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이와 깊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게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들 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간이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기적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 까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에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홀로 물러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마른 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김현승(1913~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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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른나무 등걸에 아름다운 꽃 피우게 하소서
고개들어 파란하늘 바라보는 감성 주소서
함께하는 권면의 향수를 주소서 ♡
숙연해지는 늦가을입니다.....
이 불타는 가을에🤩
벌써 다 타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