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음식]
우리나라 '청국장'과 일본의 '낫토'
낫토에는 한 가지 발효균,
볏짚 깔아 만든 청국장엔 다양한 미생물 있어요
청국장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발효 음식 중 하나이지요. 예전부터 가을철이 되면 메주콩을 삶아 된장을 만들 메주를 만들고, 남은 콩 일부는 청국장을 만드는 데 썼답니다. 된장은 다 만들어지기까지 몇 달은 걸리지만, 청국장은 더 빠르게 완성해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었거든요. 항아리에 발효를 돕는 볏짚을 깔고 삶은 메주콩을 부은 다음 온돌방의 가장 따듯한 곳에 이불을 덮어놓고 보관하면 2-3일 만에 쿰쿰한 냄새가 나요. 완성된 청국장을 국자로 푸면 실 같은 것이 죽죽 늘어난답니다. 청국장을 다시마 우려낸 물에 풀고 각종 야채와 돼지고기를 썰어 넣고 양념류를 더해 보글보글 끓이면 맛있는 청국장찌개가 만들어지죠.
일본의 낫토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청국장과 비슷한 음식이에요. 우리가 청국장찌개에 밥을 넣어 먹는다면, 일본인들은 낫토에 참기름·겨자·식초 등을 넣고 비빈 다음 따듯한 밥 위에 올려 김에 싸 먹지요. 이 두 음식은 비슷한 대두콩을 원료로 하면서, 같은 고초균인 바실루스균 형제들(한국 청국장은 바실루스 섭틸리스·일본 낫토는 바실루스 낫토로 만듦)로 만들어요. 그런데 왜 냄새가 다른 걸까요?
▲ 우리나라 청국장(왼쪽)과 일본 낫토(오른쪽)는 비슷한 재료로 다른 맛과 향을 내요. 대두콩에 바실루스균만 이용하는 낫토와는 달리, 청국장은 볏짚 속 다양한 미생물을 통해 깊고 다양한 맛을 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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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을 만들 때 항아리 속에 까는 볏짚에는 바실루스균뿐 아니라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 있다고 해요. 이 미생물들은 콩의 단백질을 다양한 방법으로 발효시키기 때문에 청국장만의 독특한 냄새가 나게 해요. 일본의 낫토는 삶은 대두콩에 바실루스 단일 균만을 첨가하여 발효시키기 때문에 청국장에 비해 맛과 향이 매우 단순한 편이랍니다. 그래서 한식의 청국장이 가진 독특하고 다양한 맛은 개성적인 매력이 있지요.
청국장과 낫토에는 실처럼 늘어지는 점액 물질이 생겨요. 이 실은 프로락틴과 글루탐산이 합쳐진 물질인데, 발효가 잘되면 이렇게 끈적이는 성질이 생기는 거예요.
낫토 외에 청국장과 유사한 음식으로는 인도네시아의 템페가 있답니다. 템페는 곰팡이로 콩을 분해시키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콩치즈라고 불리지요.
청국장은 중국 한나라(기원전 206-기원후 208년) 시대 메주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 발견되지 않았을까 추측돼요. 콩을 재배하던 사람이 여름철 장기 여행을 위해 삶은 콩을 말의 안장 안쪽에 넣어 두었는데, 먹기 위해 꺼내보니 끈적거리는 청국장의 형태가 되어 있었고, 한번 맛을 보았더니 먹을 만했을 거예요. 말의 체온이 전해지는 안장 안쪽은 고초균이 잘 자라는 40-45도까지 온도가 올라가 자연스럽게 따뜻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청국장은 몸에 왜 좋을까요? 콩 단백질은 원래 소화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청국장에는 콩이 가지고 있는 몸에 유용한 성분이 그대로 있을 뿐만 아니라, 발효 물질인 펩톤·펩타이드·아마이드류·아미노산 등도 들어있어 소화율이 비약적으로 올라간답니다. 또한 청국장에는 변비 치료, 콜레스테롤 제거, 피부 개선 그리고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지요.
한편 청국장 발효에서 생성되는 제니스테인은 유방암 등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어요. 특히 최근 국내 연구에 의하면 국내산 만리콩이 암 예방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해콩과 묵은 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비교했더니, 해콩으로 청국장을 담는 것이 2배 정도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연구도 있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청국장에 뇌졸중과 심장병을 예방하는 혈전 용해 효소 성분이 기존 혈전 치료제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국내 식품학자들은 청국장에서 분리한 혈전 용해제를 '청국카이네이즈'로 이름 짓고 실용화하려고 연구 중이에요. 그런데 청국장에 들어 있는 혈전용해 효소는 끓는 온도에서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찌개를 만들 때엔 야채나 고기를 넣어 먼저 끓인 다음 마지막 순간에 청국장을 넣는 것이 중요해요. 이렇게 청국장을 한 번 정도 끓여 먹으면 혈전 용해 효소가 파괴되지 않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답니다.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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