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오스트리아 연방철도(OBB)의 고속철 서비스인 레일젯(railjet) 네트워크로 현재 영업 최고속도와 향후의 속도향상 계획을 표시한 안내도입니다. 레일젯 네트워크입니다만 현재 영업 최고속도와 향후의 예정된 영업 최고속도를 표시했기에 사실상 오스트리아의 고속선 네트워크 안내도라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유럽 고속철에서 이탈리아도 그렇고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바로 오스트리아입니다. 워낙 프랑스와 독일의 아성이 짙다보니 고속철 프로젝트 착수 시점으로만 따지면 프랑스 다음으로 빨랐던 곳이 오스트리아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입니다. 후술할 이야기입니다만 별도의 고속선이라는 늬앙스가 약한, 즉 프랑스의 LGV나 독일의 HGV-strecke 같은 고속선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거나, 전용 차량을 통칭하는 TGV나 ICE같은 용어없이 운용구간에 딱히 연동되지는 않다가 그마저도 최근에야 운영주체인 오스트리아 연방철도가 railjet을 런칭한 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럽의 고속철이 그렇듯 기본은 '기존선의 고도화 확장판'으로 그마저도 초창기 독일처럼 선로물동량이 많거나 산악 등 지형적인 여건이 안좋은 곳에만 병행하는 신선을 부설하는 방식입니다. 즉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비교하면 고속 신선 비중이 다소 적은 편이며 사실상 선로용량이 허용하는 한 기존선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할겁니다. 일단 영업 최고속도가 200 ~230km/h 인 것도 그런 이유일거고...
오스트리아 고속철 프로젝트는 1983년 오스트리아 교통부 장관인 카를 라우세커(Karl Lausecker)의 서부 본선(WestBahn) 용량 증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됩니다. 서부 본선은 잘츠부르크(Salzburg)를 매개로 북서쪽으로는 독일 뮌헨, 약간 남쪽으로 틀면 스위스, 이탈리아 북서부와 연결되는 핵심 간선이기에 1902년 복선화를 시작으로 전철화 등의 개량이 가장 먼저 실시되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연선의 지형으로 인한 난제는 여전해서 특히 램바흐역(Lambach Bahnhof) 남서쪽 지점의 급곡선이 백미인데 이 구간의 우회선이자 고속선의 한 구간인 칼바리엔베르그 터널(kalvarienberg tunnel) 개통 이전 속달열차는 80km/h, 무려 절반가까이 감속해야 했던 구간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스위스와 함께 지리적 특성상 유럽의 철도망이 지나가는 한복판이라 오스트리아 간선철도 네트워크의 용량 문제는 유럽 철도망 전반의 문제 자체였기에 시급했던 사안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발표된 계획으로는 앳낭-푸크하임(Attnang-Puchheim) - 잘츠부르크 구간은 별도의 병행 고속선, 장크트 푈텐(St. Pölten) - 린츠, 린츠(Linz) - 앳낭-푸크하임 구간은 병행 고속선 포함 2복선으로 구성하는 형태로 계획되었습니다. 최고속도는 전술한 고속선 구간은 250km/h, 나머지는 기존 서부 본선의 최고속도를 160km/h까지 끌어올리는게 서부 본선의 고속철 프로젝트입니다. 서부 본선 고속철 프로젝트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많기에 추후 한번 자세히 다루는 것으로 하고...
여튼 서부 본선에서의 성과로 일본의 도카이도산요신칸센처럼 일체화된 개념이었던 잘츠부르그-티롤 축선으로의 확산, 즉 로어 인벨리 신선(New Lower Inn Valley railway), 즉 neue Unterinntalbahn으로 확대됩니다. 이 구간은 인스부르크(Innsbruck)에서 분기하여 이탈리아로 연결되는 브레너선(Brennerbahn)의 고속선 컨셉으로 공사중인 브레너베이스 터널(Brennerbasis tunnel)을 연계하여 이탈리아 베로나(Verona)/밀라노를 연결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구간이 완전 개통되면 빈 - 인스부르크 축선의 레일젯 소요시간이 3시간대로 들어오는데 이어 뮌헨 - 인스부르크 55분, 뮌헨 - 베로나 2시간 20분이 되기에 독일에서도 사활을 걸고있다고 합니다.
이어 그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은 남부 본선(Südbahn)이 고속선 프로젝트로 선정되었는데 이 노선의 백미는 통칭 '재머링선'이라 하여 알프스 산맥의 재머링 고개를 우회하는 재머링 베이스 터널(Semmering Basis tunnel), 그리고 아예 고속선에 준한 노선으로 건설되는 코랄름선(Koralmbahn)입니다. 전자의 경우 최초로 알프스 산맥을 철도로 횡단한 세계 최초의 산악 철도인데다 현재도 이 구간은 오스트리아에서 과밀화된 선구가운데 하나이기에 서부 본선과 마찬가지로 선로용량 확충과 소요시간 단축이라고 합니다.
코랄름선은 현재의 클라겐푸르트(Klagenfurt)/필라흐(Villach) 방면 연계 문제인데, 현재 브루크안데어무어(Bruck an der Mur)에서 분기하는 브루크안데어무어-레오벤선(Bahnstrecke Bruck an der Mur–Leoben)/루돌프선(Rudolfsbahn) 계통과 남쪽의 슬로베니아의 마리보르에서 분기하는 드라우계곡선(Drautalbahn)/프스테를계곡선(Pustertalbahn) 계통으로 나눠진 형태라고 합니다. 전자의 경우 북쪽으로 돌아가고 후자는 슬로베니아 영토인데다 드라우계곡선과 프스테를계곡선의 경계인 베르시아코(Versciaco)역은 이탈리아 영토라는 점 때문에 그라츠 지역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가 나온 점도 있습니다. 거기에 오스트리아 연방철도 입장에서는 그라츠와 클라겐푸르트에 동일한 열차 빈도를 제공하는, 즉 분기노선으로 인한 열차운용 편성 어려움 극복까지 노리는 모양입니다. 다만 이 경우 브루크안데어무어-레오벤선/루돌프선 연선으로의 레일젯 서비스가 사라지는게 아니냐는 해당 노선 연선의 반응도 있다보니 코랄름선의 건설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합니다.
애초에 배경도 다르고 추구하는 목적도 다르기에 직접적 비교는 어렵겠습니다만서도 경부고속철 건설과정에서의 온갖 일들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전술한 것처럼 추후 서부 본선의 고속철 프로젝트를 다룰때 자세히 언급해볼 내용이기에 일단 여기까지...
첫댓글 경부고속선이랑 호남고속선은 계획 자체는 완벽에 가까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