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씨는 맑았고 숲은 푸르렀다.
감사한 날이었다.
'서울대공원'의 울창한 숲을 트레킹하기 위해 고교 동창생 6부부, 총 12명이 모였다.
산불예방 차원에서 그동안 폐쇄됐었던 산 중턱길이 5월 중순에 개방되었다.
그 트레일을 따라 가벼운 심신으로 트레킹을 진행했다.
햇빛이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한 밀림이었다.
경쾌하고 상큼한 시간이었다.
다감하고 살가운 대화들이 줄을 이었다.
약 2시간 30분 정도의 트레킹을 마치고 대공원에서 약 3킬로 정도 떨어진 어느 레스토랑으로 갔다.
'스패인 요리' 전문점이었다.
양식을 유달리 좋아하는 친구 아내의 추천이 있었고 2주 전에 미리 12자리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나는 양식 애호가는 아니다.
특히 '스패니쉬 레스토랑'은 더더욱 낯선 식당이었다.
그러나 맛은 좋았다.
모든 음식들이 무척이나 깔끔하고 신선했다.
'코스요리'가 순차적으로 나왔는데, 테이블에 놓여질 때마다 레스토랑 직원인 젊은 여성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고마웠다.
설명이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양식에 해박한 친구 아내에게 묻기도 했다.
더운 일기에 트레킹을 하고 온 까닭에 모두 시원한 맥주를 찾았다.
'산미구엘' 생맥주를 마셨는데 "와우",
맛이 감동이었다.
'알프스' 트레킹을 마치고 '샤모니'에서 마셨던 그 추억의 맥주와 비슷한 감흥이 전신에 쫙 퍼지며 스며들었다.
빵과 올리브유, 치즈와 하몽, 까르네, 파스타, 감바스, 만체고, 빠에야, 타파스 등이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나왔다.
설명을 들었기에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지 나 혼자 갔더라면 제대로 주문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싶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잘 마시고 약 2시간 후에 일어섰다.
계산을 해보니 93만원이 나왔다.
비용은 꽤 들었지만 색다른 풍미의 세계를 경험했기에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었다.
20여 년을 함께 동고동락했던 12명이라 모이면 할 얘기도 많았다.
끝없는 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건강문제, 사위나 며느리 얘기, 손주들의 자랑, 골프 얘기, 직장과 사업 또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의견, 여행과 취미 얘기, 우리들의 가을 이벤트및 내년도 일정에 대한 논의 등등 시종일관 웃음꽃이 만발했다.
걱자 걷는 길은 달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친구들 부부에게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고 함께 여서 행복했다.
가을엔 뮤지컬이나 연극, 음악회 등 '문화행사' 컨셉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모두 박수로 동의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길 소망해 본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