 불광천으로 뛰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과노을이라는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기로” 했단다.
“마라톤 클럽이라는게 있어? 신기하네~!”
진심이었다. 마라톤처럼 재미없는 운동을 단체로 하는 동호회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전부였다. 그
런데 하늘공원이 어딘지 궁금했다. 그 때까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남편이 잘됐다 싶었던지 둘이 같이 한 번 가보자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말 잘 듣는(?)’ 콘셉트로 살
고 있는 지라 쫄래쫄래 뒤를 따라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하늘공원까지 걸어갔다. 난생 처음
가본 하늘공원에서 남편을 따라 뛰다 걷다 하는데 1km가 그렇게 먼 거리인지 새삼 깨달았다. 1km 도
힘든데 10km는 어떻게 뛰는지, 더구나 풀코스를 뛰다니. 조금만 멀어도 무조건 택시를 타고 보는 나
에게는 안맞는 운동 같았다.
“나는 마라톤 안할 거야. 싫어~!!”
그 후 몇 달이 훌쩍 지나갔다. 남편 혼자 일요정모에 참석하면서 나는 영락없는 일요과부가 됐다. 차
츰 그런 시간이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마라톤이 싫으면 밥이나 같이 먹으러 가지, 운동은 하지 말고...”
그럴싸한 제안이었다. 혼자서 밥 차려 먹기도 귀찮은데 외식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하늘과노을 일요정
모 후 뒤풀이에 처음으로 같이 나갔다. 낯가림이 무척 심할 때여서(아무도 안 믿으시겠지만…ㅎ) 조용
히 식탁 귀퉁이에서 밥만 먹고 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2003년 7월 말이었다.
그후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밥이나 먹자고 따라간’ 일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놓을 줄은 당시에는 몰랐다.
“달리기를 통해 몸매가 좋아졌고 체내의 장기가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크리스토프 바우어 <달리
기 10분> ” 됐다. 물론 “알람시계가 아침달리기를 재촉할 때 이불 속에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잠
자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 제프 갤러웨이 <마라톤 칼럼>” 도 많았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 달리면 괴로운
일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영상처럼 떠오르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머릿속이 정리가 되고,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방선희 <달리기 교실>” 있었다.
“마라톤에 빠진 사람일수록 삶이 건강하고 성실하다 오인환 전 삼성전자 감독 <마라톤 교실> ”
는 것도 알게
됐고 “달리기를 통해 제 아무리 나이 든 사람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 조지 쉬언 <달리기와 존재하
기> ”도 체험했다.
또한 달리기를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었고 진영수 교수
<마라톤 인터뷰> ” 달리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나의 삶 역시 내가 쏟는 노력에 정비례한
다는 것 이병윤 <마라톤 힐링 삶을 바꾸다> ”도 배웠다.
달리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지만 “이보다 분명히 앞이 있다고 여김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경험 다카하시 나오코 <바람이 된 날> ”도 새로웠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됨으로써 내가 갖
지 못한 육체적, 지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시기하지 않고 그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티모시 녹스 <달리기 심리학> ”은 더 큰 수확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난 10년간 몸도 마음도 예전보다 모두 훨씬 더 건강해졌다. 사실, 어떤 취미
든 10년을 몰두하면 철학이 되고 종교가 된다고 한다. 달리기 역시 나에게는 종교가 됐다. 누구에게
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지금 바로 달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폴 터갓 <레슨 편지> ” 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7월 클럽 가입 10년을 자축하는 ‘나홀로 이벤트’를 계획했다. 핵심은 혼자서 어
떤 곳을 달리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성공 후에 그럴싸하게 카페에 올리려고 했던
‘자축(自祝) 기사’ 역시 실패함으로써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같은 과제에 재도전하기에는 코앞에 닥친 가을 대회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중앙 대회를 끝낸 후
연내에 다시 한번 나홀로 이벤트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때까진 이벤트 종목은 ‘비밀~’
**하늘과노을과 같이한 10년이라니, 요즘 애들 말로 대~~박 행운!
**파란색 표시는 나름 연재한 <마라톤 한마디>에서 가져온 문구들입니다.
첫댓글 저도 하늘과노을 10년 이랍니다.1년간 독립운동하다가,조 뭐시기라는 인간이끌어다놓고 지는 다시 독립군으로 활동하고 있죠.혹시 한강에서 보시면 잡아 오세요. 앞으로 10년후에는 또 우리들처럼 하늘과노을을 되돌아보겠지요.혹시 정근이가...?
아!
저두 한 십년은 된것 같은데
왜 이모양일까요?
자극삼아 앞으로는 열심히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달려 봐야지
늘 울림을 주시는 글 잘 들렀다 갑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드리고 또한 좋은분들과 함께할수있어 감사 합니다 ^^
집사람의 마라톤10년 회고록을 읽다보니 잔잔한 감동(?)이 일어나 나의 마라톤 10년도 되돌아 보았습니다.
카페에 제가 올린 몇편 안되는 글을 오랬만에 읽어보기도 하구요..
앞으로 10년이 여러번 지나도록 부부가 함께 건강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찐한 감동입니다. 앞으로도 육체든 정신이든 항상 건강한 생각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앞으로 이렇게 다들 100년만 더가자구요.
하늘과노을 화이팅입니다.
마라톤의 관한 서적들 명언들은 큰힘이 되게 하는군요.
이 글을 읽을 면서 가슴 뭉쿨해지는 것은 왠지 모르지만 기분을 엄청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을 느낌이다.....
진정 마라톤을 사랑하지만 선배님처럼 많을 책들을 섭렵하지는 못하였지만, 올해 가기전에 꼭 한 두권을 읽어볼 생각이 듭니다.....존경합니다....꾸^0^벅
항상 생각하는 것인데 마라톤을하는 이 삶이 내 삶에서 많은 행복감을 주는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마라톤이여 고맙다.... 니가 좋다....런너스하이을 느낀다......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선배님 행복한 남자 꾸~벅!!!!!
이벤트 종목이 뭘까 궁금^^, 10주년 축하드리고 항상 좋은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