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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키스 ’
[21]
징계위원회. 오늘 행해진다. 나는 수업을 하지 않고 바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로 향한다. 발걸음이 무겁다. 어떤 징계가 내려질지, 아무것도 모르기에 무섭기까지 하다. 거기다가 아버지까지 모셔오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씀에, 아버지도 함께 오신다. 날 믿어주시는 아버지. 이래저래, 축하하다며 니가 언제 남자를 한번 만나보겠다며 쿨하게 얘기하셨다. 이번 징계위원회 때 무슨 소리를 하실지는.. 판단이 안되는 시점에서, 아버지는 싱글 웃고 계신다. 아버지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긴장이 된다. 학교 간부들과 학부모회 학부모님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다들 내 쪽으로 시선이 돌아간다. 부담스러운 저 눈빛들. 아버지는 앉아야 할 자리에 앉으시고, 나 또한 중앙에 자리 잡아 앉는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긴장이 된다. 문이 열린다.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많이 초췌해진 얼굴. 마음이 욱씬 하고 아파온다. 하아. 도대체 우린 뭘 잘 못을 했을까? 커다랗게 부풀려진 소문, 그리고 사진 몇 장. 이 것이 우릴 이렇게 힘들게 만들꺼라곤.. 누구도 생각 못했다.
회의가 시작하는 듯 하다. 숨막히다. 고요한 분위기. 삭막한 분위기. 이 분위기 속에서 숨 쉬는 내가 정말로 답답해 미칠 것 같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벗어나고 싶다. 아무 말 없이 이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을 때, 교장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우리에게 질문을 쏟아낼 것 같다. 그 분위기가 무섭다. 짜증난다. 이 상황을 다 엎어버리고 싶다.
" 지금부터, 이 두 사람의 징계처벌에 대해 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나온 결정으로 인해 이 둘은 징계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일단, 이 둘의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 저부터 질문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알고 있습니까? 현재, 모텔에 들어간 모습이 찍힌 사진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할 것입니까? "
모텔에 들어간 사진. 도대체 그런 사진.. 어디서 난건지. 합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와 선생님은 그런 곳에 간 적도 근처에 간 적도 없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어버렸다. 선생님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인건지, 동시에 우린 함께 웃었다. 역시, 우린 잘 맞아. 내가 입을 열었다. 그냥 내가 대답하고 싶었다.
" 모텔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전 자세히 모르겠는데요? 또한, 왜 제가 선생님과 그런 곳을 가야하는거죠? "
" 손유안 학생. 질문에 대답하라고 했지, 되려 질문하라고 한 적 없습니다. "
" 모텔, 근처도 가본 적 없습니다. 내가 모텔에 갈 만큼 까지지 않았거든요. "
" 손유안 학생!! "
" 아아. 진정하세요.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저 아인 그런 곳에 갈 만큼 나쁜 아이는 아니거든요. 워낙 솔직한 아이라서, 그런 곳에 갔더라면 얘기했겠죠. 저에게. "
찔린다. 모텔에 가지는 않았으나, 선생님과 내가 사귄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기에 말이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싱글 웃으면서 또박또박 대꾸를 하셨다. 어쩌면.. 우리 아버지가 강자일지도 모른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이건 징계위원회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갑자기 우리 아버지 때문에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다들 아버지의 얘기에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난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는 듯 했다. 허나, 아직 결말이 나오지 않은 상태. 또. 선생님은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눈이 자꾸 문으로 향한다. 사진을 올린 사람을 기다리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그 사람이 누군지 말이다. 그리고 얘기하고 싶다. 왜 이렇게까지 했냐고. 사랑하는 사람의 불행에까지 몰아넣고 싶었는지 말이다.
*
오늘이라고 했다. 징계위원회. 이게 궁금해서 학교에 나온게 아니다. 일주일동안 쉰게 좀 타격이 생겨 나온 것이다. 학교에 나왔을 땐, 이미 소문이 커져서 겉잡을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역시, 소문이라는거 부풀어지는게 당연한거였다. 수업이 시작하는데도 난 수업에 집중 할 수 없었다. 불안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듯이, 난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가봐야 하는건가?
수학선생님이 여러가지 문제를 칠판에 쓰는 소리가 귓가에 들어오지만,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창문밖을 내다보며 손톱을 뜯고 있다. 변명.. 이라는거 소용 없을지 모르지만, 해야하는걸까.. 싶기도 하다. 그냥 그 둘 소문이 꺼진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는가 보다. 한참을 손톱을 물어 뜯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의 행동에 선생님은 무슨 일인가 물어보지만, 난 대꾸도 하지 않고 교실을 빠져나온다.
날 부르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약속. 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과 한 약속. 난 말만 해주면 되는거다. 말만. 그렇게 뛰어 선 곳은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이다. 흥분한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난 문을 살며시 열었다. 그러자, 그 문소리에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마침 얘기를 하려던 교감이 날 보며 묻는다.
" 학생은 뭐지? 지금 수업 시간이 아닌가? "
" ............. 실.. 수 입니다. "
" 뭐? 한번만 더 말하게, 뭐라고 했나? 지금. "
" 실수라고 했습니다. 그 사진, 제가 실수로 올린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그 사진.. 허구에요. 그냥.. 제 실수입니다. 저 둘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크게 부풀어진 소문을 사실로 만들어 버린 것도 죄송합니다. 아마, 모텔에 들어간 사진을 언급했을텐데, 그 사진은 제가.. 만들어낸 허구입니다. 그러니까.. 징계.. 풀어주세요. 죄송합니다. "
숙였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난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그러기를 몇 십 분. 누군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 듯 해서 머리를 살짝 돌려 올려 보니 선생님이 옆에 서 있었고, 날 일으켜 세운다. 선생님은 싱긋 웃으면서 '고마워' 라고 조용히 얘기하신다. 웃는 모습. 처음이다. 날 보며 웃는 모습.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 얼굴이 잔뜩 빨개져 버렸다.
내 얘기에 적잖이 당황한 교장, 교감 선생님, 학부모회 사람들. 그러더니, 한 둘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아무래도 나도 징계를 받을 것 같다. 나가려던 교감선생님이 날 보며 징계 받을 준비나 하라고 한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나도 회의실을 나가려는데, 묵묵히 앉아있던 손유안이 내 쪽으로 다가오며 얘기한다.
" 고맙다. 너 덕분에 한 고비 넘긴 것 같아. 하지만.. 두 번 다시는 이러지마. 정말 선생님을 사랑한다면 곤란한 일에 빠져들게 하지 말라는 얘기야. "
" ...................아하지 않아. "
" 뭐? "
" 이제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생님의 마음 정확히 알았으니까 이런 일 두번 다시 하지 않을꺼야. "
" 큭. 좋아. 아아. 그래도 너 덕분에 좋은 경험했다.... 아얏! "
" 어이 딸내미. 이 애빌 이런식으로 학교에 불려오게 해? "
" 아빠! "
손유안의 아버지와 얘기를 하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내 옆에는 선생님이 서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유안을 보며 싱긋 웃은 뒤 날 보며 내 머리를 헝클어 주셨다. 기분.. 상쾌했다. 고민 따위 할 필요가 없었다. 내 죄를 인정하고 고개 숙이는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바보 같은 짓. 두 번 다시 하지 않을꺼라 다짐한다.
*
" 어디가니? "
" 편의점. "
" 엄마랑 같이 가자. "
" .............. 안 갈래. "
" 왜? 편의점 간다며? "
" 요즘 엄마 답지 않다고 생각 안돼? "
" ................ "
" 하아. 먼저 잘께. "
감시가 심해졌다. 원래 풀어놓고 살던 나를 갑자기 감시 한다는게 꽤 웃기는 일이었지만, 일단은 얌전히 있기로 한다. 길길이 날 뛰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독이 될 뿐. 모자를 벗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털썩 누워버린다. 폰도 이미 빼앗긴 상태라 누나에게 전화도 걸 수 없는 노릇. 정말 미칠 것 같다. 안본지 일주일이 넘어가는데.. 왜 유안의 일이 풀리면 내 일이 이렇게 꼬이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한참을 침대에 누워있다, 벌떡 일어났다. 우리 집 높이. 그렇게 높지 않다. 여기 창문에서 뛰어내리면 충분히 나갈 수 있는 상태. 난 방문 앞에 푯말을 걸어 놓고 문을 잠근다. 내가 자주 하는 짓으로 엄마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사뿐히 뛰어 내렸다. 거실창이 바로 근처에 있어 위험할 뿐이었지만, 다행히 걸리진 않았다. 살며시 걸어 대문을 나와 뛰었다. 발이 까지던지 말던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누나 볼 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뛰어 누나 집 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그러자,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린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누나가 놀란 눈을 하며 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로 시선이 내려가며 더욱 더 커진다. 날 안으로 들어오게 하더니 바로 자리에 주저 앉혀버린다. 그러더니 내 발을 잡고는 내 얼굴 한번 내 발 한번 번갈아 본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는 내 이마에 꿀밤을 준다. 내가 아얏하며 쳐다보자, 어디서 눈을 부릅 뜨냐며 잔소리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쪽으로 가 뭔가 뒤적거리더니, 구급상자와 젖은 수건을 들고 온다. 젖은 수건으로 내 발을 닦아주고 구급상자를 열어 소독을 해준 뒤 약을 발라주었다. 유안이 외에 여자가 상처를 치료 해준 건 처음이다. 엄청 서툴지만 기분이 좋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 왜 웃어? 뭘 잘했다고! "
" 그냥. 누나 진짜 귀엽다. 엄청 서툴러! "
" 너 지금 나 비웃냐? "
" 아니. 내 아는 녀석은 완전 신이거든. 나 치료해주는거. "
" 그거 유안이 얘기? "
" 응! "
" 아차, 어떻게 됐어? 오늘 아닌가? 징계위원회. "
" 그거, 엄청 웃긴데. 선생님 스토커 했던 녀석이 해명해줬어. "
" 그래? 잘 됐다. 고비 넘긴거네. "
" 응..... "
유안인.. 잘된거지. 고비를 넘겼으니까. 근데, 누나. 이번엔 우리가 문제야. 아니, 내가 문제야. 엄마가.. 집착이 심해졌거든. 어떻게 해야될지 정말 모르겠다. 누나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라고 의견을 묻고 싶을 심정이다. 누나가 걱정할까봐 일단 얘기하지 않는다. 나중에... 얘기 해야겠지?
나는 더욱 더 밝게 웃는다. 누나가 눈치채지 않게. 더욱 더. 평소에 보다 더 밝게. 아무것도 모르게. 아직은 내가 해결 보기 전까지는.. 누나가 모르게. 아니, 꼭 그러고 싶다. 누나가 아파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난 이대로 끝내기 싫다. 정말로 누나를 사랑하니까.
1시간 가량을 누나와 대화를 했다. 여태껏 못했던 얘기들을 모두 나눈 듯 하다. 그리고 밀려오는 불안감에, 자리에서 일어나 갈 채비를 했다. 신발을 가져오지 못한 상태라.. 작지만, 누나의 슬리퍼를 빌려 신고는 나왔다. 찬바람이 내 몸을 감싼다. 조용한 발걸음을 하고서.. 방까지 올라가려고 근처에서 눈여겨 봤던 나무상자를 가지고 와 난간에 매달린다. 겨우 올라와 안으로 들어가니, 누군가 내 방에 있는 느낌이다.
살며시 걸어 불을 켜니, 엄마가 침대에 앉아계셨다. '찰싹!' 소리와 함께 내 뺨이 돌아간다. 이번이 두번째다. 한번도 나에게 때린적 없는 엄마. 그런데 이번이 두번째. 난 뺨을 손으로 어루어 만지며 엄마를 쳐다봤다. 그러자, 엄마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체 날 바라보신다. 그리고 소리치신다. 평소에 잘 내지도 않던 큰 소리를 말이다.
" 어디 갔다온거야?!!! "
" 답답해서. "
" 그럼, 엄마랑 같이 나갔다 오면 되잖아!!! "
" .................... 을 것 같아.... "
" 뭐? "
" 숨 막혀 죽을 것 같다고!!! 왜 이러는거야? 도대체 왜?!!! 혹시 내가 누나라도 만날까봐, 자꾸 이러는거야? 왜 만나면 안되는데? 왜 안되는데?!! "
" 민하루!!!!!!!! "
" 나, 도저히 엄마가 왜 이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어. 내 마음은 진심인데, 왜 엄마는 내 마음을 짓밟으려고 해? 이러지마. 제발 이러지말라고... "
" 널 애지중지 키웠는데.. 애비 없이 자란 녀석이라고 욕 듣지 않게 잘 키워왔는데.. 너 이게 뭐야? 이거 엄마 배신하는거야. 난 니가 나이 차 별로 안나는 제대로 된 여자랑 사랑하고 결혼하길 바랬어. 근데.. 그 때 봤던, 그 여자는 너 보다 훨씬 많잖아. 그렇지. 엄마 말이 맞지?! 그래서 싫다는거야. 왜 엄마 마음은 안 헤아려 주는데? 왜. "
" ......... 싫어.... 난 누나 말고는 다른 여자 싫어. 그러니까, 엄마가 내 마음을 헤아려 줘.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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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읽어주신 138분과 댓글을 달아주신 [이쁘닝소설님, 단미나리님, 꼬망이ㅋㅋ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와아. 엄청나게 늦게 올리게 되었네요. ㅠㅠ 한 3,4일으 지난 듯. 요즘 굉장히 바빠요. 놀던 제가 막상 일으 하려니,
이래저래 여유가 없이 시간이 흐르곤 하네요. 한 한 달이 지나봐야, 여유라는 걸 가질 수 있겠죠? 아이고. ㅠ
간간히 써서 저장해둔 것들이 있어도 올리는 시간이 없네요. 집에 오면 밤이고, 눈 뜨면 나가고.. 하하하하하.;;;;
어쨌든, 저는 완결은 꼭 낼 생각입니다! 늦은 연재.. 정말로 죄송하구요. ㅠ 주말에도 일을 하기로 해서 조금 힘들겠지만,
이렇게 밤 늦은 새벽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구요. 다음편 기다려주세요! 제발요. ㅠ
첫댓글 다행이 유안이 일이 잘 끝났네요 ㅋㅋ 근데 하루 어떻게 ㅠ.ㅠ
★ 네. 정말, 후딱 헤치운 듯한 느낌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자식키워봤자다소용없다는말이 진실이네 ㅋㅋㅋ
★ 그러게요. 저도 그런 자식이 될까봐.. 참.. 하하하.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흠흠 다행이다 유안이 일 ㅎㅎㅎ
★ 후딱 헤치운 건 아닌가 싶네요...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유안이는해피엔딩을향해달려가고있는건가요? ㅋㅋ 근데우리하루가문제군 ㅋㅋ 엄마가왠집착이징? ㅋㅋ
★ 전.. 해피엔딩이 좋습니다! .. 아마, 하루엄마는 바쁘더라도 늘 하루만 보고 살았던지라..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시고.. 그래서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원래, 엄마의 외사랑은 아들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