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나이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내성적인 사람으로 스포츠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자서전 '슈독'에서 스스로 "다른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라며 "신경성 안면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했다.
책에는 자서전에 으레 들어 있을 법한 본인 사진조차 한 장도 들어 있지 않다. 그는 1964년 나이키 전신 블루리본스포츠를 세우고, 2016년 나이키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52년간 이렇다 할 외부 인터뷰 한번 하지 않으며 은둔의 경영자로 지냈다.
반면 그가 몸담은 50여 년 동안 나이키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 스포츠가 있는 곳이라면 지역을 막론하고 등장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형상화한 나이키의 스우시(Swoosh) 로고는 코카콜라, 맥도널드와 비견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지난해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 역시 나이키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 패션 업체 가운데 가장 높게 평가했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거대 스포츠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나이키라고 꽃길만 걷진 않았다.
1975년에는 거래 은행으로부터 버림받아 파산 위기를 맞았으나 일본 무역회사 도움으로 구사일생했다. 이후 1980년 상장에 성공했지만, 더 큰 위기가 1980년대에 잇따라 찾아왔다. 당시 최대 경쟁사였던 리복의 프리스타일 에어로빅화에 맞서 내구성을 강조한 새 대항마를 내세웠으나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투박한 디자인을 외면했다. 이어 생활 속에서 구두 대신 캐주얼한 운동화를 신는 소비자를 겨냥해 기능성 캐주얼화를 출시했지만,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상장으로 큰돈을 끌어모아 이전보다 야심 찬 투자를 한 만큼 실패 규모도 컸다. 1985년에는 2분기 연속 적자가 발생했고, 1987년에는 임직원 280명을 해고했다.
♧ 광범위한 기업·유명인과 협업
실패와 동시에 나이키는 '엘리트 선수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다른 기업이 가진 새로운 기술을 더한다'는 새 성공 방정식을 세웠다. 나이키를 대표하는 두 제품 '에어 조던'과 '에어 맥스'가 이렇게 태어났다. 에어 조던은 경영학계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스타 마케팅 케이스로 회자된다. 출시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신제품 발매와 동시에 매진을 기록하는 나이키의 간판 상품이다. 에어 맥스는 1987년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이 고안한 충격 방지 기술을 사들여 만든 이종(異種) 기업 간 협업의 대표작이다. 2000년대 들어 나이키는 더 광범위한 협업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2006년 애플과 나이키는 공동으로 나이키 플러스(Nike+)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었다. 운동화에 센서를 장착해 운동량을 측정하고 아이폰, 아이팟과 연동해 얼마나 운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피트니스 앱의 기준이 됐다.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전자 제품·의료 기기 제조 회사 플렉스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제조 공정 자동화와 개인 맞춤형 생산을 위해 선택한 것이다.
아마존, 드림웍스와는 디지털 사업 부문에서 협력에 나섰다. 나이키는 2020년까지 온라인 판매 등 디지털 부문 수익을 7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마크 파커 나이키 최고경영자는 "협력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 품질을 높여 소비자에게 나이키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 나이키(Nike)
° 설립 : 1964년
° 본사 : 포틀랜드 비버튼
° 설립자 : 필 나이트
° 직원 : 7만3100명
° 주요 사업 : 스포츠 신발·의류, 운동용품 제조 ° 매출액 : 41조4000억원
° 영업이익 : 5조480억원
※ 매출·영업이익 2018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