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띄우는 편지》
✤[1]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사랑하고 보람차며 즐겁게 사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 신림동 골목에서, 아무 까닭도 없는 남자 3명을 칼로 찌른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피의자 조씨(33세)는 놀랍게도 범행 이유를 “남들도 나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것처럼 보인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인간이면 누구나 바라는 ‘행복(幸福)’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나는 젊은 시절부터 행복하게 살고 싶어,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여러 학자들이 쓴 행복론을 읽었지만 그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다. 이제 인생 80고개를 넘고 보니 어렴풋이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현대에 와서 하바드 대학의 ‘행복연구 보고서’, 그리고 우리와 함께 103세를 사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말하는 행복론을 통해 살펴보자. 먼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누구나 갖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누구는 부나 명예나 권력에서, 누구는 건강과 장수에서, 또, 누구는 학문과 진리탐구를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부나 건강, 권력이나 명예, 학문 등은 행복을 위한 외적인 조건은 될지언정, 그것 자체가 행복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장 행복한 삶이란 진리를 추구하고 사색하며, 문화·예술을 즐기는 관조(觀照)적인 생활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하버드대 성인개발연구소’에서, 75년간 연구를 통해 얻은 ‘행복의 비밀’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곧, "행복하고 보람찬 생활을 위해선 돈이나 명예 같은 가시적인 요소보다, 사랑이나 좋은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지, 공동체(共同體)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 이혼과 같은 심각한 문제없이 서로 배려하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이 행복했다.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 조지 베일런트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김형석 교수는 “어떤 사람이 제일 행복할까요?”라는 물음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화를 내거나 남을 미워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진다. 물질적인 자산보다 정신적인 것이 더 행복하게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을 가져다주고, 자기 인생을 보람차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은 인격이요, 그 인격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행복한 삶은 ‘자기 욕구가 충족되어 충분한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논어(論語)에도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일상생활을 감성적으로 느끼며, 지금의 이 순간을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말이다. 그러기에 러셀은 “즐거움(재미)의 세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행복의 가치가 많아지며, 운명의 지배를 덜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곧, 우리는 각자 어떤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느냐에 따라 행복의 범위도 넓어지는 것이다.
나는 연년생으로 딸 셋을 낳고, 시골 어머니께서 올라와 어린 손녀들을 돌볼 때였다. 당시는 요즘처럼 1회용 기저귀가 없던 때, 어머니는 아이의 똥을 손으로 받아서 공기놀이하듯 어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나는 어머니한테 치매가 온 것이 아닌가 걱정하며 착각했었다. 그런데 훗날 그 딸이 시집을 가서 낳은 첫 손자를 보고, 나는 옛날 어머니가 보여준 손녀사랑의 모습이 떠올라 목이 메었던 일이 있다. 그리고 영화배우 이대근 씨가 병상의 어머니 용변을 받아내며, 냄새가 역겨워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자 어머니가 껄껄 웃으며 “나는 네 기저귀가 얼마나 구수하던지, 코에 대고 킁킁 맡았단다.”라고 하신 말이 생각났다.
요즘 “결혼한 아들 집에 김치를 담가가도, 경비실에 맡겨두고 그냥 오는 시어머니가 현명하다”는 말이 나돈다. 그런데 한 시어머니는 아들 집에 갔더니, 며느리가 아파트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시어머니 집과 같은 것으로 해 놓았더란다. 그 시어머니는 자기가 언제 가더라도 문을 열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그렇게 마음 든든하고 행복하였다고 자랑했다. 이에 반하여, 지난달 안타깝게도 초등학교 여교사가 스물셋 나이로 자살하게 만든 것은, 진상 갑질을 하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었다고 한다.
내 아이만 칭찬 스티커를 못 받았다며, 자식의 담임 선생님을‘아동학대’로 고발한 학부모나, 그 법을 만든 좌파 교육감들은 지금도 제 딴에는 떵떵거리고 살고 있지만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사랑하고 보람차며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지, 공동체와 친밀하고 서로 배려하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모두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남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자!
*'신림동 흉기 난동' 30대 "계획범죄"/YTN/https://youtu.be/ubSiPOJZT34
*75년 연구 끝에 발견한 행복의 조건, 관계/https://youtu.be/M9aGBM7TUFI
*어떻게 하면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 수 있을까요?/법륜스님/https://youtu.be/_KhWt9iGfII
*'잘하자' 와 '즐기자' 의 차이/김창욱/https://www.facebook.com/maumbuza/videos/1821503131222305/
*놀 줄 아는 며느리 의 '베사메 무초/에일리/https://youtu.be/L0ts_P7tLyI?list=RDgS7YqS6-PSo&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