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에?! 선배?”
뒤따라 나오던 준경이는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선배에게 인사를 했다.
“선배 무지 열심히시네요.”
아침일찍 집밖을 나서자 언제부터 온건지 연후선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여름날씨 인지라 깔끔한 카라티에 청바지 차람의 선배가 더욱 산뜻해 보였다. 선배에게서 약하게 아메리카노 향기가 풍기는걸 보니 아마 커피도 사온듯 했다. 선배 주위에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으니까 나를 가만히 웃으며 내려다 봤다.
“오랜만이네. 시멍이. 왜 냄새를 맡어?”
“선배~ 아메리카노 냄새나요~ ”
“아무튼 개코네. 차에 있어. 내려가자. 오늘 전공시험이지? ”
“네~ 선배는요?”
“난 교양이랑 전공. 갈수록 더워지네.. 그래도 아직 실내는 서늘해.”
아직 건강이 완전히 낫지 않은 나를 걱정하는 건지 선배가 가벼운 반팔 셔츠 차림의 나를 못마땅 한듯 쳐다봤다. 차에 올라타자 아메리카노 향기가 더욱 짙게 밀려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준경이를 위한 라떼까지... 선배의 배려가 느껴졌다. 시험공부를 하다가 올라온건지 차에 이리저리 전공서적들이 펼쳐져있었다.
“공부하다가 올라오신거예요?”
“아... 형우자식이 내일 시험 요점정리 부탁해서.”
“아무튼 형우오빠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셨다. 씁쓰레한 맛이 혀 끝에 감돌았다. 살짝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살짝 더운 날씨에 따뜻한 차까지 마시니 온몸이 따뜻해져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햇살이 반짝반짝 빛났다.
한껏 눈치를 보더니 준경이는 먼저 쏙 강의실로 들어가 버렸고, 나를 붙잡은 선배 때문에 강의실 앞에 멈춰서서 선배를 보았다. 아직 이른시간이라 한산한 복도에 정적이 감돌았다.
“시험 잘치라고 주는 선물. 이건 준경이꺼. 잘먹고 잘쳐! 점심같이 먹자. ”
선배가 내미는 것을 받았을땐 익숙한 로고가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수제초콜릿점 로고가 박힌 백을 내밀었다. 큰것은 나에게 주고 그것보다 작은것은 준경이 것이라고 건네주었다. 초콜릿을 안먹는 준경이는 마들렌세트인것 같았다. 내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더니 아쉬운듯 나를 강의실 안으로 밀어 넣어주더니 가버렸다.
“그건 뭐냐? 또 수제초콜릿집? 거기 비싼데~ 연후선배 신경 좀 쓰셨는데?!”
멍하니 걸어오는 나를 보더니 미리 잡아둔 자리에 나를 앉혔다.
“이건 너 먹으래...”
“진짜? 헉~ 이것도 되게 비싸잖아. 나 여기 마들렌 완전 좋아하잖아~ 우아~ 고맙다고 전해줘~”
“에? 맞다! 잠깐만!!!”
준경이의 고맙다는 인사에 문득 선배에게 인사를 전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밖으로 달려나갔다. 계단을 마구 뛰어내려가니 건물을 나서는 선배를 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
“헉...헉.. 선배.. 아후...”
선배팔을 꼭 잡고는 차오르는 숨을 겨우 몰아쉬었다. 선배는 갑자기 뛰어온 나를 깜짝 놀란듯이 내려다 보았다.
“괜찮아? 무슨일이야?”
겨우 숨을 몰아쉬고는 선배를 올려다 보았다.
“선배.. 아후.. 고맙워요~ 선배도 시험 잘치시구요~ 점심때 봐요.”
“..............................”
멍하니 나를 보더니 갑자기 선배가 큭큭거리며 웃었다. 갑자기 나를 확 하고 끌어안는 선배 때문에 심장이 멈춘 듯 했다.
“서...선배?”
“아..미치겠다. 고마워. 이렇게 조금씩 마음 다시 열어줄래?”
가만히 선배의 두근두근뛰는 심장소리와 선배의 목소리를 듣자니 얼굴이 나도 모르게 붉어졌다. 그래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던 것 같다.
“그래..착하다. 고마워.”
나를 다시한번 꽉 안아주더니 다시 내 손을 잡고는 강의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얼마나 얼굴이 붉어졌던지 더워서 그런 것이라 스스로 핑계를 대며 진정하려 애썼다.
“더워? 들어가서 시험 잘보고, 점심때 보자.”
“네.. 선배도..화..화이팅!”
선배를 향해 두주먹 불끈쥐고 파이팅을 날려드리고 재빨리 강의실로 들어갔다. 닫히는 문 사이로 선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하며 준경이에게로 다가섰다. 두근대는 심장 때문에 시험에 잘 집중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내 심장은 이렇게 자존심도 없나보다. 다시 선배를 향해 이렇게나 빨리 미친듯이 뛰어대는 걸 보니 말이다.
“얼굴이 왜그렇게 빨개? 뛰어갔다왔어? 아~ 아침되니까 머리가 다시 하애진것 같아.”
잔뜩 징징거리는 준경이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하려 애썼다. 선배의 심장소리와 행복한듯한 선배의 목소리가 자꾸 귓속에 메아리쳤다.
“으아~ 그래도 나름 아는 거 나와서 다행이다. 시험잘 봤어?”
“응? 나야뭐..그냥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어.”
1시간 30분간의 전공시험을 치고 나오니 첫 시험인데도 피로가 마구 밀려왔다. 오후에는 회화시험이 있어서 부담이 덜했다. 학교전체가 학구적인 분위기로 변해 버린듯 했다. 다들 바쁘게 혹은 밴치마다 모여 공부를 하는 모습에 정말 시험기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맛있다. 시험치고 나와서 배고팠는데. 역시! 여기 마들렌이 최고야! 이건 복숭아 맛이다~ 너도 먹어봐. 설마 나혼자 먹으라고 주셨겠니”
둘이서 야외 밴치에 앉아서 회화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에 너무 집중을 하고 나왔다니 살짝 허기가 지는 느낌에 선배가 준 초콜릿과 마들렌을 간식삼아 먹었다.
“응~ 맛있다. 이건 별로 안달아. 이거 먹어. 집중력에 좋다잖아. ”
별 부담이 없는 회화시험이라 무료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순간 저멀리 현지훈으로 보이는 사람이 보였다.
“지훈이다. 교양 시험 치고 나오는 길인가봐.”
내 목소리에 준경이도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지훈이 놈이 확연히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눈도 좋다.”
“눈이 네 개잖아. 안경까지~ 시험잘쳤어?”
“그런건 묻지마라. 뭐야? 마들렌? 이런거 먹으면 밥맛없다니까.”
내 옆에 털썩 앉더니 자기가 말한 것과 다르게 마구 마들렌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어? 야 이거 비싼거야~ 시현이 사랑 수제집에서 사온거라고.”
“맛은 있네~ 언제가서 사왔대? 둘이서 주말 내내 집에 있었던거 아니야?”
초콜릿으로 방향을 돌렸는지 초콜릿을 몇 개 집어 먹더니 너무 단지 손을 놓아버렸다.
“응~ 연후선배의 시험잘치라는 선물.”
연후선배라는 말에 잔뜩 인상을 쓰더니 마들렌으로 가던 손이 되돌아왔다.
“이제 그만. 선배도 노력하잖아.”
내가 지훈이 놈의 머리를 아프지않게 때리면서 장난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됐어.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더니 흥. 두고보겠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새침하게 말하더니 이내 탁자에 엎어져 버렸다. 밤을 샌건지 눈밑이 살짝 검었다.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니 내손을 가만히 잡았다.
“피곤해? 밤샜구나~? 평소에 공부하라니까. 브로콜리먹어야 겠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둘이 사귀는 줄 알거든? 어후~ 6년된 친구사이 주제에. 너무 다정한거 아니야?”
준경이는 우리둘의 다정한 모습이 지겨운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준경이 말대로 처음 지훈이와 나의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사귀는 사이로 오해를 했었고 친구라는 말에 소꿉친구라고들 물었지만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니 다들 이상하게 보긴 했었다. 지금은 워낙 나와 지훈이놈이 자주 싸우기도 하고 서로서로 보살피는 오누이같은 사이라는 걸 알지만 말이다.
“왜? 부럽냐? 니 손도 잡아 줄테니까 와라. 질투하기는”
눈을 감고 있던 지훈이가 다시 일어나 앉아 준경이에게 손을 내밀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말을 듣자마자 셋이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말이다.
오늘 건... 뭔가 재미없네요..
이상하게 끊은듯...
저도 배가 넘 불러서.....
다들 굿 밤 보내시구요 우울하다 생각하면 끊임없이 우울하니... 항상 웃어요!
업쪽을 원하시면 댓글에 'b'를 달아주세요.
첫댓글 b 또또업댓해주세용
*항상감사합니다! 주말은 잘 보내고 있으신가요?
b 걱정마세요 오늘도 넘 재밌었어요 ㅎㅎ
*고마워요..ㅋㅋ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굿밤~
b 오늘도 역시 재미있어요~~~~ㅋㅋㅋㅋㅋ
*고마워요!! ㅋㅋ 굿밤 되세요!
ㅋㅋㅋㅋ읽을때마다 새로운느낌!@! ㅋㅋ엄청재미써요
소설 정말 잘쓰시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