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솔직해서 매력있는
시 한편 읽고 웃어봅시다
충청도 어느 고등학교에서 쓰앵님했던
여류시인이 썼답니다
날씨가 꿀꿀하네요
내일부터 엄청 추워진답니다
아니 모레부터인가?
어제 산길 10킬로 2시간만에 걷고
땀 옴팡지게 흘리고선 오늘은 실내쟌차탑니다 왜 살빼는지 거울속에 비친 나는 완전 빼빼합니다 ㅋㅋ
"정 말" 이정록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아랫도리로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수욱~ 이게 이년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초조루증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니였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 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카페 게시글
◆삶의 길목에서
완전 가정용 남자
비몽사몽
추천 0
조회 123
22.12.12 15:34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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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삶의 길목 카페에 가입해서
가장 기쁜 점은..." 비몽 사몽" 님의 글을
가장 빠르고 가장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ㅎㅎ
음.......이곳에서는 방장을 하시니까
이젠 어디로 멀리 안보이지는 않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기도 하구요..
저로 말씀드리자면
십여년을...넘도록 따라다닌..ㅎㅎ 열성 팬이거든요..
늘 건재한 여유와 위트, 그리고 조금 칼칼했던 기질은
많이 옅여지긴 했지만
혀끝에 감도는 맵싸한 돌산 갓 김치 같던
사회적 시선들...
이...여전히 유효한 매력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반갑고
기쁩니다
참고로...저도 58 개띠거든요..
언젠가,
스치듯 한 번 인사 나눈적도 있어요...우리가..ㅎ
댓글 보니까 정말 글 잘쓰시는 분 같아요 언젠가 한번 스치듯 인사도 나눴다니 뉘신지 많이 궁금합니다
자주 뵙길 희망합니다
비오고 진짜 추워진데요
감기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
아참.....그리고
조금 오류가 있으신것 같아서..
이정록 시인은.....여성이 아니고 남성...
[ 이정록 시인의 약력 ]
이정록 시인
* 1964년, 충남 홍성군 출생.
* 공주사범대학 한문교육과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수료.
*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혈거시대' 당선 데뷔.
* 1994년 첫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1996년 <풋사과의 주름살>. 1999년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2001년 <제비꽃 여인숙>.
* 윤동주문학대상. 2017.7 제5회 박재삼문학상. 2002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시부문. 2001 제20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 만해문예학교 교장.
허걱~~ 저는 이분 잘모르는데 어디서 보고 너무 재밌어서 많이 웃었어요
자전적 시인줄 알고 여자분이 참 걸쭉하다 생각했어요
아주 그냥 무식이 몸부림칩니다 ㅋㅋ
미소지으며 읽었던 글입니다
다시 보아도 재밌어요.
저는 아주 서정적인 시보다
이런 시 쓰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쓸수있죠?
저는 너무 느려서 짜증나는 남자이야기 쓸까봐요 ㅋㅋ
ㅎㅎ
멋진 글인지 아닌지ᆢ
헷갈립니다 ㅋ
풍객님의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듯한 시나 너무 애절한 사랑이야기 시와는 쫌 분위기가 다르네요
이렇든 저렇든
시 쓰는 분들 너무 대단해요^^
워매~~
난 첨 접하네요
하여간 길목안을 오다가다 들여다보면
시 몇편은 건지겄네요
왠지 함박꽃님이 쓰시면 저런 분위기의 시가 나올거 같아요
함박스러운 분위기??
쓰서 습작은 삶방에다 발표하세요^^
어머ㅡ 어머.....
빵빵 연신 터지면서 읽긴 했지만......
그러다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저승길도 그렇게 빨리 떠났군요, 그 양반.
그남자 밥도 엄청 빨리먹을거예요
남자 밥먹는 속도랑 그속도랑 비례한데요 ㅋㅋ 담에 횡성에서 식사할때 어떤 남자가 가장 빨리 먹는지 보세용 ㅋㅋ
초조루증
근데 여자분이 그 빠른분을
모시고 사셨나봐
넘 빨리가서 내칠 시간도 없었남?
ㅋㄷㅋㄷ.이정록시인의 위트
재미지지요.시의 맛깐난 부분을 잘도 표현한
어머나~~ 초조루증이면 바로 쫓아내셨겠어요 넘후 무서운 분이세요
너무하세욧!!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