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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원문보기 글쓴이: Summer
♧ 조심스레 핀 명자꽃
어제 차에서 내려 걸어다가 골목길을 지나는데 붉은 색이 언뜻 비쳐 ‘아. 그렇지’ 하고 되돌아 들어가 보니 울타리 너머로 조심스레 명자꽃이 서너 송이 피었다.
그래 이제 입춘이 지나고 명자꽃 필 때가 온 것이다.
♧ 사랑하는 명자씨 - 공석진
명자씨 ! 사랑하는 명자씨 사랑을 위하여 꽃 피우지 마세요 상처받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닐진대 꽃이 지고난 후 이파리 바람에 날아가 기억이 희미해지면 그저 눈물만 가득 뿌리며 맨바닥에 뒹굴면 명자씨 ! 서러운 명자씨 다가올 사람 유혹하지 마세요 떠나간 사람 그리워하지 마세요 당신의 선홍빛 자태는 눈부시나 감춰진 이슬의 영롱함은 세상 사람들의 이기심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굳이 본능으로 애써 꽃 피우려거든 뭇 남정네들에게 보이지않는 먼지 가득 머금은 길목련으로 거친 산등성 후미진 곳에 자리하세요
혹여 산심(山心)캐는 심마니처럼 당신의 겸손함을 사랑하여 평생 맺어질 가인(佳人)으로 다가설 지도 모르니까요
♧ 명자꽃 - 김승기
캠퍼스에 내려앉는 햇살 만지고 있는 새내기 여대생
처음 접해본 동아리 모임 초경 치르던 밤이 생각나는지 발그랗게 달아오른 얼굴
다른 세상이었던가
기다려지는 엠티 대학축제 초등학교 때 소풍전날 밤처럼 봉긋 솟아오르는 젖가슴 울렁울렁 토해내는 어지럼증
이제 리포트는 어떻게 쓸까
겨울처럼 보낸 여고시절 떠올릴 때마다 하혈로 찾아오는 생리통 지금은 봄이다
♧ 명자꽃 - 목필균
붉은 립스틱 벅벅 그어대며 그사람 근무하는 사무실 창에 사랑을 고백했다는 전설 속의 그녀
뜨거운 사랑의 몸짓 한 길로만 흐르는 아픔일까
겨우내 칭칭 동여매었던 가슴앓이 신음소리 딱딱하게 굳어진 가지에도 붉은 핏물이 방울방울 내비쳤다
길어진 햇살 남향 창가에 서 있는 명자가 전설의 그녀가 한 몸으로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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