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물총 쏴 사냥하는 '궁수 물고기'… 맞으면 벌에 쏘인 것처럼 따가워요
물총고기
미국 텍사스주의 한 수족관에 있는 물총고기가 종이에 물을 내뿜고 있어요. /San Antonio Zoo 페이스북
얼마 전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한 수족관에서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됐어요. 어떤 물고기들이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물속에서 종이를 향해 물줄기를 쏘아대는 모습이었는데요. 이 화가 물고기는 바로 물총고기였어요. 입으로 물을 머금어 뿜어내는 모습이 물총을 쏘는 것과 빼닮아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됐죠. 영어 이름은 아처피시(archerfish)인데, 활을 쏘는 사람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에요.
물총고기의 몸길이는 25㎝이고 인도·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 등에 분포해요. 바닷가와 강 하구를 따라 조성된 맹그로브 숲에 주로 살아요. 이 물고기가 입으로 물을 쏘아 대는 건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서랍니다. 수면 아래에서 물 밖의 나무와 풀에 앉아 있는 작은 벌레들을 조준해 물총을 쏴서 떨어뜨린 다음 날름 먹는 거죠. 최대 4m 거리에 있는 먹잇감까지 떨어뜨릴 수 있대요. 물총고기는 원래 물풀을 뜯거나 작은 수중 생물을 잡아먹고 살지만, 먹잇감 구하는 게 어려울 때 이렇게 물총 사냥을 한답니다.
물총고기는 몸 전체가 성능 좋은 무기처럼 기능해요. 주둥이는 뾰족하고,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몸의 뒤쪽으로 나 있는데요. 물 밖으로 멀리 물줄기를 쏠 수 있도록 입도 비교적 위쪽에 나 있죠. 물총고기는 먹이를 사냥할 때 물 밖으로 입을 내민 다음, 아가미를 닫고 물을 잔뜩 머금었다가 쭉 뿜는답니다. 이때 대롱처럼 생긴 혀와 튼튼한 턱 근육은 물 뱉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가속 페달’ 역할을 하죠.
이렇게 뿜어내는 물살이 얼마나 센지, 사람이 맨살에 맞을 경우 마치 벌에 쏘인 것처럼 따가울 정도라고 해요. 물총고기는 수면 아래에서 물을 쏘는데, 이때 빛이 물에 굴절되기 때문에 물총고기 눈에 보이는 먹잇감의 위치와 실제 위치는 차이가 있어요. 물총고기는 이 오차까지 계산해서 정확하게 조준한답니다.
물총을 쐈는데 명중하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 물 밖으로 뛰어올라서 입으로 낚아채기도 하죠. 물총고기 몸은 흑백의 얼룩무늬라서 위장 효과도 있어요. 물 위에서 들여다봤을 땐 물풀과 바위, 물에 비친 나무 등과 겹쳐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거죠. 따라서 먹잇감인 벌레는 물론 천적인 새들의 눈에 들키지 않을 수 있어요.
물총고기는 한배에 많게는 수만 개의 알을 낳는데요. 종류에 따라선 바다의 산호초에서 부화한 뒤 강으로 올라와서 어른으로 성장하기도 한대요. 강과 바다를 오가며 번식과 성장을 하는 뱀장어·연어와 비슷한 습성이죠. 주로 무리 지어 생활하는 어린 물총고기는 사냥할 때도 집단으로 한대요. 한 녀석이 명중시킨 먹잇감을 다른 녀석이 낚아채는 등 먹이 다툼도 치열하게 벌어지죠. 이런 과정을 통해 물총 사냥 경험을 쌓고 적중률을 점차 높여가면서 어른으로서 홀로 살아갈 준비를 한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