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집 앞 매화나무 꽃에서부터 윤기나게 잘 닦여진 장독대에까지
사르르 .... 인기척도 없이 시작된 봄 기운은 갖은 꽃을 피워댔다.
경북 상주 화동마을.
길을 잘못 들어 긴 시간을 되돌아왔다.
그래도 마음이 소잡지 않은 것은 순전히 꽃 때문이었다.
화동마을을 찾아가는 내내 산과 들은 울긋불긋 꽃대궐이었고
막 돋아난 연둣빛 이파리들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와, 저기봐라. 살구꽃이다.
-어머, 여기 여기... 둑길에 벚꽃 터널이야
-저어기 저 너머 좀 보세요. 복사꽃이 넘 고와요
여자들은 호들갑을 떨어대며 길을 잘못 들었던 어떻던 상관않고
계속 봄바람과 봄꽃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화동마을이라.... 화동... 꽃화 자가 분명한데...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꽃이 지천일 수가....
우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들의 손짓에 마음을다 내 주면서
꽃보다 더 아름다운 단지님 집을 찾아갔다.
단지님. 정말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다.
그리고 단지님의 집 <신의 터>에 꼭 한번 오고 싶었다.
선교리....어, 여기다.
드디어 단지님 댁을 찾았다.
다소곳한 너와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러번 사진에서 본 풍경이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단지님~~~ 안녕하세요?
마당 한 가운데를 차지한 단지.
간장, 된장.... 바람이 솔숲을 건드리자 솔향이 흩어졌다.
바람과 햇볕과 솔향이 키운 건강한 먹거리를 품은 단지.
보물단지...
가장 먼저 도착한 정토님도 뛰어나와 단지님과 함께 우리를 반겨주었다.
-단지님 댁이니까 단지님과 함께 단지 앞에서 사진 한번 찍어요
내가 말하자 모두 큭큭 웃었다.
단지,,, 단지... 단지님께 단지 앞에서 사진 찍자 했을 뿐인데....
된장을 입힌 돼지고기를 솔잎을 깔고 가마솥에다 쪄내는 단지님
점심 준비에 분주한 손길.
나눔의 손길은 언제나 이렇게 아름다운 법이다.
길고도 고운 이 손가락이
맛있는 우리 고향의 맛.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내는 손이다.
거실에 앉아 남쪽으로 난 창을 바라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들어선다.
졸조리 키를 세운 소나무숲.
그 옆으로 난 작은 길 하나
약간 기운 언덕배기로 흰제비꽃이 흐드러졌다.
도다리쑥국을 끓이기 위해 아침나절 내내 쑥을 뜯어다 놓으신 단지님.
일용한 양식을 위해 우리도 팔을 걷고 나섰다.
자, 지금부터 쑥 가리기 시작~~
-내사마 와이리 이런 일이 재미있고 좋을꼬?
-어쿠, 허리야.....
입방아를 찧어대며 <신의터농원> 툇마루에 앉아 우리는 쑥을 다듬었다.
차 한대가 들어서고 금자님이 도착하였다.
금사모(금자네 사랑방 모임 또는 금자씨를 사랑하는 모임)의 주인공 금자님.
오늘은 쫘악~ 차려입은 모습은 넘 예쁘다.
꾸밈없이 활짝 웃으며 서로 반기는 모습 촬깍~~
-자, 사진 들어갑니다. 자연스럽게 웃어주세요~
퍼뜩퍼뜩, 빨리빨리, 손놀림이 매우 빠르다.
솥뚜껑 운전 실력 이십년 경력 이상자들이라 그런지
손만 닿으면 일이 척척 이루어진다.
잘 차려진 자연밥상.
시금치된장국, 가죽나물 첫순, 보드라운 생미나리, 각종 나물과 찌.
아삭아삭 살아있는 김치에 고들배기, 민들레김치.. 그리고
된장 바르고 솔잎과 소나무 잔가지 위에서 기름기 쫙 빠진
담백하고 말끔한 보쌈돼지까지
쌉싸롬하고 담백하고 수수한 시골맛이 밥상에 올랐다.
-멀리서들 오느라고 고생했을텐데 많이들 들어요.
단지님표 밥상을 받고보니 가슴이 다 설렌다.
와~ 임금님도 황제도 국왕도 그 누구도 부럽지가 않다.
세상을 다 주어도 이 밥상과 바꾸지 않으리라...
애플과 나는 앞다투어 먹기 시작했다.
와우~ 아아,,, 음음,,,, 옴머,,,, 어머나 ,,,, 아이 좋아,,,
밥 한숟갈 입에 넣고 감탄사 너댓번 하니라고
입이 다 아프다.
-자, 신의터 포도주 한잔씩 돌립니다.
유기농으로 직접 농사지어 만든 <신의터 포도주> 한잔씩
신의 터에서 재배한 포도라 그런지 맛이 참 좋다.
신이 내려와 노니는 땅이라... 그곳에서 신의 물방울을 생산하였으니 ...
금사모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건배~~
너나가 아닌 우리 라는 이름하에 모두가 한 밥상에 둘러앉아
이 순간만은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되어본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나서
우리는 마을길을 걸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포도밭 뿐이다.
여름이면 여기저기 포도가 주렁주렁 달리겠지...
길가, 둑길, 논두렁, 밭두렁, 과수원길... 온통 민들레꽃이다.
마을이 노오랗게 민들레로 물들어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마을 산책을 하고 오니 금자님이
강원도 영월표 메밀가루와 도토리가루로 잔파, 미나리 전을 부쳐놓았다.
안그래도 출출하던차에 강원도 맛을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아아, 바로 이맛이야...
살캉살캉 파와 미나리 씹히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귀에 들린다.
가마솥에 불도 지피고 뜨근뜨근 황토방은 익어간다.
남자들은 황토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수다를 떨어대고
가마불에서 나온 군고구마는 노릇노릇 잘도 익었다.
저녁은 백숙이다.
각종 약재를 넣고 통감자도 쑹덩쑹덩 넣고 대추도 넣고
가마솥에서 백숙이 끓어넘치고...
어김없이 시간은 흐르고 저녁은 다가오고
남자줄 여자줄... 줄 맞춰 앉아서 저녁상을 차린다.
먼저 신문지 깔고 백숙놓고
민들레 겉절이로 쌉쏘롬하고 무치고...
크으~~ 우리가 언제 이렇게 여자들로부터 호강을 받아 보았던가?
남자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들이키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째 표정들이....농촌총각들 늙그막에 억지로 선보러 나온 듯한 모습이다.
자, 저녁들 드입시더~!~
20여명이 넘는 대식구들이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 서울, 인천, 부산....
그라고보니 제주 빼놓고 다 모였다.
상주 단지님 댁에서의 금사모의 첫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둘레길편은 2편에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숲과 물과 오솔길이 펼쳐진 곳 백화산 둘레길.
(2편 기대~~)
첫댓글 ㅎㅎㅎ 마치 함께 한듯 합니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