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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 거주인이 온몸에 피멍투성이로 병원에 입원해 35일만에 사망한 사건에 대해 유족과 장애인단체들이 의문사라고 규정하고, 복지부 등 관련 기관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2일 기자회견에서 대책위가 공개한 故 이아무개 씨 입원 당시 사진. 눈 주변에 멍이 든 모습. |
인천 ㅎ 장애인시설에 거주하던 이아무개 씨(28, 지적장애 1급)는 지난해 12월 25일 의식을 잃고 경기도 시흥 시화병원에 후송됐으며, 1월 28일 좌측 두부 경막하출혈(뇌를 둘러싼 경막 안에서 외부 충격 등으로 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일어난 것)로 사망했다. 입원 당시 이 씨는 외형상 두부에 출혈이 있었으며, 오른쪽 눈, 허벅지, 겨드랑이, 발목 등에 원인 불명의 피멍이 든 상태였다. 이에 ㅎ 시설 측에서는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유족과 인천 지역 장애인단체들로 구성된 ‘인천 ㅎ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날 대책위는 이 씨가 입원할 당시 “전신에 걸친 피멍 자국이 무릎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넘어져서 생길 수 없는 부위에 있었다”며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고인이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4차례 병원 진료를 받을 만큼 빈번하게 부상을 당했음에도 시설에서 가족에게 알리거나 적절한 치료·보호 조치를 하지 않는 등 고인을 방임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책위는 이번 사건이 “정부의 시설 중심 장애인정책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면서, 시설 중심 장애인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고인의 아버지 이아무개 씨는 “시설 담당자가 ‘사회복지시설은 시설 내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고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 말을 진심으로 믿었기에, 아들을 시설에 맡겼다. 그런데 아들이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아들의 죽음이 억울해 원인이 어디 있는지 관련 기관을 찾아다녔지만, 그들의 벽은 높고 단단했다”라며 “관련 기관에서는 아들이 입원한 뒤로 40일이 되도록 어떤 조치도 없었다. 스스로 조사해가면서 방임과 학대가 있었으리라 추측했지만, 관련 기관의 벽을 혼자 넘긴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는 시설 인권침해가 없도록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장애인이 죽어 가는데, 수박 겉핥기식 조사 아닌가.”라며 “그러고도 복지부 장관이 장애인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장관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시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시설 비리와 인권 침해가 계속 일어나는 것은, 시설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침묵하는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런 카르텔을 끊어내고, 대책위 이름으로 싸워 진상을 밝혀낼 것이다. 나아가 장애인은 왜 지역사회에 나와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고인이 안치된 시화병원에서 장례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오는 3일 인천 옹진구청과 면담을 통해 민·관합동 진상조사단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 ▲기자회견에 참가한 대책위 회원들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묵념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