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에서 워터게이트 스캔들 취재를 위해 상사를 인터뷰하려는 더스틴 호프먼의 시도를 거의 좌절시키는 비서 역으로 낯익은 배우 폴리 홀리데이가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자택에서 88세를 일기로 생을 접었다고 데드라인이 다음날 보도했다.
고인은 CBS의 장수 시트콤 '앨리스'(1976년 8월~1985년 3월)에서 톡톡 쏘는 웨이트리스 플로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고 토니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녀의 연극 에이전트 데니스 아스플랜드가 일간 뉴욕 타임스에 그녀의 죽음을 알렸다. 그녀는 '앨리스' 주요 출연진 중 마지막 생존 멤버였다.
불꽃 머리에 껌을 씹어대는 불손한 웨이트리스를 잘 소화한 홀리데이는 쇼의 많은 웃음을 불러왔다. 무표정한 남부 말투로 플로가 무뚝뚝한 '멜스 다이너' 주인(故 빅 테이백)에게 내뱉은 "Kiss my grits"란 상스러운 표현은 전국적인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미국 남부 지방에서 주로 먹던 삶은 옥수수 가루로 만든 거친 음식을 그리츠라고 하니, 우리말로 옮기자면 '내 죽이나 드셔'정도 될 것 같다.
1937년 7월 2일 앨라배마주 재스퍼에서 폴리 딘 홀리데이로 태어난 그녀는 앨라배마 여대와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연극 예술을 공부한 후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 있는 아솔로 극장 컴퍼니에서 전문 연기 경력을 시작했다. 뉴욕으로 이주한 그녀는 1972년 퍼블릭 시어터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곤 했다.
그 얼마 뒤 홀리데이는 호프먼이 연출해 히트한 브로드웨이 연극 '올 오버 타운'에 출연했고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호프먼과 다시 만났다. 같은 해에 그녀는 '앨리스'의 플로렌스 잔 플로 캐슬베리로 캐스팅됐다.
홀리데이는 1980년 단명에 그친 스핀오프 '플로'에 출연하기 위해 떠날 때까지 시리즈에 남아 있었다. '앨리스'에서 그녀 자리는 다이앤 래드가 새로운 캐릭터 벨 듀프리로 채웠는데 그녀는 시트콤에 영감을 제공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앨리스는 더 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1974)에서 플로 역할을 했다.
'플로'는 이듬해 제작 취소됐다. 2년 후, 홀리데이는 차에 치여 부상을 입은 에일린 브레넌을 대신하기 위해 CBS의 단명한 '벤자민 일병' 출연진에 합류했다.
유명한 드라마 시리즈 '골든 걸스'에서 홀리데이는 로즈 닐룬드(베티 화이트)의 시각장애인 여동생 릴리 역을 맡았다. 그녀는 또 팀 앨런의 'Home Improvement'와 존 그리셤의 1995년 법정스릴러 시리즈 '의뢰인'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의 마지막 TV 크레딧은 1996년 'Homicide: Life on the Street'의 에피소드였다.
이 밖에 고인의 영화 작품으로는 'WW and the Dixie Dancekings'(1975), '그렘린'(1984),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페어런트 트랩'(1998), '과외수업'(The Heartbreak Kid 2007) 등이 있다. 그녀의 마지막 영화 크레딧은 '페어게임'(2010)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올 오버 타운' 외에도 'Arsenic and Old Lace'(1986)에 출연했으며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1990) 리바이벌 작품에서 빅 마마 역을 소화해 후보에 올랐다. 그녀는 1994년 '피크닉' 리바이벌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복귀했다. 2000년에 그녀는 링컨 센터에서 리바이벌된 '뻐꾸기의 시간'에 출연했다.
홀리데이는 '앨리스' 오리지널 캐스트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다. 린다 라빈은 지난해에, 테이백은 1990년에, 베스 하울런드는 2015년, 필립 맥키언은 2019년에 세상을 등졌다.
홀리데이는 직계가족으로는 유족을 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