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바람이 제법 쌀쌀한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제가 사는 제주는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고 그 계절마다 매력이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제주의 가을을 가장 사랑합니다. 그래서 추워지기 전 늦가을까지 여기저기 여행지를 많이 다니고 있는데요. 제가 느낀 가을 여행지 중에서 가을바람과 하늘 그리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소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잘 알려진 유명한 곳은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가 많을 듯하여 많이 알려지지는 않지만, 제주 가을을 더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소개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 여행지, 금능해변

금능해변은 이제는 꽤 알려진 곳이지긴 하지만, 가을 하늘과 맞은편에 보이는 비양도 그리고 바다색이 가을이면 더욱더 짙어져 경관이 훨씬 아름다워지기에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금능해변은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협재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해변으로 공항에서 서쪽 방향으로 자동차 이동 시간 40분쯤 소요된 거리에 위치한 해변입니다.


요즘은 꽤 알려져 여름철 물놀이 여행지로도 많이들 찾고 있는 곳이긴 하지만, 가을에 더욱 빛나는 해변입니다. 청아한 하늘과 짙푸른 바다색 그리고 맞은편에 보이는 비양도 3박자가 가을을 만끽하게 해주는 곳인데요. 금능해변 끝자락에서 협재해변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좁다란 산책길이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놓치고 바다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꼭 이 길을 걸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금능해수욕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능길 119-10


2001년 9월 천연기념물 429호로 지정된 이곳은 선인장 마을이라고도 합니다. 선인장류 가운데 유일한 자생종으로, 이곳에서 선인장이 자라게 된 이유는 선인장 씨앗이 쿠로시오해류[黑潮海流]를 따라 열대지방에서 이곳으로 밀려와 바닷가의 모래땅이나 바위틈에 기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선인장 열매인 백년초의 효능이 점차 알려지면서 백년초를 이용한 다양한 가공품 개발로 부가가치 창출이 늘어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평균 소득 또한 늘어났는데요. 산책로가 길진 않지만, 산책로가 끝나면 되돌아오지 마시고 골목길을 따라 월령리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오순도순 정겨운 마을 느낌도 함께 느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월령선인장군락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월령3길 27-4
세 번째 여행지, 차귀도와 수월봉 지질공원
차귀도로 가는 길 입구 쪽에는 작은 교회가 하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로 알려진 이곳은 여행자들이 잠시 머물러 생각을 정리하고 쉬었다 가기에 좋은 곳입니다.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방명록과 물도 준비가 되어 있는데요. 종교와 상관없이 잠시 들어가 명상하고 휴식하며 남은 여행 여정을 준비하고 충전하기에 참 좋은 공간이라 생각되어 소개해 봅니다.
순례자의 교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일주서로 3960-24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차귀도와 수월봉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두 곳은 공항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가량 소요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차귀도는 면적 0.16㎦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딸린 무인도인데요. 입구에서 배로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섬입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이라면 대부분 알 수 있을 만큼 낚시 체험지로도 유명한 곳인데요. 출입이 금지돼 있다가 2011년 말 고사목을 제거한 다음, 전망대 주변 바닥 및 안전 보호책을 설치하고 내부 도로를 정비하여 30년 만에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차귀도 입구에서 고산 수월봉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오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인 수월봉 화산쇄설층을 볼 수 있는데요. 천연기념물 제513호로 화산재 지층이 아래로 난 탐방로는 제주어로 높은 절벽 아래 바닷가라는 뜻의 '엉앙길'로 불리고 있습니다. 매년 4월경 수월봉 지질 트레일 행사도 열리고 있으니, 관심 있는 여행자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차귀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125
수월봉 지질 트레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3760

이곳은 공항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자동차로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제주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면적의 메밀을 재배하여, 보리와 함께 즐겨 먹었던 곡식인데, 최근 들어 재배면적이 급속히 줄어들어 주변에 메밀꽃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국의 메밀 생산량의 70%가 아직도 제주산 메밀인 만큼 제주 메밀은 유명하답니다. 제주 오라 메밀밭으로 알려진 제주시 오라동 산 76번지 메밀밭은 25만 평 규모의 메밀밭으로 메밀 재배지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넓은 장소이며 제주 시내와 한라산이 훤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가 일품인 곳입니다. 몇 해 전부터 9월에서 10월경까지 메밀꽃 축제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소소한 먹거리와 포토존도 구성되어 있어 가을을 만끽하며 인생 샷도 남길 수 있는 관광지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라 메밀꽃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2동 산 76



새별 오름은 오름 중에서도 워낙 유명한 오름이라 잘 알고 계시겠지만, 사계절 중 가장 예쁠 때가 가을이라고 생각합니다. 갈대 물결 사이로 가을바람을 만끽하고 예쁜 석양까지 감상할 수 있는데요.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기에 그리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기 가을에는 오후 4시 반 경쯤 올라 내려올 때쯤 석양까지 보고 오기를 권합니다. 이곳의 석양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 전문가들의 온갖 장비들을 동원하여 석양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새별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 59-8
가을이 오고 추석의 대보름달도 맞이하기는 했지만, 일상을 바삐 지내다 보면, 가을 하늘 한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겨울을 맞이하게 될 텐데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 시간을 내어 가을 하늘, 바람 그리고 가을 내음 만끽할 수 있는 제주 가을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