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상화동산 수성못 시인의 거리!
마지막 잎새 한 장 남아 파르르 떨고 있는 느티나무에 나뭇잎 대신 울긋불긋 단풍 든 시들이 주렁주렁 열려 산책 나온 시민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수성못가에 오리들이 꽥꽥 시를 읊고 있었다.
문득 고라니 울음소리 날카롭다/세상 텅 비고 적요해서/순한 짐승마저 대책 없이 외로웠다//마흔둘에 객지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나이를 지나온 세월만 참, 아득히 먼 길//하늘은 그새 먹염(墨染) 다포처럼 낮게 깔렸는데/나는 너무 멀리 왔구나
_엄원태 시인의 시 '폭설' 전문
'치유의 공간 마음을 잇다'라는 부제가 붙은 시인보호구역에서 기획한 '수성못 페스티벌 2020 시화전' 풍경이다.
지난 11일(수)부터 어제, 29일(일)까지 진행된 이번 시화전에는 문인수, 이동순, 이하석 등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대구의 원로시인들을 비롯한 대구경북 작가회의, 대구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현대 불교문인협회, 시인보호구역, 대구생활문인협회 회원 및 시민 등 46명이 제출한 시를 15점의 캘리그라피 작품 그리고 31점의 시화로 만들어 열아흐레 동안 상화동산 이상화 시비 주변 수성못 시인의 거리를 장식했다.
나는 요즘 무척 바빠 시화전 기간 중에 내내 가보지 못하다가 마지막 날 저물 무렵에야 수성못 상화동산에 들렸다. 눈발이 곧 날릴 것 같은 날씨인데 푸른 키 큰 소나무 둥치에 10월이 을씨년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사방의 나뭇잎처럼 서 있는 그대/그리워/장다리꽃 너머로 엽서를 띄운다 /종일 문 밖에 서서 기다리는 가을 /답장은 오지 않고 /밤은 깊어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고 /어둠은 적막에 갇혀 말이 없고 /어느 사이에 내가 살던 집도 없어지고 /받는 이의 주소도 깜빡 잊어버리는 때 쯤해서 /다시 엽서를 쓴다 /말하라 말하라 /사방의 나뭇잎처럼 서 있는 그대 /대답하라 _나의 시 '10월' 전문
여전히 대답 없는 사랑, 답장이 올리 없지만 나는 엽서 한 장 써서 느린우체통에 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