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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水葬
날이 추워지니
골짜기를 흐르는 물이 수척해진다
끝도 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을 수장하다가
손을 놓고 야위어간다
차곡차곡 쌓이는 붉은 영혼과
그대로 잠들어가나보다
화석처럼 지울 수 없는 광경
분 골처럼 쏟아지는 흰 눈 사이로
정처 없이 떠나가는 길
겨울 골짜기를 감고 가는 길은
수장된 영혼을 메고 가는 것
길 위에 하얗게 서리는 안개를 보았는가
영혼의 눈물이 부딪치며 흩어지는 것이리라.
梁該憬
2017.12.9.토. 내변산 봉래구곡에서
올겨울은 성질이 급하다
겨울인가 싶더니 한파가 밀려오고 눈이 내린다
어떤때에는 겨울내내 겨울이 실종되는가 싶을정도로 온난화에 시달렸는데
올해는 겨울 초입부터 계절을 후벼파고 있다
눈소식 또한 빠르다
전라도에 눈이 온다는 소식에 원래 가려던 산행의 고삐를 부안의 내소사로 돌렸다
붉은잎도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가 허공을 쓸어내리는 곳보다야
눈이라도 내려서 마음이 맑아지는 곳이 훨씬 더 좋으리라 싶었다
눈이 내린다는 것
어쩌면 쓸쓸함 뒤에 오는 채움일지도 모르겠다
그 화려했던 잎을 떨구고 앙상한 계절앞에 소리없이 하얗게 채워나가는 것
쓸쓸함에 대한 보상을 받는기분이다
언제나처럼 새벽일찍 버스에 오르고 한잠 푹 자고 나면 순백의 세상으로 들어와 있으리라 상상을 했다.
순백은 잠시 왔다가는 잠자리 날개같은 투명함이다
금새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하얗게 채워나가는 세상이 좋아서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이 말처럼 뛰어다닌다.
능가산 관음봉(내변산 직소폭포, 내소사)
2017.12.9.토. 날씨 흐림
오전6시 30분 인천출발-10시 내변산 매표소 도착-오후 2시30분 산행종료
산행코스-내변산매표소-봉래구곡-직소폭포-재백이고개-관음봉 삼거리-관음봉-관음봉 삼거리-내소사-주차장
산행시간-내소사관람포함 널널하게 5시간30분
인천에서 6시 30분 출발
내변산 분소에 10시 도착
내변산분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실상길 62
지번-변산면 중계리 산95-10
주차장은 넓고 화장실 깨끗함/ 입장료 없음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변산분소에서 10시출발
눈소식때문에 가려던 코스를 돌려서 이곳으로 왔는데
눈이 녹고 있다
아쉽지만 더 녹기전에 서둘러 길을 향한다.
내변산 탐방로를 진입해서 직소폭포와 관음봉을 거쳐서 내소사로 가게 된다
내소사 입장료를 이곳으로 들어가게 되면 3000원을 아끼는 셈이다.
작은 돈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난 확실한 돈의 노예다
내변산분소에서 새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인데 입산금지라서 막혀있고
하얀눈만 이곳을 지나갔다.
이길로 세봉으로 오르고 관음봉까지 갈수 있는 길이다.
멀리 보이는 바위는 도장바위(인장바위)
간밤에 내린 눈
비록 녹고 있지만
다 녹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평탄한 길을 따라 익숙한 길을 걸어가본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눈과 청죽과의 조화
겨울의 싱그러움을 가장 잘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겨울이지만 생명력의 강인함을 느끼고 더 힘차게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래서 이 대숲을 지나서 힘차게 내변산 탐방길을 걸어가본다.
나의 선과 눈의 선이 만나
겨울 풍경을 선명하게 그려가는 중이다.
세상 풍경이 선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으랴
점없이 선이 이루어지랴
나는 작은 점이 되어서 내변산 풍경으로 걸어간다.
부안실상사지(扶安實相寺址, 전라북도 기념물 제77호)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
전라북도 기념물 제77호. 실상사는 신라 신문왕 9년(689)초의선사(草衣禪師)에 의해 창건되어 조선조 때 양녕대군(讓寧大君)이 중창하였다고 전해진다.
변산 6대 사찰(六大寺刹)의 하나로, 규모가 큰 사찰이었다고 하나 6·25 때 전소되었다. 전소되기 전까지는 대웅전·나한전·산신각·요사채 등이 있었고,
150㎝ 크기의 입불(立佛)로 된 목조 관세음보살상이 유명하였다고 하며, 절의 북쪽에는 부도암(浮屠庵)이 있었다 한다.
실상사지는 내변산의 직소폭포[龍湫]로 가는 천왕봉과 인장봉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위 형세가 온통 바위로 된 암산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원불교(圓佛敎) 교조인 박중빈(朴重彬)이 절의 옆에 조그만 초당을 짓고 3년간 수도하였기 때문에,
이곳은 원불교의 4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변산성지(邊山聖地)로 일컬어진다.
실상사지는 그동안 폐사지 상태로 내려오다가 1995년부터 복원불사가 진행되고 있다.
[Daum백과] 부안실상사지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1995년부터 복원되어가는 실상사
눈내린 풍경이 고즈넉하게 아름답다
복원된 실상사의 미타전
미타전이란?
불교 사찰에서 아미타불을 모신 건물은 극락전(極樂殿), 무량수전(無量壽殿), 혹은 미타전(또는 아미타전)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아미타불이 있는 서방극락정토가 말 그대로 서쪽에 있다 하므로, 아미타불을 모신 건물 또한 불상을 서쪽에 모시고 문을 동쪽으로 내도록 한 경우가 많다.
불교 신자들이 동쪽으로 들어와 서쪽에 있는 아미타 불상을 바라보도록 한 것.
실상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과
석탑도 없이 외로운 석등하나..
소실되었던 절집은 수많은 세월동안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듯하다.
대문없는 절집
길가다가 이렇게 편히 마당에 들어가 풍경소리를 들어본다.
눈은 내렸지만 영상의 기온이다
안개가 서리기 시작하는 내변산
흐린 날씨지만 운무가 자아내는 풍경이 자꾸 걸음을 느리게 한다
빠르게 걸으면 안될것 같은 내변산 길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
그 경계를 지워나가는 눈
날씨의 기싸움인가
차가운 기운이 다시 물러서고 영상의 기온이 몰려온다
녹았던 녹지않았던
눈을 보았다는 설레임으로 길속으로 파묻혀본다
길속에서 있어도
길을 얻고 싶어서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걸어간다.
미선나무라....
늘 버릇처럼 검색창을 뒤져본다
옛 역사극의 궁중 연회 장면을 보면 시녀 둘이 귓불을 맞붙여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부채를 해 가리개로 들고 있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이것의 이름이 바로 미선(尾扇)이다.
미선은 대나무를 얇게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인 것으로 궁중의 가례나 의식에 사용되었다.
20세기 초 처음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했다.
미선나무 열매는 꽃이 지고 처음 열릴 때는 파란색이지만, 익어 가면서 차츰 연분홍빛으로 변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갈색이 된다.
하나하나가 작고 귀여운 공주의 시녀들이 들고 있는 진짜 미선을 보는 것 같다.
[Daum백과] 미선나무 – 우리 나무의 세계
아마도 이근처에 미선나무가 많이 자라나보다
우리나라 다리들이 지역명이나 지역특색을 따라 이름을 짓기때문이다.
봉래구곡옆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직소보에 도착했다.
흐린날이긴 하지만
내변산 산줄기의 반영이 멋지다
중년의 남자처럼 희끗희끗한 산줄기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산을 더 가까이 하게 되나보다
왼쪽 높은 봉우리가 관음봉
그리고 관음봉 삼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내변산의 산중호수인 ‘직소저수지’(직소보).
우람한 내변산의 암릉들과 잔잔한 물이 어우러지며 산상 호수를 이루고 있다.
봉래구곡의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물막이(보)를 만들면서 형성된 인공호수다.
인근에 부안댐이 조성되면서 상수원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기능성만 강조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저기 관음봉을 향하여 길을 따라 걸어볼량이다
잘 정돈된 길
그 길을 따라 겨울 내변산에 취해본다.
직소보 소경
아무것도 아닌것에
한줌도 안되는 눈이 올라앉아 있는 것도 풍경이 되는 시간
여행은 이렇게 모든 것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된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어
선녀탕으로 내려가본다
선녀가 있을리 없지만 ....
아무도 밟지 않은 선녀탕 주변
선녀탕
최상류 신선샘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직소폭포와 분옥담, 선녀탕 등의 절경을 두루 만들어냈다.
가물어서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어서 맑지 못하다
내변산 탐방소에서 대략 2키로 가량 걸어가면 직소폭포에 이른다
누구나 걸을수 있을 만치 여기까지는 편한 길이다.
청댓잎에 흰눈 바르고
그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직소폭포 전망대까지 오른다
직소폭포
내변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일대는 백악기 부안화산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산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께 약 400m의 변산응회암은 다양한 크기와 방향의 주상절리가 잘 발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상절리는 화산에서 분출돼 지표에 두껍게 쌓인 뜨거운 화성쇄설물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졌다.
내변산은 매끄럽고 돌출된 산사면에 수직단면이 발달한 특징이 있는데, 이는 주상절리의 절리면을 따라 주상절리들이 떨어져나온 결과다.
특히 직소폭포는 주상절리들이 떨어져 나와서 만들어진 여러 암벽단애를 따라 물이 흘러 만들어진 부안 땅의 또 다른 기록이다.
물이 시원하게 흐른다면
저기 아래 전망대까지 내려가
시원한 가곡 한소절 크게 부르고 싶은 심정이지만
가물어서 푹포도 물줄기가 신통치 않다.
직소폭포直沼瀑布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속하는 옥녀봉, 선인봉, 쌍선봉 등의 봉우리들에 둘러싸여 흐르는 2km의 봉래구곡 속에 위치한다.
높이 22.5m의 직소폭포가 암벽단애 사이로 떨어져 내려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둥근 소를 이룬다.
이 소를 실상용추라 하는데 이곳에서 흐른 물이 제2, 제3의 폭포를 이루며 흘러 분옥담, 선녀탕 등의 경관을 이루는데 이를 봉래구곡이라 한다.
이 폭포는 변산8경의 제1경으로 변산 최고의 절경으로 이름 나 있다.
[Daum백과] 직소폭포
직소폭포를 지나면 다소 가파른 길로 관음봉까지는
업다운이 시작된다
이렇게 가드레일이 있는 절벽길도 있구요
눈이 내려서 물기를 머금은 길이라 조심해서 걸었다.
청댓잎과 낙엽송잎이 바닥에 가득한 이쁜길
눈을 감고 걸어도 편하게 느껴지는 길
서둘러 걷던 걸음의 속도를 낮추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잿빛의 낮은 하늘이지만 길은 아름답기그지없다
수장된 낙엽들
물이없어서 흘러가지 못하고
켜켜이 수장되어가는 중이다.
혹여 저러다 지각변동에 의해 화석이 될지도 ...
평탄면인데
이렇게 박석을 깔아 놓았다
없으면 더 좋을듯한 길
박석위를 걸어보니 미끄럽다
살얼음이 낀 봉래구곡
돌하나 던져볼까
아직은 잠들지 못하게 할까
바람 한줄기에도 녹아 내릴것 같은 살얼음
얼음사이로 분칠한 몸매를 비쳐보는 나무들
내가 젤 잘났어~
이렇게 사념으로 가득찬 시간을 걷다보니 어느새 원암과 내소사로 갈라지는 재백이 고개에 도착했다.
예전에 내소사 입장료를 내지않으려고 원암을 거쳐서 운동삼아 내소사로 넘어갔던 옛기억이 난다.
잠시 쉬면서 요기를 할까하다가
이날따라 걷는 것이 왜그리 좋은지
요기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걷는다
속을 비워봐도 좋겠다 싶었다.
다시 오름길
눈이 와 있어도 아이젠없이 걸을수 있을만치 좋은 길
이산저산 그저 산이면 다 좋을 풍경
인류의 발명중에 이 카메라의 발명은 나를 위한 신의 계시다
이곳저곳 무작정 찍어보는 재미 다른 사람은 알랑가
내변산의 바위들은 미끄러운 편이다
약간의 눈이라도 내리면 미끄럽다
그래서 이렇게 밧줄이 안전지킴이를 하고 있다.
잿빛 하늘과 잿빛바다와
잿빛 항구
곰소만이다.
잿빛 하늘을 뚫고
숨을 쉬듯 내뱉는 빛줄기
진서면 석포리 방향
날 맑은 날 해가 뉘엿뉘엿지는 시간이라면
단풍보다 더 고운 노을을 볼수 있는 곳
내변산 방향으로 안개가 실바람과 함께 지나가는 중
바람이어도 좋고 안개여도 좋다
잿빛이어도 좋고 찬란한 하늘이어도 좋다
이순간의 풍경은 딱한장 나중에 다시 똑같은 그림을 없을 것이다.
이제 저건너 관음봉에 가야한다
직벽이라서 조금 돌아서 난 길을 따라 오르게 된다.
철계단을 내려가서
다시 조금 오르면 관음봉 삼거리
내소사로 바로 내려가도 되고
관음봉과 세봉을 거쳐서 청년암 그리고 내소사로 내려갈 수도있다
난 관음봉까지만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내소사로 내려갈 것이다.
이번엔 반대로 건너편 내변산의 산줄기를 바라보았다.
관음봉 바로 아래 직벽을 타고 떨어지는 낙석때문에 안전데크를 설치해두었다.
두시간 전에 걸어왔던 직소보 풍경이 보이고
높이 올라서 좋은 이유다
내삶이 투명망속으로 보이듯 걸어온길이 다 보이는 곳
혹여 갈수 없는 길이라도 바라보는 것만으로 뿌듯한 마음
관음봉 삼거리에서 저 등을 타고 관음봉으로 바로 오르면 좋겠지만
위험한 탓에 길을 돌아서 오르게 만들었다.
관음봉 삼거리에서 관음봉까지는 600미터이지만
길이 가파르다
느낌엔 1km정도는 되는 것 같다.
관음봉,觀音峰
능가산,楞伽山,
봉래산, 蓬萊山
봉우리 하나에 이름도 많다
새겨진 뜻이 그리도 많은지....
곰소만을 바라보고 내소사 뒷편에 우뚝 솟아 있는 관음봉(424m)은 변산면, 진서면, 상서면 등 3면 경계에 세봉과 함께 솟아 있는 바위산이다.
서쪽은 망포대, 신선암 줄기가, 동쪽은 옥녀봉 줄기가 역시 곰소만 쪽으로 뻗어내려 곰소만을 북쪽으로 함께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그 남쪽 기슭에 품고 있는 고찰 내소사에서 바라보면 동서북에서 에워싸 아늑하고 포근한 맛을 준다.<BR><BR>관음봉은 동쪽의 세봉과 함께 능가산,
봉래산이라고도 부르며 지금도 내소사 일주문에는 '능가산내소사'란 현판이 걸려있다.
이 산은 바위를 깍아 세운 듯 내소사를 병풍처럼 둘러서있는 형상으로 바위봉과 울창한 수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곳이다.
내변산의 최고봉인 의사봉을 비롯 쌍선봉과 천홀산(또는 천총산) 그리고 북으로 흘러내리는 직소천과 백천내, 해창천이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과
남으로는 곰소만이 작은 강이나 호수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Daum백과] 관음봉 –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관음봉 정상 전망대
곰소만도 보이고
내소사도 보이고
건너 내변산도 보이고...
정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한참동안 머물고 싶은 곳이다.
곰소만 방향
줄포에서 곰소만으로 이어지는 바다
(석포리방향)
잠시 살다갈 그들의 생을 위해서 인증샷~
세봉에서 내려가는 산줄기들
그 뒤에는 용각봉
잠시 ....세봉을 거쳐서 내소사로 내려갈까 망설이다가
그냥 관음봉 삼거리로 가기로 했다
관음봉 삼거리로 가는 길
무슨 유물이 나오는 자리인지
표지판은 없지만 보호구역인것 같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엉덩방아 한번 찍고 ~ㅠㅠ
아무도 안봐서 다행이다
뭐 봐도 괜찮긴 하지만....훗~
엉덩방아를 찧었더니 더욱 조심조심~
내소사를 향해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바위에 물을 먹어서 미끄러운 길이다
좁고 낭떠러지이고....산이 다 그런거지뭐
이제 오르막은 끝나고 내리막길만 남았다
내소사까지 천천히 가도 30분이면 가겠다
눈이녹아서 비가 오듯 축축해진다
나무가지사이로 비처럼 뚝뚝 떨어지는 눈의 영혼들
밤새 내린 눈이 녹아서 비처럼 내린다
내린비가 머리위에도 툭툭 길바닥에는 장마비처럼 고여있다.
언듯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같기도 하다
추운 겨울날
저남자
고향마을이라도 내려다 보는 건지
멍하니 앉아있다.
날씨가 맑다면 한없이 앉아있고도 싶을만한 자리다.
아이젠을 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그렇고
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이젠을 하지 않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두번 넘어지면 내 엉덩이는 아웃이다.
좀전에 올랐던 관음봉
낮지만 결코 순하지 않은 산
세봉의 줄기와
내소사
내소사 지붕에 아직 희끗하게 눈이 남아있다.
눈내린 내소사 풍경을 맘에 두며 왔는데 아쉽다.
또 오겠지
내변산 탐방길은 내소사에서 끝이 난다
마음과 건강에 영양보충을 위해 마음껏 걷고
내소사에서 차한잔의 여유같은 마음의 여유를 얻어본다.
내소사 일주문으로 들어오면 이곳 이정표에서 재백이고개, 관음봉, 직소폭포 방향으로 트랙킹을 할 수 있다
여기까지 둘레길과 산행은 끝이나고
변산의 이름난 절집 내소사로 들어가게 된다
내소사로 인해 내변산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하겠다.
내소사의 벚꽃길이 시작되는 곳
흔히 그냥 아름다운 풍경에 둘러싸인 절집에 왔다가기보다는
내소사가 소장하는 보물을 보고 가라고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내소사의 봄을 가장 아름답게 꾸미는 벚꽃길
수령이 오래되어 나무가 부러지고있어서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수술이라도 할텐데
내소사 뒷편으로 능가산 관음봉이 위세좋게 솟아있다.
내소사 천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목
그 거목은 내소사 보호수 느티나무다
내소사 천왕문 앞에 있는 느티나무는, 1982년 7월 부안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로 높이 약 20m, 둘레 약 7.5m의 규모로 수령은 약 1,000여 년이 되었다
이 나무는 본래 입암마을의 할아버지 당산으로 숭상되어 온 나무로, 가지가 사방뻗어 내소사를 지키는 거대한 어른같다.
매년 음력 정월 보름에는 이 나무 앞에서 내소사의 스님들과 입암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인줄을 치고 당산제를 지낸다.
단청이 없는 사찰
기둥이며 문살에서 세월의 때가 느껴지는 내소사
꾸미지않은듯하나 자세히 보면 그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숨어나오는 곳이다.
내소사하면 대웅보전의 문살을 꼭 보고 와야한다
색을 입히지 않았어도 정성들여서 새긴 꽃문양이 풍기는 아름다움은 단아하면서도 신비롭다
목조건물에 흔히 생기는 벌레라던가
습도에 의해 썩기도 한다는데
긴 세월동안 아름다운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국화꽃과 연꽃문양을 새기었다
정성들여 새긴 목공의 심성이 저 꽃을 닮지 않았을까..
세월때문에 떨어져 나간 꽃조각
그래서인지 손을 대지 말라고 적혀있다
얼마의 세월을 더 견딜수 있을까
내소사의 고려동종이 보관되어 있는 보종각
부안 내소사 동종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내소사에 있는 고려 후기의 종. 1222년(고종 9) . 높이 103㎝.보물 제277호.
원래 청림사에 있던 종을 1856년(철종 7)에 현위치로 옮겼다.
용통에 붙어 있는 구슬과 입화 장식에서 고려시대 종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Daum백과] 부안 내소사 동종 –
부안 내소사 동종
종의 입구[鐘口]가 종의 몸체[鐘身]보다 약간 넓고, 정상부에는 생동감있는 용조각으로 된 고리[龍]가 있으며 그 옆의 원통기둥인 용통에는 구슬이 둘러져 있다.
종의 어깨 위에 연화를 내포한 여의두무늬의 꽃장식이 2겹으로 있는데, 용통 위의 구슬장식과 함께 고려종의 특색을 보여준다.
종 어깨와 종 입부분에 문양대를 두어 모란당초무늬를 돋을새김했다.
4개의 유곽 주변의 문양대는 종의 어깨부분 문양대보다 조금 좁으며 연주무늬와 당초무늬를 양각했다.
유곽 속에는 각각 9개의 꼭지가 있는데 모두 연꽃 모양의 둥근 받침에서 돋아난 꽃봉오리 모양이다.
유곽 밑에 있는 당좌는 종을 치는 부분으로 연화 형태인데 자방을 중심으로 잎이 좁은 연잎이 많이 달려 있다.
종 몸체 중간에는 4곳에 활짝 핀 연꽃이 떠받치는 구름 위에 삼존불상을 돋을새김했다.
본존은 연화좌 위의 좌상이고 양협시보살은 입상이다. 모두 둥근 두광을 갖추었고 광배에서 피어오른 서운이 길게 꼬리를 날리고 있으며,
그 위에는 수식이 바람에 나부끼는 천개까지 표현되어 있다.
이 종은 전체 형태나 조각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고려종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종신에
"貞祐壬子六月初七日邊山靑林寺金鐘鑄成入重七百斤"과 "餘己酉九月七日卜居靑林翌年九月七日鑿此金鐘移懸于來蘇寺"라는 명문이 있어
종이 청림사에서 만들어진 후 내소사로 옮겨진 경위를 알 수 있다
[Daum백과]
내소사는 철못을 사용하지 않은 목조건물이다
단청도 하지 않았다
오직 소원등만이 오색으로 겨울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목조건물로 된 사찰에 들면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탓인지
더욱 편안하고 꼼꼼히 살펴보고 싶어진다.
절집은 수양의 공간
화려한 단청이 있는 곳보다는
이렇게 색없는 곳이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묵언수행하기에는 색없는 공간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내소사 춘추벚꽃
11월말에 활짝폈던 벚꽃이 겨울 바람에 지고 있는 중이다
일년에 두번 피는 춘추벚꽃
지고 있지만 두번 핀다는 말에 귀하디 귀하게 여겨졌다.
눈바람에도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춘추벚꽃이 핀다는 앎을 얻고 간다.
벚꽃과 홍시가 겨울맞이를 하고 있다.
잎도 다가고
감이 제무게를 견디며 익을대로 익어있다
잎보다 더 무거운 몸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감...
저 위에 눈이라도 소복히 내려앉으면 꽃보다 아름다우리라
단청이 없어도 대웅보전은 웅장하다
꽃살문이며 대들보며 목공의 대단한 손끝이 느껴진다.
봉래루에 매달려있는 꽃감
절집에 사는 누군가의 한해 추수였나보다
길손들의 옛추억을 기억할 것이다.
실에 대롱대롱 맺힌 곶감은 아니더라도 곶감이라는 단어만으로도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까지
기억은 거슬러 올라간다.
내소사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
겨울이라 그런지
벚나무의 온몸이 더욱 드러나 보인다.
저렇게 살점이 떨어져 나간몸으로
습관처럼 꽃을 피우고 또 피우게 했으리라
생이 다하는 날까지 나무의 운명인 잎과 꽃을 피우는 일을 하리라
내소사 전나무길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겨울에도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길이다
모든 잎이 떨어져나간 12월에도 푸르름을 간직한체 길손을 반긴다
겨울이라고 움츠려들때 이 쭉쭉 뻗은 나무아래로 걸어보라
얼마나 기운차고 싱그러운가
키큰 나무를 올려다보는 일은 저절로 가슴을 열어보는 일이다
가을에는 이 전나무밭 옆으로 노란상사화가 가득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가 다른 느낌을 주는 길
길지 않아도 올때마다 느낌은 다양하게 전해져 온다.
10키로 가량 걸었어도
이 청량한 전나무숲길 덕택에 사이다를 마신 느낌이다.
길을 떠나는 이유는 생각지도 못할 풍경의 길을 만나고
그 길위에서 보물을 찾은듯 뿌듯한 행복을 얻는 마력때문에 나서고 또 나서는 것이다.
대분의 사찰로 진입로가 그러하듯이
오래된 나무와 나무사이로 난 길이 좋아서 종교관을 떠나서 인기가 있다.
오늘 입장료가 굳었다
내소사 탐방소에서 부터 트랙킹을 시작하면 입장료를 내겠지만
남여치나 내변산 탐방소에서 이쪽 내소사로 나오면 입장료가 굳는셈이다.
이만한 풍경에 이만한 힐링을 얻고 가는데
입장료가 대수겠는가
내소사 일주문 현판
'능가산 내소사'
늘 내변산 내소사로 기억했는데
오늘 일주문을 보니 능가산 내소사이다.
몇번을 들락거리면서도 일주문 현판을 제대로 올려다본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내소사 입구 상가주변
이곳에 참 오래전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와서 탐라민박에서 두번이나 숙박을 하면서
내소사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탐라민박은 아직도 있는데
그때 주인이 바다낚시를 한 생선으로 매운탕을 시원하게 끓여주어서 잊지못하고 있다.
내소사 주차장
전북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로 166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내소사에 도착하니 1시가 훌쩍 넘었다
내소사를 이곳저곳 살펴보고 오니 3시경
급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고 볼것 다보고
춘추벚꽃까지 만나는 귀한 시간이다
예전에는 내소사 봉래루가 그토록 눈에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대웅보전 꽃문살에 한동안 마음을 녹여냈다
어떤때에는 여럿이 웃으며 걷는 맛이 좋고
어떤때에는 그저 혼자 달아나고 싶어진다
오늘은 왜 그렇게 자신을 독립시키고 싶던지
혼자온 사람마냥 거의 그렇게 걸었다
가울에서 도망쳐 나온 낙엽이 겨울 산하를 날아가는 듯이 걸었다
가을의 흔적위에 엷게 채색한 하얀눈을 바라보며
겨울이라는 긴 여정을 떠날때
차라라 죽도록 외로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조금씩은 외로웠어도 죽을만큼 외로워보지 못했으니까
죽을만큼 보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차창밖으로 스치듯 보고픈 사람만.....!!
2017.12.9.토.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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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경님의 산행기를 보면 설명을 너무나 잘하셔서
저도 그곳을 함께 걷는느낌입니다 ...
수고 많으셨구요 항상 완주산행 멋집니다 ... ^^*
이런 사유를 위해 날 버리고 홀로 가시었어도도 그 발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았기에 꽃 길이라 생각 합니다. 주욱 읽다보면 푸욱 빠져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