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지는 산림조합원 연회원용 비매품이나 산림조합 홍보실서 특별 구매나 인터넷 열람 가능)
가수 박강수
“산은 내 악보의 쉼표 같은 존재”
글·사진 성낙중(농업인신문 기자)
박강수는 데뷔 25년 차 싱어송라이터다.
자유로운 영혼의 싱어송라이터
포크가수이면서 때로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당당히 걸어가는 가수 박강수. 그녀는 2001년 데뷔 이후 소위 말하는 화려한 성공과 안정된 기반을 버리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평소 여행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자신의 말을 실천하듯 꾸준히 일상에서 자유를 즐긴다. 최근에는 콘서트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그녀를 서울 홍익대 인근 자신의 공연장 베짱이홀에서 만났다.
“아직도 포크가수 하면 남자들을 많이 떠올려요. 훌륭한 여자 가수들도 많은데 말이죠. 더 열심히 해야죠. 25년 전에는 가수의 꿈보다 생계를 위해 노래를 시작했는데 우연히 찾아온 기회로 제 인생이 바뀐 것 같아요. 그동안 수많은 공연과 강연에서 ‘포크가 힘들지 않으냐’, ‘장르를 바꿔보지 않겠느냐’, ‘지금에 만족하냐’고 많이들 물으셨어요. 물론 힘도 들어요. 그래도 온전히 제 손으로 만든 음악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가수 박강수는 ‘한국의 존 바에즈’, ‘여자 김광석’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다. 스무 살, 대학생활의 부푼 꿈을 안고 있던 당시 우연히 찾은 경기도 수원의 한 공원에서 통기타 가수들과 버스킹을 하게 됐고, 그 자리에서 제안을 받아 라이브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6개월간 노래를 하며 가수를 해야 하는지 생각했고 1년 만에 서울 영등포로 진출했다. 특유의 맑은 목소리와 친화력, 1년간 쌓은 내공 덕에 살아 있는 노래를 관객들에게 들려줄 수 있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에게 라이브 무대는 분명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는 제 목소리가 예쁘다거나,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해준 사람이 없어서 가수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어요. 오히려 교사가 되려고 했었어요.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난 후에는 서울로 와서 대중음악을 많이 듣고, 기타도 더 공부했습니다. 그때 영등포에서 노래하던 선배들 중에는 ‘먼지가 되어’를 부른 이윤수 선배, 유리상자의 박승화 선배가 있었어요. 그분들이 노래하던 공간을 제가 이어 받아서 했습니다.”
그녀는 결정을 내리면 과감하게 앞을 내다보고 달리는 스타일이다. 넘치는 끼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녀에게 언더그라운드 무대는 ‘2퍼센트’ 부족한 공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노래로만 채운 앨범을 대중 앞에 내놓기까지는 딱 10년이 걸렸다.
마다가스카르서 음악철학 찾아
“제가 20대 때는 미사리 라이브 카페가 인기였어요. 남궁옥분 선배, 장은아 선배, 채은옥 선배의 대타로 무대에 올랐지요. 다행히 욕은 안 먹었고요. 그러다 채은옥 선배의 주선으로 미국 뉴욕에서 6개월 정도 노래를 했는데 거기서 저 자신이 누군지 조금 더 돌아보게 됐어요. 고집이 아집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1집의 절반 가까이를 그때 만들었어요.”
그녀는 미국에서 돌아온 후에 숭실대학교 콘서바토리 실용음악과에서 본격적으로 창작을 공부했다. 그때 같이 공부한 사람이 가수 김범수였고, 교수는 가수 박선주였다.
“지금 생각하면 온전히 내 것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돈으로, 다른 사람의 곡으로 음반을 낼 수는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것 같아요. 온전히 내가 작사, 작곡한 노래로 앨범을 만들어내면서 자생력이 생겼으니까요.”
재밌는 에피소드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세이클럽’이란 채팅사이트의 음악방송에서 개인 디제이가 유행한 때가 있는데 거기서 1집 ‘부족한 사랑’이 히트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방송도 탔고, CBS 라디오 ‘가요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고정 게스트로 5년을 넘게 출연했다.
“청취자들에게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해주었는데 10년간 남의 노래를 했으니 최적화가 되어 있었어요.(웃음)”
그렇게 포크가수라는 타이틀이 익숙해질 무렵, 그녀 앞에는 새로운 도전장이 전달됐다. EBS ‘세계 테마기행’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편의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누가 봐도 모험이었다. 당시에는 라디오 고정 게스트를 대여섯 개 하고 있을 때라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었고, 갔다 온다고 해도 일회성 화제로만 남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그녀는 또 한 번 도전을 선택했다.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마다가스카르를 다녀온 후 그녀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더 뜨거워졌다. 꿈, 희망, 자연에 대한 생각을 음악 속에 담아내기 시작했고, 음악활동의 방향까지 바뀌었다.
“생각해보세요. 가수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소개라니요. 그런데 마다가스카르를 다녀오고 나니 무대에서 할 이야기가 많아지더라고요. 음악적으로도 나만의 공간에서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래서 신촌에 소통홀이라는 저만의 공연장을 마련했고, 지금은 홍대 베짱이홀에서 매월 공연을 하고 있어요.”
마음의 힐링을 전하는 콘서트
박강수는 팬들과 자주 등산을 즐긴다.
“세상의 희로애락 이겨낸 나무가 되고 싶다”
그녀는 고 김광석, 임지훈처럼 연장 공연, 100일 콘서트를 하고 싶어 했다. 아직 100일 콘서트를 할 인지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음악이 자라서 그 음악나무 그늘에서 팬들이 더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내 음악, 내 삶은 내가 디자인한다는 마음으로 소극장 공연을 하고 있어요. 물론 방송에도 많이 나가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박을 겉만 보고서는 그 맛을 알 수 없듯이 대중에게 제 음악의 깊은 곳까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커요. 뜻대로 되지 않아서 좌절할 때도 있지만 계속 고민하고 질문하다 보니 풀어지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산은 제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가 없어요. 고향이 전라북도 남원인데 어린 시절 지리산 자락에서 많이 놀고, 나무를 했던 기억도 생생해요. 서울에 와서는 나무 숲 대신에 빌딩 숲에서 25년째 살고 있는데 아직도 도시울렁증 같은 것이 있어요. 그래서 ‘나무가 되고 싶다’는 곡도 쓸 수 있었어요.”
그녀는 가끔 음악이나 그 외의 일로 종종 머리가 아프다. 그럴 때면 산을 찾곤 한다. 요즘은 등산보다 트레킹을 즐기는데 서울 홍대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도 파주 심학산을 자주 간다. 종종 KBS ‘영상앨범 산’에도 출연한다고 한다.
“이상하게 산, 자연 관련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와요. 제가 자연하고 잘 어울리나보죠? 평소에는 팬들하고도 트레킹을 두세 시간 정도 하는데 산은 제 음악에 ‘피톤치드’ 같은 역할을 해요. 정말 답답할 때 자연이 주는 모티브가 있어요. ‘나무가 되고 싶다’와 ‘다시 힘을 내어라’는 산에서 만든 노래예요.”
입버릇처럼 “세상의 희로애락을 다 이겨낸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연에서 내가 내딛는 발자국 소리, 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것 같다”고 한다. 또 좋은 소리가 있으면 담아서 공연할 때 관객들과 공유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숲속에서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음악 안에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피톤치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자연 속에 들어가면 가장 좋은 향기와 소리를 찾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 음악을 찾고, 공연장에 찾아와주셨으면 해요.”
자연과 함께하는 가수이자, 관객의 마음에 힐링을 주는 가수 박강수. 그녀는 가을에 출시할 음원을 준비하고 있다. 남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부르지만 혼자서 기획사를 운영해야 하고, 콘서트와 공연도 해야 하는 그녀는 누구보다 바쁘다. 하지만 서두르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충실히 준비를 할 생각이다.
“산에 올라가는 것은 힘들지만 내려오면 다시 올라가고 싶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좋아도, 슬퍼도 계속 찾아요. 저는 저를 표현하는 데 비교적 주저하지 않는 편이고, 음악은 제 삶의 기록이에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음악은 계속될 것이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서 감동과 위로를 주고 싶어요. 그러려고 창작하는 것 아닌가요? 시대는 바쁘게 변화하지만 악보의 쉼표처럼 숨을 쉴 수 있는 자리에 제 음악과 자연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살아가면서 배우는 건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고달파도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과감히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수 박강수처럼.
첫댓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전문을 올려주니 고맙구려~♡
'할머니가 되어도 음악은 계속 될 것이고' 맘에 쏘옥 드는 대목~^^*
모난돌님도 함께 매스컴 타셨네요. 사진 감축드립니다.^^
드리려고 잡지 여분 확보해 두었어요.ㅎ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 책이듯~
강수님 음악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 받으실 겁니다.^^
노래로 삶을 기록하시는 강수님의 중후반 대하 성공스토리가 너무 기대됩니다.^^
wind님 강수님 인터뷰 기사 잘 읽었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처럼 글이 포근하게 읽히네요
강수님의 25년의 노래인생이 애틋하기도 하고 약간의 쉴 수 있는
그늘이 있어 좋기도하고 흐뭇하네요
숲에서는 나무와 새 곤충과 돌들에게 노래하고
세상에서는 기쁜 사람 슬픈 사람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구별없이
때로는 즐거운 노래로 때로는 애잔한 노래로 값진 선물하시네요
강수님 정말 황혼이 깊어질 때까지
아름답고 행복한 노래 부르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wind님 늘 감사합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성기자님의 멋진 편집과 솔하G애님의 따스한 글이 맛을 더하네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하나의 문이 열리니
황혼이 깊어질 때까지 노래하세요.^^
한때 저도 다시 태어나면 나무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었죠..강수님의 말씀이 깊이 공감되고 짙은 감성과 명상으로 태어난 곡들 속에서 큰 힐링을 하고 있습니다..20일 또 많이 기다려지네요...
티비로 접했던 겨울산행 하던 그때 모습이 아련...
좋은 정보라 스크랩 합미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