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소다미술관(이하 소다)'은 오랫동안 방치된 대형 찜질방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디자인·건축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문화 재생 공간인데요. 이곳은 우리 삶에서 버려진 것들이 ReDesign 되는 순환과정을 통해 재발견-재해석-재생산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개관되었습니다. 11월까지 진행되는 두 가지의 흥미로운 전시를 소개합니다.
찜질방을 미술관으로 재탄생 시켰다는 점부터 흥미로웠는데요. 소다미술관의 입구에서부터 제 마음을 더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소다미술관의 실내 공간 일부를 제외하면 전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데요. 때문에 가을에 방문하면 더욱 힐링 되는 곳입니다. 입구에서 만난 낮잠 자는 어린아이의 벽화는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일곱 가지 사물, 각자 다른 7인의 삶의 방식
현재 전시 (사진출처: 소다미술관 홈페이지)
<사물의 집: House of Things>
이 전시는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일상적 사물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요. 특정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 '사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투영시킨 대상화된 사물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은 끊임없는 자기검열의 방식과 사유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전시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소한 사물들이 개인의 기억과 경험 속에 수많은 형태로 남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작가들 모두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의 모습과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자기 정체성을 특정 사물에 각인시켰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된 사물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니, 익숙한 사물인데도 낯선 느낌이 들었는데요. 내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작은 사물에서 작가는 어떤 가치를 재발견했을까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 한편에는 오디오로 작가의 작품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코너도 있으니 작가의 철학에도 귀 기울여 보세요.
<사물의 집>을 기획한 7인의 작가들 중에는 익숙한 이름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바로 에세이 「온전히 나답게」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한수희 작가입니다. 작가는 이 외에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을 쓰고 현재 매거진 ≪ AROUND ≫에 책과 영화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상: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먼드 카버
이번 전시에는 일상의 이면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11권의 책과 작가들의 추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앉아서 책을 읽어볼 수 있는 책상과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11권의 책 중 제가 읽어본 책은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였는데요. 어느 한 작가와 감상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작가의 추천 글을 보고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책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책과 통할지 궁금해지는데요. 나머지 9권의 책은 사물의 집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부동(不動)의 건축 재료를 통해 정지된 공간에 움직임을 짓다
<FLOW PROJECT: 움직임을 짓다>
실내에서 <사물의 집>을 관람하고 루프리스 갤러리(Roofless Gallery)로 나갔습니다. 소다의 루프리스 갤러리는 찜질방의 구조만 남아있는 빈 공간으로, 매년 건축가들은 실험과 도전으로 공간의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올해로 세 번째 해를 맞이하여 건축가 세 팀의 손에서 '움직임의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만난 작품은 '바람 모양'인데요. 저는 흘러가야 할 바람이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각도로 보면 벽 사이 틈으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원래 찜질방으로 지어질 공간이었다니,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하죠? 이런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될 수 있다는 것. 예술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다 둘러보시고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
두 번째 작품은 입구에서 뒷면을 볼 수 있었던, 'Scale'입니다. 라미네이트 컬러칩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컬러칩이 열리고 닫히는데요. 열렸다, 닫힐 때 픽셀들끼리 부딪히는 소리도 감상의 묘미를 더해줍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달라 보이는 것도 아름다웠습니다.
Layerd Void (층층틈) - AnLstudio
세 번째 작품은 'Layerd void'입니다. 핑크색 층이 마치 지층처럼 쌓여있는 모습에 눈길이 확 끌렸습니다. 미로처럼 탐색해보게 만드는 이 공간이 뭘 의미하는 걸까 도무지 떠오르질 않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이 작품은 QR코드로 오디오 설명이 안내되어 있어서 들으면서 감상했습니다.
상: 미로 찾기를 하듯 작품 감상, 하: 층과 틈, 그리고 하늘
“우리 신체 치수와 눈높이에 맞추어진 수직적인 공간(눈높이에 의한 공간)과 다르게, 낮은 단위의 공간과 깊게 형성된 틈은 여러 가지 움직임 : 들여보기, 내다보기, 낮춰보기, 앉기 등으로 연결될 것이다. 더불어 이는 비일상적인 공간감을 자극할 것이다.”
미로 찾기를 하듯 길을 따라 걸으며 층 사이의 틈으로 요리조리 바라보기도 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어요. 공간을 인지하고 움직임을 이끄는 우리의 시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신비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문화를 즐기는 소통의 공간, SODA MUSEUM!
소다미술관 테라스
소다의 루프탑 공간
두 가지의 멋진 전시를 관람 후 루프리스 갤러리와 이어져있는 테라스로 나가봤습니다. 소다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은 실내에 갇힌 공간이 아니라, 이렇게 탁 트인 공간이라는 점인데요. 전시 관람 후 커피 한 잔 구입해 가을 햇살 만끽하니 이곳이 천국~!! 요즘 대다수의 학교에서 교직원 문화 체험의 날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교직원 문화체험으로 소다미술관은 어떠세요?^^ 기업이나 단체 행사를 위한 공간 대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소다미술관에서는 여러 가지 문화 행사도 상시 진행하고 있는데요. 9월에는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소다미술관의 밤>, <브로드웨이의 재즈>와 같은 행사가 진행되었답니다. 앞으로도 재밌고 유익한 행사가 진행될 것 같아 잔뜩 기대가 되는데요. 어린 자녀를 둔 분들은 <SKY SHOWER> 외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니 홈페이지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문화 행사는 예약이 조기 마감되니 빠른 신청만이 살길!^^ (꿀팁! 소다 공식 인스타 계정(@sodamuseum)을 팔로우하면 행사 소식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