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오신다.
산골짜기 실개천 얼음장에
벌써 버들강아지가 눈을 떴네.
봄은 저만치에서 오고 있다.
입춘(立春)이란?
24절기의 시작으로 태양이 횡경(橫經)
315°에 위치하는 이때부터 봄이 시작된다.
'立春'의 立은 서다, 오다가 아니라
'곧'의 의미로 '봄이 곧 온다'는 뜻이다.
이때 입춘방을 붙이고 봄맞이 준비를 한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立春大吉은
송시열(尤菴) 글로 전해지는데,
임진왜란의 폐허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춘첩(春帖)을 붙이고 백성들을 위로했다.
建陽多慶은,
'햇볕이 따스해지니 좋은 일이 많아진다.'
조선 말 26대 고종의 연호 건양(建陽)과
조선의 문신 허목(許穆)의 글에서 따왔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자연 속에서 대자연의 조화와 순리를
배우며 성장한 게 다행스럽다.
혼란스런 도시에서 순수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게 여간 버겁은 일이 아니다.
시골 나들이
돌담길 양달에 서서 먼 산을 바라본다.
개울가 버드나무 위에 피어 오른 아지랑이,
다가서면 신기루처럼 더 멀리 사라진다.
유년시절,
소쩍새가 우는 밤이면 개울가 버드나무
숲에 도깨비가 나온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져 있었다.
느티나무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은
어둠이 내리면 서둘러 귀가하고,
밤엔 뒷간에 혼자 가기가 무서워
겨릅대에 불을 붙이고 누나를 깨웠다.
도깨비불은 무섭지만 신기했다.
도깨비 숲에 가면 버드나무 등걸이 있다.
썩은 줄기의 인(燐: 원소 기호 P)이
빛을 낸다는 것을 한참 후에 알게 되었고,
그게 도깨비불이었다.
버들강아지는 '갯버들' 꽃이다.
눈 속에서도 꽃망울을 맺고
봄을 준비한다.
바람에 나부끼는 꽃 모양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와 흡사해
붙힌 이름이란다.
버드나무의 꽃말은 솔찍,
버들강아지는 포근한 사랑이다.
버드나무 柳•楊
'버들'이란 부드럽고 연해서
바람에 하느적거리며
부들부들하다는 의미다.
우리 문학이나 가사에 많이 등장하는
나무는 松, 竹, 梅와 버드나무이다.
전래 민요 중에서 나무 이름으로 만든
재미있는 가사가 있다.
대낮에도 밤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거짓 없다 참나무, 앉자 놀자 정자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바람 솔솔 소나무, 덜덜 떨어 사시나무,
배 나왔다 배나무, 돈 많더라 은행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토사구팽 팽나무 그렇다고 치자 치자나무,
버드나무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친숙한 나무로 은행나무나 잣나무처럼
암수가 다른 자웅이주(雌雄異株)다.
버드나무 속명 살릭스(Salix)는
켈트어로 살(sal) 가깝다, 리스(lis) 물(水)의
합성어로, 물 가까이에서 자라는 나무다.
주로 물가에 심었으며 꺾어 심어도 자라고,
홍수에 패여 떠내려 가다가 머문 곳에서
자리잡고 살아간다.
그래서 예전엔 기생을 화류(花柳)라고 했다.
이른 봄 나무에 물이 오를 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비틀면 빨대처럼
수피가 벗겨진다.
짧게 자르면 높은 음,
길게 잘라서 불면 굵은 저음이 난다.
이것이 버들피리이다.
버드나무과(科)에는
전 세계에 56속(屬), 350여 종(種),
우리나라에는 3속, 40종이 있다.
버드나무속은 잎이 좁고
가지가 늘어지며,
사시나무속은 잎이 넓고 직립성이다.
한자로 버드나무 종류는 버들 류(柳),
사시나무 종류는 버들 양(楊)자를 쓴다.
버드나무(Salix))속 32종:
버드나무•능수버들•수양버들•갯버들•
왕버들•선버들•고리버들•호랑버들...
사시나무(Populus)속 7종:
사시나무•은사시나무•포플라•미류나무•
은백양•황철나무...
새양버들(Chosenia)속 1종: 새양버들.
'새양버들'은 북한에 분포한다.
영명은 Riparian Choseon-Willow
(물가에 사는 조선 버드나무)이다.
버드나무
버드나무는 한국이 원산지로,
영명(英名)은 Korean Willow이다.
왕건과 이성계의 고사(故事)에서
버들잎을 띄워서 물을 떠 준 처녀들은
장화왕후와 신덕왕후가 되었다.
버드나무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실물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버드나무과 40여 종 중에서
진짜 버드나무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버드나무속은 교목(喬木: 키큰나무)과
관목(灌木: 떨기나무)로 나눈다.
교목: 버드나무•능수버들•수양버들...
관목: 갯버들•선버들•고리버들...
수양버들은
중국 장강 하류 수양산(垂楊山) 부근에
많이 분포해 붙인 이름이고,
능수버들은 우리 재래종으로
'능소' 처녀의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두 종류의 구분은
일년생 가지의 색상이다.
그해 자란 가지 색깔이 황록색이면 능수버들,
적갈색이면 수양버들이다.
삼남의 길목 천안 삼거리에서 만난
'능소' 처녀와 과거길의 '박현수' 선비는
버들 막대기를 꽂고 혼인을 약속하며
기약 없이 헤어진다.
그때 하염없는 기다림 속에 싹이
터서 성장한 그 버드나무를
사람들은 능소(능수)버들이라고 불렀다.
천안 삼거리 흥
그 흥타령은 이때 생겨났다고 한다.
사시나무
'포플러'는 사시나무속(屬) 나무의 총칭으로
라틴어로 '민중'을 뜻하며,
미루나무는
'미국버드나무' 미류(美柳)나무의 변음이다.
미루나무와 양버들 잡종이
'이태리포플라'다.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 자연 잡종이
'은사시나무',
인공 잡종은 '현사시나무'이다.
현사시나무는
1970년대 산림녹화 사업에 힘쓰시던
박정희 대통령께서,
육종자 '현신규' 박사의 성을 붙여
명명한 이름이 '현사시나무'다.
사시나무류는 추위에 강하고 생장이 빨라
녹화사업에 많이 이용했으며, 자라면서
나무 껍질이 희게 변해서
'백양(白楊)나무' 라고도 부른다.
사시나무는 잎자루가 가늘고 길어서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며 잘 떨린다.
또 빨아올린 토양수를 방사할 때,
이파리가 미동(微動)으로 떨리기도 한다.
그래서 두려움이나 무서움으로 몸을
떨 때 사시나무 떨듯이란 표현을 쓴다.
'예수님'은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서
골고다(해골)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는데,
그 십자가가 사시나무 종류였다고 전한다.
천연기념물 버드나무
왕버들: 청송 관동 193호,
김제 봉남면 296호,
성주 성밖숲 403호,
광주 충효동 539호.
털왕버들: 청도 각북면 298호.
버드나무는 옛부터 약재로 사용했다.
버드나무에 들어 있는 '살리신'은
진통• 해열과 흥분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진통제가 없던 시절,
히포크라테스는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버드나무 잎을 씹게 했다.
고대 중국은 치통에
버드나무를 이용했고,
가지를 칫솔 대용으로 사용했다.
일본은 버드나무를
젓가락이나 성냥개비 재료로 썼으며,
이쑤시개인 요지(楊枝)는
버드나무 가지라는 뜻이다.
독일 바이엘 제약사는
버드나무 '살리신'의
쓴맛을 제거한 '아스피린'을 개발해서,
해열•진통과 혈전 치료제의
최고 명약으로 각광받고 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양주시는
조선시대에는
수도권 제일의 도시였다.
"개도 포르쉐를 탄다"는 강남 개포동이
예전엔 양주에 비하면
시골 촌동네였겠다.
고려시대, 버드나무가 많아서
양주(楊州) 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관아(官衙)가 있었던 유양리(柳楊里)와
녹양역(綠楊驛) 등
버드나무와 연관된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다.
양주 땅 의정부는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돌아와서
머물던 곳(호원동)으로,
그때 조정의 신하들이 찾아와서
정사를 논의하던 장소를
의정부(議政府)라고 했다.
그후 국정을 총괄하는 행정기관이 됐고
그 의정부가 지금은 인구 45만 명의
의정부시 지명이 되었다.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대한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봄이 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