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칼럼] 가진 자들이 죄인?
기자명 이한구 객원논설위원·수원대 교수(경제금융학) 입력 2017.09.01 08:30 수정 2017.09.01 08: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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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이 움츠려 들고 있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과 함께 치킨과 피자, 제빵, 패스트푸드, 커피 등 5대 프랜차이즈 업종 상위 10개사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해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해 오는 10월 말까지 자정안을 요구한 상태다. 검찰은 회삿돈 150억 원을 횡령·배임하고, 가맹점을 탈퇴한 매장 주변에 보복 출점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미스터피자 전 회장을 구속했으며 경찰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상대로 한 임대, 유통업체와 고용주들의 금품수수 강요, 이권개입 등 불법행위를 특별단속하고 있다. 공정위와 수사기관이 일제히 프랜차이즈업계를 조준하면서 갑(甲)들는 바짝 움츠렸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취임과 함께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지난 8월 2일을 기해 투기과열지구를 6년 만에 부활하고 서울전역과 과천,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묶었으며 다주택자에겐 양도소득 중과세를 부가하기로 했다. 불퇴전의 각오를 피력해 전문가들은 2005년 8.31대책 이후 가장 강력하다는 반응이다.
세기적인 재판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도 주목된다. 지난 25일에 선고한 재판에서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로 재벌들의 전근대적인 세습과 정경유착 적폐가 청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에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 하락이 가장 걱정된다. 투자와 신규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면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치솟는 인기는 점입가경이다. 취임 100일을 전후로 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80% 안팎에 이르며 집권 여당인 민주당 역시 50% 내외를 기록하면서 대선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직접민주주의를 더 선호한다고 밝히면서 지난 촛불시위에서 확인된 밑바닥 민심에 부합하는 정치를 공언했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 포퍼(K.R. Popper)는 역사를 닫힌사회와 열린사회와의 갈등과 반복으로 정의하며 “열린사회는 익명의 사람들로 이뤄지는 개인주의적이고 추상적인 사회로써 변경할 수 없는 규칙이나 전통적 권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신자유주의 전도사인 하이에크(F. A. Hayek)는 “일반적으로 교육을 받아 지적으로 변할수록 사회주의적인 견해를 가지기 쉽다”도 했다. 가진 자들이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
‘흉년에 재산을 늘리지 말라’는 조상님들의 유언을 간과한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만인에 의한 만인의 사랑’을 강조한 예수조차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설파했을까. 그러나 ‘재산권이 정의’라 주장한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흄(D. Hume)의 “비록 나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위해 하는 행동은 공공의 선에 기여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청부(淸富)란 교과서 속에나 존재하는 법인데 정부의 가진 자 다스리기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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