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7)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PGA 메이저대회에서 한국선수는 물론 아시아인이 우승한 것은 양용은이 처음이다.
양용은은 16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파72·7674야드)에서 열린 최종라운드 경기에서 2타를 줄여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우승했다. 우즈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맞은 양용은은 이날 보기 2개를 기록했지만, 이글 1개, 버디 2개를 쳐 전날보다 2타를 줄였다. 전날까지 선두를 지켰던 우즈는 이날 3오버파를 치며 5언더파 283타로 양용은에게 3타차 역전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는 후반부터 양용은과 우즈의 매치플레이 양상으로 전개됐다. 전반이 끝날 때 양용은은 6언더로 우즈와 공동선두에 올라있었던 것. 우즈는 지금까지 메이저대회에서 14승이나 올렸고 특히 3라운드 선두로 나섰을 때 역전패를 당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양용은은 역전불패 우즈를 맞아 조금도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로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승부처는 14번홀(파4)이었다. 양용은과 우즈는 티샷 한 방으로 그린을 노렸다. 양용은의 티샷은 그린 못 미친 벙커 바로 옆에 걸렸고 우즈의 티샷은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양용은이 20여m를 남기고 친 칩샷은 그린 위에 사뿐이 내려앉더니 10여m를 굴러 홀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즈를 무너뜨린 이글이었다.
양용은이 우즈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용은은 지난 2006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SBC 유러피언 투어에서 당시 7연승을 질주하던 우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에 세계랭킹 110위 양용은이 세계 1위 우즈를 꺾은 것은 또 하나의 진기록이 될 전망이다.
양용은은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 동안 우승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하는 것이 주효해서 오늘도 긴장하지 않고 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는 아마도 난리가 났을 것 같은데, 귀국하면 좀 더 실감이 날 것 같다”며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지난 3월 혼다클래식에서 미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생애 두 번째 우승에서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양용은은 우승 상금 135만달러(약 16억7천만원)를 받아 시즌 누적 상금이 335만달러(약41억4천만원)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