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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덫
연우는 민혁의 시선을 무시하고 민혁이 옆에 있는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테이블 위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탁탁 테이블을 치는 민혁은 인내심이 바닥이 나는듯 눈썹을 꿈틀하더니 보라는 듯이 그녀 어깨에 올린 자신의 팔을 서서히 아래로 그녀의 갸녀린 허리를 둘렸다.연우의 미간이 좁혀들어갔다.두 남자 사이에 강렬한 스파크가 흘러났다.
"연우씨,데이트는 나중에 해요."
그런 그들의 정적을 깬건 수연이였다.수연은 느긋하게 팔짱을 끼며 쇼파에 등을 기댔다.민혁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다음에 뵙죠,지연우씨."
모래알을 삼키는것과 같이 입안이 껄끌해 지고 알수 없는 무언의 배신감과 허탈함이 동시에 몰려왔다.연우는 그녀에게 나중에보자며 인사를 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이라도 치는듯이 빠른 동작으로 카페에 나갔다.연우가 나가고 난뒤 두 사람 사이엔 어떠한 이야기도 들리지않았다.약속이라도 한듯 침묵으로 일관하던 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할말이 뭔가요."
"너랑 나 사이에 할말이란게 있을리가."
민혁이의 말에 수연은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에 맞받아쳤다.3년전 차수연이였다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가없었을 것이다.민혁은 도전적인 그녀를 쳐다보다 그녀의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그녀의 허벅지를 스다듬으며 말을 했다.
"지연우랑 어떤 관계지?"
연인에게 향한 부드러운 눈빛에 비해 그의 목소리는 서리가 낀 듯이 차갑디 차가운 말투였다.수연은 고개를 숙이며 훗, 소리를 내며 그를 향해 비웃는듯 미소를 보였다.그녀의 허벅지를 쓸어 내리던 그의 손가락이 순간 멈춰섰다.
"어떤관계인지 강민혁씨가 알아서 뭐할려구요."
"3년동안 어디에서 훈련을 받았나? 꽤나 날카롭군."
그의 말에 수연의 입은 일자로 다물어졌다.
"저한테 하실 말씀없으시면 이만 일어나겠어요."
수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아."
"……."
수연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다시 두 사람은 아무말도 없이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민혁이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난3년동안 어디에서 뭘했는지 따로 조사하지 않겠어."
"…?"
"아,그동안 어느 놈이랑 뒹굴었는지도 묻지 않을게."
"하.!"
그의 말에 수연은 헛웃음을 날렸다.그리고 그를 쳐다보았다.민혁은 여전히 싱긋 웃으며 그녀를 쳐다 볼 뿐이였다.
"오랫동안 데리고 있던 고양이가 집을 나갔거든…."
"……."
"그 동안 주인 앞에서 재롱을 부리던 고양이가 사라져서, 주인은 한동안 그 고양이를 찾으러 다녔지."
"훗,그래요?"
"뭐,사실대로 말하자면 몇번 다른 고양이들의 재롱을 보기도 했지만 말야."
"……."
그리고 그는 그녀의 귓가에 가까이 입을 대고 뜨거운 입김을 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빌어먹게도 사라진 고양이 재롱이 더 그리웠다고 할까."
그녀는 시선을 그의 입술이 닿을듯 말듯 얼굴을 들이대더니 그의 아랫쪽으로 고개를 숙였다가 매혹적이게 눈을 지켜뜨고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그 고양이가 다시 돌아갈것 같나요?"
뜻밖의 그녀의 도발에 민혁은 자신의 아랫도리가 단단해 지는걸 느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눕히고 허겁지겁 뜯어 먹고싶은 욕망이 그를 부추기고 있었다.그는 달라져도 많이 달라진 수연을 만족스런 눈빛으로 보고있었다.
"훗,그래서 제가 강민혁씨 곁에 있어달라는거군요."
"음."
"1년동안 당신의 정부가 되어본적이 있으니…뭐,그닥 어려운 조건은 아니네요."
역시 자신이 선택한 여자였다.얼굴이 이쁘면 머리가 골빈여자들이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그녀의 앙증맞은 입에서 흘러나오자 그는 그녀의 매혹적인 머리칼을 스다듬었다.
"대신,저도 조건이 있어요."
"조건?"
"네."
"음."
"……."
"좋아,말해"
잠시 뜸 들인가 싶더니,그는 흔쾌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목숨.저한테 주세요."
"…?"
전혀 알수 없는 말을 들은 민혁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그녀는 그의 시선을 무시하고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나긋하게 말을 했다.
"당신의 목숨이요.제가 쥐고 싶거든요."
"훗,그럼 내가 불리한 쪽인데?"
"음.그런가요?"
"뭐,좋아 그렇게하지.내 목숨 당신이 가져."
선뜻 자신의 모든걸 내준것에 놀란 수연은 흠칫 했지만 그가 눈치 못채게 빠르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어보였다.그리고 그녀의 속안에 차가운 악마가 스며들고 있었다.
"일단 나가지.고양이 재롱을 보고싶어졌거든."
그의 말에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그를 따라 카페에 나갔다.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에 두사람의 걸음이 우뚝 멈춰섰다.카페문 앞에서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발로 비벼끄고 자신들을 쳐다보는 연우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 * * *
어두운밤,자정이 훌쩍 넘긴 시간이였다.집으로 돌아와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위에 쓰러지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리고 오후에 겪었던 씁쓸함이 스쳐갔다.보기만 해도 아까운 여자였다.차수연이라는 여자는.다가가려 할수록 뭔가가 멀어지는듯 해보이기도 해서 함부로 나가갈수 없는 아우라까지 풍기는 신비스럽기 그지없기도 했다.연우는 수연이의 얼굴을 떠올리자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붉어지더니,아랫도리가 단단히 뜨거워 졌다.맙소사,그녀 생각만 해도! 자신이 진정 미친걸까.라며 벌떡 일어섰을 그때.띵동하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민성이라면 열쇠를 열고 들어왔을텐데….그래도 혹시나 몰라 그는 탁자위에 올려진 리볼버(권총)을 들고 조심히 현관문앞에 다가섰다.
"누구시죠?"
밖 상대방은 아무말도 없었다.왠지 모를 불안감에 그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그리고 조심히 문을 열었을 그때.
"수,수연씨?"
꿈인걸까.그녀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설마…쏴 죽일려는건 아니겠죠?"
수연이 턱짓으로 그의 손에 들던 리볼버를 보며 말했다.순간 연우는 들고있던 리볼버를 신발장 위에 서두르게 올려놓고 멀쩍하게 서 있었다.수연이의 훗,하는 간질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연우는 두 눈을 크게 뜨고말았다. 그녀가 자신의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눌리더니 키스를 하는게 아닌가!온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그녀의 혀가 자신의 입술에 훑고 지나갔다.움찔.달달한 그녀의 혀가 느껴지고 그의 아랫도리가 찌릿하더니,미친듯이 부풀어 올라가고 있었다.연우는 갸녀린 그녀의 허리를 잡고 거칠게 입술을 내리찍는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자신의 혀를 집어넣었다.예상 밖의 그의 부드러운 혀에 수연은 뒷걸음질 했지만 그가 자신의 혀를 재빠르게 낚아채고 빨아당기기 시작했다.넌내거다 라며 각인 시키려는 거친 민혁과 다르게 그는 섬세했고 조심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긋함에 수연은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둘렸고 연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고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따뜻한 눈빛에 수연은 흠칫했지만 이기적인 민혁과 다른 그에게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침대위로 엎어진 두 사람은 뒤엉키는듯 서로를 물고 햝고 있었다.연우는 그녀의 가녀린 목덜미에 자잘한 키스를 남기고 그녀가 입고 있던 블라우스를 조심히 벗겨냈다.이윽고,그녀의 얇은 브라우스가 보이기 시작했고 풍만하게 솟은 젖가슴이 보이자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이 들쑤셨다.민성은 자신이 숫총각이라 했다만 그는 몇번 여자를 안아 본 경험은 있었다.다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상대가 아프던 말던 자신의 분신을 박아 흔들며 욕망을 채웠던적 밖에 없었다.허나 지금 자신 밑에 깔려져 있는 그녀를 보자 우선 자신의 욕심 보다는 그녀를 애간장 태우고 싶고,그녀가 자신에게 애원하길 바라는 원초적인 본능이 일어났다.그는 그녀의 옷을 벗긴뒤 눈부신 여자의 나신에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가슴에 적나라하게 새겨진 붉은멍울.순간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그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먼 천장을 쳐다보며 큰눈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하고 흘러내릴듯 시큰해진 눈가,그리고 꾹 다문 앙증맞은 입술….연우는 자신의 심장이 바늘로 쿡쿡 쑤시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도대체 무엇때문에 이 여자가 이러는걸까.상처받은 얼굴로 그에게 자신의 몸을 내받치는 이유는 뭘까.그는 조용히 눈물을 흐르고 있는 그녀의 눈가에 입술을 맞추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햝았다.상처받은 그녀에게 자신이 처방전이라면 언제든 그녀를 치료하고 싶었다.끝없이 흐르는 이 아름다운 눈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싶었다.그녀의 가슴에 새겨진 다른 이의 자국을 그 위로 연우의 입술이 닿았다.그리고 그는 고통받고 있는 그녀를 자신의 심장에 묻어둘려 애썼다.그날 밤 그는 유리같은 그녀를 조심히 안았다.깨지지않게.
* * * *
수연은 거실장에 놓여진 와인병을 하나 들고 와인마개를 따고 병채로 입에 가져가대고 벌컥 마셔댔다.끝도없는 갈증이였다.아니,그냥 이거라도 먹고 취하고 싶은 마음뿐이였다.손에 와인병을 든채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한쪽 벽면에 여러사진들이 붙여져 있었다.한 사람만의 사진이였고 그 사람은 강민혁이였다.인터넷기사나, 잡지에 실린 그의 사진만을 올려내 붙이고 몇장의 사진은 사람을 고용해 그의 하루 스케줄마다 찍혀온 사진들 이였다.수연은 한동안 사진 속 그를 쳐다보았다.그리고 그 속에 행복했던 지난 일들이 떠올렸다.
스무살,새내기 대학생 시절 그를 처음 만났다.자신보다 여섯살이나 많은 남자였고,군입대 후 휴학을 했었다가 제대 후 유학을 갔다 와서 늦게 복학을 했다고 했다.집안형편 어려워 학교 근처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다정한 남자였다.그때 당시 연애라곤 생각해본적도 없고 남자 만나 볼 여유조차도 없었다.병든 홀 아버지 밑에서 고아나 다름 없이 자라난 탓에 자신이 아니면 돈 벌어줄 사람이 없었기에 남자 만나는 시간 조차도 아까웠고 굳이 그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다.무관심 했던 자신에게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에게 다가와 사랑을 갈구했었다.어린 아이처럼 투정부리는 그가 얄밉기도 했었고 왜 자신에게 그러냐며 화를 내기도 했었다.그러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은 이미 그에게 마음을 다 주고 난뒤였다.
그의 오피스텔에서 사랑을 나누었고,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사랑을 나눈적도 있었다.난생 처음 남자의 몸에 자신을 맡겼고 그남자 마음에 자신이 있듯이 자신도 마음속에 온통 그 남자뿐이였다.그렇게 행복이 찾아왔었다.영원할것만 같았다.친구들에게도 부러움을 샀었고 학교내에 여자들에게 질투를 받아본적도 있었다.
3학년 졸업이 가까운 그날,그날도 어김없이 그와 캠퍼스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그리고 그에게 고백하는듯이 말을 했다.
'나 임신했어….'
자신의 고백에 그는 잠시 당황해 하더니 아무말도 없이 표정이 굳어져갔다.그리고 그가 한동안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더니
'난 아직 아이 생각해 본적이 없어.생각 좀 해보자….'
그날밤 집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그저 실망감과 배신감이 들뿐 이였다.하지만 여전히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에게 고백한 몇일이 지난 후 였다.임신부 검진을 위해 산부인과에 갈려고 외출을 했었다.집 밖으로 나오자 검은양복을 입은 남자 두명이 오더니,'강민혁씨가 보냈습니다.'라며 그녀를 잡았다.왠지 모를 불안감에 거절을 했지만 그들은 자신의 입을 막고 주차되어 있던 봉고차에 자신을 실었다.순식간의 일이 였다.차안에서 살려달라며 소리를 질려댔다가 목 뒤에서 느껴지는 따끔함과 동시에 눈꺼풀이 무거워 지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눈을 떠보니 병원이였다.마침 자신의 팔에 링거를 새로 끼워주는 간호사가 앞에 있었다.힘겹게 입을 떼,간호사에게 뭐라고 물으니 믿을 수 없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귓속을 파고 들었다.
'아이를 지우고 난 후 자궁을 들어낸 적축수술을 했는데,기억이 나지 않으세요?'
'보호자분이랑 사인하신걸로 아는데요?어머,괜찮으세요?'
'차수연씨 보호자 분 성함이 강민혁씨 아닌가요?여기 차트에 강민혁씨가 보호자라고 나와있네요.'
수술 후 일주일동안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수술 직전 나와 그 남자가 와서 함께 수술동의서에 사인까지 했다고 한다.나는 아니라며 소리를 질렸다.아랫배에 극한 통증이 몰려왔고 발작을 일으키니 수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와 마치 자신을 정신병자를 보듯이 팔과 다리를 잡고 안정제투약 한다며 커다란주사를 집어들고 팔뚝에 주입했다.그 일이 있고 난 그날 밤 그가 병실에 찾아왔다.
'괜찮아?'
괜찮냐고 묻는 그에게 욕을 퍼붓고 때려 죽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말 할 힘도 움직일 여력도 없었다.그저 멍하니 그의 시선을 돌리고 창밖을 보기만 했다.사랑이라고 믿었다.아이를 생각해 본 적은 없어도 이렇게까지 잔인한 남자인 줄은 몰랐다.치가 떨렸다.하지만 그가 없는 시간엔 보고싶어 언제오나 병원 앞까지 서성거린 시간도 있었다.문득 정신 들땐 미쳤다며 자신을 자학하기도했었다.그리고 퇴원 후 그가 제안을 했다.1년동안 자신 옆에 있어달라고.또 다시 흔들렸다.잔인한 그였지만 내 속에 있는 감정은 아직도 그에게 향한 사랑이 남아 있었다.
8년전 이야기가 엊그제 같이 선명하다.수연은 들고 있던 와인병을 벽에 던졌다.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파편이 사방 곳곳 흩어졌다.붉은액체가 그의 얼굴에 흘려내리고 있었다.마치 피를 흘리는 것과 같아 보였다.순간 목에서 쓴물이 올라올것 같아 그녀는 재빨리 욕실로 들어가 변기에 머리를 박고 속안에 있는 모든걸 입으로 토해냈다.부들 떨리는 몸을 겨우 일으켜 세면대에 물을 틀고 세수를 했다.거울 속에 비취는 자신을 쳐다보았다.눈가에 맺힌게 눈물인지 구분이 안간다.그리고 그녀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눈은 상처받아 울고 입은 섬뜩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첫댓글 새로운 사실이군요,,,,,,,,,,담편도 기대되요~
담편기대요
음 글쿤 재밌어용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