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되돌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도 거제에 머무는 십이월 셋째 토요일이다. 주중 내내 추웠다가 후반에 잠시 회복한 날씨가 다시 반짝 추워졌다. 인터넷 검색 날씨에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1도라도 바람이 약간 스쳐 체감 온도는 영하 3도였다. 언제나 그렇듯 아침 끼니는 이른 시각에 해결하고 와실에서 미적댔다. 산책이나 산행을 나서려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려니 한계가 있어서였다.
수도권은 물론 지역사회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찮다. 관내 두 곳 고등학교는 교내 구성원이 감염자가 생겨 정기고사를 보다가 급히 중단하고 선별진료소를 차려 학생들과 교직원이 검사했다. 고현에서는 한 중학생이 확진되어 해당 학년과 교사들이 선별검사를 받았다. 그 학교 처녀교사가 우리 학교 총각과 오늘 마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자가 격리에 들어가 예식이 취소되었다.
아침나절 와실에서 머물며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좁은 방바닥을 닦고 실내 공기를 환기했다.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햇살이 번져갈 즈음 현관을 나섰다. 와실을 나서 시내버스를 타지 않은 산책이나 산행은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주말 이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연사에서 보낼 동선을 미리 그려 놓았다. 거제 명산인 앵산과 국사봉 산기슭 임도를 따라 걸을 셈이다.
고립된 생활에 익숙한지라 혼자서도 잘 보낸다. 내가 머무는 연초 일대는 내륙이라 바다와 접하지 않은 아쉬움이 든다. 토요일은 연사고개로 올라 앵산 기슭으로 난 임도를 걸을 작정을 했다. 와실을 나서니 점심나절이라 햇살은 퍼져도 날씨가 쌀쌀했다. 연사마을 안길을 지나니 오가는 사람을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집성촌을 이루고 사는 영산 신 씨 재실 공영사를 지나 연사고개로 올랐다.
날씨는 쌀쌀해도 미세먼지가 없어 하늘은 눈이 시리게 푸르고 시야가 멀리까지 드러났다. 고개 못 미처 기도원 입구를 지나니 유계로 가는 임도 갈림길이 나왔다. 이태 동안 연사 와실에 머물면서 퇴근 후 여러 차례 걸었던 길이었다. 늦은 봄이나 여름에 산모롱이를 돌아 두어 시간 걸어 하청 유계로 나갔다. 폐교된 초등학교 근처에서 연하해안을 돌아오는 시내버스를 타고 연사로 왔다.
의령 옥 씨 별시위공파 선산을 지나 길고 긴 임도 따라 가다 앵산으로 오르고 연초면사무소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발길을 돌렸다. 더 깊숙이 나아가 북사면 비탈을 내려가면 유계인데 응달이라 볼에 스치는 바람이 차가웠다. 그보다 유계까지 가면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 하기에 코로나로 께름칙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연사고개로 갔더니 체육공원에는 몸을 단련하는 한 노인이 있었다.
체육공원에서 앵산으로 가는 산등선 들머리로 나아갔다. 나목 사이로 고현만 삼성조선소 도크와 크레인이 보였다. 두 차례 가 본 정상까지는 꽤 먼 길이라 등정할 생각이 없었다. 중간에서 되돌아 다시 연사고개로 왔다. 아까 노인은 없고 할머니 둘이 정자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나는 건너편 산비탈을 올라 석름봉으로 올랐다. 산마루가 육산인데 거기만 바위가 우뚝해 석름봉이라 불린다.
석름봉 정자를 지나 산등선을 따라가니 소오비로 내려가는 갈림길 쉼터가 나왔다. 두 아낙이 볕바른 자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들고 있었다. 쉼터에서 산등선을 따라 가니 중공동으로 내려서는 등산로였다. 앵산으로 가는 산등선보다 삼성조선소 구조물이 더 가깝게 보였다. 계룡산을 등진 고현 시가지가 훤히 드러났다. 더 먼 곳은 아파트단지가 새로 들어선 상동과 문동이었다.
고현만과 시가지를 부감하고 중곡동을 내려서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섰다. 오후가 되자 산행객이 간간이 보였다. 산마루 나뭇가지를 흔들며 부는 바람은 제법 차가웠다. 소오비 갈림길에서 석름봉을 비켜 연사고개로 내려섰다. 유계 가는 임도에서 되돌아오고, 앵산 가는 길에서도 되돌아오고, 석름봉에 올랐다가도 되돌아왔다. 코로나가 옭죄어 오니 어디가 안전지대인지 알 수가 없다. 2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