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 04
페나인 숲 중앙쯤에서 나야트레이에게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있었다. 나이는 16~18정도로 보였다. 노랑머리의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루시안 칼츠. 그의 이름이다. 유명한 모험가였던 선조, 라그랑즈 칼츠(Lagrange Kaltz)의 '필멸의 땅' 모험기에 매료된 몽상가. 황금빛 결 고운 머리카락과 장난기 어린 진청색 눈동자의 미소년이다.
언제나 활발하고 밝은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써, 감정과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 때문에 언뜻 보기에 무책임하게 앞뒤 가리지 않는 철부지 어린아이 같아 못미더워 보일 수도 있지만, 레이피어(Rapier)를 비롯해 한 손으로 다루는 검은 대부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숙련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
“뭐야……. 놀랬잖아”
“헤헤, 너라도 역시 놀라는구나.”
“장난 칠 시간 없어 루시안.”
루시안 칼츠 옆에 아노마라드에서는 보기 드문 회청색 눈동자와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보랏빛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소년 검사로 나이는 루시안과 같은 17세. 항상 검은색의 옷만을 입고 다니는 보리스 진네만이 있었다. 보리스는 그리 큰 체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양손 검과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과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으며, 그 유래가 알려지지 않은 영검술(影劍術)이라는 매우 특이한 검술을 사용한다. 그의 애검인 윈터러(Winterer)는 7년 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보리스의 형 예프넨 진네만의 유품으로, 본래 강력한 마력을 가진 마검이었으나 현재는 어떤 이유로 인해 그 힘이 봉인되어 있어 평범한 바스타드 소드에 불과한 상태이다.
보리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침착함을 잃지 않는 차분한 성격으로, 언제나 어두운 표정의 포커페이스이다. 매사에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조금은 시니컬한 성향도 있는 지독한 개인주의 자로써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타인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되는 것 자체를 매우 꺼리고 있다.
“그래, 지금 상황이 그럴 상황은 아니야…빨리 나머지 심판자를 찾아야해”
“응……. 근데 난 놀고 싶은데…”
“루시안!”
“으, 응 가자~”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루시안보고 부모님이 혼내 듯 보리스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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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민 & 이스핀 & 시벨린
세 명이 불을 지피고 쪼그려 앉아서 자꾸만 신호를 보내는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 배고파… 뭐 좀 먹고 가자…”
“그래… 나도 배고픈 건 마찬가지다”
“좋아, 그럼……. 네가 갔다 와!”
막시민이 활기를 찾고 시벨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뭐, 사람 살리는 셈 치고 갔다 올게”
‘흑의 검사를 죽여라…’
‘무, 무슨 말이지…’
갑자기 막시민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환청이 들릴 때 고통스러워하는 행동이다.
‘가까이 있다…’
‘뭐, 뭐야!’
“크악!”
막시민의 눈이 붉어졌다. 며칠 전과 같은 일이다. 시벨린을 죽이러 가는지 짐작하고 이스핀이 세검을 겨누었다. 겁이 났음에도…
구우우 ―
그런데 막시민의 전신에서 이상한 파란연기가 났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그렇게 보일 뿐. 검의 영혼이 무엇인가에 자극해 깨어났다는 증거이다.
“막시민 리프크네. 가엾군.”
“후훗”
탁 -
어디선가 막시민을 보고 하는 소리가 분명한 말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막시민이 한번 씩 웃고 달려들었다. 그 사람의 정체는 흑의검사. 흑의검사가 벌써부터 심판자와 수호자를 살해하러 온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심판자와 수호자가 강해져 자신을 살해하거나 봉인할 테니까…….
챙 -
서로의 검이 맞부딪혔다. 그러면서 엄청난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흑의검사가 막시민의 미스트랄 블레이드에 튕겨져 나갔다. 지금 막시민은 영혼이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 뭐야…”
이스핀이 막시민에게 겨누던 세검을 흑의검사 쪽으로 바꿨다.
“너도 심판자군…”
탁 -
흑의검사가 이스핀을 한번 보고는 이스핀에게 달려들었다.
“살!”
흑의검사가 내리치려 하는 대검의 정확히 가운데 부분에 세검을 찔렀다. 그 찌르기는 평소에 이스핀이 찌르던 것과 전혀 다른 판이다. 기술을 써서 훨씬 강력한 찌르기 공격을 했다. 하지만 흑의검사에게는 크게 충격을 주지 못했다.
“오오, 대단하군.”
흑의검사가 자신의 검을 친 부분을 보며 비웃는 듯이 감탄했다. 그리고 다시 이스핀을 베려고 자세를 취했다.
화앙 -
챙 -
흑의검사의 검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낫지만 이스핀은 멀쩡했다. 때 맞춰 시벨린이 와서 막았다.
시벨린의 어깨에, 가는 나무 몽둥이를 매고 노루가 묶여있는 모습을 보였다.
“후후…한 번에 세 명을 처치할 수 있겠군…”
탁 -
다시 환청을 듣는 막시민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영혼에 이끌려 흑의검사에게 달려들었다.
쾅 -
이번엔 가볍게 튕겨냈던 막시민이 튕겨나갔다. 왠지 더 강해진 흑의검사 같았다. 또 한. 그렇게 보인 이유는 흑의검사 전신에 막시민처럼 연기같이 보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의검사는 호칭에 맞게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것 같았다.
“버서크!”
다시 시벨린이 무모한 기술. 버서크를 썼다. 하지만 쓴 까닭은 주위를 밝게 하려고가 아니라, 떠오른 불길을 이용해서 공격한다는 생각이었다.
“이얍!”
거대한 창에 불을 심어 흑의검사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느긋하게 흑의검사가 서있었다.
“나에게 정말 통할 것 같아서 한 것이냐… 후후후…”
“ ! ”
낑 -
흑의검사가 대검을 한손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그러자, 시벨린의 창. 강철쇠막대가 찌그러졌다.
“오오, 꽤 가공한 모양이군, 내 공격에도 찌그러짐 밖에 없으니까”
흑의검사는 충분히 강했다. 수호자인 나야트레이가 공격해도, 모두가 공격해도 이길 실력이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지… 후훗, 한마디 하자면……네 놈들에게 실망이군.”
흑의검사가 비웃으며 한마디 남고는 이상한 문자가 새겨진 뒤 흑의검사가 사라졌다. 막시민의 눈도 다시 평상시 모습의 색을 찾았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정말 아무 말 없이 세 명이 헐떡거렸다. 한참을 조용히 보내다가, 시벨린이 입을 열었다.
“이스핀… 넌 잘 싸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돼. 강해져야 돼…”
“그 치만…….”
“됐어.”
“그런데 뭐야 저 자식…….”
꽤 멀리서 막시민이 옷을 털고 투덜거리며 두 명이 앉은 곳으로 갔다.
“일단은……. 날도 어두워 졌으니까 잘 곳부터 찾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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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트레이 & 보리스 & 루시안
“흠냐…”
어느새 세 명도 잠자리를 찾았다. 종류 모를 큰 나무에서 자려 했다.
“ ! ”
갑자기 나야트레이가 흠칫 하고는 나무 밖으로 나와 주문을 외우는 듯 했다.
“엽.”
나야트레이가 양 팔을 좌우로 힘 있게 들었다. 그러자, 나뭇잎들이 나야트레이의 몸에 불규칙한 간격을 두고 뱅뱅 돌았다. 나뭇잎이 도는걸 보자, 어디론가 뛰어갔다.
“음…”
나무 안에 보리스가 여태껏 일어났던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짐작이라도 한 듯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제길…….”
나야트레이가 엄청난 속도로 뛰어갔다. 표정은 좋지 못했다. 레이가 뛰는 곳은 막시민, 시벨린, 이스핀 쪽으로 가는 확률이 높다. 엄청난 거리에서 흑의검사의 냄새를 맡고 바로 달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그렇다고 세 명이 크게 다친 것도 아니다. 다만 엄청난 거리라서 뒤 늦게 냄새를 맡았을 뿐…….
휙 -
레이가 확인 차 수리검을 날렸다.
팍 -
옆에 나무에 박혔다. 다급하게 레이가 다가갔다.
“응? 여긴 웬일이야…….”
이스핀의 잠자리에 왔다. 이스핀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나야트레이가 자신이 좀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더 수련할 것이다. 위급한 상황을 놓쳤으니…….
“아니야…”
레이가 자신의 실력이 녹슬었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에게도 실망이 클 것이다. 세 명이 살해당할지 모르는 데, 달려와 보니 늦은 거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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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