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한국인은 이상한 기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활자세대는 동(東)을 향해 가고 있고
영상세대는 서(西)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맥루한이 말했듯이 지금
세상은 500년 지속돼 내린 활자시대가 저물고 영상시대가 떠오르는
대단절을 맞고 있으며, 그 단절이 너무 크게 가시화된 이번 대선이었다.
흔히들 3개의 복합된 단절과 대결이 노출된 대선으로들 평가되고 있는데,
늙고 젊고의 노소대결이 그 하나요, 보수 혁신세력의 대결이 그
둘째이며, 지역의 동서 대결이 그 세 번째다. 한데 그 3중단절에서 오는
어느 대결보다 컸던 것이 활자화된 글로 지식을 흡수하고 사고의 틀이
구성된 활자세대와, 태어나서부터 텔레비전을 보고 자라 인터넷 등의
영상으로 지식을 흡수해 사고의 틀이 구성된 영상세대와의 단절이요
대결이었다.
노소·신구 대결은 이미 태곳적부터 있었다. 고대 이집트의 암각된
글에도 ‘요즈음 젊은 것들ㅡ’이라는 대목이 나오며, 로마시대의 노인을
폰단트라 했는데 ‘다리에서 떼밀어 죽인다’는 드폰단트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통시대적으로 있어온 대결이 이번처럼 복잡 다양화해서
나타난 것은 영상 대 활자 대결이라는 이전에 없던 변수 때문일 것이다.
이 두 세대의 차이를 갈라보면 이렇다. 활자세대가 필요한 지식을 취합
소화시키는 인털렉트(Intellect) 지향이라면 영상세대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던져지는 지식을 선별없이 축적시키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 지향이다. 곧 후자가 실용성 지식추구로
지상에서 잘 달리는 타조라면, 전자는 지혜추구로 하늘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조감(鳥瞰)하는 독수리다.
문자세대가 규범과 도덕 같은 매듭으로 쌓인 수직사고의
스페셜리스트라면, 영상세대는 매듭을 거부하고 수평사고를 하는
제너럴리스트다. 문자세대는 기존의 가치와 격식에 따르려는
정착민이지만 영상세대는 기존의 권위나 격식을 거부하고 불모지를 찾아
헤매는 신 유목민으로 종적유대를 거부하고 횡적유대에 민감하다.
막연하게 태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 영상세대가 이번 대선에서 존재를
과시하고 파워를 행세한 것이 된다. 이 신선하고 생경한 영상 사고의
변수가 어떻게 수렴돼 나갈지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