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ㆍ마운자로 상륙 후 처음 맞는 추석은 명절과 음식에 얽힌 함의가 느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명절은 가족과 모여 맛있는 것을 나눠 먹는 날'이라는 의미는 남아있다. 추석이면 떡집마다 송편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깜짝 놀랄 정도로 비싼 전을 부쳐내는 전집 계산대에 긴 대기줄이 생긴다. 우리 사회에서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곧 연결을 의미한다. 가족이 명절에 만나기로 했다는 것은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암묵적인 메시지에 합의했다는 뜻이다. 이런 의무감은 평소 의식적으로 걸어놓았던 식욕의 빗장을 푸는 합리적 평계가 된다. 아무리 명절 풍경이 바뀌어도 연휴가 지나면 늘 몸무게가 늘어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위고비, 마운자로가 한국에 상륙하고 처음 맞는 이번 추석은 명절과 만남. 그리고 음식에 얽힌 문화적 함의가 느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먹는 일에 대한 열정과 비만에 대한 혐오 모두가 극단적인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것은 모순된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나는 여느 한국인처럼 맛없는 것으로 끼니를 때우면 억울한 기분이 든다.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 양을 먹어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기에 '적당히' 먹으며 살려는 이들이 식욕을 채울 기회는 한정적이다. 그러니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는 일과에서 도파민이 보장되는 식사 시간만큼은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안 먹는다면 몰라도 먹는다면 맛있는 것으로 먹고 싶다.
물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은 것이야 인류 공통이겠지만, 모두가 우리처럼 되도록 맛있게 한 끼 한 끼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나는 외국인들이 짐작보다도 휠씬 음식에 무관심한 걸 목격할 때마다 매번 당황하곤 한다. 우리가 이처럼 유독 먹는 일 그 자체를 이벤트나 엔터테인먼트로 삼는 이유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과거가 현재와 가장 밀착되어 있는 선진국이기 때 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굵주림을 경험한 전후 세대 부모에게서 음식을 결코 남겨서는 안 된다는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다. 오늘날의 중년은 유년 시절에 음식에 대한 결핍을 경험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그 영향으로 음식에 집착해 비만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살아왔으며, 이제 약물의 도움으로 식욕을 조절할 수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
위고비(Wegovy):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주 1회 주사제로, 식욕을 억제하여 체중 감량을 돕는 비만 치료제입니다.
마운자로(Mounjaro):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주 1회 주사제로, 식욕을 줄이고 혈당을 조절하면서 체중 감량을 돕는 당뇨병·비만 치료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