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깨달음 이후 빨랫감』
잭 콘필드 지음 / 한문화
[2006년 03월 21일 화요일]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린 시절 즐겨 읽던 동화책의 끝은 늘 이런식이었다. 온갖 고난과 악당의 훼방을 사랑과 지혜, 정의로 이겨낸 후 주인공들의 삶은 그렇게 무미건조한 문장하나로 끝난다. 그들이 이후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관한 기억은 거의 없다. 단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남는다.
그렇다면 ‘깨달음’ 그 이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런 이들이 드문건 비단 그들의 탓만은 아니다. 수많은 수행담, 혹은 선사들의 이야기가 대부분 깨달음의 순간에서 막을 내려버리니 말이다.
깨달음은 분명 수행의 클라이막스다.
하지만 삶은 그 후에도 계속된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영적 수행담은 깨달음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묻는다면 어떨까? 대각을 한 선사가 처자식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존경받는 구루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생긴다면 어떨까?”
세계적인 위빠사나 수행자이자 불교학자인 잭 콘필드〈사진〉의 저서 『깨달음 이후 빨랫감』은 조금은 발칙해 보이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세속을 초월한 어떤 물리적인 공간으로 차원을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나 가족들과 결별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생계를 위한 생업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수행과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드문 책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위대한 성자로 생각하는 우리 주지 스님인 아잔 차에게 내가, 스승님은 늘 완전히 깨달은 존재처럼 행동하지만은 않는다고 불평했을 때 그는 웃으면서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였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아직도 네 밖에서 붓다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여기엔 없어.’”
깨달음 이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기 위해 저자는 과연 어느 시점이 깨달음의 순간인가를 설명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깨달음은 ‘단지 시작일 뿐, 그것은 여행의 첫 걸음’ 과도 같은 것이므로 ‘깨달음을 자신의 새로운 정체로 알고 붙들고 있어서는 안된다’ 고 강조한다. 삶은 계속 되기에 ‘깨달음’ 그후에도 곧 분주한 일상속으로 돌아와 여러 해를 살아야 한다.
“깨닫기 이전에 우리는 몸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우리는 몸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일본의 다이난 가카기리 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수행의 요점은 삶에서 달아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면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정확히 그리고 온전히.’라고.” - 12장, 이 몸이 곧 부처 중에서.
우리는 삶의 갖가지 장면 속에서, 병이 나거나 건강하거나 기쁘거나 괴롭거나 간에 있는 그대로 인간의 몸 안에서 깨달음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혹자는 절망할지도 모른다. 깨달음 이후에도 삶 그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다니. 더군다나 깨달음의 황홀경은 고사하고 선의 문고리조차 구경 못한 이들에게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그렇게 낙담할 일도 아니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해안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권리는 있으니 말이다. 15,000원.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普賢코멘트
1.참으로 밝은 말씀입니다.
깨달음이 전부인 줄 아는 우리 불교계는,
이러한 말씀을 겸허히 새겨 들어야 하리라 봅니다.
2.우리 부사모 벗님들은 남 수연 기자의 글이
지금까지 이곳에서 지겹도록(?) 들어온 말씀이지요?
첫댓글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아직도 <네 밖에서 붓다>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여기엔 없어...
- 12장, <이 몸이 곧 부처> 중에서. - 12장, 이 몸이 곧 부처 중에서. 12장, 이 몸이 곧 부처 중에서
깨달음은 ‘단지 <시작-Just starting)>일 뿐...
. 깨달음이 전부인 줄 아는 우리 불교계는??
<깨달음의 진화>???
_()_ 각오 후 보임이군요
완전히 깨달은 존재처럼 행동하지만은 않는다고 불평했을 때 그는 웃으면서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였다. 네_()_^^
깨달은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 몸이 곧 부처
빨랫감 속에서 깨어나기
Emlightment is just Starting <Only Begn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