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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치워요. 드러워요.
내 얼굴이 얼마나 드러운데요..똥이예요, 내 얼굴.
댁 손에, 똥 묻었어요."
"여기서 널 보니까 빗물이 니 몸을 적시는게 아니라
눈물이 니 몸을 적시는 것 같다.
내가 별로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늙어서 그런건지..내 눈엔 그게 보인다.
어린 에로천사."
"힘 없으면 제 팔 잡으세요.
병원간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 죽인건 있을 수 없는 일이구요.
있을 수 없는 일을 할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사람을 죽인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지 못했을 겁니다.
저도 그런 적 있습니다."
"죽였어요, 내가. 그래서..아파요."
"아픈 사람을 좋아합니다. 힘없고 불쌍해서 좋아요.
난 힘있고 당당한 사람보다 힘 없고 불쌍한 사람이 더 좋아요. 왜 그럴까요?"
"그래서 댁을 돕고싶습니다. 돕고싶습니다."
"....도와주세요."
"길을 다시 걸을까요, 한쪽으로만."
"길을 다시 걸어요. 한쪽으로만.
그래도..내가 죽였어요. 가족을."
"걷지말고 뛰어야겠다, 이 사람."
"니가 주는 거 많이 쳐먹고 살 삐둥삐둥 쪄서
니 안의 눈물, 밖으로 넘치지 않게 내 몸이 울타리 되면 되겠다.
뚱땡이 울타리."
"내가 불쌍해서 좋은가요 아니면, 좋아서 불쌍한가요."
"처음엔 불쌍했고 좋았고 지금은 좋아서 불쌍합니다."
"그래서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건가요?"
"제가 경호원이니까, 옆에서 경호를 잘 해드리면 안되겠습니까?"
"내가 물에 빠져 흘러갈 때, 너무 추울까봐 만들었어요.
죽은 가족 만나면 이 실 풀어서 찢어진 우리 가족..하나로 엮을려구 만들었어요,
그렇게..죽을려고 만든 목도리예요. 근데, 목에 감아보니까 너무 덥네요."
"여름이니까."
"네. 여름엔 안되겠어요. 겨울까지만 보관해줄래요?"
"네. 꼭꼭 숨겨놓을게요. 겨울에도 찾을 수 없게."
"신발때문에 발이 가벼워졌어요.
댁 때문에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고맙군요."
"강국이 아프면 내가 너무 미안해.
강국이 아프지 않아도 내가 너무 미안해.
너한테 미안한 마음만 가질래.
너한테 슬픈 마음 갖지 않을래.
그러니까 다치지는 마. 내가 슬픈 마음 갖지않도록."
"고맙다, 중아야. 내 아픈 얼굴 만져줘서."
"미안하다, 국아. 니 아픈 마음은 그냥 버려둘게."
"있잖아....중아야...난 널 잘 몰라.
니 이름하고 얼굴빼곤..나보다 많이 배운 사람같애. 지식인같애.
그래서 언젠가 니가 나한테 우리 만나는 거 이걸로 땡, 그럴 거 같애."
"난 너 잘 몰라. 니 이름하고 생긴거 빼곤.
나보다 못 배운 사람같애. 근데, 사실은..남한테 들키기로 작정했었거든?
.....알았다. 우리 만나는 거, 이걸로 땡."
"나..바람 났나봐. 몰랐다가 지금 깨달았다. 이게 바람난 거 라는거."
"남자..생겼어?"
"생긴 줄 알았는데 아니래."
"아무것도 아니네, 그럼."
"아무것도 아니지? 근데...그 남자가 내 머리속에서 집을 짓나봐.
쿵쾅대. 쿵쾅거려. 내 머리속 집에서 살건가봐.
그래서..나 머리 아퍼."
"중아야. 오늘은 너 경호 못해. 오늘은 업무 끝났어."
"머리 아퍼. 그 남자 때문에..그럴 이유가 없는 남잔데..머리 아퍼.
착한 강국...나...나쁜 년이지?"
"응."
"근데..계속 아플 것 같다."
"오늘 업무 끝."
""내 가슴..가짠거 알지?"
"실리콘 덩어리."
"내 가짜가 니 등짝에 찰삭 달라붙으면 너한테도 전염이 되.
니 등에 붙은 불행도 내 실리콘 가슴처럼 가짜가 되.
그러니까..니 불행도 가짜라구.
그래서..진짜는 행복하다고. 나랑 행복하다고..."
"지구를 떠돈다. 태권소년. 얍!
날세운 손등에 고독한 핏줄."
"어쩔까. 내가 니 눈물 막아줘?"
"싫어."
"그래. 보자, 니 눈물.
시연이 눈물도 참 이뻐. 반짝거려.
시연이 슬픔도 참 이뻐. 그것도 반짝거려.
그래. 원없이 보자. 니 눈물..슬픔."
"국이 발엔 굳은 살이 덕지덕지.
떼어내려면 참 아프겠다.
니 마음에도 내가 그렇게 붙어있나보다.
굳은 살 처럼..덕지덕지..떼어내기 힘들게."
"살로 만들라구...내 살로 만들라구..
떼어내지 않고 그냥...내 살로 만들꺼야...."
"내가...니 살이 되볼게. 정신차리구."
"응. 그래줘...넌 내 이상형이야.
니가 내 살이 된다면 난 참 영광이겠다."
"니 영광이 되어서 나도 영광이다."
"백원줄게, 치료비 해."
"중아야. 이거 백원 아닌데..동전에다 금테 둘렀는데.
"응. 내 마음이야. 니 백원에 금테두른 내 마음."
"세상에 흔한게 못난 사람이야, 어머니.
근데 그것도 죄거든?
나쁜 사람도 죄지만 못난 사람도 죄거든?
어차피 죄 짓는 건 같애. 그게 인생의 비극이야."
"보고싶다, 재복아."
"나 확 아플까? 병실에 누워서 너한테 치료 받을까?
나 백혈병 걸려야겠다. 약속한다, 이중아.
꼭 백혈병 걸린다, 내가."
"꼭 그래라 이재복. 믿는다, 이재복."
"국아..처음으로 니 등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있잖아....나...
너한테 계속 업혀다녔어...나...
지금 걸음마 시작했어. 기뻐해주면 안되나?
제발 내 손 좀 놔줘...나 혼자 걸어볼게."
"제 입양 기록에 딱 세가지만 적혀있어요.
서울 한국, 이중아, 세살. 그것도 영문으로만."
"안 적혀있었어요, 아무것도?"
"버린거니까...다시 찾지말라고 버린거 같애요, 날.
기록 하나 안 남기고...그분이세요? 그냥 버린 분."
"딱해라...마음이 그랬구나....버려진거라고.....그 마음이었구나..
뭐가 잘못된거지 버린건 아니지...
그냥 무식해서 뭘 잘 몰라서 그런거지..버린건 아니지..."
"왜 우세요. 나 아니라는데."
"오늘은 이렇게 울다가 갈게요. 내 딸 아니여도 봐줘요.
내 딸 아니여도...그 마음이 아파요...내가...."
"난 아직 사람이 아니야. 계속 입양 다닐까?
한국에서 힘들었다고 아일랜드 가족한테 엎어지고..
거기서 힘들었다고 다시 한국 가족한테 엎어지고..
그렇게 살까, 나? 사람 아니구..입양아로만 살까?"
"뭐..입양아는 사람 아닌가..."
"진짜 사람. 내가 만드는...진짜 사람..
아무도 안 끼어들고 내가 만드는 사람으로..
아무한테도 안 맡겨지고 내가 만드는 사람으로..나 그렇게 만들고 싶어.
너한테 엎어져 있느라 그걸 안했다, 내가."
"난..니가 나한테 엎어져 있는게 좋은데.
난 내가 니 힘이 되는줄 알았는데..내가 너한텐 별루였네."
"사랑한다가 담배야. 안 사랑한다가 라이타야.
담배야? 라이타야?"
"...성냥."
"...내가 비빌 구석이 없다. 너 말곤.
무시 안당하고 살 자신이 없다..너 말곤."
"그지? 근데 큰일이다..내가 자꾸 하고싶은 일이 많아져서.
그냥 너랑 가만히 살 걸..그거 괜찮았거든. 속편하고.
근데 왜 이러냐...성격이 바꼈나봐, 나.
큰소리 치면서 살고 싶어졌어, 나. 시연아...
자꾸 욕심이 생긴다. 나한테..어쩌냐...나..."
먼지처럼 살겠다.
그때 너도..나처럼 먼지 같았어. 처음 볼 때부터...
그래서...그래서...사랑한다.
"사람들은 다...그런 때가 있나보다."
"나도 그냥..그런 때라구?"
"응. 나도 그렇구, 너두 그렇구..지나가봐야 알겠다.
계속 이럴 건지..그런 때인건지..."
"중아야. 어디 아프니..?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100원 줄까? 병원 가게?......병원 가."
"...재복아. 그 사람...되게 멋있는 사람이야...너두 잘 배워.
그 사람보다 더 훌륭하게 커라, 이재복.
우리..만나진 못하지만..내가 지켜볼게, 이재복."
"힘들어요, 목사님..."
"힘들어 하지마. 니가 자유로우면, 사람들이 널 가까이 느껴.
공기처럼 가벼워야, 공기처럼 가까이 있지.
니가 힘든 건..니가 너무 무거워서 그래..."
"약속 안 지켜두 돼. 백혈병 걸리지마."
"나도 좀..영화처럼 하얗구 슬픈병 걸려서, 응?
좋아하는 사람 눈이나 마주치구..그러면 안되나?
나도 좀...멋있으면 안되나?"
"세상에 슬픈 병은 없다, 이재복. 아픈 병만 있지.
힘없구, 어지럽구, 토할 것 같구, 드럽고, 열나고, 아프고, 짜증나고, 진 빠지고..
그런데도 죽지 않고 살고 싶은 거..그게 그 병이야."
"내 인생같네. 이재복, 인생이 백혈병이네."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안되겠다.
니 의사...안 할래. 니가 알아서..백혈병 걸리지마.
니가 알아서..아픈 병 걸리지마.
널 지켜보지도 않을래."
"마지막으로 줄 것도 없고..닭다리나 하나 뜯구 가라.
재수없는 이중아."
"니가 무슨 짓을 하든, 니가 하겠다면... 난 무조건 니 편이야.
니가 별 쓰레기 같은 짓을 다 해두...너보다 백만배는 더 쓰레기들이 많아..
그 쓰레기들 다 치워두..너보다 못한 쓰레기 하나는 남아....바로 나.
니 밑에서, 내가 남는 쓰레기 되 줄테니까, 그냥 훨훨 날어."
"이재복...내가 니 담배가 아닌게 확실하다.
그리구, 라이타가 아닌 것두 확실하다."
"내 오빠라니까...난 좋아.
그렇게 오빠라니까...또 좋아."
"중아야, 너...진짜 미쳤구나."
"헤어지자, 우리...니가 너무 아까워.
내 옆에 있지마. 니가 너무 아까워......"
"그런 놈들 있어. 그래서 남까지 말아먹는 새끼들..
그러니까 남들 생각해서 니가 피해가, 이재복씨. 가라, 좀. 너."
"싫어...피해 다녔어, 계속..터덜터덜...
근데 그러기 싫은 걸 어떡하냐?
그러기 싫어..왜냐면, 중아 때문에..왜냐면...너 때문에.....
가슴 속에 처음으로 여자가 생겼어. 가슴속에 처음으로 스승이 생겼어.
이중아, 그리고 강국. 그래서 피할 수가 없어.
이 가슴이 처음이라서."
"이젠 너랑 헤어질래. 내가 벌인 너덜너덜한 일들..이젠 혼자서 주워 담을래.
너한테서 짐 뺄게. 나, 이젠 불쌍해 하지마라, 국아. 나....힘 있다."
"중아야. 나...너 없이 못 살어. 나..힘이 없다."
"아픈 거 참느라 애썼다, 국아."
"난 기억 잘 지워. 내 가족 기억도 다 지웠어. 이재복도 지울거야.
너랑 했던 모든 거..다 지울거야.
기억만 지우면..슬픔도 없고, 아픔도 없다."
"힘주면, 아퍼. 내가 아팠던 것도..아파서 아픈게 아니라
힘 줘서 아팠던 것 같애. 오늘 널 보고 느꼈다.
내가..앞으로 니 힘 덜어줄게.
자고 싶은 만큼..아주 많이 자. 힘 빠지게..."
"화장을 하면 흔적이 없잖아요, 아버지, 어머니."
"흔적..여기 있잖아. 내가 니 아버지, 어머니 흔적이야...
니 부모 무덤..내 맘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나 보면서 잡풀뽑아.
하늘로 날려주자..아버지, 어머니."
아빠, 엄마....이젠 바람타구 소풍가세요.
"너무 외로워 마세요. 강국도 외롭고 강국의 부인도 외롭고
내 여자친구도 외롭고..모두다 외로워요.
모두가 외로우니까..혼자 외로울까봐 울지는 마세요.
다같이 외로우니까..즐겁게 외로운 거예요."
"그냥..주머니에 구멍난 것 같은 기분..딱 그 기분."
"내가..강국 주머니 꼬매줄게. 어떻게든."
"중아 좋아하잖아, 아직도..그거 때문에 난 구멍인데 이재복이 어떻게 꼬매?"
"그럼..강국이 알아서 꼬매라. 난, 그냥..미안."
"나는..아직도 널 위해서 내 몸이 다 찢어지도록 누구한테도 맞아줄 수 있어.
넌 아직도 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이야.
근데...나한텐 또 다른 사람 하나가 있어.
그 사람을 위해선..맞아주는 게 아니라 싸울거야. 싸워서 이길거야.
싸워야 되는 사람이..시연이 너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너랑 싸울거야...그 사람을 위해서 이길거야.
너랑 싸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처절한 부탁이다, 시연아."
"...내가 중아 좋다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
그냥 너랑 잘 사는 거 보면서 좋아하겠다는데..니가 무슨 상관이야.
....나 경호원을 때려치는 한이 있어도..너랑 중아를 위해서 살신성인한다.
...그게 내 인생 유일한 낙이다.
물론 중아 때문에 너는 덤으로 혜택을 받는 거지만."
"그렇게 보지마..중아야.
날 가볍게 봐주면..널 가볍게 놓아줄게."
"마지막에..니 웃음소리로 세상이 쫑났으면 한다.
성공이고 개똥이고 필요없어. 너 웃는 걸루 나도 세상 쫑이야."
"니 마음안에..사람들이 살아.
착하구 재미나게..와글와글..난 그게 보인다."
"니넨 어떻게...다쳐도 같은 날 다치냐? 헷갈리게..."
"이 세상에서..니가 제일 불쌍해.
너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 훨씬 많은데..그 사람들보다
무조건..니가 두 배는 더 불쌍해.
너 불쌍해서 나..죽을 지도 몰라. 니가..나 살려놓고 가.."
"얘 땜에 속 편하게 아프지도 못하네.."
"결정했다, 난. 내가 옳지 않더라도..더 이상 내 선택을 미룰 순 없어.
내가 옳지 않더라도...내가 책임질래, 내 인생..
남이 해주는 옳은 선택...내가 책임질 순 없잖아. 그렇게 안 살겠다."
"어쩔라구? 강국 버리면..난..인제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는데.
점점 더 후진 인생 되가는데..어쩔라구 중아야."
"나 그렇게 보지마."
"뭐가?"
"미안한 눈."
"나도 그런 눈으로 강국 보면서 살았다.
국이한테 니가..행복줬다, 오늘.
경호만 하던 국이, 경호받는 행복.
그러니까 니 마음을..미안해 하지 마라.
니가 미안해야 될 사람은..여기 없다."
"국아..그만 참아라.
이재복을..내 추억으로 남기지 않겠다."
"...난, 그냥 기다릴게. 니가 꿈 깰 때까지."
"니가 다쳤다고만 생각했는데 넌, 살아난 거였다. 이재복.
옷에 먼지래두..난 기쁘다."
"내가 아주 많이 살아봤드니...사는게 때미는 거드라구...
때밀구 가벼워졌구나 싶으면, 다시 몸 때 쌓여서 가렵구, 꺼끄럽구, 그래서 다시 때밀구
재복 엄마... 그걸 못해. 계속 가렵다구 긁구 있어, 때 못 밀구...
긁어서 자꾸 상처 만들구, 딱지 만들구.
근데, 아가씨 만나서, 처음으루 묵은 때 밀구, 아주 화사했어."
"니가 생각하는 가족은 니 그림이지, 우리의 그림은 아니다.
이젠 내가 너한테 시간을 줄게.
그리구 기다릴게. 니가 꿈 깰 때까지..."
"날 좀 도와줘...중아야..도와줘, 도와줘...
그냥 도와줘..그냥..무조건 도와줘..."
"도와줄게, 국아. 도와줄게. 내가..할 수 있는 만큼만.."
"옆에만 있어라, 중아야. 혼자가 싫다."
한쪽으로만 길을 걷는다.
아픈 마음으로 북아일랜드에서 이곳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다시 아픈 마음들이 시작된 길.
내가... 아픔을 준 사람.
나와... 아픔을 나눈 사람.
전쟁 많았던 내 고향에선... 사람들이 무기들로 전쟁을 했고,
전쟁없는 조용한 이 곳에선...사람들은 슬픈 사연들로 전쟁을 한다.
"숨소리 내 봐요, 아빠.
나처럼... 숨소리 내봐요. 아빠....아빠."
슬퍼서 만난 사람들....슬픔이 차고 넘쳤다.
더 이상 남아있는 눈물이 없겠다....이젠... 눈물 안녕.
"널 일으켜 주진 못해도... 옷의 먼지는 털어 주겠다, 내가."
"날 이미 일으 켜 줬어, 니가....너 없는 동안."
사람들은, 햇빛 속에서 ...숨가쁘게 사랑을 한다.
사람들은 ...숨가쁘게 사랑을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입에선, 숨막히는 한숨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젠 강물이 영화 같다.
강국이 흘러가고, 한시연이 흘러가고
노동석씨, 권병란씨, 김부자씨, 그리고 한성만씨..
이 사람들이 흘러가는 순서가..내가 여기서 살아온 발자취다."
"나 왜 빼냐?"
"넌 저 강물에 없다. 지금 내 옆에 있으니까."
"중아야. 내가 오빠 해줄까?"
"싫다..마음 속에 가족들이 너무 많다.
이젠 가족찾기는 끝."
"그럼..아무것도 해줄게 없네, 우리 중아한테."
"난 분명히 쓰레기였는데..그때는 살만했는데...
지금은 왜 이러냐? 그때보다 더 쓰레긴가?
"다리가 너무 무거워져서..니 마음도 무거워졌나보다.
다리는..내가 가볍게 만들게. 너는 그냥 다이어트나 하고 있어. 니 마음을.."
"다이어트 정도가 아니다. 지금..내 안의 사람들이 죽어 가.
니 발자취 사람들이..내 안에선 죽어 가.
무거워 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텅텅 비어서 없어졌다. 가슴이..
가슴의 영양실조...
중아야. 내 마음에 단 한명도 없다, 이제...너까지.
할아버진 병 원에서 장례 치뤘구,
넌 내 마음에서 장례식 치뤘다, 이미... 그니까...내 앞에서 알짱대지마"
사람들은...달빛 속에서...숨죽이며 사랑을 한다.
사람들은 숨죽이며 사랑을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에선, 속 삭이듯 눈물이 흐른다.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사랑은 추억이 아니라, 현재다.
사랑은 마음이 아니라, 현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 여기서, 세상을 살아야 한다.
"나 기다려 주느라..애썼다.."
"니 사랑이 못되줘서..미안하다, 국아."
"니 행복이 못되줘서..미안하다, 중아야."
어린 중아는 세상을 떠돕니다.
떠돌이 중아가...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세상을 떠도는 대신 사람들 마음 속을 여행합니다.
뱃 속의 어린 딸과 함께...
어린 국은 세상 속에서 당당합니다.
그림처럼 자란 국은 당당하지 못합니다.
세상이 그림같지 않듯이, 그 속의 국도 그림같지 않습니다.
이제 국은 당당한 마음 대신에 소중한 마음을 담습니다.
버려질 사진 한장을 끝내 들이밀면서.
어린 시연은 세상에 빛나려 합니다.
에로 천사 시연은 아직도 빛나려 합니다.
세상 속에서 빛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눈물 방울은 빛처럼 반짝입니다.
구겨진 대본을 제 눈 속에 담으면서.
어린 재복은 세상에 등 돌립니다.
절뚝이며 걷는 재복이 세상 밖에서 살아갑니다.
절망을 향해 달렸던 세상 밖에서...
희망은 더욱 간절하고 아름답습니다.
이제 세상을 등지고, 세상 속에서 삽니다.
중아의 책 한권을, 두손에 움켜 쥐고서.
"혼자 골방에 갇혀서도..사람들과 산다.
내 몸속에 사람들이 산다.
어떤 사람은 머리 속에 있고, 어떤 사람은 눈에, 귀에, 손에, 발에..
그리고 심장에..그리고 뱃속에..내 몸은 지군가봐.
아가 강국, 안 심심해. 그래서..."
"머리에 집 짓구 사는 놈은, 아직 연락없냐?"
"걔 이사갔다. 내 몸에서 쫓아 보냈다, 걘.
이재복을 생각하지 않을래.
이재복이 눈 앞에 오면..그냥 웃을래.
생가때문에 지칠까봐..생각않구 그냥 웃고 있을래.
대신..머리에 너 넣었다. 그러니까..나 머리 안 아프게..
그래도..아직도...아마 계속..미안하다, 강국.
그리고..고마웠다, 강국."
"중아야. 난..널 존경해."
"이재복 알죠? 그 사람 얘기 해줄게요.
그 사람은..꼭 시연씨 같았어요.
정말..완전 바닥. 가능성 빵프로.
제대로 배운 나보다, 당연히 허점이 많아요.
근데..제대로 배운 나보다 빛이 났어요.
어떤 경호학 책에도 없는 거..그걸 가졌으니까."
"그게 뭔데요?"
"감동이요. 기술로 경호를 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을 보호하는 거. 난 그걸 봤어요.
내가, 그래서..그 사람을 참 좋아해요.
시연씨한테서도 봤어요. 대본 연습 할때요.
진심으로 그 역할을 존중하는 거.
시연씨도..그렇게 빛날거예요."
"내 에로를 못봐서 그래요. 존중은 지랄.."
"봤어요."
"그걸 왜 봐요? 쪽팔리게?"
"난..그것마저도 감동이었어요. 난."
"니 손끝에 닿겠다..중아야."
"재복이..비가 내리네?"
사람들은 세상을 보기도 전에 세상을 두려워합니다.
아니, 세상을 보려하지 않아서 세상을 두려워 합니다.
작은 아기가 자기만의 세상을 떠나, 사람들의 세상에서 눈을 뜹니다.
아기처럼..이제, 용감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세상은 바다보다 넓고 그 속의 사람들은 바다보다 깊습니다.
넓은 세 상과 깊은 사람들을...아픈 눈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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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아일랜드는 겉멋이 들어서 싫다는 분들이 있는데
저도 솔직히 괜히 중아랑 시연이가 밉고
아일랜드에 나오는 사람들 전부 이해 안되고..그랬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른뒤에 다시 보니까
네 사람 모두 그렇게 아프고 슬플 수가 없네요.
그리고 그저 얄밉기만 했던 중아가 이해되고 가장 딱하고..
이거 정리하면서도 몇번이나 울었는지 몰라요.
아픈 마음으로 세상을 떠돌았던 중아가, 국이, 시연이가, 재복이가..
모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전 중아가 지금도 참싫어요.. 왜그렇게 이기적으로 보였는지..잘쓸게요 스크랩해가요
정말 잘 보고 갑니다^^ 국이가 정말 좋았어요, 그래선지 중아가 얄미웠는데 이나영이 너무 좋아서 마냥 미워할수만은 없었던 드라마 ㅠㅠㅠㅠ 오랜만에 보니 마음이 따뜻하고 슬프고 그러네요..
내인생최고의 드라마라긔 진짜 어떤드라마보다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었어요...... 못 잊고 살면서 가끔 생각이 나요.
저는 아일랜드가 딱 제 스타일 드라마여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당시에 중아 말투도 독특하고 좋았고.. 우연히 내용도 모르고 어떤 편을 보게되었는데 그때부터 푹 빠져서 저는 너무 좋았어요. 잊지 못할 드라마예요^^
잘 보고 갑니다. 너무 좋은 드라마~
국이 많이 아꼈다구 내가,ㅠㅠ 정말 최고완소드라마에요...ㅠㅠ
국이 많이 아꼈다구 내가,ㅠㅠ 정말 최고완소드라마에요...ㅠㅠ
난 국, 시연이 아꼈다긔
스크랩 허용해주세요 ㅠㅠㅠ
진짜 잊지못할 드라마 ㅠㅠㅠㅠ
중아랑 국이랑 시연이랑 재복이랑~ 다 너무 사랑한다긔!
진짜 너무 좋았던 드라마. 한편한편 다 소중했어요.
국이만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