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요상묘상하다. 전이라는 거 한국인이 즐겨하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명절날 음식엔 꼭 빠지지 않고 상에 올라오는 음식이기도 하고 음주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술 안주감이 아닌가 한다.
난 요새 반찬거리 만들고 있다. 전에는 형편없었던 솜씨가 유식한 표어대로 일취월장한다고 해야 하나? 아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하기에 나를 후하게 점수 주는 편이지 남이 평가한다면 아직도 형편이 없다고 혹평하리라 본다.
팔자에도 없는 주부가 되다 보니 요사이 물가가 왜 이리 고가행진하는지 모르겠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집안 살림한다면 나의 이런 곡소리(?)가 전혀 낯설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너무 돈 가치가 없다.
그 실례로 사임당 지폐도 가지고 있을 때 든든한 느낌이지만 일단 쪼개면 그냥 흐지부지되어 돈이 돈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사임당도 세종대왕처럼 그 가치가 높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 돈이 사용되면 그 값어치가 대왕님처럼 산산조각되어 아무렇게 사용해도 그 존재적인 가치를 전혀 느낄 수가 없게 된다는 말이다.
내 주머니에 사임당이 있을 때만 사임당 가치를 느낄 수 있지만 사용되어 대왕님 몇장으로 분활되면 금방 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니 집안 살림 한다는 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비명이라도 맘껏 질러보고 싶다만,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시장이고 마트이고 간에 찬거리나 식자재 사기가 겁이 날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가기가 무섭다고 해도 절대로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뒷방 늙은이 취급당하는 시절이고 보니 정부 시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지만 먹고 사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한다고 고한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 있기에 먹고는 살아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서 무어라고 하겠나? 그저 하루 세 끼 굶지 않고 꼬박 먹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나? 주머니에는 먼지만 가득 끼이고 밖에 나가도 누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이가 없는 적막강산이고 보니 참으로 인생 무상,인생 고독을 왕창 씹고 있을 수밖에.
이는 나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이지 결코 한가롭게 신세 타령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이러니 곡해하지 마시기를...
간당간당하는 주머니 여건이고 보니 비싼 반찬 산다는 것도 나에게는 오히려 사치라고 여긴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알뜰 모드로 변경해서 가능한 간편한 음식 만들기에 도전할 수밖에. 이 세상이 마이 달라졌다. 남정네가 마음놓고 부엌에 들어갈 수 있는 이 밝은 세태가 아닌가? 그러니 주저할 게 뭐 있나? 되례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해야지 못하면 그게 등신이 되는 세상이 되고 보니 그래도 시간이 흐른 모양이야!
나도 나름 도전하기로 했다. 처음엔 부추전,그리고 김치전 이 두 가지 만들기에 도전했다. 평소에 보는 거이라도 막상 내가 한다고 하니 약간 떨린다. 그레서 넷상에 들어가 만드는 방법을 탐구했다. 용기를 내어 만들어 먹어 보니 내가 한 거라서 그런한지는 몰라도 내 입에는 잘 들어간다고 하겠다.
지금도 부추전 만들고 난 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이 어렵게 여겨지지만 한두 차례 하고 나니 이젠 그냥 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이름하여 부추전 만드는 남자라고 스스로가 명명하고 싶다.
독자적인 생활이고 보니 세 끼를 먹어야 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럽다고 느낀다. 어느 때는 그냥 먹지 않고 쉬고 싶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 지금 나의 일상사에는 약 복용이라는 거 중하다. 하루 2번에 걸쳐 꼭 먹어야 한다. 건강상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끼니를 건너 뛸 수가 없는 지경이다.
이게 참으로 일상을 성가시게 하는 거라 하겠다. 이러니 어디로 가고 싶은 충동이 발하여도 가지 못하고 칩거란 작은 공간 내에 창살없는 옥살이하는 격이다. 때는 가을로 깊숙이 접어들고 있지만 이내 마음은 어디론가 훨훨 가고 싶다고 외치고 싶어도 보이지 않는 공간 내에 머물러야 하는 이 여건이 마이 싫다고 표한다.
이런 마음,저런 마음을 다 펜 안에서 익고 있는 부추전 만들기에 전념하다 보니 약간 마음의 생채기도 소리없이 녹아지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이게 바로 나 자신을 관리하는 거 아닐까 한다.
부추전이라는 실물을 만들고 있다는 그 순간만큼 나는 나를 잊는다. 좀 건방진 표현하면 이 순간만큼 나라는 존재를 잊고서 오로지 부추전 만들기에 전념한다. 이럴 때면 항시적인 일상사의 어려움이난 생활의 고통을 망각하게 된다. 이른바 망아의 경지에 있는 거 아닐까 한다. 참으로 척 하려고 하는 나를 보니 아직도 마이 멀었다는 자성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리 쉽게 망아(忘我)란 경지를 느끼고 인지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벌써 도의 경지나 해탈의 지경에 있지 뭐한다고 이 세상에서 살아 있다는 쉰소리를 경쟁적으로 발하는가? 좀 아서라. 좀 진중해라. 망아라는 표현은 함부로 사용하는 거 아니다.
이런 거 보니 나도 헛나이나 헛세상을 산 거라고 자신이 명백히 입증하는 거 아닌가 한다.
민족의 전승이 가까이에 있다. 이러니 각가정에서 명절 음식한다고 전 부치기 나서는 이들이 있다. 아마도 제일로 꺼려 하는 대상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전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이왕지사 한다면 기분 좋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참 싱거운 소리한다고 뒤에서 흉보겠다. 그래, 나도 알아! 대개 잔소리격인 전 만들기에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고 해도 누가 해야 한다.
나는 방금 전에 부추전 만들었다. 소쿠리 안에 가득 담긴 나의 역작을 보니 뿌듯하다. 역시 혼자 사는 살림이고 제반 여간상 스스로가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보니 그냥 좋게 행하는 것이다. 이게 나의 배로 들어가 일용할 에너지 만들어 주리라 본다.
하도 고공비행하는 물가에 고즈넉한 비명 소리를 원껏 발할 수 없는 이 땅의 사람들이여! 자신이 좋아하는 전 만들기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스스로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도전에의 자신감을 느끼고 실제로 행함으로써 실천적인 행위에 대한 자아적인 포만감을 느낄 수가 있다.
산다는 게 어렵다는 거 갈수록 뼈속 깊게 체득하고 있다. 어떤 사소한 일은 없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일로 세상은 충만되어있다. 이러니 살기 위한 생존적인 본능이 발해야 한다. 어떤 일이고 간에 도전하지 않으면 체득으로 획득되어진 삶의 교훈을 자신의 것으로 화할 수가 없다.
가을 하늘을 올려 보아라! 참 맑고도 투명한 하늘이다. 진정 가을이 온 모양이다.가을이 된 천지에서 우린 역시 생존의 나날을 헛되게 탕진할 수가 없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더 많은 육수를 흘러야 한다.
첫댓글 참세상사 쉬운게 없지요
직접해보니까 더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래두이제 전붙이는건 자신이 생겼으니 아이템 하나더 추가하시지요 ㅎㅎ이번엔 뭘도전하실까
도전~~
도전할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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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알겠어요!
저도 지금 부추전 만들기
위해 부추 다듬으면서...
글을 보면서 부추부침
냄새가 나네요.
낯선 생각 안 들고
같이 부추부침개 만드는
친구 느낌이라서
오늘 부추부침하면서..
에나가님 글과 함께 맛난
부침이 되겠구나!
어제 만들고 오늘 아침부터
먹을 예정입니다.
동질감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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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전 부치기는 잔존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로 말하면 전부치기가 젊을 때 보다 재밌어져요
나이들면 먹을 거 챙기는 시간이 소중해지니
젊은이를 이해하게 되지요 사 먹는 전도 그런데로 찬성해요
먹을 거 잘 먹어야 건강이 유지되지요.
부추전 좋아하는데 언제 한 번 얻어 먹을 기회가 있을지 ㅎ
이거 저거 막 부쳐서 실력 더 쌓으셔서 전의 대가가
되시기를...건강도 챙기시고..
힘을 내어 열심히 할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